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041p.)  시간여행과 스토리텔링


  이 과정은 두 가지 능력, 즉 우리 마음의 두 가지 독특한 능력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머릿속으로 과거와 미래를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노련한 시간 여행자이자 숙련된 이야기꾼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은 삶에 후회를 일으키는 인지적 이중 나선을 형성한다.


   '세계 후회 설문조사'에 제출된 수많은 후회 중 하나를 살펴보자.


아버지의 뜻에 굴복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겠다는 내 소망을 따랐더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랬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다른 궤도에 올랐을 겁니다. 더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겠죠. 


  이 몇 마디 말속에서, 버지니아에 사는 이 52세 여성은 두뇌의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그녀의 머릿속에서 과거(자신이 교육과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수십 년 전 젊은시절)로 돌아간다.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그녀는 실제로 일어난 일(아버지의 바람에 굴복한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원했던 대로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는 대안으로 대체한다. 그러고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앞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녀가 과거를 재구성했기 때문에 도착했을 때 마주하는 현재는 조금 전 떠나온 현재와는 크게 다르다. 새로 단장된 그 세상에서 그녀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시간여행과 허구의 조합은 인간의 초능력이다.


(중략)


(045~046p.)  시간여행을 하고 사건을 다시 쓰는 한 쌍의 능력은 후회 과정의 동력이다. 하지만 후회와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구별하는 두 가지 추가 단계를 더 거치지 않으면 이 과정은 완성되지 않는다. 첫째, 비교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52세 여성으로 돌아가 보자.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바라던 대로 대학원에 진학했더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 사람이다. 그녀가 단지 현재 처한 상황이 비참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거라면 어떨까. 그것만으로는 후회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 감정은 슬픔, 우울, 혹은 절망이다. 타임머신에 탑승해, 과거를 부정하고, 암울한 실제 현재와 어쩌면 있었을지 모를 현재를 '비교'하는 일을 해야만 그 감정은 '후회가 된다'. 비교는 후회의 핵심에 있다. 


  둘째, 비난을 평가한다. 후회는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잘못이다. 영향력 있는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표현하는 후회의 약95퍼센트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했던 그 상황과 관련이 있다.


  후회에 사로잡힌 버지니아를 다시 생각해보자. 그녀는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상상의 대안과 비교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는 생각에 빠진다. 이 단계가 필수이긴 하지만 부족함을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녀를 후회의 영역으로 완전히 밀어넣는 것은 그 결정과 행동을 한 것이 그녀 자신이라는, 대체 불가능성이다. 그녀 자신이 고통의 원인이다. 그래서 후회는 실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다르고 훨씬 더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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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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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POWER OF REGRET(2022), 후회의 재발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제1판 1쇄 2022년 9월 15일, 제1판 11쇄 2024년 12월 3일. 값18,000원, 알라딘 판매가 16,200원. 음.. 1판 1쇄를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함. 세상 따뜻한 인생 조언. 후회를 말할 용기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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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본 거 중에 제일 좋았던 거,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 아님. 작정하고 주문했던 책? 아님. TV 설연휴 특선 영화? 드라마? 예능? 다 아님. 다 아니고 그럼 무엇이당가? 그것은 바로, 바로오- 눈! 눈! 함박눈!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는 누우우우운!

작년, 재작년에 못 보고 3년 만에 보니까 어찌나 반갑던지, 휴게소마다 들러서 눈 구경하고 사진 찍어댐. 사진을 올리려고 보니 어... 사진 속 내 모습 이게 나라고? 우앙ㅠㅜ 안되겄네. 사진은 패쓰!

금요일 오전에 볼 일이 있어서, TV 끄고 나가려고 리모컨을 들었는데 마침 [스즈메의 문단속]을 시작하는 거임.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잠깐만 본다고 리모컨 든 채로 TV 앞에 서서 보다가 결국 앉아서 다 보고 일어남. 오호~ 이 영화 훌륭함. 막 막 아름다운 경치, 반짝반짝 윤슬, 자전거, 낭만, 철학, 문학, 여행, 우정, 의리, 삶, 죽음, 지진, 재난, 생계, 가업, 취업 얘기까지 나오구 막 막 그런게 만화영화에 다 이렇게 들어있다니, 이렇게나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에 있으면 한번 더 보려했드만 없구만..
그렇다고 돈 내고 보기는 그렇고,
돈을 쓴다면 아무튼 책을 사야겠지비?
근데 뭐 이래 많은강?
만화도 있고 소설도 있고?
음.. 고민되누만.
그렇다면은
내일 다시 생각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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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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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쓸수록 선명해진다》, 원제 Exploratory Writing, Alison Jones 지음, 진정성 옮김. ‘탐험쓰기‘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니 글쓰기 욕망이 살아남.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는 이렇게 폰이나 컴퓨터 자판으로 두들겨대는 건 안 쳐줌.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쓰는 글(씨)쓰기만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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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p.
정말이지, 다로에게는 실망했습니다.
탄소가 사방에 굴러다닌다고 해서 다이아몬드가 어디에나 있다는 뜻은 되지 않습니다. 분명 이야기의 시초는 원시적으로 자연히 떠오르지만 그대로 통용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나의 형태로 다듬어 글 또는 영상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려면 작업 과정을거쳐야만 합니다.

저를 예로 들어 말하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프로다운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착상을 어떻게 한편의 소설로 만들어내는지, 제 작업 진행 과정을 조금만 소개하겠습니다.

미스터리를 쓸 때 필요한 요소는 우선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야기 자체. 이것은 심플한 내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아까 다섯 명의 그림에서 탄생한 이야기라도 시초로는 충분합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심플한 내용이어야만 합니다. ‘이제부터 쓰려는 건 어떤 이야기인가‘를 한두 마디로 설명하지 못하고 ‘A가 B를 해서 C가 D를 하고 거기에 E가 F를 하려다가......‘ 이런 식으로 질질 늘어지는 경우는 이야기가 좁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156p.
다음으로 미스터리니 응당 수수께끼가 필요합니다. 솔직히라고 해야 할지, 역시라고 해야 할지, 여기에 시간이 많이 듭니다. 미스터리에서 수수께끼에 접근하는 방법은 오랜 역사 속에서 수도 없이 태어났습니다. 후더닛, 와이더닛, 알리바이깨기, 밀실 트릭, 다중 해결.....
(중략)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면 미스터리 소설의 골격이 일단 완성됩니다. 가능하면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에 이야기가 최고조를 맞도록 구성하고 싶은 법입니다.
(중략)
세 가지 요소 중 마지막은 무대입니다. 어느 곳의 이야기이고, 언제 적 일인가. 이것으로 골격이 살을 얻습니다. 방금 전에 이야기와 수수께끼의 결합은 불가분의 관계여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반대로 무대에는 호환성이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현대 일본을 무대로 해도 좋고 중세 영국을 무대로 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대개는 성립됩니다.
(중략)

157p.
하지만 어디서나 성립된다고 해서 대충 정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나 성립되기 때문에 더욱 무대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중략)

158p.
무대의 또 다른 요소, 시대 설정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는 요즘 완전히 ‘현재‘보다 10년이나 20년, 조금 이전의 시대를 그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지금은 정보기술혁명이 너무 빨라서 ‘현재‘를 써도 2,3년 만에 낡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중략)

159p.
이야기와 수수께끼, 무대,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비로소 미스터리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인물을 고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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