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하나
생각 하나
마음 하나

먼 옛날 사람들이 의사소통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땐 적지 않은 오해와 혼란이 있었을 것입니다. 별을 따 달라고 했는데 꽃을 따 온다거나, 물마시고 싶다는 사람에게 밥을 차려 준다거나.

이런 오해와 혼란을 막고자 사물이나 현상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때 가장 먼저 이름을 얻은 것은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 가장 가까운 것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대부분 한 글자였을 것입니다.

꿈, 별, 꽃, 밥, 물, 봄, 집, 나, 힘・・・・・

한 글자 이름이 동난 후에 두 글자, 그다음에 세 글자 이름을 붙였겠지요. 그러니 한 글자로 된 말의 의미만 잘 살펴도 인생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할 가치나 가르침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글자 말을 추렸습니다. 하나하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봤습니다. 글자 하나에서 생각 하나를 끄집어냈습니다. 마음 하나를 끄집어냈습니다.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엮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손이라는 한 글자로 들고, 눈이라는 한 글자로 보고 있는 이 ‘한 글자‘라는 제목의 책이 당신을 많이 위로하고 응원하고 미소 짓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라는 한 글자의 바람입니다. - P8

부탁 하나


이 책은 한 글자로 된 말에 대한 단상을 모은 책입니다.
짧은 글 모음이라 해도 좋고 짧은 문학이라 이름 붙여도 좋습니다. 빨리 읽겠다 마음먹고 읽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이면 다 읽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방법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 하나하나는 서로 연관이 없습니다. 책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갖고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후다닥 읽어 버리면 머리에 가슴에 남는 게 하나도 없을지 모릅니다.

부탁입니다. 느려 터져 주십시오.
5초에 읽을 수 있는 글을 5분에 읽어 주십시오. 하루에 손가락으로 꼽을만큼씩만 토막 내서 읽어 주십시오. 작가가 활자화하지 않고 행간에 넣어둔 이야기를 당신이 꺼내서 읽어 주십시오.

맞습니다. 별걸 다 간섭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책을 골랐다는 건 정철이라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 보겠다. 들어 주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드리는 첫 부탁입니다들은 척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자, 이제 느림보가 되는 겁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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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헤어지자 마음먹고 마침표를 찍었다가
끝내 연필을 떼지 못하고 꼬리를 내리는 것.

사랑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쉼표의 연장.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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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렌티우스 발라Laurentius Valla, 1407~1457)
그는 언어를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소통과 문화 변용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라틴어의 고상함에 대하여』라는 책을 씁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 모든 표현의 기초가 되고, 그것이 참다운 지적 체계를 형성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라틴어 사용의 지향점과 그간 잘못 사용되어왔던 라틴어 문법을 정리하고, 소통의 중요한 도구로서 언어의 고상함에 대해 설파합니다. - P44

저는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가 참 거칠다고 느꼈어요. 연장자는 나이 어린 사람을 쉽게 하대합니다. 혹은 나이보다도 계급에따라 말의 태도가 달라져요.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언어 사용이 당연히 여겨지는데 이런 언어 태도에 불쾌했던 적이 꽤 있습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라틴어는기본적으로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수평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 로마가 스페인을 정복하고, 북아프리카를 정복해 식민지로 삼았지만 스페인이나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로마에 지배당한다고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로마는 식민지 출신의 사람들 중 우수한 인재들을 사회 전반에 기용했고, 이들은 로마 제국의 경영, 경제 군사 분야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가 로마인들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을 겁니다. - P45

또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발라가 말한 라틴어의 ‘올바른 사용‘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책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 모든 표현의 기초가 되고, 그것이 참다운 지적 체계를 형성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한글을 빨리 깨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른 나이에 외국어 교육도 받게 합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생각 또한 이해할 수 없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밀어붙이느라 바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부터 내는, 서로 저마다 다른 말을 하는 광경을 주위에서 자주 봅니다. 그것은 결국 외국어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국어로 안 되는 건 외국어로도 안 됩니다. 게다가 모든 언어 공부가 결국 시험으로 귀결됩니다. ‘언어‘를 알기는 아는데 그 언어를 ‘제대로 쓸 줄‘은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 P46

저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언어는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항구에 정박되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항구를 떠나 먼 바다로 나가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해요. 어쩌면 그것은 배가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물거품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배와 배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아야 하는데 물거품을 보는 데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죠. 이는 정작 메시지를 읽지 않고 그 파장에 집중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오해가 쌓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 P46

결국 발라가 말한 ‘라틴어의 고상함‘은 라틴어가 문학적으로, 혹은 언어적으로 뛰어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언어를 제대로 잘 사용할 때에 타안과 올바른 소통이 가능한데, 라틴어가 바로 그런 언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개 국어를 하는가, 어려운 외국어를 할 줄 아는가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외국어로 유창하게 말할 줄 알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유명 인사의 강변보다 몇 마디 단어로도 소통할 줄 아는 어린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언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나는 고상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을까 하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언어 속에서 고상함을 발견하고있나요?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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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과식, 알코올 및 약물 남용, 과도한 노동, 심한 운동, 직장에서의 성취 추구, 재정적인 성공 추구 등을 택합니다. 위로받을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중독에 빠지기 쉽습니다.

알코올이나 담배 중독과 같이 몸을 혹사시키는 경우를 볼 때는 더욱 안타깝습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같은 일상적인 중독도 많이 있지요.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새로운 활동을 접하려는 시도를 통해 중독 상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P112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하다 보면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삶을 정리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가족 내 불화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평소에 그리지 않았던 것을 표현하면서 관계 회복의 욕구를 나타냅니다. - P127

모딜리아니는 대부분의 인물화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모델들의 눈동자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잔이 그 이유를 묻자, 모딜리아니는 영혼을 알아야 눈동자를 그릴 수 있다고 답합니다. 모딜리아니는 잔과 결혼서약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잔의 초상화에 처음으로 눈동자를그려넣었습니다. 왼쪽 그림은 잔의 눈동자를 그린 첫 그림입니다. 모딜리아니가 잔의 영혼도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겠죠. 이 초상화를 보니 잔은 도도하고 강한 여인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잔이 친정으로 가게 되어 둘은 생이별하게 됩니다. 모딜리아니는 아이와 잔을 몹시 보고 싶어 했지만 잔의 부모님이 가로막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뒤 모딜리아니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죽음을 맞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잔에게 "천국에서도 나의모델이 되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 P131

다시 「물랭루주」를 봅시다. 더욱 성숙한 로트레크는 사선 구도의 남자들 사이에 자신을 배치함으로써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 자기 강화를 했을 것입니다. 

사람들과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서로를 드러내는 자기 노출입니다. 

자기 노출은 자신의 내적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는 기능, 표현을 통해 애매한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기능,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자기의 의견에 대해 평가와 조정을 하는 기능, 스스로 노출의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상대방과의 관계를 통제하는 기능 등을 지닙니다. 

자기 노출은 상대방에게 호응을 요구하고 호응이 있을 경우 관계는 친숙해지죠. 이 과정이 상대방에게 이해와 연민을 일으켜서 관심과 배려로 이어지면 서로 신뢰를 쌓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만들어냅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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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사람들은 식물들에 대한 그리움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수렵 생활을 하던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식물과 함께 지내 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산이나 들판에나가 꽃과 식물들을 만나면 즐겁고 행복해지는 거라고 합니다.

......
감수자 심재헌 (경상북도 환경연수원 교수 팀장) - P10

달콤한 사탕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상상을 해 본 적 있나요? (......) 동아시아에 그런 나무가 실제로 있답니다. 바로 포도처럼 아주 달콤한 열매가 열리는 ‘헛개나무(이탤릭체로 Hovenia dulcis)‘지요 - P12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들은 헛개나무를 ‘악기를 만드는 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 헛개나무의 불그스레한 목재로 악기를 만들면 빛깔이 우아할 뿐만 아니라, 소리도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 P12

헛개나무의 씨앗은 심기만 하면 절 자라는 편이지만, 꽃은 5년이 지나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나무는 참을성이 많아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사람만이 재배할 수 있지요. - P13

헛개나무처럼 사탕이 열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소시지가 열리는 나무도있어요. 소시지나무(이탤릭체 Kiegelia pinnata)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자라지요.

소시지나무는 헛개나무처럼 집에서 키우기는 어려워요. 한번 떨어지면 자동차가 찌그러질 정도로 크고 무거운 소시지가 열리거든요. 

소시지나무는 커다란 자주색 꽃이 피어요. 그럼 달콤한 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박쥐와 새들이 날아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지요. 

꽃가루받이가 성공하면 소시지 모양의 열매가 열리고 50센티미터까지 자란답니다. 이 열매는 자라면서 점점 딱딱해지기 때문에 만약 소시지 나무의 씨앗을 얻으려면 아주 커다란 톱이나 도끼가 필요할 거예요.

소시지나무의 열매는 겉으로 보기에만 소시지 모양일 뿐 아쉽게도 먹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원주민들의 집안 살림에는 꽤 도움이 된답니다. 병이나 그릇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약 혹은 샴푸로도 사용하거든요. 또 싸움터에 나가려고 몸에 그림을 그릴 때 물감으로도 쓴다고 해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소시지 나무로 실로폰을 만들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소시지 나무의 열매로 마라카스 같은 리듬악기를 만들기도 한답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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