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옥남 지음 / 양철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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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왜 그러셰쎄요. 편집자님, 출판 관계자님들 나빠요. 그러믄 안되요. 할머니 글씨로 보고 시퍼요. 이건 반칙이예요. 명백해요. 다시 만들어주세요. 그럴려고 그러신 거, 맞죠? 이미 다시 만들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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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혼마 이타루의 주택 설계를 위한 101 가지 디자인 비법 강의 주택공간 디자인 시리즈
혼마 이타루 지음 / 엠지에이치북스(MGHBooks)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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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word

후기

 

프로포션과 편안함

 

 

생활스타일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다른 어떤 사람은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옳은 것이냐」라는 궁리를 해본들, 결국 거기에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생활을 감싸주는 편안한 집이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선호에 따라 결정된다고 봅니다. 덧붙이면, 설계자(=건축가)가 건축주의 생각을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 설계자의 사고방식이 특정한 형태로 표현되는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이 책에 게재한 101가지 장면은, 블라이슈티프트 건축 사무소가 30년 가까운 설계 활동을 수행해 오면서 완성시킨 주택 중 그 일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주택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소와 부위의 치수(크기ㆍ넓이)를 결정하게 되나, 이 설계 행위는 공간의 프로포션을 결정하는 작업이 됩니다. 「들어가며」에서도 쓴 것처럼 다양한 요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주택은 만들어지며, 공간의 프로포션에 의해서도 주택의 편안함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를 명확히 드러내고자, 공간의 분위기와 밸런스가 더욱 잘 느껴지는 사진을 골라, 이 책에서 다루어진 101가지 장면을 구성했습니다.

 

언제나 저의 책이 나올 때 마다, 기획부터 출판까지 기나긴 시간을 들여 조언해 주신 미와 히로유키님, 그리고 사진을 촬영해주신 후쿠다 오사무님, 오오사와 세이이치님, 이시이 마사요시님께는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2015년 6월

혼마 이타루

(250쪽)

 

Introduction

집필에 들어가며

 

집짓기는 우선 장소와 장소를 연결시키는 작업이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하자

 

 

주택의 기본은, 주택 바깥의 다양한 환경으로부터 주거인(住居人)의 「몸」을 지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은 바깥에서 유입되는 여러 가지의 스트레스에 대항할 수 있는 기능이 요구된다. 지진 환경에 대해서는 내진 성능, 더위와 추위에 대해서는 단열 성능, 비바람과 습기에 대해서는 방수ㆍ열화 성능, 그 외에도 침입자에 대해서는 방범 성능 등이 그것이다. 이기능이 넘치치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로, 주거 환경이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은, 주택이 수행해야 할 근본적인 원리 원칙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주택의 기본 성능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충족되었다는 것만으로, 그 주택이 정말 「살기 좋은 집」이 되는가.

 

한편으로, 주택은 인간의 생활을 감싸는 도구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도록 공간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 형태라는 것이 사실은 편안함에 관련되기도 한다. 주택의 형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 중에 「배치」가 있는데, 이 「배치」는 평면적인 방과 방 사이의 연결만을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배치는 입체적인 연결을 의미하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뚫린 천장을 끼고 연결되는 각각의 방과 계단과 복도 등, 이들은 고유의 「장소」를 이루고 있으며, 이 「장소」와 「장소」 사이가 연결되는 것으로 생활을 감싸는 편안한 공간이 성립하게 된다. 즉 의식을 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과는 무관하게 「장소」를 연결해 성립된 공간의 흐름(모이기, 머물기, 왕래하기) 그 자체가 편안함에 깊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편안한 공간을 이해하는 첫 번째 방법은 공간 안에 자주 몸을 던지는 것. 하지만 건축가가 아닌 이상 다수의 주거 공간을 체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본 책에서는 주택 공간을 촬영한 사진들을 근거로 각각의 「장소」와 「장소」의 연결 부분을 한 페이지에 소개한 다음, 사진과 스케치(평면도, 단면도)를 병용해 101가지 장면으로 공간의 구성법ㆍ 연결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사진과 도해 그리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례들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풀어 놓은 내용을 통해서도, 각각의 주택이 지닌 공간의 편안함에 어느 정도 다가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건축과 학생이나 건축가들은 이 책을 통해서 주택 디자인의 능력 향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짓기를 생각할 때는 예산, 성능, 배치, 편안함 등, 다양한 관점에 대하여 이렇게 저렇게 검토하고 결단해야만 한다. 그 때 이 책의 특정 사례가 중요한 힌트가 되어, 건축주 그리고 건축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주택 디자인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될 것으로 믿는다.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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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혼마 이타루의 주택 설계를 위한 101 가지 디자인 비법 강의 주택공간 디자인 시리즈
혼마 이타루 지음 / 엠지에이치북스(MGHBooks)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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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일생에 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아무튼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자가, 집을 짓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주택 설계의 대가가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알려주는 비법 전수서를 손에 넣은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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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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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어쩔 수 없는 이유에서

 

솔직하게 고백한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처음 떠올린 2012년 무렵의 나는, 치매에 관한 지식은커녕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주변에 치매를 앓는 분들이 없었다는 것이 나름의 변명이 될지도 모른다.

방송국 PD로서 수많은 현장을 취재하며 다녔으면서도, 치매 관련 프로그램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열게 되었다는 자체도 신기한데, 그 계기라는 것도 무슨 거창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그 무렵 아주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

사연인즉슨, 어떤 현장을 한 달 정도 장기 취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촬영에 문제가 생겨서 방송사고가 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이지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다른 취재 현장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본 동료 하나가 '이 사람 어때?' 하고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치매 시설 관련 일을 하고 있던 와다 유키오 씨였던 것이다.

 

 

 

ㅡ 맥 빠질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광경

 

와다 씨의 현장은 나고야에 있었다.

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무 곳이 넘는 간병 시설을 총괄하는 매니저로, 나고야에 있는 그룹 홈은 아직 개설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거의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수준의 현장이었다.

와다 씨로부터는 사전에 '시설이 막 오픈된 탓에 입주자분들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뭐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취재 오셔도 좋습니다'라는 말에, 오히려 취재를 가는 나의 긴장감이 더 고조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로서는 인생 최초로 치매와의 조우가 아닌가. 다르게 표현하자면 말도 통하지 않고 사정도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으로 떠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방송 펑크를 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할 수 없지!' 각오를 하고 취재를 시작했는데.... 의외의 일 연속이었다.

그곳에는 잔뜩 긴장하고 찾아간 사람의 맥이 빠질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화기애애하게 요리를 하고.

조금 있자니, 약 700미터 떨어진 시장에 그날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갔던 할머니들이 돌아왔다. 오늘은 무얼 만들까, 아니야 그건 별로야, 왁자지껄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취재 전까지만 해도 치매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주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거의 기억을 잃고, 자꾸 집을 나가거나 가끔은 폭언을 하고 심지어 환각 증세도 나타나는.

어쨌든 정말 무섭고 슬픈 병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좀 더 솔직하게 고백하면, 치매 환자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약간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조차 있었다.

 

 

 

ㅡ 이 또한 현실입니다.

 

취재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가 치매의 여러 가지 면들도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들이 우리 촬영팀의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고, 매일 만나는 와다 씨에 대해서도,

"처음 보는 사람이네. 이름이 뭐요?" 하고 물어보기 일쑤다.

촬영을 위해 시설에 가면 경찰차가 와 있기도 했다.

여든 되신 할머니의 행방이 아침부터 묘연하다는 것이다.

와다 씨가 총괄 매니저로 있는 시설은 야간을 제외하고는 문을 잠그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롭다.

물론 입주자들이 외출할 때 직원들이 동행하기도 하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알려주는 장치를 달아놓는 등 나름의 안전 대책이 갖춰져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날은 아침 식사 후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할머니 한 분이 밖으로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시설 오픈 직후라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라고 했던 와다 씨의 말이 이해가 갔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 한 사람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이대로 계속 카메라를 돌려도 될까, 우리 촬영팀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와다 씨가 우리의 걱정을 불식시켜 주었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저야말로 전문가로써 자격 상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찍어 주세요. 이 또한 간병 세계의 현실이니까."

그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나 보다.

 

 

 

ㅡ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키기 위하여

 

와다 씨가 간병 의료 세계에 막 입문했던 1980년대.

치매에 걸리면 몸을 침대나 의자에 묶어놓기도 하고, 방이나 시설에 가두어 두는 등 행동이 제한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 의문을 갖고 있던 와다 씨는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유지하게 해 주는' 간병을 목표로 꾸준히 싸워왔다고 말한다.

"간병이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을, 살아가는 것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필요한 곳에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온전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살아가고, 더 이상 그 힘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게 되면 치매가 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와다 씨의 시설에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각자 알아서 한다. 칼을 들고 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고 빨래와 청소를 하고, 마을로 쇼핑이나 산보를 나간다.

물론 나이 든 어르신들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사고를 당할 가능성에 늘 노출되어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어르신들 각각의 치매 정도나 신체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전문가인 우리가 계속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와다 씨의 신념이자 각오였다.

 

 

 

ㅡ 방황과 갈등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행방불명이 된 할머니를 찾아 함꼐 헤맨 지 7시간.

아무래도 이 시점에서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질문을 와다 씨에게 던졌다.

"이런 사태를 초래하면서도 시설의 문을 걸어 잠그지 않으실 겁니까?"

그러자 와다 씨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24시간 365일 잠그지 않을 거예요. 물론 문을 걸어 잠그면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없어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전혀 갈등이 안 되신다고요?"

그러자 와다 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갈등하지요. 늘 흔들리고 있어요."

와다 씨에게도 흔들림과 갈등은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이기적이지는 않은지,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자문자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왔다고 한다.

"치매 환자는 평생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을 억제당해 온 역사 그 자체인 거지. 하지만 인간이 왜 멋진 존재인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인간이, 자신의 뇌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멋진 것을 빼앗으려고 해서는 아 된다. 최대한 그것을 지켜주는 것,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할머니의 행방이 묘연해진 지 15시간.

경찰서에서 무사히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옛날에 자주 참배를 갔던 아쓰다 신궁에 가고 싶어 무작정 걸어가다 보니,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ㅡ 치매 환자이기 전에, 사람이잖아요.

 

취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와다 씨가,

"간병 시설을 세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죠?"

하고 물어온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이 분명 비용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지역주민이나 행정단체들의 이해를 얻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치매 노인들이 마을을 걸어 다니는 것은 위험해."

"치매 환자한테 요리를 시키다가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이런 반대 의견이 연신 나오기 때문에, 시설을 세울 때에는 먼저 정중하고 또 정중하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마음도 이해가 가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꿰뚫었는지, 와다 씨는 "오구니 씨, 저기 말이에요" 하고 말을 시작하더니 계속 이어갔다.

"치매 환자이기 전에, 사람이잖아요."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런 시각이 내 안에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와다 씨는 '치매 환자 오구니 씨'. '오구니 씨는 치매 증세가 있다' 이 두 가지 표현은 전혀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룹 홈에서 생활하는 노인분들을 '치매 환자 누구누구'라는 식으로 보아왔다.

누구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한데로 뭉뚱그려서 '치매 환자들'이라고 여겨왔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그것은 '치매'라는 말을 어설프게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ㅡ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치매'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나도 당연히 이 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충 알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위험한 것이다.

'치매란 이런 거야'하고 막연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대충 알고 있는' 이미지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에 와다 씨는 치매를 벌레가 달라붙어 있는 것에 비유한다. 사람에게 치매란 벌레가 달라붙어 있는 것일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이 것은 변함이 없다. 거기에서 시작하라고.

와다 씨에게 배우고 난 후 다시 그룹 홈을 바라보자 정말로 그렇게 보였다. 깜짝 놀랐다.

운동신경이 좋고 늘 생기발랄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요리를 잘해서 멋진 칼 솜씨를 보여주는 분도 있다.

말을 잘해서 사람들을 늘 웃게 해 주는 분도 있고, 야한 농담을 좋하하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 치매라는 병이 붙어있기 때문에 조금씩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무조건 밖으로 나도는 사람도 있고 폭언을 일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백이면 백 언제나 늘 그런 상태인 것은 아니다.

그런 성향이 조금씩 보이기는 하지만, 이를테면 치매라 해도 단색이 아니라 사람들 저마다 다른 색깔과 명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치매 환자이기 이전에, 사람.'

와다 씨는 이 사실을 지역 주민이나 행정 단체에 거듭 알리면서 조금씩 협력의 범주를 넓혀온 것이다.

 

 

 

ㅡ 골칫덩어리에서 '어, 보통 사람이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이곳 그룹 홈에서는 매일 700미터 떨어진 시장까지 대여섯 명이 함께 장을 보러 간다.

나는 그분들을 따라 장에 가는 것이 정말 좋았다.

채소 가게, 생선 가게, 반찬 가게에 철물점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 시장에서 어르신들의 표정을 들여다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 주부의 모습 그 자체다.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누가 치매 환자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다.

거리에 녹아드는 이 느낌이 참 좋다, 생각하면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될 수 있는 것은, 와다 씨가 사전에 시장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설명을 한 덕분이지만, 시장 측도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치매를 앓기 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시장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해 보았더니, 처음에는 '괜찮을까', '괜히 성가시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위험한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오는군' 이런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와다 씨와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르신들이 평범하게 장을 보는 모습을 보고, '어? 우리랑 똑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험한 사람들'로 여겼던 치매 환자들을 '아, 보통사람이구나'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이 너무나 흥미로웠고, 바로 거기에서 어마어마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145-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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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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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먼저 읽고, 지난 목요일에 KBS에서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라는 제목으로 1부 방송한 것도 보았다. 다른 나라 제품이나 디자인, 프로그램을 똑같이 베껴먹는 행위를 너.무.너.무. 싫어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똑같이 베껴먹고 따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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