언오피셜 뱅크시
알레산드라 마탄자 지음, 정다은 옮김 / Pensel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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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영국 브리스톨 출신으로 추정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이다. 국적이 영국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적사항이 거의 정체불명이며 스스로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영화감독이다. 확실하게가 아니라 '거의'라는 단어로 정체불명을 수식한 이유는 자신이 작업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얼굴을 가린 상태로) 출연하기도 했고, 가디언 언리미티라는 곳에서 유일하게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남성일 확률이 아주 높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언오피셜 뱅크시에서는 '뱅크시'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는 하지만 주로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서 뱅크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뱅크시가 얼굴을 드러내놓지 않고 활동하는 이유는 '누가' 그린 그림이냐 보다는 그림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그런 그림이 나온 사회비판적인 시각과 맥락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림은 누가 그린 그림이냐보다 그 그림이 가지고 있는 작품성, 사회성, 예술성 그 자체로 평가받는 것이 중요한 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유명한 이유는 거장이 그린 그림이라는 것도 있지만 게르니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회성, 작품성, 예술성이 작가의 명망에 뒤지지 않을만큼 뛰어나기 때문인 것도 마찬가지이다.

뱅크시의 모든 작품에 열광할 수는 없지만 뱅크시가 가지고 있는 사회비판적인 시각과 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상당히 이 사회에 상당히 도전적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뱅크시가 과연 단 한 명의 개인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논문이나 연구자료를 보면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만든 희곡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발행되었다는 내용이 있는 것처럼 뱅크시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의 사회비판적인 거리예술가가 모여 만든 집단의 이름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약하지만 우리는 강하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경직된 예술과 사회를 변화할 수 있는 조그만 틀을 창의적으로 생성한 것이 바로 뱅크시가 된 것이 아닐까? 중요한 점은 뱅크시가 누구인가보다 뱅크시가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는가이다. 뱅크시는 이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전쟁에 반대하고 불평등을 비판하며 보이지 않는 정부의 통제에 맞서 싸우기 위하여 거리예술을 지향하지만 이미지만을 차용하는 뱅크시 전시와 무단으로 뱅크시의 그림을 사용하는 기업의 행태를 보자면 뱅크시의 의도와 상관없는 '쿨한 이미지만'을 차용하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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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조건 - 이노베이션의 10가지 얼굴
톰 켈리.조너선 리트먼 지음, 범어디자인연구소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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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IDEO라는 회사가 일을 하는 방식을 토대로 쓰여진 느낌이 들었다. IDEO가 무언가 소셜디자인이나 건축, 인테리어와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 같았는데 어떤 회사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어서 구글링을 해보니 위키피디아에 회사 IDEO에 대한 정보가 나왔다. IDEO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디자인 및 컨설팅 회사인데, 1991년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설립되었다. 기본적인 회사 업무는 제품, 서비스, 환경 및 디지털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디자인 사고 방식이라고 쓰여있었는데, 이 문장을 읽으니 책에 나왔던 사례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IDEO는 소비자 식음료, 소매업, 컴퓨터, 의료, 교육, 가구, 사무실, 자동차 산업의 프로젝트를 주로 하는 업체이다.

혁신의 조건은 회사 업무 내에서 창의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자율성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관료화되고 상하관계에서 오는 상명하복식 일처리는 조직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억압하는 요소일 수 있다. 기본적인 것은 지키되 자율성을 주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나 어렵고 힘든 일일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한 혁신의 10가지의 룰모델인 문화인류학자, 실험자, 타화수분자, 허들러, 협력자, 디렉터, 경험 건축가, 무대 연출가, 케어기버, 스토리텔러는 사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질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10종류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무리수일테지만 최소한 2-3가지의 자질은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자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문화인류학적인 시선으로 기획을 하거나 실험자의 기본이 되는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제시하였을 때, 관료적인 기업은 바로 그 아이디어를 제지시킨다. 케어기버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도울 때, 나쁜 기업에서는 그 사람을 '호구'라고 생각하고 악용한다. 문제는 세상에는 케어기버의 존재를 악용하고, 문화인류학과 실험자의 새로운 시도를 무시하는 나쁘고 관료적인 회사가 꽤 많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 노동가능인구, 재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모든 사람과 모든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투여는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상당히 '불필요'하고 '낭비'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단기이익을 위해서 장기이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혁신의 조건은 좋은 문화를 가진 조직을 오랫동안 잘 유지하는 것이 1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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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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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은 말 그대로 '범죄'에 대한 책이다. 근데 이제 역사를 곁들인. 책의 목차는 크게 세계사와 한국사, 2부분으로 나뉜다. 보다 역사적인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카더라' 통신이 아닌 어떻게든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내용 안에서 범죄사건을 추리다 보니 세계사 부분에서는 역사적 기록물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는 15c의 범죄 사건부터, 한국사 부분에서는 조선시대의 기록부터 시작이 된다.

세계사 부분에서 제일 기억이 남는 내용은 아무래도 제1차 세계대전의 원흉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가브릴로 프린치프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보이지만 보이지 않았던 여성 해적이었다.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오스트리아의 황태가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 사건의 주범 중의 하나이다.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로 인해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고, 이를 시작으로 각국의 전쟁이 연쇄적으로 터지며 제1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물론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자신의 암살이 세계대전까지 일으킬 거라 생각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세르비아라는 약소국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병약하였던 가브릴로는 민족주의가 판을 치던 시대에서 하나의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이었으며 만으로 20세가 되지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은 겨우 면했지만 결국 감옥에서 죽어버린다.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법정 최후 진술을 보면 조선의 독립을 희망한 독립운동가의 최후 변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여성 해적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해적이 창궐했던 17c-18c에도 여성이 배를 타면 운수가 좋지않다는 미신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했지만, 살기위해 남장을 하고 배에 올라탄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미신 어쩌고 이야기를 하지만 남장을 하고 배에 오른 여성이 나중에 성별이 밝혀지더라도 딱히 처벌은 하지 않고 그냥 배에 두었었나보다. 아마 남장을 하고 배에 올랐던 여성은 남장을 해도 속을만큼 피지컬이 뛰어난(비교적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여성이었으며 그만큼 힘도 쎄고 일도 열심히 했으니까 별 말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한국사 부분에서는 2인조 카빈강도였던 이종대와 문도석의 범죄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 2인조 강도에 대한 일화는 영화로까지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이종대는 미술에, 문도석은 음악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으나 이 두 명이 범죄자가 된 제일 큰 이유는 가난이었다. 후에 경찰과 대치하였을 때, 이종대와 문도석은 자신의 가족까지 죽이고 자신까지 자살을 선택한다. 가난이 이 2명의 사람의 발목을 얼마나 잡았으면 재능을 썩히고 범죄자가 되었는지 상당히 암울하지만 모든 가난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저 범죄와 친하게 지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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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 새로운 소비 권력을 찐팬으로 만드는 커뮤니티의 힘
이승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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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는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다. 인간은 언제나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한다. 특정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공통적인 관심사를 토대로 대화가 되고 연결이 되며 보다 밀착된 관계를 원한다. 혈연이나 지연으로 특정되는 공동체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튀는 행동을 자제할 수 밖에 없는 문화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이 가지고 있는 보수성과 비례하여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만의 특징'을 보였을 때 상당히 진보적이나거 혁신적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반하여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는 동일한 관심사를 가지고 보다 밀접한 관계와 깊은 상호이해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주며 인정받고 있으며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브랜드가 커뮤니티를 토대로 발전할 수 있는 까닭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연결성과 남과 다르다지만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고립의 시대에서 굳이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대도시에서 인간은 소외되었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싶어하며 공동체를 찾아들어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과 연대를 느끼고 싶어하였다.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는 이런 인간의 본질적은 욕구를 커뮤니티화한 브랜드가 앞으로의 시장경제에서 브랜드의 입지를 더 잘 다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나이키는 온 세상의 러닝크루가 나이키 런 클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화 하였으며, 아마존이 독서 커뮤니티에 투자를 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단순히 '운동을 한다.'. '책을 읽는다.'가 아닌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매개체로 운동과 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런 매개체를 중심으로 활성화 된 커뮤니티가 결국 전체적인 시장 파이 확산이나 지속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부분이다. 트레바리는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를 파는 공간이며, 위워크의 목적은 장소대여가 아닌 'WE'를 대여하는 곳인 것처럼 앞으로의 브랜드는 물건의 판매가 아닌 관계의 판매를 해야만 한다.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는 고립의 시대에 나온 인문학을 시장경제 관점에서 해석한 책으로 읽혀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고립의 시대'와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2권의 책을 꼭 함께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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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 큐레이션 - 일상이 예술이 되는 MZ세대 미술품 투자법
한혜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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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 큐레이션은 한경bp에서 발행한 미술 투자 안내서이다. 아트 딜러 한혜미는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아트 딜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TV 프로그램 출연과 함께 미술&미술시장에 대해 강연하고 칼럼을 쓰고 있다. 본인의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미술품 경매에 대한 내용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간간히 올리고 있는 것 같다. 업로드 횟수가 월 1회인 것을 보면 본업이 매우 바빠 유튜브 업로드는 자주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트테크 큐레이션에서는 미술품 투자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인 좋은 예술 작품을 고르는 방법, 작품의 시세, 재테크를 위해서&나의 취향에 맞는 미술작품을 찾는 방법, 경매와 입찰, 세금에 대한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재테크로 미술품 투자를 해보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는 사람을 위한 기초서를 쉽게 잘 썼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을 해주고 싶다. 요즘 뜨고 있는 예술계통 라이징 스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는데 어차피 이 책에 담길 정도로 큰 라이징 스타의 작품을 사려면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자금은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게 인지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했다. 보다 좋은 작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미술사와 NFT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야 하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약간이나마 설명을 하였다. 미래의 미술품 투자를 위해서는 본격적인 미술사 공부와 NFT 경제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기초만 배우고 다른 책을 통해서 공부를 더 자세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아트테크 큐레이션은 미술사 전문 도서나 NFT 전문 도서가 아니라 아트테크를 하기 위한 기초서로서 미술사와 NFT에 대해 설명을 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작품 하나에게 나의 모든 노후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 수 있지만, 최소한 예술적인 소양이 나의 미래를 위한 작은 투자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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