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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원맨쇼 ㅣ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2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1편이었던 < 마지막 형사>를 너무 재밌게 봤던 나머지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감격을 했었더랬다. 이렇게 발 빠르게도 나와 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시리즈라곤 하지만 후속작이 그렇게 빨리 나와 주겠어? 라면서 잊고 사는게 상책이야 했는데, 그런 신념이 무색하게도 재빨리 나와준 후속작에 출판사와 역자에게 감사를 드렸더랬다. 분명히 재밌을 거야. 도무지 재밌지 않을 리가 없어. 그렇게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주인공을 만들어 놓고도 그걸 살리지 못할리 없으니 말이야, 라고 자신만만하게 자신했건만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짜로? 했는데 , 정말로 그렇더라. 어떻게 이렇게 영웅적인 주인공을 이다지도 초라하게 만들어 놨는지도 이해가 안 가고--전작의 주인공과 분명 이름은 똑같은데도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이야기 자체도 엉성하기 짝이 없어서 실망이었다. 거기에 동양인을 등장인물에 집어 넣었다는 점에선 감사할 일인데, 이거 영 동양인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거다. 진짜 동양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가 가진 편견에 근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느낌이랄까. 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넣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가 영어로 글을 쓴다고 해도 요즘엔 번역(!) 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번역이 되면, 그의 글이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나설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을 내기 전에 누군가 일본인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한번도 들지 못했다는 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랬더라면 그가 그린 일본인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누군가 알려 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여간 부분 부분 실망스러움 투성이라서, 원맨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들려 왔다. 진짜로 혼자서 열심히 책을 망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주인공인 피터 다이아몬드가 말이다. 전작의 매력적인 경감을 생각하면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역자 역시 그런 평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역자후기에 보니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다이아몬드 시리즈 중 이 작품에 대한 독자 및 전문가의 평이 상당히 박해서 번역하는 내내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시각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면이 없지 않음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았다." 고...
요즘 새삼 느끼고 있는건데, 독자평이라는걸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수준이 비슷비슷한만큼 , 똑같은 책을 읽으면서 같은 것을 느끼는 수가 없다는 점은 지적 하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역자 후기에 쓰인 저 말에, 안 그럴거야, 우리 피터 다이아몬드는 그럴리가 없어...했는데, 책을 읽어 가다보니 정말 저 말이 사실인거다. 애써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던 역자분이 어찌나 안스럽던지... 그 역시도 책을 번역하면서 분명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을게 분명하니 말이다. 하여간 주절주절 잔 말이 많았다. 이상 헛소리르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 내용을 요약해 보면...
상사와 충돌을 하고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경찰을 그만 둔 피터 다이아몬드는 백화점 야간 경비로 취직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신세 비참해진 마당에 그가 근무하는 시간에 일본 소녀 하나가 숨어드는 바람에 해고까지 되고 만다. 졸지에 실직자가 된 그는 자신을 실직자로 만든 소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동하고 만다.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아동 보호소에 들린 피터는 도통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녀가 자폐아일 거라는 전문가의 견해에 반발을 한 피터는 그 아이를 도와주기로 한다. 날마다 가서 그 아이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점차 아이가 자신에게 마음을 여는 것 같아 흐믓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간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진 피터는 방송국에 수소문을 해서 그 아이를 방송에 내 보내기에 이른다. 방송을 본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과연 그의 짐작을 맞아 들어가, 방송 다음 날 누군가 그녀의 엄마라면서 데리고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하지만 그 아이가 갈때 반항을 했다는 말에 피터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아이가 잘못 될까 노심초사 하게된 피터는 아이를 데려간 정체모를 여자와 소녀를 쫓아 미국으로 따라가게 되는데...
일단 일본 소녀이자 자폐아인 여자 아이가 연고 하나 없는 영국 땅에 떨어지게 된 사연도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자폐아를 데리고 다닌다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닐텐데, 국제 여행이 과연 가능했을까? 국제 여행이 가능했다고 치자. 생판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자페를 지닌 아이가 갑자기 떨어졌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도 말이 되질 않았다. 자폐아는 그저 기능이 조금 떨어진다 뿐이지, 일반 아이들과 다른 로봇이라는 뜻은 아니니 말이다. 거기에 그 소녀에 집착하는 피터도 이해되질 않았고, 그런 피터를 돕는 일본스모 선수의 등장 역시 웃기긴 마찬가지 였다. 진짜 말이 안 되는 일들 투성이였다니까. 추리 소설에서 이렇게 말이 안 되는 설정들을 늘여 놓으면 안 되는거 아니겠는가. 추리 소설이 생명이 무엇인가. 설득력인데 말이다. 해서 이 책, 나는 심하게 실망해버린 책이 되겠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되는건 역자 후기에 언급하신, 이 책이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중 평이 상당히 박한 책이었다는 말이었다. 그래, 아마도 이 책이 제일 모자란 책이여서 그런 것일게다. 우리의 피터 다이아몬드는 다음 편에서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다시금 되찾을 거야. 라는 희망을 갖게 해줬다. 뭐, 이 책 하나로 시리즈 전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해서, 이 책에 실망했음에도 나는 기다리련다. 다음 시리즈를 말이다. 제발, 다음 편은 이보다 재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