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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미국추리작가협회 지음, 로렌스 트리트 엮음, 정찬형.오연희 옮김 / 모비딕 / 2013년 2월
평점 :
영국의 어느 비평가가 윌리엄 블레이크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블레이크의 판화 작품 몇 점을 들고 르느와르를 찾아갔다. 그러고는 "블레이크는 나무에 있는 천사를 상상력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블레이크가 실제로 천사를 봤으며, 바로 그 천사를 그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에 대한 르느와르의 답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가 천사를 보지 못했다고 섣불리 말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그토록 드문 기회가 왔다면, 그는 좀 더 주의 깊게 천사를 지켜봤어야지.
(240p.)
이게 대체 얼마 만인가? 얼마 만에 내리는 빈가? 손가락 꼽아가며 세어볼 만큼 오랜만에 비가 왔다.
"빗님이 오셨다아~"
어제도 왔지만
감질나게 찔끔,
비 오나? 하고 내다 보는 새에 뚝 그쳐버린,
오다 만 느낌이니까 어제 온 건 빼고,
오늘 드디어
은혜로운
"빗님이 오셨다아~"
반가운 마음에 비를 맞았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그쳤는줄 알고 빈 손으로 밖에 나갔는데 4층에서 계단 타고 걸어 내려가는 새에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를, 그냥 맞고 걸었든 것이다. 한 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대체 왜 그랬냐고? 글쎄 뭐. 한 두 살 먹은 어린애가 아니건 말건, 농사 짓는 농부도 아닌건 말건, 아무튼 오늘 내린 비는 그냥 비가 아니고 비,님,이니까.
그러나,
비님이 오신 것도 오랜만이고
내가 비를 맞은 것도 오랜만이어서
나는 좀 더 주의 깊게
비를 맞지 못했나보다.
'그토록 드문 기회가 왔다면'
좀 더 주의 깊게 맞아야 했던 것인데...
조금만 젖어도 몸에 달라붙는 얇은 면티를 입었던 나는
비를 맞은지 5분도 안되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하마터면
가슴둘레와 배둘레가 이퀄되기 직전에 처한
나의 비밀 아닌 비밀이
온 동네에 다 알려질 뻔 하였지 뭔가.
으하하하.
자주 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다시 비님을 맞을 기회가 온다면,
오늘 보다는 훨씬 주의 깊게 맞아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최소한 주머니 달린 후드티 정도는 입고 나서,
급하면 주머니에 손을 넣는 척 하며
배와 옷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줄 수는 있도록!
더 급하면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써서
사람들이 나를 못알아보게 한 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 정도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