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 사람과 동물의 윤리적 공존을 위하여
셸리 케이건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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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로 유명해진 예일대 철학 교수 셀리 케이건의 책 동물을 어떻게 헤아릴 것인가. 비슷한 시기에 유명해진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이자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에 비하면 책을 많이 출판하는 편은 아니다. 주로 사회사상과 윤리학 전공으로 강의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전작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지 않아서 셀리 케이건이 철학적 논증을 입증하는 방법에 대해 상당히 껄끄러웠고 동의나 공감하지 못 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니 사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커다란 명제에는 동의를 하지만 그 명제에 대한 동의를 얻고자 하는 셀리 케이건의 예시는 동의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공리주의식 정의에 의거하여 예시를 들거나 하는 부분이나 장애의 정도, 인식이나 의식의 정도를 인간을 기준에서 나누고 조금의 결격사유가 있다면 바로 '아웃' 시켜도 되는 것인가 하는 부분은 동물권, 동물윤리학, 반종차별주의적 관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인 시선이다. 덧붙여 장애의 정도가 심하여 특정 동물보다 인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윤리적으로 대할 수 있는가'라는 논의나 여러 차별적인 지점(성차별, 인종차별 등)과 종차별주의의 상황에 대하여 사례를 비교하여 예시를 들지만 공감이 되지 않아 읽기가 어려웠다. 인간동물이자 대학교수이며 백인 남성이라는 지위에서 최대한 동물윤리학에 대해 쓰려고 노력했지만 이 책으로 인하여 본인이 성차별주의자, 인종차별주의, 종차별주의를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느낌이다.

최소한 동물윤리 뿐 아니라 모든 윤리에 대한 이해가 도덕적 지위의 중요성을 제대로 고려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혼란스럽고 불완전할 것이다. - p481

위의 문장처럼 셀리 케이건은 동물권이란 동물윤리에 대해서 상당히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지식과 배경을 가지고 이 책을 쓴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동물권과 동물윤리적인 관점으로 종차별주의에 대해 글을 써도 그 예시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대체된 것이 아니었나싶다. 부디 동물권과 동물윤리에 대해 보다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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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힐스
앨리스 웨딩턴 감독, 엠마 로버츠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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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퀴어 영화를 검색하니까 나왔던 영화 중 하나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누가 나에게 퀴어 영화냐고 물어본다면 굳이 퀴어영화라고 답은 못하겠지만 퀴어영화가 아니냐고 하면 굳이 또 아니라고 극구 부정하기는 쪼끔 애매하다. 전반적으로 영상미 하나는 좋다. 내용을 가지고 악평을 할 수 있다쳐도 영상미는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용이나 스토리 연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거나 싫어할 사람이 있을 듯 하다.

영화의 배경은 어떤 사람을 가족의 요구에 맞춰서 바꿔준다는 파라다이스 힐스라는 곳인데 굳이 바뀌어야 하는 사람은 20대 여성이다. 가족의 요구에 맞춰서 특정인과 결혼을 하게 현모양처로 사람을 바꿔달라거나, 특정 불안을 없애달라거나, 다이어트를 시켜달라는건데 파라다이스 힐스는 그런 욕구에 맞춰서 사람을 바꾼다. 근데 이제 사람에게 최면을 건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사람을 바꿔치기 한다. 특정 사람의 표정, 피부, 습관 등을 레코딩 하여 돈이 없는 여성을 사서 전신성형수술을 시킨 다음에 가족이나 주변인이 원하는 모습을 투영시켜서 보내버리는거다. 내가 아닌 내가 만들져서 나오는거다. 얼굴과 몸만 나와 똑같지 DNA마저도 나와 다른 사람. 유의 대체자의 경우 이 곳까지 오기위해 그 대체인도 많은 것을 포기했으며 자신까지 버렸다고 말을 한다. 그 이유는 주로 경제적인 것인데, 어떤 경우에는 그 경제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고 가족을 보살피고 돌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 수 있어서 대체인의 삶을 선택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나의 성향이나 성격을 버리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라고 본 캐릭터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문제는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특정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길 원하는 과한 가족 욕구이다. 물론 '틀린'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여러 조언으로 잘못되지 않게 하는 것은 맞지만 그저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을 무조건 '틀렸다.'하면 안되지 않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경우면 말이 달라지지만 그것도 아니고 그저 공황장애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원한다거나 건강에 이상이 없는 튼튼한 몸이지만 과체중으로 보인다고 무조건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것은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스토리 연출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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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포터
크리스 누난 감독, 르네 젤위거 외 출연 / 유케이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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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읽고, 베아트릭스 포터 전기를 읽고, 베아트릭스 포터 전기 영화를 보는 3단 콤보 완성되었다. 개인적으로 피터 래빗은 그냥저냥그랬다. 아마 내가 동심이 없어졌던가 나의 시선이 너무 비판적이던가 아니면 둘 다 던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전기였던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은 대충 어떤 삶을 살았겠다는 느낌을 받았던 책이었다. 영화 미스 포터는 책 2권의 실사화인데, 그 때 당시의 전반적인 시대 상황을 보았을 때 베아트릭스 포터가 자신의 편집자였던 노만 워른과 사랑에 빠지고 노만의 죽음 이후 윌리엄 힐러스와 결혼하게 된 전반적인 상황을 공감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당시 여성에 대한 차별로 딱히 결혼을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마음에도 들지 않는 남성과 결혼을 하라고 하는 어머니도 싫었을 것인데, 노만 워른이나 윌리엄 힐러스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니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영화 자체가 너무나 평이하게 흘러가서 별 재미가 없다. 가족과 미스 포터의 갈등을 더 제대로 보여주거나 미스 포터가 동화 작가로 성공한 내용 내지는 그 시대를 사는 능력있는 여성으로서의 미스 포터의 삶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보다 좋은 영화라는 평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리뷰 몇 개를 읽어보니 배경이 상당히 아름다워서 취향저격된 사람도 있던데, 베아트릭스 포터가 정원을 그리는 부분 같은 경우 상당히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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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 - 피터 래빗의 작가
마르타 맥도웰 지음, 베아트릭스 포터 그림, 김아림 옮김 / 남해의봄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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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토끼의 해라서 토끼가 나오는 동화책 피터 래빗을 읽고 관련 글을 써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원고를 쓰기 위하여 피터 래빗을 읽은 후 피터 래빗의 창조주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에 대해 쓴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을 읽게 되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은 전반적인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생에 대해 기록이 되어 있는 기록물인 것은 맞지만, 베아트릭스 포타가 사후 자신에 대해 기록이 되어있는 모든 기록품을 없애달라고 한 유언 때문인지 몇 가지 부분은 '그렇다고 하더라' 내지는 '이런 기록이 있었다던데 없더라'로 쓰인 부분도 있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자체가 꽤 부유한 편이었던지 어렸을 때부터 가정교사가 상주하여 프랑스어, 독일어와 함께 여러 교육을 받았으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스로 균류에 대한 논문을 쓸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났기에 여성에 대한 차별만 없었다면 베아트릭스 포터는 피터 래빗의 창조주가 아닌 찰스 다윈 같은 초기 동식물학자로 유명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살았던 19세기 중후반과 20세기 초기만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차별은 매우 심각하여 베아트릭스 포터가 쓴 균류에 대한 논문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회에서 직접 발표를 하지 못하고 친척 남성에 의해서 발표가 되었다고 한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지만 뭔가 이 쓰레기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맘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여 집에서 꽤 많은 동물을 키웠던 것으로 적혀있지만 그 동물 가운데 몇몇은 불법으로 밀수된 동물이었다고 하니 딱히 집안 자체가 동물권에 관심 있는 집은 아니었던 것 같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동화 중에서도 몇몇 부분은 종 차별주의적인 묘사가 눈에 띄기는 했다. 다만, 동식물에 대한 그림을 계속 그리고 관찰을 하다 보니 급진적인 동물권 활동까지는 아니지만 환경보호운동의 일환으로 개발 위기에 놓인 땅을 구입하여 개발 자체를 아예 하지 못하도록 했다.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땅을 환경보호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을 했다고 하니, 열혈 동물권 활동가는 아니더라도 열혈 환경보호 활동가는 맞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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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위대한 도약 - 크리에이티브의 불확실성이 기회가 되기까지
로렌스 레비 지음, 강유리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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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풀네임보다는 '픽사'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기업은 조지 루카스의 영화사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부분 부서였다. 루카스의 이혼소송 때문에 급전을 만들 목적으로 실사 촬영 영화 장면을 디지털화하고 특수효과를 입히는 맞춤형 컴퓨터를 개발하는 부서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부서를 스티브 잡스에게 판매한 것이 픽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루카스의 이혼 소송이 아니었더라면, 루카스가 여유자금이 있었더라면 우리가 아닌 픽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참고로 이 책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가 아닌 변호사 경력이 있는 기업인 로렌스 레비이다. 로렌스 레비는 스티브 잡스에게 스카우트가 되어 픽사의 최고재무책임자가 되어 사업전략 담당과 IPO를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스티브 잡스는 어쨌거나 실리콘밸리 성향의 기업인이었기에 픽사의 3D 애니메이션보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수익적인 면에서 더 효과와 효율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론적으로 픽사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같은 회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문화산업으로 나아간다. 이 부분은 로렌스 레비의 판단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재무적인 측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 사업성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티브 잡스를 설득한 그의 판단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픽사가 성공한 기업이 되기까지 여러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 로렌스 레비가 픽사에 합류할 당시 스티브 잡스가 픽사에 개인 돈 5천만달러 정도를 투자 했음에도 적자가 지속되었고, 뭔가 수익이 날 만한 상황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디즈니와 계약한 애니메이션 제작건(그게 바로 토이스토리)과 대규모 영화에나 필요한 이미지 랜더링 판매 건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사실 연명도 아니고 그냥 적자기업이었다. 로렌스 레비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픽사의 첫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보고 사업성이 있으며 성공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게 되었고 스티브 잡스를 설득하여 픽사가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전환을 하게 된다.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사회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스토리 제작팀 존 라세터 사단을 믿고 일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 뮤지컬 같은 문화 산업의 근본적인 힘은 바로 스토리 제작팀의 창조성이 대중에게 공감을 얻고 예술성을 보여주면서도 그 창조의 원천을 잃지 않는 것이다. 픽사 이사회가 스토리 제작팀을 믿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가 아는 그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없었을 것이다. 픽사가 위대한 도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근본이 되는 것을 지켜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평은 상당히 많이 엇갈린다. 성공한 기업가이지만 성격이 매우 괴팍하고 친딸을 인정하지 않아 소송까지 거는 그의 행동을 보며 '미치광이 천재'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수도 있다. 픽사, 위대한 도약의 저자 로렌스 레비의 시선으로 본 스티브 잡스는 어찌되었더나 기업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이고 명확한 이유와 근거로 말을 하면 수긍을 하고 설득이 되는 사람이었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괴팍하다는 평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명확한 이유, 근거, 계획 없이 스티브 잡스를 설득하려다 실패하고 독설을 얻은 사람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스티브 잡스는 적을 꽤 많이 만들어낸 사람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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