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꿈을 꿨다.
멍게 꿈이라니! 으으..
멍게 모양 바위랄까, 멍게 산이랄까 아무튼..
멍게를 잘 먹었는데,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일단 바위에 달라붙으면 성체로 변태를 하고 남은 평생을 거기에 눌러앉아 보낸다‘는 이야기는 너무 끔찍하다.
멍게를 먹을 때마다 그 끔찍한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
으으..
으으..
![](https://image.aladin.co.kr/product/28386/65/cover150/8901254530_1.jpg)
멍게는 제법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 올챙이를 닮은 멍게의 유생은 어리고 힘이 넘칠 때 바다를 헤엄치고 다니다가 경치 좋은 바위를 찾으면 휴식을 위해 자리를 잡는다. 바위에 일단 달라붙은 녀석은 성체 (관이 두 개 있는 둥근 통 모양)로 변태를 시작한다. 그러고는 남은평생을 거기에 눌러앉는다. 고무로 된 작은 백파이프같이 한쪽 관으로 물을 천천히 빨아들였다가 다른 관으로 내뱉으면서 말이다. 평생에 걸친 이런 느긋한 휴식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 어린멍게에게는 매우 단순하지만 뇌가 있고, 꼬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삭도 있다. 멍게는 이 신경삭을 이용해서 헤엄치면서 살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거기까지 이르는 움직임을 조정한다. 하지만 일단 바위에 닿으면, 멍게는 머리를 바위에 찰싹 붙인 후 거의 모든 신경계를 소화해버리고, 다시는 그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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