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에 난 여행 경험이 많은 기타리스트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람 말로는 6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누구 못지않게 연주를 잘했다고 한다. 그는 카를로스 산타나에서 랜디 캘리포니아,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까지 온갖 사람과 무대에 함께 섰단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많은 걸 가르쳐준 기타리스트는 그가 풋내기일때 만났던 한 나이든 블루스 연주자였다고 한다. 어떻게 연주하는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렇게 대답해주었다고 한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15분 만에 가르쳐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거야."
                                                                  - 데릭젠슨 <네 멋대로 써라> 에서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십시요."
나이든 작가 윌리엄진서에게 부탁했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15분 만에 가르쳐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 거야."

그리고 15분 동안 그가 알려준 것, 그것이 이 책 내용이다. (내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5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것 아닌가! 훗-)

 

   
  글은 써야 는다. 그거야 당연한데, 이 말이 당연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다.

신문사에서 매일 글 두세 편을 써야 하는 일을 하면 여섯 달 안에 훨씬 잘 쓰게 될 것이다. 반드시 좋은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군더더기와 진부한 표현이 가득할 수 있다. 하지만 종이 위에 언어를 펼쳐놓는 힘과 자신감이 생기고 일반적인 문제를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글쓰기는 결국 문제 해결의 문제이다. 어디서 사실을 수집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접근법이나 태도, 어조나 문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부딪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49p.)
 
   


   
  궁극적으로는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나는 전에는 한 번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과학 분야의 글을 재미있게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나를 사로잡는 것은 자기 분야에 대한 글쓴이의 열정이다. 그는 왜 그 문제에 끌렸을까?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어떤 감벙을 품고 있을까? 그것이 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월든 호수의 체험을 쓴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월든 호숫가에서 혼자 일 년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좋은 글쓰기의 핵심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여기에서 나온다. 바로 인간미와 온기다. 좋은 글에는 독자를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붙잡는 생생함이 있다. 이것은 자신을 꾸미는 기교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명료하고 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그런 원칙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원칙은 대개 익힐 수 있는 것들이다. (17p.)
 
   

 
이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미'와 '온기'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더욱 집중하여 책을 읽었고, 이 책이 어째서 30년동안이나 많은 사람에게 읽혀졌는지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게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작가가 말했던, '글쓴이의 열정'이다. 지난 30년이 문제가 아니다. 윌리엄진서가 살아있는한, 아니 그가 죽더라도 오랫동안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읽혀질 것이다. 

*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다.(128p.)
 
   

 

*

인상깊은 구절이나 도움이 되었던 부분을 쓰자면, <글쓰기 생각쓰기> 책 전체를 옮겨놔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그럴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리뷰가 될 것인가?  적어도 이 책에서 배운 한가지는 연습해봤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면 좋다. 그 한가지란? 바로, 더 쓰고 싶더라도, 끝이라고 느낀 곳에서 곧바로 끝내야한다는 것, 끝.


물론이다. '이 생각은 내가 스무살때 일기쓰면서 했던 생각인데!' 라면서 잠깐 억울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실은 이건, 글을 쓰는동안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그럼 작가는 '생각'을 파는 사람인가? 아니면, '생각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인가?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곁들여지면서 재미있게 책을 다 읽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작가는 생각을 파는 일이라기보다는 '생각하는 행위'를 보여주는 일이 맞다. 음악 분야로 생각해보면 '작곡가'도 있고 '가수'도 있고 그렇지만, 작가는 분명 노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그렇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라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노래가 아니지 않은가! 아직까진 '생각하는 행위'를 라이브로 공연하는 일은 없지만, 누가 알아?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런 끔찍한 '언젠가'는 없었으면 좋겠구먼! 아아아! 혼자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이제 좀 돌아오시지! 지금 당신 <글쓰기 생각쓰기> 리뷰 쓰는 중이라고! 아참참참...    

나로 말하자면, 예전부터 스트레스해소법으로 글쓰기만한것이 없다고 느껴왔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도 '말'보다는 '글'이 더 효과적이었던 사람이다. 아직까지 글쓰기를 업으로 해본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 간단히 결정할 문제가 아닐텐데? 생각해봐. 글쓰기는 지금 니가 유일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데 그걸 '일'로 한다구? 일로 한다는건 책임이 따르는거쟎아. 책임지는 거 지긋지긋하지 않아? 니가 '책임'이라고 느낀 순간, 너는 또 다른 사람 책임까지 떠안게 될 거야. 그럼 또 싫증낼거구. 그땐 어쩔래? 

그런가? 그럴지도.. 나참. 근데 왜 이렇게 소심해진거야? 책에서 가르쳐준건 이런게 아니쟎아? 리뷰를 왜 써? 나 자신이 <글쓰기 생각쓰기>에 대한 생각을 더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거지. 좋은 책이구,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답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던거쟎아? 그런 책임감이라면 얼마든지! 꼭 돈받고 하는 일만 일인가, 조금이라도 내가 '책임'을 느끼는 일이라면 그게 일이 될 수도 있는거지!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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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전략 메모 - 100명의 머리를 이기는 짜릿한 전략 이야기
박종안 지음 / 흐름출판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각양 각색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 어머니는 요즘 철저하게 이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신다.
, 우리 언니는 참 끈질기게도 사랑, 남자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럼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나는 아마도 이라는 안경을 쓴 것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12개의 전략 메모>라는 책은, 전략이라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쓴 책이다.

4~5, 지은이의 글 중에서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명예, 사랑, 건강, 신앙, 가족 등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답이 다를 것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꾸며 나가기 위해서, 나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전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략이라는 안경을 낀 지은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6,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의성, 전략 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부담스럽다며
피하려고만 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읽을 만한 창의적인 전략 책을
선사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이고,

그 내용은 이렇다.
6, <손자병법>을 현대 기업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이 책에는 대그룹 총수의 혼외자식이 낳은 딸이자 중소기업체의 말단 직원이었던 주인공이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어 CEO가 되는 과정에서 손자에게 전략을 배워나가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80~81
난 말일세,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네.”
뭐가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허무맹랑한 말을 누가 지껄였단 말인가?”
손자의 말에 서노는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야 선생님께서 손자병법에서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허허허, 이 세상에 필승(必勝)이란 있을 수 없네. 요즘 유명한 홍만이라는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고 한들 자네가 이길 수 있겠는가?”
…!”
서노는 그제야 손자의 말을 이해했다.
2미터가 넘는 거구에 씨름과 격투기로 단련된 최홍만에 대해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서노로서는 그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손자는 모공편의 한 구절을 읊어주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부지피이지기(不知彼而知己)면 일승일부(一勝一負).
부지피부지기(不知彼不知己)면 매전필태(每戰必殆)니라.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상대방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패한다.
그리고 상대방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매번 싸움에서 위험에 빠진다는 뜻이라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어디 가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쓰지 말게나.
공부 좀 했다는 이들이 무식하다고 손가락질을 할 터이니.
호호호. , 잘 알겠습니다.

178~180
손자는 서노에게 손자병법 병세편(兵勢篇)의 한 구절을 읊어주었다.

성불과오(聲不過五)나 오성지변(五聲之變)은 불가승청야(不可勝聽也).
색불과오(色不過五)나 오색지변(五色之變)은 불가승관야(不可勝觀也).
미불과오(味不過五)나 오색지변(五味之變)은 불가승관야(不可勝嘗也).
전세불과기정(戰勢不過奇正)이나 기정지변(奇正之變)은 불가승궁야(不可勝窮也).
기정상생(奇正相生)은 여순환지무단(如循環之無端)야니라.
숙증궁지재(孰能窮之哉).

소리는 다섯 가지 기본 소리에 불과하지만 다섯 소리를 서로 섞으면
이루 다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소리가 만들어지네.
색은 다섯 가지 기본 색에 불과하지만 다섯 색이 서로 섞이면
이루 다 볼 수 없는 다양한 색이 만들어지네.
맛은 다섯 가지 기본 맛에 불과하지만 다섯 맛이 서로 섞이면
이루 다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맛이 만들어지네.
전쟁의 전술도 원칙변칙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그 두 가지가 서로 섞이면
이루 다 추측할 수 없는 다양한 전술이 만들어지는 법이지.
변칙원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것일세.
그것은 마치 연결된 고리의 끝이 없는 것과 같으니 누가 그 변화의 끝을 알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손자병법>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은이의 말에서 밝히기도 했고, 끝까지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이 책은, <손자병법>을 근간으로 이루어져있다

올해 유난히 창조 경영이라는 말을 흔하게 들어서 그런지,
나는 오히려, 손자병법 입문서쯤으로 이 책을 이해하는게
더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느낌이다

쉽게 <손자병법>을 맛보고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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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김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 당최 사람은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배웠다는 사람들 마주하기가 더욱 무섭다.
저마다 자신들의 집에서는 어쩐지 몰라도
아비들에게 너무 험한 소리를 가리지 않는다.
저들의 아비는 그렇지 않다고 여길지 몰라도
결국 따지고 보면 모두 같은 삶을 산
다르지 않은 사람들인데 말이다.
신문에도 책에도, 심지어는 연속극에까지
역사는 거울이라는 소리가 흔하다.
거울은 들여다보고 자신을 가다듬는 것이지
깨트리는 것은 아닐 진데…….」
- 소설 [가족] 중에서..



깨진 거울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세상이 급해지고 있어요. 모든 면에서...
급할 것 없는 시간은 도도히 흘러가는데,
세상은, 사회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둘러 가나…
제 모습 참지 못하고 깨뜨려버린 거울…
깨진 조각 치워버리기나 할 일이지,
그마저 남탓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이리 찔리고 저리 찔리고…
피흘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내가 내 거울을 깨뜨려버리면,
반드시 쩍- 금이 가는 거울이 하나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가족의 거울' 입니다.

이 책을 통해 김정현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처절하리만치 '가족의 거울'을 지켜내려는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아버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난 4월에 봤던 영화 <우아한 세계>가 생각나더군요.
'혹시 원작이 이 책인가?' 싶을 정도였는데,
너무나 확연히 다른 결말을 보면
특별히 상관은 없는 모양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하나,
십수년전에 읽었던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가 떠올랐습니다.
등장인물 각자가 화자(話者)가 되는 공통점때문이었기도 하고,
같은 상황을 놓고도 각자 마음속엔 얼마나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지 잘 나타나,
'저마다의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을 붙들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생이
아련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갈등이 시작되고, 갈등이 무르익고, 잘 터져나와 결말은 완벽한 해피앤딩입니다.
완벽한 해피앤딩...
언제부터인가, 어른이 읽는 소설에서 이런 결말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시작된 '갈등'의 소용돌이가 속시원하게 싹- 걷혀져 나가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떨어지는 창가에 앉아있는 느낌이,
꽤 만족스럽네요.(난 역시 해피앤딩이 좋다! ㅎㅎ)

시작은 이렇습니다.
<갈등이 시작되는 장면, 아버지(광수), 2쪽>
「하지만 1년 남짓 흐른 뒤부터는 부자간에 큰소리 낼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녀석이 백팔십도 달라진 건 아니었다. 그저 녀석이 눈을 흘기지도
대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숫제 입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뒤늦게 생각
하면 그게 이를테면 대화의 단절 같은 것이었다. 아마 녀석은 무식한 아비라
고 무시한 것일 거다. 공부는 그랬지만 주먹질은 제법 하는 눈치였으니 나름
대로 학교에서 잘나가는 녀석들과 어울렸고, 그네들과 이것저것 비교해보자
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한편 서운한 마음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속이 끓기는 했지만 부닥치지 않으니 아비된 처지에 먼저 시비를 걸 수도 없
었고……. 그렇게 데면데면 지난 지 이제는 꽤 오랜 세월이 되어버렸다.」

밤 12시, 잠이 올때까지만 읽자고 잡았던 책인데,
이 장면, 처음 시작 장면이, '나 자신과 아버지'와 너무나 흡사해서,
그만 새벽 4시까지 잡혀버린것죠.. (잠깐 눈붙이고 출근해야지 했다가..
그만.. ㅜㅜ 업무에 쫌 영향을 받았다는...ㅋㅋ)

그만큼 재밌고, 전개가 빠른 이야기입니다!
속도에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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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문화사 - 교양과 문화로 읽는 여성 성기의 모든 것
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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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4세기 독일에는 수도사의 징벌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 젊은 수도사가 숙련된 여성에 이끌려 정욕의 세계에 입문한다.
그런데 수도사가 서툴기 때문에 여성이 상위를 차지한다.
다음날 아침, 걱정된 수도사는 시종에게 상담한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밤을 보내면 가끔 아기가 태어난다고 들었네.
그러니 거짓 없이 말해주게, 둘 중 누가 아기를 배는 것인가?'
'다 말씀드립지요.' 시종이 답했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랍니다.'
'큰일이구만.' 수도사는 자신이 얼마나 큰 불행에 처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중얼거렸다. '아, 어쩌면 좋을까? 이 무슨 재앙인가! 내가 아래에
있었으니, 내가 아기를 배게 되겠구나! 명예를 잃겠구나!
수도원장이 눈치 채면 나는 어떻게 하나? 형제 수도사들이 나를 내쫓겠지.
그들의 경멸을 받느니 죽는 게 낫겠구나.'

-<버자이너 문화사> '7장. 생식에 관하여' 中


뭐 이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성 관련 지식이 얼마나 얕은 수준인지 비로서
느낀다. 반면, 책을 읽고, 그 수준이 얼만큼이라도 깊어졌다고 해서 지금 내 생활
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도모할 수 있으랴, 생각하니 다소 허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사흘동안, 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는데,

첫 날, '1장 여성성에 대하여', '2장 알맞은 용어를 찾아서', '3장 여성 성기의
구조' 까지 읽었는데, (이 책은 총 14장으로 되어있다.) 이런 주제의 책을 읽는다는
자체가 왠지 불편하고, 과연 이 여행이 내게 의미가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둘째 날부터는, 책을 읽는 태도가 좀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유는, 4장 생리학 내용이, 내가 초경을 시작한 이후 겪어왔던 성 관련 경험과
고민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경험을 직접 대입시킬 수 있는 내용
들이 나오니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자세가 되고, 나머지는 줄곧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성’을 매개로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할례’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나는, 그것을 유대인들의
풍습 정도로 알고 있었고, 남동생이 어릴적에 포경수술을 하고 왔던 날에도,
그건 그냥 남자가 되기위해 필요한 통과의례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여자에게도 ‘할례’를 시행하는 나라가 있고, 어떻게 시행되었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런 내용이 자세하게 나온 9장을 읽으면서는,
그런 풍습을 가진 곳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그렇고, 실제로, 내가 가장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7장. 생식에 관하여’다. 이 곳에서 나의 개인적인 고민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인데, (고민을 공개할 수는 없다. 진짜진짜 개인적인 고민이라서
ㅜ.ㅜ;;) 아쉽게도 책을 통해서는 고민 해결이 어려웠다.
책의 분량으로 볼 때, 방대한 내용을 담은듯하지만, 모든걸 담지는 못했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관련한 책이 2권, 3권, 시리즈로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된다.

원래 ‘인용’을 많이 하며 리뷰를 쓰는데, 오늘은 예외다.
기능적으로 보자면, 이 책은, 성에 관련하여, ‘여성성’에 초점을 맞춘 ‘백과사전’ 같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은 두고두고 궁금할 때 펼쳐보는 책이지 않는가. 지금 당장은 이
책을 통하여 실생활에 변화를 도모할 무엇이 없지만,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나 계속
된다면 나의 인생은 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조만간 나에게도 이 책을 참고하여야 할
그런 일이 발생하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이 책과 같은, ‘남성성’에 관한 책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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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차수연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주일짜리 휴가를 앞두고 있다.
3년만의 휴가라 그런지 꽤 들떠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알찬 휴가를 보낼것인가.
그러다 이 책을 잡았다.

작년 여름, 휴가 못가는 대신 서울 시내 큰서점을 둘러보다가
여행코너 좋은 자리에 자리잡고 있던 책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춰보다가
구입한 책이다.

이 책은 우선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떠나라거나, 여행을 통해서 무언가 교훈을 얻으라거나
그런 메세지가 없다.

그냥 보이는 풍경들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좀 더 집중해서
자세하게 보고, 사진을 찍고, 사실과 느낌을 적절하게 풀어놓았다.

그래서 다시 읽어도 편안하다.
'이런거라면 나도 휴가 끝나고 책한권 내볼수 있겠는걸?'
그런 생각마저 든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보여준다고 할까...

친구들과 공감하고 싶은 구절들도 많아서
편지쓸때 인용해가며.. 유용하게(^^) 읽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그리려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어루만지기보다
-한 사람의 가슴을 도려내듯 절절한 표현을 하고 싶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을 향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슬로우 볼을 던지는 것보다
-오직 거기에 있는 당신을 향해 광속구를 던지고 싶다.

-보편적인 작품으로 밀리언셀러를 만들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코무로* 같은 보편성이 아니라, 레논 같은 보편성을 찾고 싶다.

-'한사람'에 대한 깊고 강렬한 사랑이 가져다 주는 열정으로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싶다.

-인간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뜨거운 것은
-오늘도 어제도, 동양도 서양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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