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벚나무 길 17번지에는 유모 케이티 아주머니도 함께 살았지만,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벚나무 길 17번지를 떠났기 때무이다. 뱅크스 부인이 말했다. "당신한테 미리 얘기도 안 했죠? 나한테도 아무 말 없었어요. 유모가 그렇게 덜컥 나가 버렸으니 이제 어떡하죠?" 뱅크스 씨가 구두를 신으며 대답했다. "광고를 내요, 여보. 나가려면 로버트슨 녀석이나 훌쩍 나가 버릴 것이지. 이번에도 구두를 한 짝만 닦고 한 짝은 손도 안 댔다니까. 내 꼴이 얼마나 우스울까." 뱅크스 부인이 말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당신 케이티 아줌마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했어요." 뱅크스 씨가 대꾸했다. "케이티 아줌마를 어떻게 하다니? 벌써 나가고 없는 사람이잖아. 흐음, 내가 당신이라면, 아니, 나라면 말야, 아침 신문에 낼 광고를 써 줄 사람을 찾아보겠어. '뱅크스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인, 마이클, 존, 바브라한테 지금 당장 유모가 필요하다. 돈은 되도록 적게 받고 일은 아주 잘 하는 유모여야 한다.' 라는 광고를 써 줄 사람을 말야. -10-11쪽
그러고 나서 유모들이 대문 앞에 줄을 설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런 다음 유모들한테 짜증을 팍팍 내는 거야. 유모들 때문에 교통이 마비되어 경찰이 올 거고, 그럼 내가 경찰한테 수고가 많다면서 1실링을 쥐여 줘야 할 테니까. 여보, 난 이제 가 봐야겠어. 으흐흐, 날씨가 북극처럼 춥군.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고 있나?"
(크하하. 돈은 되도록 적게 받고 일은 아주 잘 하는 유모여야 한다!! 광고 한번 죽이네.)-11쪽
"한 가지 방법밖에 없겠구나. 우리 모두 아주 심각하고 슬픈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럼 내려갈 수 있을 거다. 자, 하나, 둘, 셋! 슬픈 생각만 해야 된다, 슬픈 생각만!" 다들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이클은 언젠가는 꼭 가야할 학교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학교 생각을 해도 웃음이 피식 나왔다. 제인은 '이제 열네 살만 더 먹으면 어른이 될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슬프기는커녕 즐겁고 우습기만 했다. 커서 긴 치마를 입고 핸드백을 메고 다닐 생각을 하니, 얼굴에 절로 웃음이 번졌다. 위그 씨는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엾은 에밀리 고모님이 생각나. 버스에 치여 돌아가셨지. 아, 슬프다, 너무 슬퍼, 정말 끔찍하게 슬퍼. 가엾은 에밀리 고모님. 하지만 고모님의 우산은 멀쩡하더군. 정말 우습지, 그치?"-48-49쪽
"안 되겠어, 그만둘래. 꼬마 친구들도 슬픈 생각을 하는 데는 나만큼이나 소질이 없군. 메리, 어떻게 좀 해 줘. 우린 차를 마시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다. 슬픈 생각하는데는 영 소질이 없고 싶다고!)-49쪽
"우린 곧 갈 거야. 세계 여행을 하다가 잠깐 들렀을 뿐이야." 팬더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서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나랑 여기 있어도 되는데, 세상을 떠돌아다니겠단 말예요? 아냐, 아냐. 마음대로 하세요, 메리. 당신은 늘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했으니까요. 아무리 한심하고 터무니없느 ㄴ일이라도 말이죠. 죽순을 몇 개 뽑아 가지고 가세요.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끼니를 때울 수 있을 거예요."
(시크한 팬더.. 죽순까지 챙겨주다니.)-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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