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 -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인가?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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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오늘날 지도자들은 지구온난화, 사회 안전, 고갈되는 자원, 기반 시설 유지관리와 같은 것을 걱정한다. 직장인들은 노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100년 전 상황은 달랐다. 그때 지도자들은 지금 우리 눈에는 정말 이상하게 보이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장노동자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과잉생산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64p.) 

 

20세기 들어 생산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자 자본가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물건을 살 사람보다 생산한 제품이 더 많아지면 어쩌지? 이제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소비였다. 당시 보통 가정은 거의 돈을 쓰지 않고 살았다.  

  1980년대 대부분의 10대들이 옷을 사는 경우는 어쩌다 한 번 정도였다. 신문, 잡지, 책도 거의 소비하지 않았고 화장품도 쓰지 않았다. 소수의 진짜 부자들만 물건을 한가득 살 뿐이었다.  

  보편적인 교육제도의 확대가 가져온 놀라운 부산물 중 하나는 상품 소비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효과였다. 학교나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차를 구입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그것을 산다. 어떤 사람이 더 큰 집을 갖거나 신발을 두세 켤레씩 갖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단 두 세대 만에 소비문화는 완성되었다. 원래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생활양식이 생겨난 것이다. 남을 따라 물건을 사는 행동은 우리가 타고난 유전적 소인이 아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욕구일 뿐이다. (66p.) 

 

  사람들이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표준화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공부하고, 고개를 숙이고 지침에 순응하게 된 오늘날의 상황이 놀랍지 않은가? 수십 년 동안 학교는 우리에게 공포, 공포, 더 많은 공포를 주입해왔다. 낙제 점수를 받을까 두려워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백수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할까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선생들은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은 다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선생은 곧바로 제지당하거나 해고당한다.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힘들고 고달픈 상황에 처한다.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일을 하도록, 교과성 나오지 않은 통찰을 갖도록, 예술적인 활동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이와 달리 훈련과 반복과 공포는 뻔한 사실과 숫자와 순응을 가르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물론 우리에게는 학교가 필요하고 선생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학교다.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인 학교가 필요하다. 시키는 대로 잘하고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최선'의 노력과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보상하는 진정한 선생이 필요하다. (70p.) 

 

  문제는 선생이 아니다. 린치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선생은 많다. 문제는 그러한 예술가적인 선생을 처벌하고 관료적인 선생을 보상하는 시스템이다. 

  28대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이렇게 말했다. 

  "진보적인 교육은 한 학급으로 족하다. 이런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에게 진보적인 교육을 받는 특권을 줄 마땅한 이유가 없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정 분야마다 제각각 힘들고 어려운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노동력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핀커튼(Pinkerton)이라는 잔인한 구사대 조직을 운영하고, 프락치를 양성해 노조를 파괴하고, 민간군사 조직인 내셔널가드를 동언해 노동조합의 파업을 폭력으로 분쇄한 앤드류 카네기 역시 노동자의 불만을 해소하겠다면서 다음과 같은 제한적인 교육을 제시했다. 

  "보라. 국민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볼품없는 삶을 보면 나약한 정치체제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진정한 만병통치약은 단 하나라는 결론이 나온다. 바로 교육하고, 교육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72-73p.) 

 

모범생과 모범직장인 

"저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니 회사일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3p.) 

 

훌륭한 선생을 찾아서 

형편없는 선생은 평생 지울 수 없는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훌륭한 선생은 소중하다. 

  훌륭한 선생들이 자유롭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숙제를 내지 않아도 되는 학교, 시험에 얽매이지 않는 학교, 잡무에 시달리지 않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출세와 관직에만 눈이 먼 형편없는 선생들은 내쫓아야 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학교가 여전히 뒤떨어진 노동자를 생산하는 관료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형편없는 선생들이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선생들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다. 

  참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을 비난하지 마라. 시험을 무기로, 성적을 무리고, 입시를 무기로 끊임없이 순응하는 노동자를 양산해내는 교육시스템을 비난하라.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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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문학동네 루쉰 판화 작품집
루쉰 지음, 이욱연 옮김, 자오옌녠 판화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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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문학동네 루쉰 판화 작품집
루쉰 지음, 이욱연 옮김, 자오옌녠 판화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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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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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
신동화.이은정 지음 / 민음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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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뭐는 몸에 좋고 뭐는 나쁘고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나의 운명, 당신의 운명, 우리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고도 여전히 인스턴트로 한끼 두끼 때우며 살겠다면,
뭐 어쩌겠습니까.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인데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는 거라니!!!
아, 내가 내 운명을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내 손으로 지어 먹을 수도 있고
내 손으로 망칠 수도 있다는,
어찌 보면 참 무시무시한 책임을 떠안기는 이야깁니다.
책을 읽고 즉각적인 행동에 변화가 생기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야기구요. 

아.. 어떡하죠.
주말에 뒹굴면서 TV 보면서 먹으려고
과자, 콜라, 군만두, 식빵 등등 해서 3만원 어치 사다 놨는데..
지금 기분으로는 봉지째 고대로 쓰레기통으로 쳐넣고 싶기만 한데..
ㅠㅠ


   
  먹을거리가 바꿔 놓은 산시 성의 운명 

건조하고 바람 많은 중국의 고원 지대에 자리한 산시 성 타이위안 시, 오늘도 한기가 뼈를 타고 스며든다. 주민들은 목덜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섬득한 운명'을 말한다. 

"육손이면 다행이야. 애들이 스무 명 태어나면 여덟 명은 탈이 나. 기형아들이지. 심한 애들은 일주일 만에 죽고 길게 버텨야 일 년을 못 넘겨. 그에 비하면 육손이는 별것 아니라고 봐야지." 

(......) 

산시 성의 신경관 결손증 발병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태아 1,000명당 0.5명꼴로 발병하는데 비해 산시 성은 100명당 1명꼴이다. 기형아는 대부분 유산된다.  

(......) 

워낙 문제가 심각해 중국 당국에서도 원인을 찾기 위해 집중 연구에 나섰다. 베이징 대학교 출산 건강 연구소의 런 웨이궈 교수는 산시 성 주민의 왜곡된 식생활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산모들에게 엽산이라는 영양 성분 섭취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신경관 결손증은 임신해서부터 3개월까지 모체에 공급되는 엽산이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아직 그 작용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엽산은 태아의 발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태아는 발달하기 위해 유전자를 빠르게 복제해야 하는데 이 복제 과정에 엽산이 필요합니다. 엽산이 부족하다면 이 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신경관 기형의 50~70퍼센트가 엽산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봅니다." 

엽산은 일종의 비타민으로 체내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음식 섭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산시 성의 건조한 기후에서는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이면 엽산은 채소에 많은 성분이다.(...) 대대로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밀가루를 주식으로 먹는다. 밀가루에는 그나마 조금 있던 영양 성분도 정제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그러니 스무 명의 아이들이 있는 작은 마을에서 무려 여덟 명이 기형아로 태어나도 별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손가락 여섯 개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할머니가 직접 손자의 손가락을 잘라 내기도 한다. (...) 

이러한 운명이 기껏해야 채소를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사소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니 참 답답한 일이다. 운명은 최소한 이보다는 거창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겨우 먹을거리 때문이라니? 평생을 한스럽게 살아야 할 사람들에겐 너무 황당한 이유처럼 들릴 법하다. 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먹을거리'가 생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13~17p.)
 
   

 


   
 
너무 잘 먹어도 탈이다 

부족하게 먹어도 넘치게 먹어도 문제다.(....) 

미국 애니조나 주 사막 지역의 원주민인 피마 인디언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세계 최악의 '당뇨벙 부족'이라는 오명을 입게 된 그들의 증언은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제 남편도 새 아버지도 이복 오빠도 모두 당뇨로 죽었습니다. 저는 당뇨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를 봐라,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나처럼 되지 마라.'라고 말하는 건 슬픈 일입니다. 더 슬픈 건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피마 인디언들은 왜 당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특별히 당뇨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일까? 사실 피마 인디언들의 유전자에는 문제가 없다. 원래 피마 인디언은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부족이다. 먹을거리가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아니었다. 피마 인디언들의 몸은 섭취한 음식에서 최대한의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도록 일찌감치 적응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피마 인디언들은 날렵한 몸과 강인한 체력을 자랑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바로 식습관이다. 사막의 밥상이 도시의 식탁으로 바뀌었다. 화려한 패스트푸드가 밀려왔다. 정제된 하얀 밀가루, 옥수수 가루, 버터, 치즈, 라드 등 고지방 고칼로리 가공식품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됐다. 소박하지만 건강에 좋았던 전통 음식들은 천대를 받으며 사라졌다. 그러자 재앙이 덮쳤다.(...) 

'너무' 급격하게 잘 먹은 음식은 오히려 독이 됐다. 피마 인디언들의 유전자와 몸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싸구려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피마 인디언들의 당뇨병 발병률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다른 종족보다 음식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흡수력이 뛰어나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게 했던 바로 그 능력이 치명적인 결함으로 바뀌어 버렸다. 비만이 확 늘었다. 부족민의 70퍼센트가 당뇨병에 걸렸다.  

(......) 

피마 인디언들의 사례는 같은 유전자를 타고나도 음식이 바뀌면 건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주장의 생생한 증거이다. 음식이 곧 운명임을, 한 끼 식사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없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우리 모두 가려서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할 때마다 스스로 운명을 선택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먹을거리는 생명의 근본이자 곧 운명을 설정하는 힘을 가진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먹는 게 변했다고 대대로 전해질 운명이 바뀔 수 있을까? 한두 가지 특이한 사례를 무리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러한 믿음이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을까?  

놀랍게도 과학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17~22p.)
 
   

 

메틸기 DNA 같은 유전 정보 물질에 달라붙어 유전자의 작동 여부에 관여하는 생화학 물질이다. 메틸기가 유전자의 특정 염기 서열에 달라붙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유전자의 작동 여부가 결정된다. 유전 정보가 100퍼센트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도 다른 환경에 살면서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원인이 DNA에 달라붙는 메틸기의 영향임이 밝혀졌다. (44p.)
 
 


   
 
마넬 박사는 메틸기의 역할을 강조한다. 유전자를 조절하는 강력한 스위치의 역할을 하는 메틸기가 바로 우리가 늘 먹는 음식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메틸기는 인체가 영향 성분인 엽산으로부터 만들어 내는 분자이다. 엽산은 채소에서 온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유전자의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 

우리는 매일 밥을 먹으면서 유전자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셈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유전자도 착하게 굴고 나쁜 음식을 먹으면 유전자 역시 못되게 행동할 것이다. 유전자는 외부에서 오는 생화학적 신호에 민감하고 충실하게 반응한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모든 것이 우리가 먹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49~50p.)
 
   

 


   
 
후성 유전학은 우리가 우리의 유전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이전에는 유전자가 모든 결과를 미리 결정짓는다고 생각했다. 일이 잘못되면 조상 탓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았어도 좋은 유전자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어도 나쁜 유전자로 전락하게 할 수도 있다.  

(......) 

저틀 박사는 우리 손에 들어온 지식의 성배를 소중히 여김과 동시에 의지의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고, 칼로리를 적게 섭취한다면 괜챦을 겁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고작 두 세대 만에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우리는 넘쳐 나는 음식에 포위되어 너무 과도한 에너지를 섭취하며 삽니다.  

문제는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화에 의해 '그렇게 하기 힘들도록' 프로그램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단 음식에 탐닉하는 성향은 당분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유전자 때문입니다. 야생에서 당분은 희귀한 에너지원으로 눈에 띄는 대로 먹어 두는 게 상책이었으니까요. 본능적인 거죠. 본능을 이겨내고 버티긴 매우 힘듭니다. 더군다나 거리마다 선정적인 음식들이 널려 있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의지가 더욱더 중요합니다. 아리어니컬하게도 이런 의지를 만든 힘도 진화죠. 결국 핵심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후성 유전학은 이제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우리가 밝혀내야 할 비밀은 아직도 많다. 이제 겨우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 유전학은 인가의 존재를 유전자가 자신을 증식시키기 위해 만든 복제 로봇 같은 이미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후성 유전학은 우리가 유전자의 수호신처럼 살아야 할 존재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의지'와 '책임감'을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마음껏 먹고 마시자, 담배로 피울래.'라는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 누구나 '더 조심해야겠다. 하루 한 끼를 먹을 때라도 삼대가 함께 먹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을, 자식의 자식을 돌보려 하는 강력한 감정 또한 진화의 산물이자 선물이다. 우리는 매 순간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선택으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53~55p.)
 
   

 


   
  유전자를 바꾼 사나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회계사 잭 맥클루어 씨는 2002년 여름 느닷없는 암 진단을 받았다. 전립선암이었다. 미국에서 전립선암 발병률은 전체 암 환자의 33퍼센트에 이른다. 암 발생률 1위,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길고 험난한 항암 치료의 고통을 이겨 낸다 하더라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잭 맥클루어 씨는 의외의 길을 선택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맥클루어 씨는 식생활을 개선해 암을 극복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캘리포니아 주 예방 의학 연구소의 딘 오니시 박사가 시행하는 제르미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오니시 박사는 식생활이 유전자의 표현(gene expression)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전자(gene)와 유전자 표현(gene expression)에는 차이가 있다.  

DNA는 바뀌지 않더라도 유전자의 활성화 여부는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니시 프로그램은 좋은 유전자는 활성화시키고 나쁜 유전자는 억제한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세포들의 공동체다. 각 세포에는 25,000개씩 유전자가 들어 있다. 간세포, 뇌세포, 신경 세포 등 모든 세포는 모양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지만 유전자는 같다. 다만 25,000개 중 켜저서(switch on) 활동하는 유전자의 조합이 다를 뿐이다. 엉뚱한 유전자가 켜지거나 좋은 유전자가 꺼지면 정상 세포도 암세포로 변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조정한다는 생각은 다른 차원의 혁명이다.  

맥클루어 씨는 오니시 박사가 설계한 식단에 따라 식습관부터 확 바꿨다. 원래 햄버거와 육류를 좋아했지만 실험에 참가한 이후 신선한 과일, 채소, 곡물 특히 현미를 먹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인의 식습관과 비슷했다. 단백질도 풍부한 식단이었지만 두부, 버섯 등에서 단백질을 섭취했다.  

이와 함께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무엇을 먹었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 매일 기록했다. 긍정적이고 좋은 일만 생각했다. 그러자 몸무게가 15킬로그램이나 줄었다. 90일 뒤 잭은 다시  검사를 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암세포가 사라진 것이다.(...) 

그 누구도 약물이나 강력한 의료 개입 없이 유전자 표현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9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말이다. 덤으로 다른 건강상의 변화도 따랐다. 치료 프로그램은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효과를 보였다. 심장 건강도 좋아졌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등 모든 의학적 수치가 개선되었다.  

(.......) 

오니시 박사의 프로그램은 그에게 건강을 통제하고, 활력 있는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긍정적인 삶에 대한 태도는 일상생활의 질도 한층 더 높였다. 

"모든 게 개선되었습니다. 더 오래 살고 더 좋게 살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몇 년 더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죠. 삶의 질이 문제니까요. 더 기쁜 삶, 더 충만한 삶이 저를 기다립니다. 그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릴겁니다." 

 

수술 없이 암을 이기다.

생활을 바꾸면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니 좋은 소식이다. 잭 맥클루어 씨의 경우를 볼 때 세 가지 사실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식습관과 생활 양식을 바꾸면 건강과 삶의 질에 강력한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의 행동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한다. 둘쨰, 변화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역동적이어서 목표한 질병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비용도 싸다. 이런 생각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의학 고문인 딘 오니시 박사에겐 낯설지 않다. 그는 의학의 화려한 겉모습보다 실속 있는 접근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치료를 위해서라면 최첨단 기술에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삶 속에서 취하는 단순한 선택들이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을 믿기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자세, 얼마나 운동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는가 등의 요소들은 수술과 약물 치료보다 때로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오니시 박사의 확신은 30여 년 동안의 연구에서 나온다. 아무도 음식을 바꾸고 생활 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전립선암과 심장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설혹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해도,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따라 하기엔 너무나 극단적인 식단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또 유전자는 고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니시 박사는 물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바꿨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사람들의 상태는 놀랍도록 나아졌다. 이제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러한 변화의 경로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일만 남았다. 

(......) 

"좋은 결과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는 소식이죠. '나쁜 유전자 탓이야, 뭘 어쩌겠어?'라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많습니다. 해 보세요.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엄청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겁니다." 

(......) 

국내에서도 실험을 진행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스물 한 살의 서성준 씨(가명)는 한 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고도 비만이다. 몸무게 175킬로그램에 키가 170센티미터이다. 거대한 몸 때문에 심폐 능력도 턱없이 떨어졌다. 윗몸 일으키기도 두 개를 넘기기 힘들고 체력은 금세 바닥난다. 서울대 건강 운동 과학 실험실의 박재영 연구 실장은 서성준 씨의 건강 나이를 체력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았다. 실제 나이는 스무 살인데 건강 나이가 쉰두 살로 나왔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거의 가공 식품을 먹었어요. 어릴 때부터 집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터라 주변에 가공식품이 차고 넘쳤습니다. 과자를 달고 살았죠. 물 대신 사이다를 마셔 댔어요. 살이 안찌면 이상한 거겠죠."  

(......) 

식생활 개선 두 달째 몸은 쏟아부은 노력과 정성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20킬로그램가량 급속하게 줄었다.(...) 

4개월 동안 진행된 실험에서 서성준 씨는 최종적으로 55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줄였다. 유전자에도 변화가 있었다. 서 씨가 검사한 유전자도 TNF-알파로 뚱뚱한 사람들에게 염증이 잘 일어나게 하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에 변화가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 살이 빠진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우리가 후성 유전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유전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들지만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따는 희망은 비전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건 유전자까지 바꾼 서성준 씨의 밥상이다. 극단적이고 금욕적인 식단을 감내하지 않아도 유익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채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늘 먹는 밥상과 차이가 없다. 그만큼 그의 이전 식생활이 엉뚱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딘 오니시 박사는 아시아 인의 밥상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찾은 식단은 근본적으로 아시아적인 식습관입니다. 아시아 인의 전통 음식들은 현대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에 좋은 식단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시아 인이 좋은 전통 식습관을 버리고 서구식 식단을 쫓아가다가 서양 사람처럼 죽는 일이 늘어났습니다."(58~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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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3-2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내용,, 요즘 tvn에서 하는 <신의 밥상>이랑 비슷한거 같아요.
식습관이 건강을 좌지우지한다는 점과 점점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서
한국인의 신체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되는거요.

잘잘라 2011-03-28 15:27   좋아요 0 | URL
TV는 보구나면 잊혀지지만, 책은 눈 앞에 있으니까 표지만 봐도 계속 생각이 나서 좋은것 같아요. ^ ^

마녀고양이 2011-03-2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핀스님, 제가 어제요...
아침에는 나물밥, 점심에는 들깨수제비, 저녁에는 보쌈을
집에서 엄청나게 푸짐하게 먹고, 몸무게를 쟤보니 1킬로 더 나가던데요....
정말 먹을 때마다, 제 운명을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ㅋ

잘잘라 2011-03-28 15: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람찬 하루를 보내셨구만요, 뭘~ ㅋㅋㅋㅋ

어제 「나는 가수다」 재방 봤거든요. 거기 이소라 나오잖아요. 이소라.. 옛날 모습이 훨씬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파브르 식물 이야기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추둘란 옮김, 이제호 그림 / 사계절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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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줄까, 『파브르 식물 이야기』줄까? 하면 나는 영쩜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파브르 식물 이야기』라고 대답하겠다, 그 정도로 정말 보물같은 책이다, 라고 했더니, 

바보. 그렇게 좋으면 다이아몬드 받아서, 다이아몬드 팔아서 그 책 사면 되잖아, 한다.  

진짜 바보는 너다. 그러니까 세상에 다이아몬드도 하나고 이 책도 한 권 뿐이니까 그런 질문을 하겠지. 비유로 만든 질문이고, 그만큼이나 훌륭한 책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에. 그러니까 진짜 진짜 바보는 너다. 어차피 세상에 단 하나뿐인거라면 다이아몬드나 책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거 아니야? 그럴땐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냐구. 

진짜 내가 바본가. ㅜㅜ 

바보라도 좋다. 아무튼 나는 『파브르 식물 이야기』에 푹 빠졌다는 얘길 하고싶을 뿐이다. 출파나가 어딘고? 사계절 출판사, 사장님, 직원들 모두 복 받으세요.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어주시다니요! 정말 고맙습니다.    

해설 

식물의 일생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파브르 곤축이야기』가 '고전', '논술', '동화', '생태' 등 수많은 형식으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파브르가 '식물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파브르 식물 이야기』는 이 책을 포함해 현재 총 4종만 나와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완역된 적이 없다.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모두 『파브르 식물 이야기』를 최고의 식물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861년, 38살이던 파브르는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보게 되었다. 인간의 생리학과 영양에 관한 『빵의 역사』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중세 유럽의 도서관에 꽂혀 있던 가죽 장정의 묵직한 책이 아니었다. 아무런 삽화도 들어 있지 않은 얇고 소박한 이 책은 당시로서는 꽤 새로운 형태의 합리적인 스타일이었다. 아마도 6,70년대를 풍미했던 삼중당문고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모양이다. 쉬고 재미있는 데다 한 권에 150권밖에 안 하던 삼중당문고처럼 책값도 무척이나 싸 당시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가슴 한켠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파브르는 늘 대중적인 과학 책을 쓰고 싶어했다. 당시 파브르는 책 한 권도 마음 놓고 사 볼 형편이 안 되었다. 식구는 많고 살림살이는 늘 빠듯했다. 그래서 책이 성공하여 형편이 나아지길 바랐다. 게다가 『빵의 역사』는 마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쓰여 있었다. 이거야 말로 파브르가 늘 하던 일아니던가! 파브르는 수많은 논문과 원고를 쓰면서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실험을 할때도, 곤충을 채집할 때도 그의 곁에는 늘 아이들이 함께 있었다. 특히 아들 쥘은 학문의 동반자나 다름없었다. 『파브르 곤충 이야기』를 보면 곳곳에 쥘의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가난한 형편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사 줄 돈이 없자 직접 책을 쓰고 만들기까지 했다.  

1864년41세, 파브르는 『빵의 역사』와 비슷한 형태의 식물학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정도 원고가 완성되자 주위 사람들에게 원고를 보여 주면 반응을 살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빵의 역사』처럼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얼마 뒤 원고의 일부분과 함께 출판사에 편지를 보냈다. 『빵의 역사』처럼 얇고 가벼운 수수한 느낌의 식물학 책을 두 권으로 나눠 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1권은 『숲의 역사』, 2권은 『꽃의 역사』였다. 그리고 이 두 권이 성공한다면 3권 『식물의 가계』를 출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얼마 뒤 커다란 판형에 화려한 그림을 넣은 『빵의 역사』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보자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책의 형태가 바뀌었다. 수수하고 소박한 형태가 아닌, 『빵의 역사』 개정판처럼 화려한 책을 머릿속에 그려 넣게 되었다. 마음은 더욱더 조급해졌다. 하루라도 빨리 책을 내고 싶었다. 파브르는 다시 출판사에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결국 다른 출판사를 알아 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새로운 출판사는 파브르의 요구를 모두 받아 주었다. 드디어 1867년44세, 화려한 그림을 곁들인 『나무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당시 이 책은 '꽃과 열매'에 관한 내용이 빠진 채 출간되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출판사를 옮기게 되었고, 그 뒤 『나무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출판되지 않았다.  

그러다 1984년 일본 平凡社에서 『ファアブル植物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1992년 우리나라에서도 『파브르 식물기』두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모두 '꽃과 열매' 부분이 빠진, 『나무의 역사』를 번역한 것이다. 초판이라는 데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생물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생식과 번식'에 관한 내용인 '꽃과 열매'가 빠졌고, 이후 여러 부분의 원고를 보완하여 다시 출판했기 때문에 『나무의 역사』는 최종판이 아니다. 최종판이 아닌 판본을 번역한 것은 조금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1876년53세, 파브르는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무의 역사』에 '꽃과 열매'에 관한 내용을 덧붙이고 여러 부분을 보완하여 『식물』원제 LA PLANTE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다시 펴냈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된 '파브르의 식물 이야기'는 대부분 LA PLANE를 번역한 것이다. 2001년 미국 Vivisphere Publishing에서 출간된 The Wonder of Plant Life도, 2004년 일본 岩波書店에서 출간된 『植物の はなし』도 모두 LA PLANTE를 번역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파브르가 나이가 많아 건강상의 이유로 '꽃과 열매'에 관한 내용을 쓰지 못하고 미완의 작품으로 남겨둔채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꽃과 열매' 부분이 빠진 건 『나무의 역사』를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사계절출판사에서 펴내는 『파브르 식물 이야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과 열매' 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해설서이기 때문에 완역은 아니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국내에서는 완역과는 또 다른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줄임. 많이 줄임. 쓴만큼 줄임.) 

 

끝으로 이 책은 불어판 LA PLANTE를 참조했지만 주로 LA PLANTE를 영어로 번역한 The Wonder of Plant Life를 저본으로 작업했음을 밝혀둔다. 

식물의 일생도 사람살이와 다르지 않다. 고난을 겪으며 하루하루 또는 수 천 년을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난을 겪고 아픔을 겪는 건 수억만 년 동안 이어져 오는 자연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결국 고난을 헤쳐 나가는 지혜는 자연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파브르 식물 이야기』를 통해 고난을 헤쳐 나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최일주(편집부) 

 

서점에서, 표지가 하도 예뻐서 눈길 갔던 책.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드는 책. 

사람한테 차암 좋은데, 정말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 

제가 책을 꽤 좋아하긴 합니다. 특히 나무 책을요.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함부로 마음 주지는 않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 저기 집적대기는 하지만,
호기심 많은 사람들 자세히 보세요.
호기심 많은 만큼 싫증도 빨리 냅니다. 

『파브르 식물 이야기』는
첫눈에 반했지만, 첫눈에 반했던 그 느낌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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