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뇌 -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0년 12월
품절


이 책은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뇌의 아름다움과 회복력에 대한 책이다. -9쪽

내게 사람들은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덩어리 같았다. -75쪽

우뇌가 나를 지배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더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비록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에너지의 역학 관계가 내게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폈다. 내게 에너지를 안겨주는 사람이 있고 내게서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76쪽

한 간호사는 내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세심하게 마음을 써주었다. 내 몸이 적당히 따뜻한지, 물이 필요한지, 고통스러워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녀가 나를 보살피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며 치유의 손길을 내밀었다. 반면 다른 간호사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마치 자기가 아픈 듯 요란하게 발을 끌며 다녔다. 우유와 젤리를 쟁반에 담아 갖다 주면서도 내가 손을 못 쓰니 용기의 뚜껑을 열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 몰라라 했다. 나는 어떻게든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 욕구를 모른 체했다. 말을 걸 때면 내 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혔다. 이렇게 그녀가 나와 소통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겁이 났다. 그녀가 나를 보살필 때면 왠지 불안했다.-76쪽

나는 완전히 기본으로 돌아갔다.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 쓰는 법, 퍼즐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신체의 회복 과정은 정상적인 발달 단계와 비슷했다. 각각의 단계를 익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일어나 앉으려면 먼저 몸을 흔들고 일으켜 세우는 법을 체계적으로 익혀야 했고, 그런 다음 몸을 앞으로 흔들어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첫 발을 뗐고, 어느 정도 안정되게 두 발로 섰고, 이어 혼자서 계단을 올랐다.-103쪽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하려는 의지였다. 일단 시도해야 했다. 시도한다는 것은 뇌에게 '이봐, 이쪽 연결이 중요해. 연결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고 말하는 것이다. 수천 번을 시도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다가 어느 순간 약간의 성과가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았다면 영영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103쪽

어머니와 나 모두 극도의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외상으로 고통 받는 동안 어머니가 가장 즐겨한 말은 "더 나쁠 수도 있었어!"였다. 정말 그랬다. 표면에 드러난 상황은 참혹했지만 훨씬 더 나쁠 수도 있었다. -104쪽

우리는 발전해가는 나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축하곤 했다. 어머니는 어제는 내가 이것밖에 못했는데 오늘은 이만큼이나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단계로 나갈 때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금새 알아챘다. 어머니는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내게 명쾌하게 설명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시켰다. 나의 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104쪽

뇌졸중 환자 중에는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성취에 주목하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105쪽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영어로 책임감을 뜻하는 'responsibility'는 반응response하는 능력ability이다). -179쪽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감정)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 데 90초 정도가 걸린다. 가령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적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 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신경 회로에 다시 접속할지, 아니면 감정을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생리 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179쪽

현재 우리가 가진 치료 방법에는 처방약을 통해 뇌세포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 심리 치료를 통해 인지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내가 볼 때 의료적 치료의 목적은 공통된 현실을 공유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196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리시스 2011-02-0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 아,, 이거 좀 끌리는데요?
그제까지 뇌과학 인문서를 읽고 있었기 때문인가 봐요.
그러니까 말이예요.
걸린 게 아니고 체험을 했다는 거 맞죠?

잘잘라 2011-02-09 12:01   좋아요 0 | URL
뇌졸중 걸린거, 맞아요.

뇌졸중으로 왼쪽 뇌기능을 잃었구, 왼쪽 뇌를 디귿자로 24센티미터 열어서 수술을 한 뒤에, 8년에 걸쳐서 왼쪽 뇌기능을 회복해서 뇌과학자로서 사명을 다하고있는.. 그런 여자 이야기입니다. (이거 안되겠군요. 리뷰 다시 올릴께요^^;;)
 
린치핀 -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인가?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구판절판


작업은 일과 다르다. 일은 지침을 따르는 것이고, 작업은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작업은 마감을 지키는 것이다. 세상으로 내보내 변화를 일으켜라. -193쪽

어느 누구도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기 위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톱니바퀴가 되도록 '훈련'받았다.-12쪽

나를 린치핀으로 이끄는 예술, 관계 맺기의 재능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매일 조금씩 스스로를 대체 불가의 존재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12쪽

우리가 우너하는 사람,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다. 독창적인 사상가, 선동가, 우리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마케터,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영업 사원, 꼭 필요한 일이라면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일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열정적인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가 필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이 모든 것을 함께 몰고 올 수 있는 사람,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바로 린치핀이다. -20쪽

예술가는 일에 대한 새로운 해답, 새로운 관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천재성을 가진 사람이다.-20쪽

'보랏빛 소'가 가치 있는 제품에 대한 은유였다면, '린치핀'은 가치 있는 사람에 대한 은유다. 누구나 찾아서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22쪽

어떤 나라, 어떤 기업을 가도 사람들은 남이 무엇인가 시키기만을 기다린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일을 통제하고, 권한을 가지고,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는 척을 한다. 하지만 하나를 포기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바람을 포기한다. -22-23쪽

공장시대의 경영 목표는 높은 PERL(Percentage of Easily Replaced Laborers), 즉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노동력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일꾼에게 굳이 돈을 많이 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돈을 적게 줄수록 사장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지방 신문사를 보자. 보통 신문사에는 400명 정도가 일하는데, 대다수는 간단한 해고통지서 한 장만으로 교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수의 영업사원과 칼럼니스트들뿐이다. 조직의 목표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지 사람이 아니다. -23쪽

우리 삶을 그동안 지배했던 시스템의 기본 공식은 간단하다. 맡은 일을 하라. 시간 맞춰 출근하라. 열심히 일하라. 상사의 말을 들어라. 참아라.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라. 그러면 보상받을 것이다….
이것은 사기다! 과격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실이다. 당신은 지금껏 사기를 당한 것이다. 거대한 사기극에 동참하기 위해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그 많은 세월을 팔아넘긴 것이다. 이 사기극에서 개인은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이 게임 속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면, 깊은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게임은 끝났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멋진 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9쪽

우리는 모두 사냥꾼이었다.
그리고 농경을 발명한 다음에는 농사꾼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농사꾼이었다.-34쪽

그리고 공장을 발명한 다음에는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공장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따르고 시스템을 지지하며 자신이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다.
그리고 공장은 죽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다.
이제, 예술가가 되는 것은 곧 성공을 의미한다.
실제로 공장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짜 역사는 예술가들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 미래는 조리법대로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이나 설거지하는 사람의 손이 아니라, 진짜 요리사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35쪽

화이트칼라 노동자란 하얀 깃이 달린 셔츠를 입고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곳은 여전히 공장이다.
물론 그들은 삽질을 하지 않는다. 대신 연필을 눌러쓰거나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컴퓨터로 일을 처리한다. 옷에 기름이 묻을까 걱정하기보다는, 점심 때 먹는 싸구려 음식으로 배에 기름이 차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일하는 곳은 공장이다.
계획과 통제에 따라 일을 해야 하고 성과도 측정되기 때문에 공장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이다.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 하루 종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침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공장이다. -35쪽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물, 인간성, 관계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창조해내는 예술가가 필요하다.
리더는 지도나 규칙을 찾지 않는다. 지도를 보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가 필요하다. 린치핀이 되어야 한다. -37쪽

오늘날의 초경쟁사회에서 추상적인 거시경제 이론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100만 가지 사소한 미시경제학적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수히 많은 결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느리고 비싼 것은 빠르고 싼 것에 밀려나기 마련이다. -39쪽

개인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까지 우리는 생산, 순응, 소비하는 삶을 강요받아왔다.
생산, 순응, 소비라는 세 가지 기둥이 변한다면 어떨까? 세상이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값싼 노동력보다 고유한 목소리와 놀라운 통찰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40쪽

이제 공장의 역할을 우리 마음이 대신한다면, 다시 말해 시장이 통차롸 창조, 참여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면 자본은 더 이상 이제껏 누리던 최고의 권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토대로 우리 경제에 세 번째 계급이 생겨나고 있다. 나는 이들을 린치핀이라고 부른다.-41쪽

어쨌든 자본가와 노동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첨예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두 계급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계급이 존재한다면 어떠할까? 단순히 자본과 노동의 대결이 아니라 양쪽 요소를 골고루 가지고 있는 세 번째 집단이 존재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42쪽

[ABC의 종말]

지금짜기 많은 일들이 '출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보수를 지급했다. 쏜튼 메이는 이런 시스템을 출근기반보상(ABC: attendance-based compensation)이라고 이름 붙이고, ABC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그런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 성공하는 조직은 차이를 만드는 사람, 대중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한다. -42쪽

여전히 보수가 낮고 별다른 존경도 받지 못하며 따라서 이직률도 높은 직종이 있다. 바로 이것이 '출근'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종이다. 정말 좋은 직종이라면 꼭 필요한 사람들, 즉 린치핀으로 채워진다. 이들은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함으로써 차이를 만들어낸다. -43쪽

[생산수단을 소유하다]

생산수단의 소유 문제는 모든 것을 바꾼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공장과 기계와 시스템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고 경영자의 손을 빌려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권력과 통제를 놓고 충돌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공장과 노동자는 서로 필요한 존재지만, 사실 더 절실한 쪽은 노동자다. 노동자에게는 반드시 공장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새로운 공장을 찾는 일에 비하면, 공장이 노동자를 갈아치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오늘날 가장 강력한 수단은 무엇일까? 바로 인터넷이 연결된 노트북이다. 1000만달러만 있으면 공장을 통째로 하나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권ㄹ력과 통제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새롭게 떠오른 일의 개념적 요소, 연결성, 커뮤니케이션을 마스터할 수 있다면 누구든 경영자들보다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경영자들도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동기부여하고 유지하고 관리해야 한다. -43쪽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새로운 세력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불로거, 음악가, 작가와 같이 다른 사람의 지지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들 수 있다. 페레즈 힐튼은 블로그에 글을 써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었다. 브라이언 클락이라는 블로거는 워드프레스라는 오픈 소스 블로그에 적용할 수 있는 멋들어진 테마를 만들어 돈을 벌었다. 애비 라이언은 매일 작은 유화를 한 점씩 그려서 이베이에 올린다. 그녀는 이렇게 그림을 팔아 1년에 1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번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 제작, 유통 채널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가이자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일을 하는 조직은 PERL(쉽게 교체할 수 있는 노동력 비율)이 매우 낮다. 사실상 1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교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43-44쪽

물론 평범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는 기발한 발명품이었던 것이 오늘은 좋은 상품이 되고 내일은 평범한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평범함이란, 좋은 물건이 되려고 했으나 실패한 것을 가리킬 뿐이다.

가치의 서열

창조/발명
관계
판매
생산
경작
사냥
채집

아래쪽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계단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줄어들고 일은 쉬워지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채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일에 대해서는 이제 거의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반면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 나아가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45쪽

[리마커블, 리마커블, 리마커블]

전작 《보랏빛 소가 온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업은 고객의 주목을 받을 권리가 없다. 지금까지 기업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평범한 제품을 만들어왔을 뿐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주목해달라고 계속 사람들을 귀찮게 굴었다. 이제 사람들은 기업을 주목하지 않게 되었다.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튀는 것이다.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것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존중하라. 사람들 스스로 이야기를 퍼트리도록 하라. -46쪽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훨씬 개인적인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당신은 지금 꿈꾸는 직업이나 경력을 누릴 자격이 없다. 오랫동안 평범한 조직에서 평범하게 일하는 평범한 일꾼이 되기 위해 힘들게 배우고 노력했지만, 이제 사회는 튀는 사람이 되라고 요구한다. 규칙이 바뀐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것이다. 성공하는 유일안 길은 남들보다 '리마커블'해지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말할까? 제품처럼 기능이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입소문 전략도 통하지 않는다. 한 개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이야기하지 않고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다. 남들과 다를 것이 없다면, 무수한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기 때문이다. -47쪽

자신의 가치에 걸맞은 것을 얻고 싶다면 무조건 튀어야 한다.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꼭 필요한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깊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내 자신을 알려야 한다. -47쪽

[뛰어난 사람이 되는 법은 어디서 배우지?]-49쪽

좋은 학교는 당신이 린치핀이 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꼭 린치핀으로 만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좋은 학교가 성공에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지만, 형편없는 학교가 성공을 가로막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왜 그토록 개개인의 타고난 예술성을 죽이기 위해 안달하는 것일까? 내면에 존재하는 예술성을 짓밟아야만 비굴하게 순응하도록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엄밀히 따지자면, 훌륭한 선생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49쪽

학생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런 선생이 필요하다. 진짜 문제는, 대부분의 학교가 이런 선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학교들이 훌륭한 선생을 짓밟고 잘라낸다. 관료적이고 평범하고 순응하는 선생들만 조직에 남긴다. -50쪽

내면에 예술성을 품지 않은 사람을 나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지금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나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왜 우리는 타고난 본능을 파묻기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노력하는가? 시장은 지금 소리치고 있다. 일어나 튀어라! 인간이 되어라! 참여하라! 상호작용하라! 나만의 직관, 혁신, 통찰로 남들을 화나게 만들까 걱정 하지 마라.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더 즐거워할 것이다. 그 정도 위험은 과감하게 무릅써라. -50쪽

[시장은 제로섬게임인가?]

시장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시장은 이 사람이 이기면 저 사람은 지는 제로섬게임이 된다. 반대로 시장이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재능은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내고 시장의 규모는 계속 커진다.
어떤 이들은 해외에서 유입된 인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인도나 중국에서 몰려들어오는 프로그래머로 인해 많은 미국인 프로그래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불평한다. 이들은 시장을 모두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하나는 이기고 하나는 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면 절대 관대해질 수 없다. 제로섬게임에서 양보하고 도와주느 ㄴ사람은 바보일 뿐이다. 남들에게 이용만 당한다. -51쪽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뒤어난 재능이 더 많은 혁신과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지고,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장에서 관대함은 최선의 전략이다. 훌륭한 프로그래머들이 제각각 최고의 도구와 마케팅, 기술로 경쟁함으로써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상당히 발전할 것이고 더 많은 일자리가 분화될 수 있다. 전 세게 최고의 프로그래머를 끌어들여 파이를 키움으로써 미국인 프로그래머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51쪽

세상을 보는 방식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52쪽

[할 수 없다?]

네 살 때 우리는 예술가였다.
일곱 살 때 우리는 시인이었다.
열두 살 때 아이들엑 딱지를 팔았다면 우리는 기업가였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그런 것을 하고 싶어 하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못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충분히 영리하지도 않고 제대로 훈련도 못 받았고 재능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분명하게 묻고 싶다.
할 수 없는 것인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린치핀이 되는 것은 귀찮고 힘든 일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다. -53쪽

이런 노력은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얻은 자유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런 선택이 경제적으로 무책임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린치핀이 되는 것은 실제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으로 가장 책임 있는 올바른 선택이다. 어쨌든 당신이 판단할 일이다. 내키지 않는다면 나는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런 선택은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다. -54쪽

리마커블해져라.
관대하라.
예술을 창조하라.
스스로 판단하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라.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보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5쪽

시장이 지금 요구하는 사람은 더 인간적이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더 성숙한 사람이다. 열정과 활력 넘치는 사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 우선순위를 조율할 줄 아는 사람, 불안에 떨지 않고 유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선택에서 시작한다. 재능이 아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다. -55쪽

["내 할 일이 아니다"]

이 한마디가 조직 전체를 죽이기도 한다.

세상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개방적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내 할 일이 아닌' 범주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55쪽

공장에서는 내가 맡지 않은 일에 손대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린치핀이 되고자 한다면 이렇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56쪽

[더 말을 잘 들었다면]

직원들이 말을 더 잘 듣고 따랐다면 우리 회사는 지금보다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직원들이 더 예술적이고 의욕이 넘치고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더 신경 쓰고 열정적이고 진심으로 참여했다면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 -56쪽

물론 이 두가지 길은 동시에 갈 수 없다.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더 열심히 , 더 고분고분 따랐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더 예술적이고 의욕이 넘치고 더 신경 쓰고 진심으로 노력했담녀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런 게 선택이다. 이제 당신이 선택할 차례다. -57쪽

시장이 어떤 일을 일사불란하게 실행하고자 할 때 린치핀은 위협이 되기도 한다. 린치핀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58쪽

기업이 이렇게 소중한 가치를 베풀면 린치핀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오래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들에게 지불하는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생산해낼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존중받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59쪽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적응하며 사는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이런 상황은 지극히 최근에 인위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여럿이 조직을 꾸려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한 믿음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난 사람은 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럼에도 현재 시스템이 요구하는 삶의 방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성공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렇게 말한다.

폭력, 성차별 등 혐오스러운 행위는 인간이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한가지 유형을 상징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평화, 평등, 다정함 또한 생물학적이다. 마음껏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러한 행동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63쪽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오늘날 지도자들은 지구온난화, 사회 안전, 고갈되는 자원, 기반 시설 유지관리와 같은 것을 걱정한다. 직장인들은 노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100년 전 상황은 달랐다. 그때 지도자들은 지금 우리 눈에는 정말 이상하게 보이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장노동자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과잉생산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64쪽

[과잉생산 방지]

20세기 들어 생산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자 자본가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물건을 살 사람보다 생산한 제품이 더 많아지면 어쩌지? 이제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소비였다. 당시 보통 가정은 거의 돈을 쓰지 않고 살았다. -65쪽

1890년대 대부분의 10대들이 옷을 사는 경우는 어쩌다 한 번 정도였다. 신문, 잡지, 책도 거의 소비하지 않았고 화장품도 쓰지 않았다. 소수의 진짜 부자들만 물건을 한가득 살 뿐이었다.
보편적인 교육제도의 확대가 가져온 놀라운 부산물 중 하나는 상품 소비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효과였다. 학교나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차를 구입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그것을 산다. 어떤 사람이 더 큰 집을 갖거나 신바을 두세 켤레씩 갖고 있음녀 다른 사람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단 두 세대 만에 소비문화는 완성되었다. 원래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생활양식이 생겨난 것이다. 남을 따라 물건을 사는 행동은 우리가 타고난 유전적 소인이 아니다. 최근에 '만들어지' 욕구일 뿐이다. -66쪽

[위대한 영웅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아이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는 것 빼고, 물론 그것은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이긴 하다.)
어느 누구도 평범한 사람, 특색 없는 사람이 되고자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 어디에선가 세뇌가 시작되고 우리는 숨을 곳을 찾기 시작한다.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도록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우리는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원한다.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길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게 우리를 돌봐줄 것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이렇게 불안에 빠진 사람들은, 린치핀이 되라는 나의 요구에 대해 분명히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될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세뇌된 사람들의 전형적인 반응이다. 훌륭한 일, 훌륭한 예술, 눈에 띄는 결과는 내가 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영역이다. 자신은 익명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렇게 믿도록 세뇌당한 것이다.-67쪽

나는 그동안 눈에 띄는 린치핀들을 만나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무수히 가졌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가두지 않는다. 바로 이런 태도가 자신들을 규칙을 지키는 평범한 사람들과 차별화하는 비밀이었다. -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즈처럼 하나님은
도널드 밀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10월
구판절판


13. 로맨스_ 여자들을 만나기는 쉽다

내 친구 커트는 아내를 얻는 일이 비율게임이라고 말했었다. 두세 명과의 관계를 동시에 진행하되 그중 누구에게든 다른 여자들 얘기는 절대 하지 말고 항상 "결론을 좁혀 가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중 하나는 잘되게 마련이고 설령 하나를 잃어도 다른 여자를 고르면 된다. 커트는 스무 명쯤은 데이트를 해봐야 결혼할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도 그 모두와의 데이트를 동시에 진행한느 쪽이 더 쉽다고 생각했다. 커트는 결국 달라스 출신의 어느 여자와 결혼했는데, 모두들 그가 그녀의 돈을 보고 결혼했다고 말한다. 그는 아주 행복하다. -165쪽

내가 아는 것은 데이트중에 여자를 놀려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스파게티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말고는 일자무식이다.
내가 한 번도 써먹어 보지 않은 요령이 있다. 내가 알기로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 여자들의 세계를 많이 배울 수 있다는데, 나도 그 책이 있지만 읽은 적은 없다. 시도는 해보았다. 한 여자가 "이 책에 나오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는 쪽지를 안에 끼워 내게 준 책이다. 나는 여자의 마음이 순수하고 사랑스럽다고 믿지만 이 여심의 첫 장은 대책없이 지루하다. 도무지 아무도 죽지 않는다.

(밑줄 찐하게: '대책 없이 지루하다. 도무지 아무도 죽지 않는다.' ..헉- 이해 불가 남자의 뇌. 이해할 수 없어서 사랑하는 거라지. 개뼉다귀..)-166쪽

나는 그 책을 책꽂이에 꽂아 두었는데 내 방에 들어오는 여자들이 소파에 앉아 옆 책꽂이의 책들을 훑어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당신 집에 「오만과 편견」이 있네요."라며 옅은 한숨과 미소로 탄성을 발한다. 그럼 나는 "그럼요, 있지요"라고 말한다.

(밑줄 찐하게: '여자들은' ..여자들,이라면 몇 명을 말하는걸까? 하는 생각. 그만큼 여자를 만나는 동안 대체 뭘한거야, 하는 생각..)-167쪽

얼마 전 나는 내 캐나다인 친구 줄리와 함께 요세미티에 갔다. 나는 캐나다 여자들한테 약하다. 이유는 모르지만, 캐나다 여자가 특유의 악센트로 내게 뭐라고 물으면 나는 그만 이성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줄리에게 홀딱 반했으나 줄리는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남자, 스노보드를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남자들을 좋아한다. 나는 그 기준에 한참 미달이다. 나는 송장 옆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다. 그게 내 정체다.

(밑줄 찐하게: '나는 송장 옆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다.' ..과장법일까? 비유? 경험? 추억?.. 뭐라니..ㅜㅜ)-167쪽

우리는 바라는 배우자상, 결혼에 대한 기대 따위에 대해 잡담을 나누었다. 마음 같아서는, 글쎄, 나는 노래하고 기타 치는 그러나 가수 알라니스 모리세트는 아닌 키 큰 캐나다 여인을 원한다고 말하고만 싶었다. 그러나 줄리가 내 속셈을 간파할 것 같아 나는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여자, 영적으로 깊고 진지하게 나와 통할 여자, 침대에서 잘해 주는 여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상투적인 얘기, 예로부터 내려온 정답만 죽 늘어놓은 것이다. -167~168쪽

그러다 내 방정맞은 주둥이가 열리면서 솔직히 나는 참 사랑 같은건 아예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할 때 나는 피곤했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도 모른다.

(밑줄 찐하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도 모른다.' ..나는 알겠는데. 피곤해서 그렇지. 남자들은 이상하게 피곤할 때 본심을 털어놓더군. 피곤해서 방심하는걸까? 피곤해서 이해받기 바라는걸지도..)-168쪽

내 방정맞은 입은 계속 떠들어 댔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 내지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다분히 팀워크일 뿐이며, 나는 결혼하고 조금 지나면 딴 여자한테 홀딱 반할 소지가 높다고 말해다. 내 아내도 딴 남자한테 끌릴지 모른다는 말도 했다. 우리가 남들한테 끌리는 그 면은 단지 결혼식을 치렀다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나는 말했다. 나는 소위 현실론자가 되어 그런 식으로 일관했는데, 그런 생각들이 여자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아닌 거로 밝혀졌으니 아무래도 내가 그런 망발을 한 것은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아서인 모양이다. -168쪽

나는 당장 결혼할 마음은 없다. 여자를 만난 후에도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는 독신생활이 좋다.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나는 그중 하나다. 함꼐 있어도 나 혼자인 듯 느껴지는 그런 여자랑 나는 결혼하고 싶다. 그러니까 내 말은, 완전히 편하게 느껴지는 여자, 나답게 있어도 편하게 느껴지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 나는 순간순간 아주 미숙하고 거북해질 수 있는데, 나는 결혼한 후에도 그럴 수 있기를 그래도 여자가 도망가거나 당황하지 않기를 원한다. -169쪽

내가 친밀함을 두려워한다고 나한테 말해 준 사람들이 50명쯤 된다. 사실이다. 나는 사람드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두렵고, 그래서 별로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를 조금만 알 때는 정말 나를 무척 좋아하지만, 나는 혹 그들이 나를 많이 알게 되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못내 두렵다. 이게 바로 내가 결혼을 겁내는 첫째 이유인데, 나와 결혼하려면 아내가 나를 아주 잘 알아야 할 것이고 나를 아주 잘 알게 되면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69~170쪽

나는 그 어마어마한 저택의 다락에 살았다. 폴과 다니엘르가 살던 안방은 집 한 채를 들여도 될 만큼 넓었다. 가끔 폴이 다락으로 올라오면 우리는 창문으로 기어나가 지붕에서 도시를 내다보며 파이프를 피우곤 했다.
"결혼생활은 어떤가?" 한번은 내가 물었다.
"좋네. 힘들지만 좋아."
"어떤 점이 힘든데?" 나는 물었다.
폴은 내가 아는 이들 중에 철저히 편하게 속내를 내보이는, 철저히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진실한 사람이다. "이보게, 돈. 결혼이란 밑지지 않는 거래야. 내 자유를 다 잃지만 친구를 얻거든. 놀라운 친구를."-171쪽

나는 그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자유의 상실,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결혼을 생각하면 잔뜩 겁부터 난다. 나는 곁에 늘 누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외로울 때가 많지 않다. 내가 공동체로 사는 것은 그것이 건강하기 때문이고 사람이 너무 오래 혼자 살면 자칫 이상해지기 쉽기 때문일 뿐, 날마다 여자한테로 퇴근하여 같은 집에 살고 같은 욕실과 침대를 쓰며 바닥에 널려 있는 분홍색 실크 옷들을 본다고 생각하면 나는 마치 옥문이 쾅하고 닫히듯 가슴이 콱 조여 온다.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는 아내를 서서 지켜보며 "자기 살림살이가 조다 여기 있으니 이 여자 정말 안 가겠구나" 생각하는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171쪽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1-01-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있나요? 저 정말로 오스틴의 소설 한 번도
안 읽어봤거든요..^^;;

잘잘라 2011-01-22 01:57   좋아요 0 | URL
여자도 모르는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건 괜챦은데,
여자의 마음을 못받으면.. 그건 쫌. 재미없겠지요. ㅎㅎㅎ

아이리시스 2011-01-2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 송장 옆에서.. 송장 옆에서.. 헉;
<오만과 편견>을 읽는 남자는 멋질 것 같아요.(시루스님 포함)
근데 저는 <폭풍의 언덕>이 좋아요. 히스클리프 같은 남자 좋아요.
어디가 좋냐고 꼭집어 묻지는 마세요,ㅋ

잘잘라 2011-01-22 01:59   좋아요 0 | URL
히스클리프 어디가, 아니, 어느 부위가요..? ㅎㅎㅎ
(난 이상하게 하지 말래면 그걸 꼭 그렇게 하구 싶더라~)

아이리시스 2011-01-23 16:52   좋아요 0 | URL
악당이고, 짐승남이고, 미친 정신을 갖고 있어요.
부위는 음, 잠시만요, 다시 한 번 더 읽고나서 말해줄게요, 아하하.

잘잘라 2011-01-25 00:53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나쁜남자 좋아하시는구나아..
저는.. 다아시 95프로 히스클리프 1프로 김주원 1프로!
(나머지 2프로 정도는.. 냅두구요ㅎㅎ)
 
작은 집이 좋아 -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이 고친 10~20평대 집을 엿보다 좋아 시리즈
신경옥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작은 집이 좋아? 진짜? 

     
 


1. 사람이 들어가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건물. 《저기 빨간 벽돌집이 우리 집이다.》
2. 여러 식구가 모여 사는 집안.《과수원 집 아이들은 무도 공부를 잘한다.》
3. 동물을 뜻하는 낱말 뒤에 써서, 동물의 보금자리. 《개집/까치집》
4. 상품을 뜻하는 낱말 뒤에 써서, '파는 곳'이나 '가게'를 뜻하는 말. 《꽃집/빵집/옷집》 
5. 물건을 뜻하는 낱말 뒤에 써서, '어떤 물건을 넣거나 끼워 두는 통'을 뜻하는 말.
《칼집/안경집》 

『보리국어사전』에서.  

 
     

 

몰랐습니다. 저는 '집'하면 울타리가 먼저 생각나고, 건물로 들어가기 전에 대문, 마당, 뒤꼍, 화단, 대추나무, 장독대, 수돗가, 텃밭, 헛간, 외양간, 개집... 이 모든 게 다 '집' 범위에 포함되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집은 커야 좋지 작은 집이 뭐가 좋아. 그랬지요. 그런데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도 그렇구 제가 좋아하는 보리국어사전에서두 그렇구, 집은 '건물'을 뜻하는 거라네요. ㅜㅜ (뭐야. 엉터리!)  

아무튼요. 그래두요. 건물만 집이라구 부르든 어쨌든 저는 큰 집이 좋아요. 큰 방이 좋구요. 넓은 주방, 넓은 마루가 좋다구요. 널찍널찍해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뒹굴거릴 맛이 날거 아녜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은 집이 참 좋다. 작디작은 공간을 쪼개고 또 쪼개면서 사람과 물건들이 더불어 살아갈 궁리를 하게 되는 그 소담한 공간이란 얼마나 정다운가.
작은 집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집'이 가진 도란도란한 꿈이나 휴식 같은 것들을 깊게 느낄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6p. 

 

    

네이버 국어사전

보리국어사전 

내 머리에 집 하면 떠오르는 집은, 역시 성북동에 살았던, 부모님이 처음으로 마련하신 부모님의 내 집이다.  

성북동 단독주택 - 혜화동 그린빌라 - 서초동 아파트 - 수지 아파트 - 구성 아파트 --------

구성 아파트 - (옥수동 다가구주택) - 대전 아파트 - 대전 아파트형 공장 - 울산 아파트  

성북동 집은 마루에 앉아서 보면 하늘이 네모난 개량 한옥이었다. 옆집에 팔고 서초동으로 이사 왔다. 옆집은 성북동 시절 한 집 처럼 지내던 영님이네였는데 한영라사,라는 양복점을 했다.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기억에는 아줌마 키가 아저씨 두 배로 되있다. 아니다. 아줌마가 아저씨 두 배라고 말하기 보다는 아저씨가 아줌마 절반이라고 말하는 게 낫겠다. 자연히 아줌마를 볼 때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아줌마를 기준 삼는게 당연하다.  

어디까지가 집인가,  

그렇게 치면야 큰 집이 좋지.

인테리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이코노미 - 저탄소 녹색성장의 미래
군터 파울리 지음, 이은주.최무길 옮김 / 가교(가교출판)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삶이 성숙해지고, 주름이 깊어짐에 따라 심각한 문제들을 인식할 연륜은 쌓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고 모든 실수에 대해 그저 유감스러워하는 시미들 중 한 사람으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25p.머리말 

블루이코노미? 

우리는 블루이코노미를 통해 단순한 보호의 차원을 넘어, 재생산을 의미하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를 풀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블루이코노미는 생태계가 자신의 진화경로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모두가 자연의 끊임없는 창조력, 적응력 그리고 풍요함으로부터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30p. 

이 책의 발간 목적은
새로운 경제 모델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단지 모두의 필요에 부응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비자연적 현상인 부족을 충분으로, 나아가서는 풍요라는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31p. 

우리의 나아갈 방향은
정책 결정자들처럼 은닉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은 오픈소스의 기회를 전 세계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것이다. 32p. 

당신은 인생에서 무엇을 가장 성취하고 싶은가?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대답은 잠시 보류해두자.
 

2010년 4월 10일
컬럼비아, 라 미노카에서
군터 파울리 34p.

물리학과 실용성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물리적이다.  

(줄임)   

자연의 모든 존재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물리학의 활용법을 익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이것은 자연어의 문법이나 생물학과는 달리 물리학의 법칙에는 예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해는 매일 아침 예정대로 떠오르고, 나무에 달려 있던 사과는 언제나 아래로 떨어지며, 기압차가 있는 곳에서는 바람이 형성된다. 

(줄임) 

물리학의 불변의 법칙에 의해 형성된 모든 종들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다만 그들이 현재 가진 것과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법을 익힌다. 37~38p.  

'나머지'를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면 우리는 그것을 그저 폐기한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의 방식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방식이다. 41p. 

우리가 소비하고 남은 것들은 매우 집중화된 시설로 옮겨져 매립되며, 축적된 양이 너무 많이지면 소각한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이 곧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대부부의 쓰레기는 소각해도 그 양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소각을 통해 줄어드는 것은 수분함량뿐이기 때문이다. 수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요소들은 그대로 남는다. 42p. 

 

최근 인간의 주텍이 꼭 더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설계상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의 물리적 구조는 단순한 피난처 이상이다. 현대의 주택은 우리에게 편의와 만족감을 주도록 설계되었다. 현대 인간은 진보와 편의로 더욱더 많은 전자제품과 자동기계의 구입이 필요한 도모티카domotica(전자기기, 자동기기 등이 주가 되는 가사의 관리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가정, 가사 생활의 자동화 등을 말함 - 옮긴이)를 향해 표류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 즉 집과 직장,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는 하루 8시간을 수면에, 학교와 직장에서 8시간을, 그리고 나머지 8시간은 출퇴근과 집안 청소 및 기타 활동에 보내고 있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야 되는 주택은 건강과 안전을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 놀랍게도 이 건강한 주택 환경의 열쇠는 pH농도가 쥐고 있다. 

pH 농도 8.2인 대양은 지구상에서 생명의 요람 역할을 한다. 생태계와 생명을 만들어내는 힘은 알칼리 환경에서 번성한다. 그러나 실내와 옥외를 합친 인간의 환경은 대부분 매우 높은 수준의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과 매일 대기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공기를 산성화시키는 원인이다. 산업화된 곳이라면, 세계 어디에서건, 어떤 도시에서건 이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농촌이나 해변가에 사는 사람들은 산성화의 영향을 조금 덜 받고 있는지 모른다. 만일 당신이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 상파울루, 뉴델리, 요하네스버그와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면, 대기 중 pH 농도는 겨우 4.0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pH는 수학의 로그로 측정된다는 것을 잊지 마라. 이는 pH5.0으로 측정되었다는 것은 4,0보다 10배나 더 높은 것이며 6.0은 4.0보다 100배나 더 높은 것이 된다.   

 

KBS스페셜 <블루 이코노미 세상을 바꾼다> 

신년기획 2부작  /연출 이후락

▶ 1편, 미래 경제, 자연에서 찾다(2011.1.2(일) 밤8시 방송) 
http://www.kbs.co.kr/1tv/sisa/kbsspecial/vod/1692528_11686.html  

▶ 2편, 미래 건축, 자연을 닮다(2011.1.9(일) 밤8시 방송) 
http://www.kbs.co.kr/1tv/sisa/kbsspecial/vod/1693695_11686.html 

 

다시보기 : http://www.kbs.co.kr/1tv/sisa/kbsspecial/vod/index.htm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