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도 디자인 이야기 - 10가지 디자인 발상법과 4가지 회사경영법
사토 오오키.가와카미 노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미디어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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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 웹사이트

http://www.nendo.jp/en/release/2014/

 

"우리나라 홈쇼핑, 마트, 인터넷쇼핑몰 그 어디선가 판다면 곧장 주문했을.."

1. 케잌 http://www.nendo.jp/en/works/village-2/?erelease

2. 소금-후추-간장병  http://www.nendo.jp/en/works/talking-2/?erelease

3. 콜라병 재생그릇 http://www.nendo.jp/en/works/bottleware-2/?erelease

4. USB http://www.nendo.jp/en/works/data-clip-2/?erelease

5. USB http://www.nendo.jp/en/works/data-hook-2/?erelease

6. 그릇 http://www.nendo.jp/en/works/parte-2/?erelease

7. 전등 http://www.nendo.jp/en/works/maki-2/?erelease

8. 병따개 http://www.nendo.jp/en/works/1-2006aw-2/top-gear/?erelease

9. 꽃병 http://www.nendo.jp/en/works/1-2006aw-2/vase-vase/?erelease

10. 문고리 http://www.nendo.jp/en/works/ondle-2/?erelease

11. 테이블 http://www.nendo.jp/en/works/wind-2/?erelease

12. 가방 http://www.nendo.jp/en/works/onb-2/?erelease

13. 뚜껑 http://www.nendo.jp/en/works/pooh-glassware-2/pooh-glasswarecontainer/?erelease

14. 받침 http://www.nendo.jp/en/works/pooh-glassware-2/pooh-glasswarecoaster/?erelease

15. 수건 http://www.nendo.jp/en/works/baguette-towel-towel-tab-2/baguette-towel-2/?erelease

16. 고무줄 http://www.nendo.jp/en/works/stationery-collection-3/cubic-rubber-band/?erelease

17. 꽂이 http://www.nendo.jp/en/works/stationery-collection-3/cross-pen-stand/?erelease

18. 노트 http://www.nendo.jp/en/works/stationery-collection-3/edge-note/?erelease

19. 수첩 http://www.nendo.jp/en/works/stationery-collection-3/hard-cover-memo-pad/?erelease

 

 

 

 

 

"일상 속에서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죠. 온몸을 ‘필터’라고 이미지화합니다. 일상생활 속에는 공기나 물처럼 몸을 관통하는 요소가 있는 반면, 필터에 걸려드는 아누 미세한 ‘차이’도 있어요."

"필터에 걸리는 것이 작으면 작을수록 좋습니다.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어요. 미세한 것들을 정성껏 모으는 과정을 통해 형태로 만드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디자인입니다. 또한 걸러진 요소를 모으다보면 정기적으로 필터가 청소되죠. 그런 과정을 통해 다시금 필터가 잘 거를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70-71쪽)

사토가 말하는 ‘매일매일 일상 속에서 느끼는 위화감’이란 무엇일까? 한 번만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요소가 반복을 통해 알아채기 쉬운 것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매일 같은 가게에서 메밀국수를 먹으면 면을 뽑는 사람이 달라졌다는 걸 자연스레 알 수 있죠." (72쪽)

"건축가가 자주 사용하는 톱다운 방식은 먼저 도시나 지역에 대해 생각하고 건물, 인테리어, 물건으로 관점을 좁혀가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반대로 내 옆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컵을 생각하는 거죠. 그러고는 그 컵에 어울리는 테이블, 방, 집, 주변, 도시와 같은 식으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디자인에 매력을 느낍니다." (77쪽)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에요. 그 방법적인 면에서 디자이너의 개성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어떤 방식을 취하건 상관없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디자이너로서는 실격이죠. 그러나 문제 자체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그럴 때는 다 같이 문제점을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93쪽)

디자인회사를 경영하다보면 항상 커다란 딜레마가 따라다닙니다. ‘디자인을 열심히 할수록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디자인회사가 제작 디테일을 너무 중요시하면 효율이 안 좋아지고 수익률이 악화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즉 새로운 것에 도전해 수고와 비용을 들일수록 디자인 수익의 채산이 맞지 않게 되는 거죠.

반대로 디자이너 수를 늘려 아이디어나 오리지널리티가 그다지 개입할 여지없는 ‘컨베이어식 디자인’ 작업(이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을 여럿 맡아 하면 간단히 수익을 올릴 수 있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수많은 디자인을 변주해 전개하는 기술만 있으면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버리는 안’이라 불리는 씁쓸한 디자인 안으로도 작업합니다. 이런 기술은 디자인 계열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간단히 익실 수 있어요. 즉 인재 육성도 간단한 거죠. 결과적으로 광고 그래픽 디자인 등 컨베이어식 디자인 작업이 많은 곳일수록 활동하는 디자이너 수가 많고,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운영되는 회사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267-268쪽)

단순히 업무내용에 따른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인에 비해 디자인을 의뢰한 기업 내 ‘지출 주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제품디자인의 경우, 상품 개발비에서 비용이 지불됩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매장 개발비에서 지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품의 매상으로 디자인 비용을 메울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대금은 내장비 포함 OO만 엔’이라는 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의 경리 업무에서 보자면 디자인 비용과 벽지 대금이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거죠.(268쪽)

디자인 비용이 상품 개발 비용이나 매장 개발 비용에 포함되면 그만큼 매출 목표를 높이 설정할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디자인 계획에 족쇄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디자인이 매출에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는지, 단기적인 성과만이 부각되고 디자인의 선택지는 순식간에 줄어들게 되죠. 상당히 답답한 조건 하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268-269쪽)

개인 주택을 설계할 경우는 어떨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주택 자체가 이익을 만들어내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지갑은 굳게 닫힙니다. 2~3년에 걸쳐 설계와 현장을 관리해야 하고 준공 후 몇 년간은 건물 관리와 보수를 해야 하는 등 품과 시간이 드는 일이지만 그에 비해 미미한 금액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주택 설계 일은 늘 비용과의 싸움입니다. 저비용 주택일수록 비용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하며 난이도도 높아지죠. 그러나 주택 설계 디자인 대금은 대체로 총공사비의 5~10퍼센트 정도록 책정되어 있어요. 즉 열심히 노력해 효율 높은 디테일을 고안하거나 자재 공급 회사와 협상해 공사비를 줄이는 금액만큼 설계 회사의 이익도 줄어드는 거죠.
반면 그래픽 디자인의 경우 기업의 광고비에서 디자인 비용이 지급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디자인에 들어간 비용을 단기적으로 회수하는 것을 목적으로도 하지 않죠. 게다가 기업 정서 상 광고비에 대해서는 비교적 지출이 자유롭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269-270쪽)

아이디어는 가장 중요한 ‘씨앗’입니다. 그러나 씨앗은 어차피 그냥 씨앗일 뿐이죠. ‘밭을 일구고, 키우고, 수확하는’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그 씨앗이 엄청나게 훌륭한 것이 아니더라도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끌고 갈 수 있어요.
100점짜리 아이디어의 40퍼센트만 실현시키는 디자인회사(게다가 매번 100점짜리 아이디어를 낸다는 보장도 없는)와 안정적은 70점짜리 아이디어를 100퍼센트 실현해내는 디자인회사가 있다면 클라이언트는 어느 쪽과 일하고 싶어할까요?(277-278쪽)

디자인을 하는 이상, 결과를 추구하는 건 당연합니다. 여기서 결과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넘어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큰 리스크는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프로젝트 초기에 오리엔테이션 단계가 필요합니다.
회사의 역사와 현재 상태, 이후의 방향성, 만들어갈 상품의 위상, 구매층,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비전, 매장 환경, 경쟁 상품의 동향, 구매자의 기대, 과거의 성공 체험과 실패 사례 등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죠.(281-282쪽)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모른다는 건 투수가 눈을 가리고 공을 던지는 것과 똑같아요. 우연히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갈 수야 있겠지만 타자를 요리하는 수준의 제구는 기대할 수 없죠. 포수 글러브와 홈 베이스를 제대로 바라봐야만 구질과 코스 등을 궁리하며 대결 중인 타자와의 승부가 가능합니다. 시속 160킬로미터의 강속구를 던졌다고 해도, 최고 수준의 변화구를 던졌다 해도 그것이 마구잡이로 던진 공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겁니다. 이것이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가 빠지는 함정이에요.(282쪽)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눠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거나 애초부터 기대하는 바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프로젝트는 안타깝지만 거절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기대에 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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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5 15: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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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9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1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1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구판절판


입 언저리가 일그러질 때, 관을 파는 가게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거나 장례 행렬을 만나 그 행렬 끝에 붙어서 따라갈 때, 특히 심기증에 짓눌린 나머지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보는 족족 후려쳐 날려 보내지 않으려면 대단한 자제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나는 되도록 빨리 바다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에게는 권총과 총알 대신이다. 카토는 철학적 미사여구를 뇌까리면서 칼 위에 몸을 던졌지만, 나는 조용히 배를 타러 간다. 이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바다를 알기만 하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바다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것이다.-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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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5-0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를 알기만 하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바다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것이다. 」
돈을 알기만 하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돈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것,인가?
권력을 알기만 하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권력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것,인가?
그런가?
정녕?
 
요리를 욕망하다 - 요리의 사회문화사
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14년 2월
절판


내가 빵을 굽기 시작한 이유는 빵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빵을 굽게 된다면 멋진 일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느낀 충동은 나만의 빵을 굽겠다는 깊은 열망보다는 기자의 호기심 쪽에 더 가까웠다. 단지 집이나 나를 받아줄 빵집에서 반죽에 직접 손을 대봄으로써 빵 굽는 과정에 대한 감을 익히고 싶었을 뿐이다. -248쪽

사실은 몇 해 전에 빵 한두 덩이를 구워본 적이 있는데 결과는 그만그만했다. 그래서 빵은 나한테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리의 한 형태로서 빵굽기는 너무 수고로운 작업 같았다. 빵을 구우려면 꼼꼼하고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빵 굽기는 건축으로 치자면 목공일에 해당되었고 나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일보다는 실수가 좀 더 허용되는 일 쪽에 끌렸다. 원예, 요리, 글쓰기 등은 모두 수정할 수 있고 중간에 바로잡을 수 있어서 이런 면에서 여유가 있는 일들이다. -248쪽

반면, 빵 굽기는 수수께끼 같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일 같았다. 반죽을 발효시키려면 눈에 보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힘을 관리해야 했다. 레시피는 어려워 보였고 성가시기도 했다. 게다가 내가 참고한 모든 책과 제빵사는 재료를 그램 단위로 측정하기 위해 주방저울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쓰기 위해 빵을 구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가장 예사롭지 않은 평범한 식품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글을 쓸 소재를 모은 뒤 저울을 치우고 다른 일로 관심을 돌려버릴 작정이었다.-248-249쪽

하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소재를 모두 모은 한참 뒤에도 나는 계속 빵을 굽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오븐 속에서 빵 한 덩어리가 익고 있고 바구니에도 한 덩어리가 잠자고 있다. 나는 빵 굽기를 그만둘 수가 없다. 나는 손에서 느껴지는 반죽의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 번째나 네 번째로 치대면 풀기 없고 질척질척하던 반죽인 응집되기 시작하면서 마치 안에서 힘줄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차츰 탄력이 생긴다. 나는 또한 오븐 문을 열고 내 반죽이 얼마나 부풀어 올랐는지 확인하는 순간을 사랑한다.(약간의 두려움도 함께 느낀다.) 그리고 빵이 식는 동안 내부의 김이 빠지느라 껍질에 금이 가면서 낮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사랑한다. 그럴 때면 부엌은 무엇과도 비길 데 없는 구수한 향으로 가득 찬다.-249쪽

파티 주최자 중 한 명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데 집에 오는 길에 미션 지구에 있는 한 빵집에 들러 빵을 샀다고 했다. 그 빵집에서는 오후 늦게야 오븐에서 빵을 꺼내는 모양인데, 그래서 내가 빵을 처음 먹었을 때 조금 따뜻했다.
내가 빵 굽기에 착수했을 때 이 인상적인 빵이 눈앞에 커다랗게 어른거렸다. 아마도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겠지만 어쨌든 목표로 삼아서 노력하고 싶은 빵이었다. 마침내 나는 그 빵집의 이름ㅡ타르틴ㅡ과 제빵사의 이름ㅡ채드 로버트슨ㅡ을 알게 되었다.(나는 제빵사가 유명인사가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250쪽

나는 여기저기에서 이 사람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입수했다. 빵이 오후 늦게 나오는 이유는 로버트슨이 서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션 비치의 파도가 좋을 때는 아침 시간을 비워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이 말은 사실과 좀 어긋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는 그가 빵을 하루에 250덩이만 굽고 더 이상을 구우려 하지 않는다고 읽었다. 그래도 오후만 되면 게레로 가에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빵이 식기도 전에 동이 나버린다고 했다. 사람들은 전화로 빵을 예약하기도 했다.-251쪽

그래서 나는 로버트슨이 자신의 상징이 된 시골 빵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책을 출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몹시 반가웠다. 나는 로버트슨의 책 《타르틴 브레드(Tartine Bread)》의 견본을 어렵사리 손에 넣었다. 꼭 로버트슨이 굽는 빵처럼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표지에 교과서같이 제본된 멋진 책이었다.-251쪽

나는 커다란 책을 펼치면서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기본 레시피’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기대감이 무너져버렸다. 레시피는 42쪽에서 시작되었는데, 68쪽이 도도록 오븐에 빵을 넣지 않았다. 그 사이에 유용한 사진들이 잔뜩 실려 있었는데 대부분이 반죽 사진이었지만 로버트슨이 빵을 만드는 모습도 몇 장 있었다.-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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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4-3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손에서 느껴지는 반죽의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 번째나 네 번째로 치대면 풀기 없고 질척질척하던 반죽인 응집되기 시작하면서 마치 안에서 힘줄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차츰 탄력이 생긴다. 나는 또한 오븐 문을 열고 내 반죽이 얼마나 부풀어 올랐는지 확인하는 순간을 사랑한다.(약간의 두려움도 함께 느낀다.) 그리고 빵이 식는 동안 내부의 김이 빠지느라 껍질에 금이 가면서 낮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사랑한다"
- 저는 이것이 글을 쓸 때의 과정으로 읽히네요.

글에 탄력이 생기는 걸 느낀다.
초고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읽어 보는 걸 사랑한다.
수정본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
완성된 글을 흐뭇하게 볼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작가들이 그러하지 않을까요...)
 
요리를 욕망하다 - 요리의 사회문화사
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14년 2월
절판


정확히 언제 요리라는 과정이 시작되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 재료를 냉장고 밖으로 끌어내 썰면 시작되는가? 아니면 그전에, 이런 재료들을 사러 나갈 때 시작되는가? 아니면 식재료용 고기가 사육되어 도축장으로 끌려가 죽게 될 때부터 시작되는가? 고대 그리스에서 요리와 도축, 도살을 담당했던 사람을 모두 똑같은 이름ㅡ마게이로스ㅡ으로 불렀던 까닭은 이 모두가 하나의 의례 과정에 포함된 단계였기 때문이다.-101쪽

화학적으로 불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 내가 자문을 구했던 화학조미료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연기와 불을 고기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당분, 지방에 더하면 당과 아미노산의 단순한 구조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방향족 분자 같은 3000~4000개의 새로운 화합물이 생겨난다.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화합물만 꼽아본 거예요.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들도 수백 개가 넘어요."-110쪽

독자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호메로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거하게 먹는 장면은 건너뛰고는 했다. 왜 그렇게 먹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지, 혹은 호메로스는 왜 굳이 그토록 하찮아 보이는 장면들을 애써 자세히 묘사했는지 거의 생각해보지도 않고 넘어갔다.-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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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4-04-0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요리의 시작은 먹을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잘잘라 2014-04-03 14:12   좋아요 0 | URL
딩동딩댕동~~
정말 딱 맞는 말씀입니다.
요리의 시작은 먹을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ㅎㅎㅎ

 
요리를 욕망하다 - 요리의 사회문화사
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14년 2월
절판


요리사들은 손에 잡히는 진짜를 다루게 된다. 키보드와 스크린뿐만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 그리고 곰팡이 같은 근본적인 무언가를 접하는 것이다. 이들은 물과 불, 흙과 공기 같은 태곳적 원소들과 함께 일하며, 이들을 이용해ㅡ이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ㅡ최상의 맛의 조합을 이루어내는 것이다.-머리말 13쪽

우리 사회는 우리에게 적은 역할마을 할당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한 가지만 생산하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수많은 상품들을 소비하며, 1년에 한두 번쯤은 투표라는 시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사실상 우리는 모든 욕구와 욕망을 전문가에게 일임하고 있다. 식사는 식품산업에, 건강은 의료인에게, 오락은 할리우드와 미디어 업계에, 정신건강은 테라피스트나 제약회사에, 자연을 돌보는 일은 환경운동가에게, 정치는 정치인에게.....등등. 이런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머지않아 우리는 스스로 뭔가ㅡ뭐든지, 그러니까 ‘생계유지’를 제외한 모든 일ㅡ를 할 생각조차 못 하게 될 것이다. 다른 부분에서도, 우리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거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머리말 30쪽

복잡한 경제에서 분업의 한 가지 문제점은 일상의 행위와 결과의 연결고리, 책임의 한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전문화로 인해 우리는 새로 산 컴퓨터 화면을 밝혀주는 화력발전소의 쓰레기나 내가 먹는 시리얼에 들어갈 딸기를 따는 데 드는 고된 노동, 또는 내가 먹는 베이컨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살다 죽어간 돼지의 고통을 쉽게 잊는다. 또한 지구 반대편의 이름 모를 전문가들이 우리를 위해 하는 모든 일들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끗이 잊어버린다.-머리말 31쪽

요리는 동식물을 변형시키는 심보가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 역시 요리로 인해 단순한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한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생산 쪽으로 조금만 비중을 옮기기만 해도 예상 밖의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 이 책은 미미하나마 우리 삶에서 생산과 소비의 비율을 변화시키자고 권유한다.-머리말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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