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아워 1> 밑줄 긋기

 

*

[올해의 한 문장] 이벤트에 참여하려다가 이렇게 긴 밑줄 긋기를 하게 되었다.

[올해의 한 문장] 이벤트에 제대로 참여하려면,

1. PC로 접속 한다.(모바일 참여 불가)

2. 이벤트 페이지로 찾아 들어간다.

3. 이벤트 페이지에 있는 '참여하기' 버튼을 누른다.

4. 해당 도서를 검색한다. (검색창이 따로 뜬다.)

5. 내가 고른 '한 문장'을 타이핑한다.

※이벤트 페이지에서 도서를 검색하면 그 책이 '올해의 책' 후보 도서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창이 따로 뜨지만 내가 고른 '한 문장'이 올해의 책 후보 도서가 아니라는 안내문을 읽는 것이 어쩐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올해의 책 투표 페이지에서 후보 도서를 쫙 검색해 본 뒤에, 이왕이면 올해의 책 투표도 하고(투표하면 적립금 1,000원. 당일 사용 가능), 거기에서 내가 읽은 책은 책을 골라서, 그 책을 다시 꺼내서 '한 문장'을 골라서 하면 된다.

 

그러느라 책을 읽은 책을 다시 읽게

 

211p.
21명의 한국인 선원들은 전원 살아서 구출되었다. 다만 한 사람만은, 살았으나 살았다고 할 수 없었다. 해군의 진압에 분노한 해적 하나가 석해균 선장을 향해 AK-48 총탄을 퍼부었다. 여섯 발의 총탄이 석 선장의 몸에 박히거나 몸을 뚫고 나갔다. 그중 세 발이 체간부를 관통했고 부서진 총탄의 파편이 대장과 간을 포함한 내장을 갈가리 부스려뜨렸다. 관통상을 당한 왼쪽 팔을 비롯해 양다리가 모두 으스러져 덜그럭거렸다.

212p.
밑 빠진 독. 우리는 DIC를 그렇게 표현한다. 중증외상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체내 응고기전과 용혈기전이 동시에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고, 혈액 응고와 용혈이 빠른 속도로 반복된다 혈액 내 모든 응고기전에 관여하는 인자들은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viscious circle) 속에서 소모되고, 출혈성 합병증을 포함한 다발성 장기기전이 나타나면서 결국 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이 기전을 끊어주려면 발병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에 정밀한 약물 치료 요법이 동반되어야 한다. 중증외상 화낮 치료에 매우 숙달된 외과 의사들이 정성을 기울여야 그나마 생존의 희망을 볼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도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높고, 그 죽음에서 의사들은 무력함을 느낀다.

214p.
기밀을 유지하며 기다려달라는 비공식 통보를 받았다. 연락은 국내 의료진 여럿에게 전달되었다. 정부에서 결정하면 국방부와 연결된 국내 의료 팀이 오만으로 파견될 것이다. 그것이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옆지라의 김지영은 곁다리로 듣는 듯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ㅡ 뭘 그렇게 신경 쓰세요. 알아서들 하겠죠.

감사로 초주검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우리는 이미 내일을 모른 채 오늘을 버티고 있었다.

229p. 환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너덜거리며 짓이겨진 상처에 하루에 몇 번씩 거즈를 갈아 붙여도 고름은 쉴 새 없이 침상을 적셨다. 죽은 생선이 썩어갈 때 나는 비린내가 주위에 진동했다.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은 그 냄새의 정체를 알았다. 그것은 죽음의 냄새다. 시시각각 덮쳐오는 죽음을 막아설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235p.
나는 머리를 두드리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보려 애썼다. 수많은 생각들을 걷어냈을 때 남는 것은 하나였다. ‘에어 앰뷸런스가 없으면 석 선장의 생환은 불가능하다.‘ 내가 사인한 팩스를 보내려는데 김지영과 김후재가 막아섰다. 김후재가 내 팔을 잡았다.
ㅡ교수님, 이건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건 아니지요. 이건 교수님이 책임질 사안이 아닙니다.
김지영이 내 손에서 서류뭉치를 낚아채 그대로 찢어버렸다. 나는 소리쳤다.
ㅡ김 선생, 뭐 해!
ㅡ교수님 월급으로는 갚지도 못할 돈이에요. 미쳤어요? 일 잘못되면 교수님만 죽어요. 아니 우리만 다 죽어요. 사람이 좀 물러설 줄도 알아야지 말이야!
서류는 김지영의 손에서 여러 차례 잘게 찢겨나갔다. 김지여은 서류에 한풀이를 하듯 찢고 또 찢었다.

236p.
찢겨 나간 서류에는 에어 앰뷸런스 사용 금액 ‘US $380,000‘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4억원이 훌쩍 넘는 돈이었다. 나는 그 액수의 무게가 얼마큼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레가가 나의 거짓말에 속은 것인지 편의를 봐주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30퍼센트의 선금도, 정부나 회사의 지급 보증도 없이 2시간 내로 결정만 해주면 살랄라공항으로 비행기를 보내준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237p. 치명적인 선택
팩스는 끝내 레가로 보내졌다. 김지영이 사인된 서류를 모두 찢어버렸으나 난 다시 서류를 받아서 그들 모르게 사인했고, 그대로 보냈다. 돌이킬 수 없었다. 이 사실을 몰랐던 김지영, 정경원과 김후재는 망여자실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낙담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모아 방금 전 사인한 서류를 팩스로 레가에 보냈음을 알렸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지영은 일어나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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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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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재능이 있으신가봐요.

ㅡ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난 상관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거라 하는 건데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 말고 혼자 했어요. 하도 (연습을) 하니까 지하절을 타면 사람들이 다 면으로 보이더라고.

 

한두 달 기초적인 강습을 받고 나니 혼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 맘대로 휘둘러보고 싶어" 시작한 미술이었으니까. 제일 그리고 싶은 대상을 마음속으로 떠올렸다. 어머니였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집으로 일주일에 두 번 씩 친정어머니를 오시라 해서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림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지인의 권유로 1982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단 일주일간의 전시회였지만 예상 밖의 호평을 받았다.

 

미술 시작하고 3년 만에 개인전을 할 만큼 작품이 되던가요? 작품 물량이 많아야 하잖아요.

ㅡ그때 전시한 게 한 서른 점 돼요. 집중하면 깅장히 속도를 내는 것 같아요. 난 꽂히면 거기에만 올인하고 유유자적하는 게 안 되는 사람이에요. 여럿이 공동화실을 썼는데 남들 차 마시고 잡담할 때도 난 구석에 가서 그림만 그렸어요.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설거지하고 집에서 나갔다가, 오후 3시에 애가 학교에서 올 시간 되면 집에 돌아오고 저녁 6시에 밥 먹이고 다시 화실 가서 12시까지 있다 왔죠.

 

서울대와 홍대 미대의 양대 산맥이 버티고 선 화단에서 독학으로 익히다시피 한 그림으로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ㅡ글쎄, 오히려 득이 되지 않았을까? 어느 쪽에도 안 속하니까 견제받을 일도 없고. 아니, 솔직히 얘기할게요. 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누가 끌어주든지 말든지! 근데 그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을까?

 

하하하. 그게 제 질문입니다. 그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냐고요?

ㅡ나도 모르겠어요. 처음 그림 그리기 시작할 떄는 누구나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죠. 세계적인 화가가 되고 싶고. 근데 그게 내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아. 그냥...... 내가 살아갈 어떤 방법을 찾는 것, 내가 존재할 이유를 찾는 것, 그게 제일 우선이었죠.

 

초기에 신문에 소개될 때는 '규수작가' '주부화가'로 호명되었던데요.

ㅡ그런 호칭 많이 썼어요. 정말 거지 같았어.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251~253p.)

핑크 소파를 박차고 나온 '우아한 미친년' 윤석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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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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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p.) 그 현기증 나는 일 초간, 리스베트는 살인이라도 할 수 있었다.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을 순서대로 처리해야 한다. 먼저 진실을 찾는다. 그리고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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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한/일 각본집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정미은 옮김 / 플레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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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에 참여한 이유: 표지 그림 99.9프로, 제목 1프로. (아무튼 덕분에 하루 하루 날짜를 꼽아보는 재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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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매거진 (GARM Magazine) 05 타일 건축재료 처방전
감씨 편집팀 지음 / 감씨(garmSSI)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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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건축재료로서 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복, 단조로움, 지겨움 등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 알게 된 「어라운드」 잡지사 사옥이나 외식업체 「스페인클럽」의 사례를 보니 타일을 다시 보게 된다. 책값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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