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 향기를 좋아한다. 단골 식당 주차장 화단에 로즈마리가 무성했다. 사장님이 말씀하시길,˝로즈마리가 그렇게 좋으면 조금 꺽어 가요. 가져가서 생수통에 꽂아두면 뿌리가 나와요. 뿌리가 나오면 화분에 옮겨 심으면 되요.˝ "감사합니다!" 사양 한 번 하지 않고 세 가지나 꺾어다가 500미리 생수통에 수돗물을 채우고 꽂았다. 3일째 하얀 뿌리가 나왔다. 일주일 후에 화분에 옮겨심었다. 일주일 만에 가지 두 개가 말라버렸다. 창가에 제일 가까웠던 가지 하나가 살아남았다. 작년 봄에, 자주 가는 하나로 마트 화훼 이벤트 시장에서 로즈마리 화분 2개를 샀다. (15,000원 × 2 = 30,000원) 같은 날 같은 집에서 산 거라 죽으면 다 죽고 살면 다 살리라 생각했는데 여름이 지나기도 전에 하나가 시들기 시작하더니 가을이 깊어갈 때 기어이 모든 잎이 다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둘의 차이라면 창가로부터 거리 뿐이었다(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아무튼 하나는 가고 하나는 남았다.《드루이드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 많이 울었다. 식물 입장에서, 인간 곁에 살아가는 식물들의 애로사항을,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대신해주는 느낌에 동화되었다고 할까. 말로 표현하지 못해 아프게 남아있던 내 몸 속 감정들이 일렁 일렁 일렁여 눈물로 흘러나오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봄을 기다린다.봄에, 여름에 가을에 겨울에다시 봄에 답장을 드루이드가 드루이드에게답장을 쓸 수 있기를ㅡ(12쪽) 이렇게,(13쪽)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6쪽) 계속 편지를 쓰겠습니다.(392쪽) 드루이드로부터 드루이드에게
원제 《MYSTERY》
인간은 깜짝 반전과 긴장감을 좋아하지만, 질서와 마침표를 갈망하기도 한다. 미스터리 박스의 묘미는 균형에 있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지루해지고, 너무 적게 보여주면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마음을 접는다. - P49
단순하면서 참신하거나, 혹은 복잡하면서 익숙하거나
호크니는 카라바조 작품의 디테일에서 단서를 찾았다. 일례로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1601)은 마치 사진처럼 선명한 작품이다. 윤기가 흐르는 포도, 원근법으로 표현된 예수와 사도들의 팔, 질감이 살아있는 식탁보 위로 얼룩덜룩 두리운 그림자. "어떤 소묘 화가라도 눈대중으로 그렇게 그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호크니는 이렇게 말했다. "현역 종사자들만 알 수 있는 사실일 수도 있겠어요. 요즘 미술사학자들은 그림을 그리지 않으니 말이죠." - P89
제이슨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도입부를 예로 들었다. "제가 그 책의 처음 몇 페이지만 읽고 왜 그토록 빠져들었는지 아세요? J. K. 롤링은 마법 학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평범한 동네에서 시작하는데, 그 평범함 때문에 소설의 디테일한 설정들이 흥미롭게 강조된단 말이죠." 고양이가 지도를 읽을 줄 알고, 황갈색 부엉이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기다란 가운을 입은 노교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를 운운한다. 이게 다 무슨 소린지 당최 알 수 없지만 궁금해진다.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이 이 한적한 동네에는 어쩐 일로 찾아왔을까?미스터리 박스의 등장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에서 관객을 냅다 미지의 세계로 내동댕이쳤던 것처럼, J. K. 롤링도 설명을 생략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 일은 픽션을 읽는 거예요. 그런데 세 페이지만 읽어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것 같은 책이나 시나리오가 많거든요. 하지만 『해리 포터』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더라고요." - P224
40년 뒤 뉴욕대학교의 종교학과 교수가 된 카스는 어린 시절 동네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리곤 했다. 이때의 추억과 비트겐슈타인 정독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는 게임의 본질을 분석한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한계가 있는 게임과 한계가 없는 게임, 이렇게 두 종류의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깨달음의 핵심이었다. - P218
한계없는 게임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고 오로지 플레이어만 존재하므로 - P240
미지의 무언가를 맞닥뜨리는 법 - P241
무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 -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