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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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사우스포가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했었다. 이 책을 보고나서야, 왼손잡이 투수를 일컫는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솔직히 왜 사우스포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south=남쪽, paw= (앞)발, 직역하면 남쪽 발이라는 뜻 아닌가. 무슨 어휘상의 역사가 있는가는 모르겠으나, 알기 쉽게 레프트포가 아니란 점이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제목이 이럴까 한참동안 궁싯대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제목대로다.--만약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한번에 알아들으셨다면---구단에 왼손잡이 투수를 몰아내는 음모에 맞서 자신의 야구 생명을 지키려 노력하는 야구 선수가 주인공이니 말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프로야구 감독 눈에 뜨여 스카웃트된 사와무라는 명문 구단에 영입된 것을 영광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구박을 받는다. 야구야 어디서 하건 마찬가지지, 그저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던지던 그는 어느날 집 앞에서 이유없이 된통 구타를 당한다. 맞은 것도 억울한데 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때렸다는 것, 도무지 누군가와 약속을 한 적이 없는 사와무라는 오리무중일 뿐이다. 단지 그것이 우발적인 사고라고 생각하고 말았던 그는 선배의 파티에 갔다가 역시 호되게 폭행을 당하고 만다. 이번엔 삼인조에게, 물론 저번에 때린 그 사람이 주동자였지만서도 말이다. 그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대서특필 되면서 그는 난데없이 승부조작설에 휘말리고 만다. 미치고 폴짝 뛰게도 정황마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 사람들은 그가 진짜 조작 가담자라고 여기게 된다.  그가 아무리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을 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 별수없이 2군으로 밀려난 그는 참기만 하다간 내 명에 못 죽지 싶어 결국 사건의 배후를 캐보기로 결심을 한다. 이번엔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아직은 뜨지 못한 배우긴 하지만 아름답고 영리한 구로사카,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여기자 불여사, 그리고 야구 선배등...그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폭행한 자의 정체를 어렴풋이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악질의 협박범으로 이러저러한 건수를 빌미로 많은 사람들을 등쳐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자신이 그의 노련한 범죄자의 표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와무라는 자신에 앞서 당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꼭 범인을 잡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를 잡기도 전에 다시 한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게 된다. 열이 받친 그는 자신의 야구생명을 걸고 투구에 나서기로 하는데... 과연 그 결과는?


야구와 관련된 범죄로, 난데없이 자신이 승부조작 당사자가 되버린 투수가 자신의 명예와 야구 생명을 위해서 고부분투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프로야구 세계를 눈앞에서 보는 듯 개연성 있게 그려낸 점이 장점. 진짜로 그들이 그런 말들을 나누고 그런 알력이 있고, 그런 경쟁 구도 속에서 경기가 나서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야구에 어느정도 정통한 덕분에 이런 디테일이 살아있는 대화들을 가능하게 한 것이겠지. 야구 세계를 알게 해준다는 점도 좋았고, 뜬금없이 범죄자로 몰린 자의 억울함을 공감할 수 있던 것도 좋았다. 다만, 그걸 파헤치는 과정이 조금 난잡하게 여겨진데다, 여러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자주 헷갈린다는 점, 특히 부구단주에 대한 평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범인을 왜 놓아주게 된 것인지--자신이 그렇게 핍박을 받았음에도 말이다.--그런 것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좀 이해가 되지 않는 결론이었다. 물론 주인공 본인은 그가 자신과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껴서 그랬노라 주장하던데, 야, 너 얻어맞고, 모함을 받아서 2군으로 밀려나고, 거기에 더 얻어맞고, 야구 생명까지 끝날 위기에 처했었잖아? 그렇게 만든 놈을 눈 앞에서 그냥 놓아주다니, 아무래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마도 이 작가는 범죄인에 대해 무척이나 관대한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모양...


그나저나 요즘 일본 소설을 보면서 느낀건데, 작가들이 범죄자들에 대해 너무도 관대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악질이여도, 결국 갖가지 이유로 풀어주던데, 그것도 갖자기 정당화한 이유를 달아서 말이다. 그게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단 착해 보이기 위해, 즉 멋있어 보이기 위해 그런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났다. 일본 사람들을 왜 그렇게도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는것에 집착하는지. 복수를 하는게 잘못된 거라고 그들은 아직도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에게도 그들이 빌기도 전이 이해하고 다 내 탓이려니 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이 되질 않는 일본인만의 정서같다. 솔직히 그건 물들까 염려된다. 절대 적응이 되질 않기를 바라면서. 윽...그런데 이 말을 써놓고 보니 캥기네. 욕하면서 닮는다고 하던데 말이다. 결국 닮아 버리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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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맨
폴 진델, 정회성 / 비룡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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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망생인 미소년 존과 작가 지망생인 소녀 로레인은 우연잖은 계기로 친구가 된다.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강박적 청결 주의자 엄마, 남편에게 배신당한 과거를 잊지 못하고 이를 갈며 살아가는 간호사 엄마. 그렇게 예사롭지 않은 부모를 둔 덕분에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두 사람은 현격한 비주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잘 이해한다. 방과 후 장난 전화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던 그들은 전화번호부에 쓰여져 있는 이름 하나에 주목하게 된다. '안젤로 피그나티" 그에게 전화를 건 로레인은 장난전화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이런 저런 대화를 주고 받는 아저씨에게 놀라고 만다. 더욱 더 놀란 것은 그들이 장난전화 용건으로 만든 재단 기부건에 대해 그가 흔쾌히 기부할 의사를 보였다는 것, 장난은 여기서 그만 두어야 겠다고 생각한 로레인과 달리 존은 공짜돈을 받아 내기로 결정을 한다. 결국 아저씨의 집 앞에 서게 된 둘은 자신들은 진심으로 반기는 그를 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자신들의 부모도 그렇게 자신들에게 환대를 해준 적이 없건만, 이 아저씨는 어떻게 된 사람이냐? 처음엔 그를 의심하던 둘은 점차 그 사람이 진짜로 선량한 사람이며 동시에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외로운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게 어때서 라고 생각한 둘은 점차 자칭 피그맨 아저씨와 같이 하는 시간을 늘리게 된다. 그들에게 무엇을 하건 아까운 줄 모르고 흐믓한 마음으로 내주는 피그맨 아저씨, 존과 로레인은 난생 처음 자신들을 존재하는 그대로 어여쁘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 하지만 좋은 시간들이 어디 그렇게 오래 지속되기가 쉽겠는가. 셋 사이에 서서히 싹트던 우정은 피그맨아저씨의 심장 발작 이후 집 열쇠를 맡게 된 존이 친구들을 불러 들이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데...


아내와 사별한 뒤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피그맨 아저씨와 집에 마음을 두고 싶어도 두지 못해 방황하는 두 청소년들의 아슬아슬한 우정을 그려낸 청소년물이다. 청소년물답게 그 나이쯤에 갈등할만한 고민들을 잘 포착한 것이 눈에 뜨인다. 60년대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하면 당시로썬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솔직하다는 평을 받았을거란 짐작을 하게 한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깨진 가정, 불우한 환경에 시달리면서 청소년기를 보낸 흔적이 이 책속에 고스란히 남겨진게 아닐까 싶다. 알콜중독자 아버지나 간호사 엄마에 대한 묘사가 섬뜩하리만큼 사실적인걸 보면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 거의 사실일 듯...방황하는 두 청소년이 자신을 반겨주는 어른을 만나 조금은 안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성장소설이라고 할만하다. 다만, 마무리가 산뜻하게 지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은 의아했다. 왜 그렇게 짓다만 것처럼 마무리를 서둘러 끝내고 말았을까. 초반에서의 능숙한 이야기 구성에 비하면 후반의 마무리가 다소 균형이 맞지 않는다. 60년대 만들어진 소설이 아니라면 지금은 별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마디로 후졌단 뜻... 주인공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만들어 낸 것을 생각하면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었다.


그럼에도, 한가지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두 아이가 피그맨 아저씨와 친해지게 된 계기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단 하나다. 피그맨 아저씨가 그들을 보면 진심으로 반기고 환대하며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사주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는 것. 단지 돈때문이 아니다. 피그맨 아저씨가 해준 것은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준 것이다. 그냥 너희가 존재해서 내 곁에 있어서 기쁘구나 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그의 외로움에서 기인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그의 그런 태도는 아이들의 냉소적인 마음을 금새 녹여 버린다. 피그맨 아저씨가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그는 아이들을 이용할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과연 이 세상에 아이들을 이용하기 위해 감언이설로 아이들을 속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아찔한 일이다. 그리고 그들이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는 원인은 바로 그들의 가정에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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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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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치하의 소련, 국가 안보부 요원 레오는 국가 체제를 위협하는 모든 요소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사명하에 일을 하고 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사소한 개인의 이해쯤은 무시해도 좋다고 말하는 국가의 사명에 철두철미하게 동조해야 하는 것이 그의 공식적인 입장, 하지만 일을 해나감에 따라 그는 점점 그 대의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어느날 기찻길에서 소년이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자 부모들은 아들이 살해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선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범죄'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국가에서 살인 사건이 왠 말? 당국은 서둘러 사건을 사고사로 결론짓는다. 거기에 선량한 수의사가 미대사관 직원의 동물을 봐주었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리다 자살하는 사건을 목격하게 된 레오는 본격적으로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그런 그를 냉랭하게 바라보는 아름다운 아내 라이사,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하는 짓에 신물이 나있다. 레오가 일방적으로 따라다닌 결과로 부부가 되긴 했지만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던 라이사는 국가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냉혈한 남편에게 소름이 끼친다. 두 부부의 갈등은 레오가 동료의 음모로 지방으로 좌천 되면서 최고조에 이른다.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하면서도 부부로 함께 살아는 가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운명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 지방에서 민병대 소속이 된 레오는 마을에서 아이들이 살해되는 사건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시체에 남긴 흔적이나 수법, 그리고 아이들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짐작한 레오는 더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는걸 막기 위해 범인을 잡아야 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문제는 공식적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질 수 없는 나라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그가 연쇄 살인이라고 주장해도 아무도 믿지 않자, 그는 결국 자신의 가장 최고 적이라고 할만한 민병대장 네스테로브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저 전국에 걸쳐 비슷한 유형의 살인사건이 있는지만 조사해 달라는 부탁에 어렵사리 승낙을 해버린 민병 대장은 곧 놀라운 증거앞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전국에 걸쳐 43명의 살인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레오가 모스크바에서 맨처음 발견한 살인 사건을 포함하면 적어도 44명의 아이들이 희생된 것이었다. 거스릴 수 없는 증거를 앞두고 결국 레오와 라이사, 그리고 민병대장은 이 살인범을 무슨 수로든 잡아야 한다는데 동의를 한다. 이에 셋은 죽음을 불사한 살인범 찾기에 나서게 되는데...


중반까지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조금 지루했었다. 중반 이후로 가면서 이야기에 탄력이 붙으면서 흥미진진해진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이 책을 내가 세번이나 들었는데, 중반을 넘긴게 이번이 처음이니 말이다. 그만큼 초반 몰입도가 그리 좋지 않다는 뜻이다. 왠지 재밌을 것 같지 않은 초반을 넘어가면 중반 이후로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문제는 거기까지 기다릴 정도로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 해서 후반을 읽어가면서 이왕 이럴 거면 진작에 이랬음 좋잖아? 라면서 불평을 해댔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는 여려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미심쩍은 인물에 대한 개성이 그제서야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 그전까진 누가 주인공인지, 악당인지가 불분명했었는데, 후반을 지나면서 대략 윤곽이 드러나는 점이 읽는 속도를 높이가 하고 있었다. 더불어 스탈린 치하라는 공포정치 속에서 선량한 인간이라도 상황에 따라 악해질 수 밖엔 없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한다. 그곳에서 약간의 동정이나 선함은 곧바로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치부되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해서 진실을 찾아가기 보단 국가의 진실을 찾아내야 하는 정보기관에 속해 있던 레오가 결국 자신의 인간성을 쫓아서 국가를 배신하게 되는 과정이 박력있었다. 실은 그것이야말로 대단한 용기니 말이다. 전체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용기, 그것도 자신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과 양심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추리 소설과 달리 인간에 대한 통찰 역시 들어있던게 아닐까 한다. 더불어, 범인을 잡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분투하는 모습이 눈물겹기 이를데 없었는데, 솔직히 이걸 영화하 한다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고 싶었다. 영상으로 보게 되면 너무 잔인하게 보일게 틀림없어서 말이다.


이야기의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후반을 넘어서 특유의 몰입도로 독자들을 사로잡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는데, 그건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잔인해서였다. 인간의 내면까지 억압하는 국가 체제는 그 어떤 악당보다 무시무시했고, 거기에 놀아나는 인간들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악마보다 끔찍해 보였다. 단지 혈육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살인을 해대는 연쇄살인범의 존재 역시 이해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세상에 미친 넘들이 많다고는 하나, 과연 단순히 그런 이유로 살인을 한다는게 말이 되는 것일까? 더군다나 그렇게 잔인하게 말이다. 결론을 보고 나니 조금은 미심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쉽게 연쇄 살인범을 잡는다는 것도 그랬고. 과정 과정들을 풀어가는 작가의 솜씨는 물론 존경스러울 정도였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조금은 극단적으로 치우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파리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쏜 듯한 찜찜한 기분이랄까. 하여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음에도 그다지 입맛이 개운치 않았던 소설, 차일드 44였다. 난 그 전에 이 책을 보면서 왜 제목이 차일드 44일까 궁금했었는데, 적어도 그것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다. 차일드 44는 희생자의 숫자를 일컫는 것이었다. 알고나니 그다지 어려울게 없는 단순한 이유였는데, 다 읽기 전에는 정말로 무슨 뜻일까 했다. 이젠 더 이상 궁금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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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의 심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6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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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중독으로 잠시 현역에서 물러나 있었던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는 판사로부터 예기치 않은 호출을 받고는 영문을 몰라한다.  이유는 동료 변호사인 제리 빈센트가 주차장에서 살해된 것에 따른 유언집행 때문이었다. 제리의 유언에 따르면 자신에게 변고가 생겼을 시에 자신이 수임한 사건들을 다 미키에게 일임하기로 지정해 놓았다는 것, 제리가 맡은 굴직굴직한 사건들을 생각하면 미키에겐 횡재나 다름 없었다. 2년동안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하루 아침에 최전선에 나서게 된 미키는 본격적인 변호사 활동을 할 채비를 가동한다. 일단 제리의 변호사 사무실을 접수부터 하려던 미키는 그곳에서 수사를 하고 있던 형사 해리 보슈를 만나게 된다. 미키의 제지를 그다지 반기지 않던 해리는 미키에게 제리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것은 즉, 미키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돈도 돈이지만, 제리가 왜 어떻게 살해된 것인지도 궁금한 미키는 그가 맡은 사건들 속에 사건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일단 돈부터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가 누군가. 다른 사람도 아닌 미키 할러인데 말이다. 해서 제 버릇 개 못 주는 미키는 제리가 맡은 사건들 중에서 가장 돈이 되는 사건인 월터 엘리엇 사건에 집중하기로 한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인 그는 말리부 해안의 저택에서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고 기소된 참이었다. 자신이 거기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다고 강변하는 엘리엇, 억울해 하는 그를 보면서 미키는  일단 그의 무죄를 증명하는데 힘을 쏟기로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총을 발사했다는 증거가 경찰 조사에 의해 증명이 되어 있다는 점, 미키는 정황상 그가 살해하지 않았다는걸 증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의 무죄를 증명할 뽀족한 단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미키는 제리가 죽기전 마법의 증거를 찾아놓았다고 말하고 다닌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제리의 행적을 쫓던 미키는 드디어 엘리엇의 무죄를 증명할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아이고, 미키 할러의 아버지이자, 해리 보슈의 아버지는 도무지 어떤 분이셨던지, 이복이지만 아들들이 이렇게 잘 날 수가 없다. 전설적인 변호사 아버지를 둔 미키 할러, 어린 시절 아버지의 악명을 후광으로 생각하면 자라온 그는 속물 변호사가 된 것도 모자라 중독자 신세가 되었다. 이대로 루저로 생을 마감하는게 아닐까 싶을때 그에게 한줄기 광명이 찾아든다. 친구 변호사의 사건들이 제발로 그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다른 변호사들이 다들 군침을 삼키는 대형 사건을 앉아서 수임하게 된 그는 이걸 좋아해야 할지 복잡한 사건에 시달리게 된 것에 화를 내야 할지 헷갈린다. 그럼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미키는 자신의 직감에 따라 사건을 쫓아 나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은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월터 엘리엇도 있지만, 사사건건 그에게 이죽대는 해리 보슈 형사도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도 결국 그가 자신을 떠보고 있다는걸 알게 된 미키는 대판 화를 낸다. 하지만 사건을 위해 둘이 손을 잡기로 합의를 보는데, 과연 그 누구도 믿지 않은 미키는 그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과연 해리 보슈는 믿을만한 사람인가? 월터 엘리엇의 아내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제리는?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 드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두 히로인,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 이복 형제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흥분이 되는 사건이었다. 어느정도는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현실감각 빠싹하고, 눈치 빠르고, 사람들에게 잘 속지 않는 자질을 지닌 두 형제가 사건을 함께 해결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일단 둘이 만나는 장면서부터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라면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이복 형제가 드디어 대면을 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하나는 약물 중독에 시달리다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린 케이스고, 다른 하나는 사건 트라우마에 시달린 나머지 곁에 있는 여자들을 족족 쫓아내는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자였지만서도 말이다. 뭐랄까. 인생을 그다지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고나 할까. 그런 그들이 서로를 처음엔 몰라보다, 그럼에도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뭉치는 과정이 멋졌다. 이 책에선 주인공이 미키 할러인 관계로 그의 활약상이 보다 두드러졌지만서도, 그럼에도 해리 보슈가 곁에서 지켜 준다니 왠지 든든했다. 하긴 해리 보슈같은 형이 있다면 어디에서든 든든하지 않을리 없지만서도... 그렇게 마침내 이복 형제들이 만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탁월한 추리 소설이었다. 일단 한번 손에 잡으면 신나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이어지는 복선과 비비 꼬아 만든 이야기도 그다지 작위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하여간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만들어 내는데는 마이클 코넬리만한 사람이 없지 싶다. 이 여름, 지루하지 않은 추리 소설이 필요하다시는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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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원맨쇼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2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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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1편이었던 < 마지막 형사>를 너무 재밌게 봤던 나머지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감격을 했었더랬다. 이렇게 발 빠르게도 나와 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시리즈라곤 하지만 후속작이 그렇게 빨리 나와 주겠어? 라면서 잊고 사는게 상책이야 했는데,  그런 신념이 무색하게도 재빨리 나와준 후속작에 출판사와 역자에게 감사를 드렸더랬다. 분명히 재밌을 거야. 도무지 재밌지 않을 리가 없어. 그렇게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주인공을 만들어 놓고도 그걸 살리지 못할리 없으니 말이야, 라고 자신만만하게 자신했건만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짜로? 했는데 , 정말로 그렇더라. 어떻게 이렇게 영웅적인 주인공을 이다지도 초라하게 만들어 놨는지도 이해가 안 가고--전작의 주인공과 분명 이름은 똑같은데도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이야기 자체도 엉성하기 짝이 없어서 실망이었다. 거기에 동양인을 등장인물에 집어 넣었다는 점에선 감사할 일인데, 이거 영 동양인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거다. 진짜 동양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가 가진 편견에 근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느낌이랄까. 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넣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가 영어로 글을 쓴다고 해도 요즘엔 번역(!) 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번역이 되면, 그의 글이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나설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을 내기 전에 누군가 일본인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한번도 들지 못했다는 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랬더라면 그가 그린 일본인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누군가 알려 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여간 부분 부분 실망스러움 투성이라서, 원맨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들려 왔다. 진짜로 혼자서 열심히 책을 망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주인공인 피터 다이아몬드가 말이다. 전작의 매력적인 경감을 생각하면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역자 역시 그런 평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역자후기에 보니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다이아몬드 시리즈 중 이 작품에 대한 독자 및 전문가의 평이 상당히 박해서 번역하는 내내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시각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면이 없지 않음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았다." 고...

요즘 새삼 느끼고 있는건데, 독자평이라는걸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수준이 비슷비슷한만큼 , 똑같은 책을 읽으면서 같은 것을 느끼는 수가 없다는 점은 지적 하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역자 후기에 쓰인 저 말에, 안 그럴거야, 우리 피터 다이아몬드는 그럴리가 없어...했는데, 책을 읽어 가다보니 정말 저 말이 사실인거다. 애써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던 역자분이 어찌나 안스럽던지... 그 역시도 책을 번역하면서 분명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을게 분명하니 말이다. 하여간 주절주절 잔 말이 많았다. 이상 헛소리르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 내용을 요약해 보면...


상사와 충돌을 하고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경찰을 그만 둔 피터 다이아몬드는 백화점 야간 경비로 취직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신세 비참해진 마당에 그가 근무하는 시간에 일본 소녀 하나가 숨어드는 바람에 해고까지 되고 만다. 졸지에 실직자가 된 그는 자신을 실직자로 만든 소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동하고 만다.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아동 보호소에 들린 피터는 도통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녀가 자폐아일 거라는 전문가의 견해에 반발을 한 피터는 그 아이를 도와주기로 한다. 날마다 가서 그 아이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점차 아이가 자신에게 마음을 여는 것 같아 흐믓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간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진 피터는 방송국에 수소문을 해서 그 아이를 방송에 내 보내기에 이른다. 방송을 본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과연 그의 짐작을 맞아 들어가, 방송 다음 날 누군가 그녀의 엄마라면서 데리고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하지만 그 아이가 갈때 반항을 했다는 말에 피터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아이가 잘못 될까 노심초사 하게된 피터는 아이를 데려간 정체모를 여자와 소녀를 쫓아 미국으로 따라가게 되는데...


일단 일본 소녀이자 자폐아인 여자 아이가 연고 하나 없는 영국 땅에 떨어지게 된 사연도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자폐아를 데리고 다닌다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닐텐데, 국제 여행이 과연 가능했을까? 국제 여행이 가능했다고 치자. 생판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자페를 지닌 아이가 갑자기 떨어졌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도 말이 되질 않았다. 자폐아는 그저 기능이 조금 떨어진다 뿐이지, 일반 아이들과 다른 로봇이라는 뜻은 아니니 말이다. 거기에 그 소녀에 집착하는 피터도 이해되질 않았고, 그런 피터를 돕는 일본스모 선수의 등장 역시 웃기긴 마찬가지 였다. 진짜 말이 안 되는 일들 투성이였다니까. 추리 소설에서 이렇게 말이 안 되는 설정들을 늘여 놓으면 안 되는거 아니겠는가. 추리 소설이 생명이 무엇인가. 설득력인데 말이다. 해서 이 책, 나는 심하게 실망해버린 책이 되겠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되는건 역자 후기에 언급하신, 이 책이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중 평이 상당히 박한 책이었다는 말이었다. 그래, 아마도 이 책이 제일 모자란 책이여서 그런 것일게다. 우리의 피터 다이아몬드는 다음 편에서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다시금 되찾을 거야. 라는 희망을 갖게 해줬다. 뭐, 이 책 하나로 시리즈 전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해서, 이 책에 실망했음에도 나는 기다리련다. 다음 시리즈를 말이다. 제발, 다음 편은 이보다 재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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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2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2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