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악몽
미타니 코키 감독, 후카츠 에리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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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완패를 자랑하는, 본인은 괜찮다를 연발함에도 의뢰인 누구도 괜찮아 하지 않는 변호사 에미는 보스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사건을 맡긴다고 하자 긴장을 한다. 왜 자신에게 맡겼냐고 묻자 별거 아니라는 듯 아무도 맡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보스, 찬밥 더운 밥 가릴 신세가 아닌 에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건을 맡기로 한다. 알고보니 사람들이 꺼릴만도 한 사건이었다. 아내 살해범으로 잡혀온 남자가 무죄를 주장하면서 알리바이로 사건 당일 유령에게 가위가 눌려 여관 방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일단 피의자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한 에미는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가 묵었던 여관에 가본다. 그가 묵었던 방에서 밤을 보내게된 에미는 피의자가 말했던 폐전 장수가 진짜 나타나자 깜짝 놀란다. 다짜고짜 증언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에미, 이에 자신을 로쿠베라고 소개한 무사는 자신은 유령의 처지가 그럴 수 없다고 항변한다.



< 증언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피의자가 누명을 썼다는 말에 자신도 같은 처지로 참수를 당한 전력이 있는 로쿠베는 도와주기로 결정을 한다.>


결국 로쿠베를 설득해 법정에 설 것을 승낙 받은 에미는 그를 데리고 도시로 나온다. 이제 남은 문제는 로쿠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인정하게 하는 것, 에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볼 수 없지만, 소수는 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법정에 선 로쿠베는 기꺼이 증언하려 애를 쓰지만 ,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모아진다. 덕분에 살인 사건 심리를 위해 모인 법정은 사상 초유의 유령 증언에 대한 시비로 시끄러워 지게 된다. 이 사태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판사와 달리, 과학적이지 않은 것은 절대 믿을 수 없다면서 로쿠베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검사는 사사건건 에미에게 태클을 건다. 그의 행동을 주시하던 로쿠베는 에미에게 놀라운 사실을 전해준다. 실은 검사에게도 로쿠베가 보인 다는 것, 이에 안 보이는 척 딱 잡아떼는 검사를 설복하기 위해 로쿠베와 에미는 조금은 치사한 방법을 쓰기로 하는데... 과연 이 재판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과연 유령의 증언은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장면, <매직 아워>의 무라타가 등장해 자신의 근황을 알려준다. 그는 여전히 엑스트라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클로즈업에 집착하는 점에도 변함이 없었다. 크게는 아니라도 조금은 성공했기를 바랐던 팬심으론 안스러웠지만, 오도방정을 떨면서 신나서 연기하는 그를 보려니 흐믓해지는 마음도 없진 않더라. 이 장면은 마지막 클로즈업씬을 패전 무사에게 강탈당한 뒤 황당해 하는 것, 대신 무사는 화면에 나왔다고 기뻐하는 중이다. >




< 나 진짜 여기 있어요~! 를 증명하고 있던 장면. 단역에 그칠 줄 알았던 아베 히로시(에미의 보스로 나옴)가 비교적 비중있는 역활로 나와서  즐거웠다. 키만 큰 줄 알았는데, 이 양반, 연기도 하실 줄 안단 말야. 특히 유머스런 장면을 천연덕스럽게 해내는걸 보면 바라보는 입장에선 흥이 절로 난다.>




<검사를 설득시키기 위해 데려온 복병, 고지식하고 타협이라곤 모를 것 같던 검사는 이 수법에 깜박 넘어가고 만다.>




< 로쿠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자 그를 강제 소환하기 위해 나타난 저승세계 공안국 조지, 원혼이 되어서 떠도는 것은 상관없지만, 세상을 소란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나 뭐라나...>




          <증언을 위해 최신 스타일로 머리에 힘 좀 준 로쿠베와 그의 마음도 몰라주고 안 어울린다고 일갈하는 에미>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여자, 그녀는 누구일까? 순하게만 보아왔던 다케유치 유코가 아담스 패밀리 일본 사촌쯤으로 나오는걸 보곤 경악함. 생각보단 잘 어울다는 사실에 더 경악함>


일본에 내노라 하는 배우들은 총출동하는 듯 보였던 영화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 황제라는 분이 감독을 하고, 유령을 증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들을 소재로 썼으며, 유명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일본에서는 작년 흥행에 대박을 쳤다고 하던데, 뭐, 무리는 아니지 싶다. 기발한 이야기, 배우들의 호연들, 은근히 귀염떠는 무사 유령에 맨날 지기만 하는 변호사, 삐쩍 말랐음에도 단걸 밝히는 보스, 승패에 집착하는 고지식한 검사,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들마저도 다들 워낙 일류들이라 그들을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점등,  장점이 많은 영화긴 했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별로 재밌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재밌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굳이 비교해 보자면, 이 감독의 전작인 <매직 아워>에 비해 구성이나 코미디 타이밍이 그다지 완벽해 보이지 않았다. 다소 늘어지는 듯한 점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데다, 기발한 발상을 박진감있게 전개시키지 나가지 못하던 점은 특히나 아쉽더라. 전작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든다는게 쉬운건 아닌가보다. 물론 이 감독의 팬들에겐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을테지만서도, 어쨌거나 감독의 역량은 인정하는 만큼,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볼란다. 다음 영화는 또 언제쯤 내놓으실려나? 거기엔 또 어떤 배우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려는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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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아워
츠마부키 사토시 외, 미타니 코오키 / CJ 엔터테인먼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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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애인인 마리와 놀아나다 현장에서 잡혀온 빙고(츠마부시 사토시 역) 는 자신을 수장시킨다는 말에 보스가 열심히 찾고 있는 '데라 토가시' 를 안다고 떠벌린다. 5일안에 토가시를 데려오면 살려 준다는 조건으로 일단 풀려난 빙고, 문제는 그가 데라 토가시가 뭐하는 사람인지 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풀려 나서야 토가시가 전설적인 킬러이며 누구도 그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빙고는 막막해진다.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데라 토가시의 흔적조차 알 길이 없자, 결국 그는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자신의 동네가 마치 영화 세트처럼 고풍스럽다는 점을 이용해, 영화를 찍는다고 배우를 섭외해 오기로 한 것. 누가 과연 그런 거짓말에 속겠느냐며 빙고 친구들은 말려 보지만서도, 잔머리의 천재 빙고는 이미 계획이 서 있는 상태다.



   < 전설의 킬러역에 낙찰된 무라타, 생애 처음 주역을 맡아 한껏 들떠버린 그는 자신의 모든 연기혼을 불태우기로 결심한다.>


한편, 만년 엑스트라 무라타(코이치 사토 분)와 그의 충실한 매니저는 날로 찬밥 신세가 되어 가는 자신들의 처지가 한탄스럽다. 낙담하고 있는 그들 앞에 처음 영화를 찍는다면서 찾아온 신인감독은 뜻밖에도 그에게 주연을 제안한다. 찜찜해하는 매니저와 달리 자신을 누군가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흥분한 무라타는 열과 성을 다해 연기에 임할 것을 다짐한다. 전설적인 킬러 데라 토가시를 연기하게 된 그는 대본 없이 설정만으로 연기를 하라는 감독의 주문에 의아해 한다. 더군다나 카메라와 스탭도 보이지 않는 촬영 현장, 건너편 창문에서 찍고 있다는 말에도 의심을 풀지 못하고 있던 그는 현장같은(?) 긴장감 가득한 촬영장(!)에 들어서자 모든 것을 잊고 연기에 돌입한다.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고 있는 무라타의 허세찬 연기에 영문을 모르는 보스와 부하들은 깜빡 속아 넘어간다. 자신을 가공의 킬러로 여기는 주변의 반응에 진짜로 신이 난 무라타는 더욱 더 혼신의 연기에 몰입하고, 결국 보스를 인질로 잡고 총을 겨누는 액션 연기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순간 난장판이 된 촬영현장, 다급하게 컷을 외친 빙고 덕분에 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무라타는 그런줄도 모르고 자신의 과감한 연기에 마구 마구 자신감이 샘솟는다. 한편 무라타가 고무총을 들고 설친거라는 걸 알게 된 보스는 그의 용감함(?)에 찬탄을 금치 못하고, 역시 그는 전설감이었다면서 맘에 들어한다. 이 참에 아예 데라 토가시를 영입한  보스는 토가시가 자신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상대편 진영에 알린다. 한편, 가짜 토가시가 자신을 사칭하고 돌아다닌다는걸 알게 된 진짜 데라 토가시는 이 세상에 토가시는 하나뿐이라면서 분노에 떠는데...



         <이들이 도달해야 할 필연의 결과. 이것이 실제임을 모르는 무라타는 진짜 시멘트를 부었다며 불평을 해댄다.>



                < 혼신을 다해 열연중인 무라타, 그의 진지함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실실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놀랐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다니 말이다. 설정 자체가 독특하기 이를데 없었다. 보스를 속이기 위해 만년 엑스트라를 킬러로 영입하고, 영문을 모른 채 그저 전설의 킬러를 연기하는 줄 알고 투입된 배우는 진심으로 총을 들고 설쳐댄다. 도무지 두려움이라고는 모르는 킬러에게 산전수전 다 겪은 보스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조직원들은 앞다퉈 그에게 갱단이 되는 법을 전수받기에 이른다, 라니... 이렇게 아귀 딱딱 맞는 코디미를 봤나!  그것도 그들이 웃기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단지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오해함에서 비롯되는 웃음은 정작 본인들은 죽을만치 심각함에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폭소를 터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설정이 아무리 특이하다고 해도 그걸 쓸만한 이야기로 끌어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그것마저 깜찍하게 잘 해내고 있더라. 이렇게 잘 만든 영화가 입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비교해 보자면 대본의 트릭이 <스팅>만큼이나 참신했다고 할까. 감독이 일본 최고의 코미디 황제라 불린다던데, 정말 빈말이 아니지 싶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대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게 아니니 말이다.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낄낄대고 웃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단 코미디물로써 합격점이다. 하지만 장점이 단지 그것뿐일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점들 투성이인 영화였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첫째, 대본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설정임에도 어쩜 그리도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엮어내려 가던지...서로가 서로를 오해하면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웃길 수 없었다. 코디미는 타이밍이라던데, 이 영화는 그 타이밍을 너무도 완벽하게 캐치해 내고 있었다. 허투루 버려진 장면이 없다는 점에서 진짜 코디미 황제다웠다. 


둘째,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영화 DVD 타이틀엔 한국에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츠마부키 하토시나 아야세 하루카를 내세웠던데, 실제 이 영화를 끌어가는건 그들이 아니다. 내가 주목해서 보게 된 배우들은 무라타 역의 사토 코이치나, 보스역의 니시다 토시유키, 매니저 역의 코히나타 후미요, 보스의 행동대장 역의 테라지마 스스무, 그리고 보스의 정부 역의 후카츠 에리등이었다. 그 중 천연덕스럽게 킬러 역을 해대던 사토 코이치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인양  자신의 역을 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그만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마치 자신이 진짜 무라타인양 몰입하는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무명 배우의 운명에 절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 외 목소리가 좋은 배우, 등장만으로도 웃음이 나게 하는 배우, 목소리 만으로도 연기가 되는 배우,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배우인 보스 역의 니시다 토시유키는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충분히 보스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힘뺀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대사를 내뱉을때마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는데, 작은 역을 맡건 큰 역을 맡으시건 흔치않는 존재감을 자랑하시는 그, 역시나 명배우시다. 매니저 역의 코히니타 후미요는 여기서도 그만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한물간 배우를 물심양면으로 서포트해주는 역을 맡고 있는데, 맹하지만 충성스런 역을 비실대는 몸짓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외 양아치 역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싶으신 행동 대장 역의 테라지마 스스무는 나름 머리를 쓰긴 하지만 전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진 못하는 조직원 역을 잘 해내고 있었고,  토라진 모습이 매력적인 후카츠 에리 양은 뇌쇄적이지만 변덕이 심한 댄서 역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출중한 덕분에 어떤 장면이건간에 남새스러울 일이 없다는 건 어찌나 안심이던지... 요즘은 서툰 연기를 보면 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을만큼 부끄러워 지니 말이다.


셋째로, 등장인물들 각각의 개성과 그들의 관계가 뚜렷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영화를 이해하기 쉽도록 하고, 자연스런 공감을 얻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었는데, 특히 애인인 마리가 마냥 사랑스러운 보스와 그의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확인하고픈 마리, 퇴물 배우와 그의 열혈 팬인 매니저, 퇴물 배우와 그가 흠모하는 노장 배우 사이의 이야기등이 이물감없이 전체 이야기와 조화를 이뤄내고 있는게 보기 좋았다. 진짜 실제의 이야기인듯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할까. 더불어 영화계 뒷면의 이야기도 줏어 들을 수 있었는데, 어른이라면 절대 하지 못할, 총들고 난리 법석 떠는 씬을 배우들이 어떻게 찍을까 궁금했었는데, 이 영화 보고선 알게 됐다. 그들이 한없이 진지하다는 것을. 왜냐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니까 ! 이상, 간만에 거침없이 웃게 해줘서 고마웠던 영화, 2시간 여의 상영시간이 긴 줄도 모르게 해 준 < 매직 아워 >에 대한 리뷰였다. 이 영화에 너무 반해서 앞으로 이 감독의 작품에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끝을 보고 나서야 멈추지 않을런지...어쨌거나 보고싶은게 있다는건 좋은 일 아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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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뒷모습 - 옥션에서 비엔날레까지 7개 현장에서 만난 현대미술의 은밀한 삶
세라 손튼 지음, 이대형.배수희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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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ven Days in the Art World 라. 걸작의 뒷모습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일까?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긴 한데, 혹시 어렵지 않을까? 라고 걱정이 되신다면 일단 우려를 내려 놓으셔도 된다. 정말로 쉽게, 쉽게 미술계의 뒷면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뒷면? 무슨 뒷면? 이라고 물으신다면 작품이 우리 눈앞에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한다고 보시면 된다. 즉, 미술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술계와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혀 알 길이 없는 모든 과정을 들여다봐주고 있는 책이다. 발상이나 기획부터가 참신하기 이를데 없다. 작가가 의도가 이해되자마자 무릎을 딱 치고픈 심정이었다. 오호!  재밌겠는데? 난 왜 여지껏 한번도 그걸 궁금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 오히려 그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비록 내가 관련을 맺고 사는 분야는 아니라지만서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쯤 궁금해 할 만도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뭐,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해도 안타까워 할 것 없다. 우리 대신 이 책의 작가인 세라 손튼이 나서서 궁금해하고, 분야를 정해 살뜰하게 알아봐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땐 작가의 부지런함이나 오지랖이 반갑기만 하다. 독자인 나는 가만히 앉아서 눈 운동만 하면 되니 말이다. 해서 그녀가 기획하고,  발빠르게 돌아다니고, 만나기 어렵다는 250여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에게서 얻기 힘든 정보들을 눈치와 통찰력으로 어렵게 캐내고, 그걸 또 행여나 독자들이 읽기 버거울까 걱정이 되어 읽기 쉽도록 정서해준 것을 나는 편하게 읽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저자의 고충을 생각하면 읽는다는 행위가 이렇게 안락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작가의 고생이 바로 독자의 기쁨이 되는 이런 독서, 이런걸 놓치지 않는게 바로 노련한 애서가가 되는 노하우 아니겠는가.


자,  아직도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가 안 가신다는 분을 위해 더 쉽게 설명해 보면 이렇다. 어떤 경로건 간에 우리가 접하는 미술품들은 전시관에 걸려 있는게 전부다.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 졌고, 어떤 사람들 손을 거쳐 유통이 됐으며 , 걸작이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되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컬렉터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건 무엇인지, 현대 미술가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저 관객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요하게 서서 작품을 감상하는게 다다. 마치 그것들이 어떤 동력의 조력도 받지 않고 그 자리에 놓여 있다는 듯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는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는가? 그들의 속사정이 말이다. 그들이 어떤 탄생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 그 수많은 작가들중에서 스타 작가를 발굴해 내는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이 되며,  걸작이라는 이름하에 걸리기까지 어떤 모종의 역학 관계가 형성되는지 등등...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를 위해 저자는 미술계를 일곱 섹션으로 나누어서, 하루에 한 분야씩  우리에게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그 칠일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대강 미술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미술계란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였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작가가 분류한 일곱 분야를 따져 보자면 이렇다. 맨처음 그녀는 경매시장으로 간다. 세계 3대 경매 시장 중 하나인 크리스티 옥션을 취재한 저자는 경매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눈깜짝할 사이에 진행되는 경매를 지켜 보면서 그녀는 미술 작품이 예술품이 아니라 단지 상품으로 거래되는 노골적인 순간을 포착해 낸다. 그곳에서 예술성은 돈으로만 환산 될 수 있으며, 팔리지 않은 작품은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즉, 인기가 없다면 예술성도 없는 것이다. 가혹하기 짝이 없는 현실 아닌가. 두번째 날에는 대학원으로 찾아간다. 현대 미술계의 거장을 만들어 낸다고 정평이 나있는 LA 칼 아츠에서 그녀는 유명한 미아클 애셔의 강연을 청강하게 된다. 그의 독특한 강의법도 신기했지만, 선생님 못지 않는 각각의 스타일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도 독특하긴 마찬가지였다.  미래의 거장들을 만나는 의미도 남다르다. 학생들의 자유스러움과 천재성, 그리고 불안을 동시에 지켜보면서, 그녀는 현대에서 화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그게 수지맞는 장사일 수 있을까? 반 고흐를 위대한 천재라기 보다는 생활력 제로의 무능력한 저능아로 기억하는 영악한 학생들이 과연 자신들의 인생을 저당잡혀 예술에 올인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가능하지 않다면 과연 미래의 미술은 어떤 희망이 존재하는 것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셋째 날에 그녀는 컬렉터들의 세상인 바젤 아트페어에서 좋은 작품을 선점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컬렉터들의 신경전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의 안목이 브랜드가 되는 현장에서, 컬렉터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그들이 펼칠 수 있는 갖은 수단을 다하고 있었다. 미술계를 이끄는 또 다른 손인 컬렉터들을 보면서 그녀는 미술계가 화가만의 것이 아니라는걸 실감하게 된다. 그들도 또한 미술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던 것이다. 네째 날에 작가는 미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터너 상 수상 장면을 따라간다.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작품 값이 수직상승한다는 명망 높은 상에 대한 화가들의 입장과 선정에 따르는 잡음들, 그리고  수상후보들의 속내와 수상에 따르는 심정들을 솔직하게 인터뷰하고 있었다. 다섯째 날엔 미술계의 <보그>지라 일컬어지는 <뉴욕 아트 포럼 매거진> 을 찾아가, 잡지 비평의 파급력과 그들의 진정성, 선정 기준과 작품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알아본다. 여섯째 날엔 현대 작가 스튜디오를 방문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마치 공장처럼 도급이나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게 하는 과정속에서 과연 그것을 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해하던 세라 손튼은 현장을 견학한 후 수긍을 하게 된다. 이젠 예술 작품의 의미가 달라질 수밖엔 없었다. 작품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도저히 작가 혼자서 모든 과정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으니 말이다, 결국. 아이디어의 구현에 작가의 이름을 붙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 그녀도 동의하게 된다. 즉, 작품이 프로젝트화 되는 것이다. 거대 기업화, 분업화가 이뤄지는 것은 비단 산업계만이 아니었다. 일곱번째 날엔 그 유명한 베니치아 비엔날레로 날아간다. 피곤함을 무릎쓰고 미술계의 올림픽이라는 비엔날레를 돌아다니면서 그녀는 각국의 큐레이터들이 자신들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비엔날레를 끝으로 미술계라는 곳에 대한 호기심이 충족이 된 그녀는 미술계를 관통하는 여정을 마감하기로 한다.


장점들이야 차고 넘치지만서도, 무엇보다 쉽게 쓰여졌다는 점이 칭찬받을만하다. 어려운 용어 없이 자신이 하려는 말을 명확하고 유려하게 써내려 가는걸 보고선 이 작가에게 반하고 말았다. 후속작을 기다리게 만들던 글솜씨였다. 거기에 이해관계가 이리저리 얽혀 있는 분야들을 선명하게 구분시켜 이해하기 쉽도록 한 점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미술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서도, 이 책을 읽고 나니 거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뚜렷하게 상상이 되더라. 그리고 그 모습은 내가 막연하게 상상하던 모습과 전혀 달라서 좀 놀랐다. 그만큼 미술계가 비밀이 많았다는 뜻이겠지. 보통 사람들에게 드리워진 미술시장의 진입장벽을 보기좋게 부셔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기 짝이 없었다. 비밀스런 세계의 진면목을 알아간다는 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거기에 저자가 끊임없이 좋은 비평가란, 좋은 큐레이터란, 좋은 작가란, 이라는 질문을 해댄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결코 2류에 야합하지 않겠다는 결심같아 보여서 말이다. 근본을 잃게 된다면 결국 길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겠는가. 미술계의 뒷모습, 뒷담화,속사정등을 알게 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해서  이 여름에 조금은 지적인 여행을 하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강추~! 작가가 워낙 유머감각과 통찰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아마도 짜증나는 이 여름을 잊는 독서로는 딱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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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최대 흥행작이라고 하던가 ? 어쩌다 보니 영화관에서 꼭 3D로 보겠다는 결심을 지킬 수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랬다면 분명 지금보단 이 영화를 더 좋아했을게 분명한데 말이다. 하여간 평면으로 봐서 그런지 별로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럭저럭 내용은 괜찮더라. 물론 사악한  로키에게 그렇게 다들 끌려 다닌다는 설정이 조금 이해가 되진 않긴 했지만서도... 로키의 형인 그 위대한 반신 토르 조차 동생에게 당하다는게 이상했다. 원래 형이 더 막강해야 하는 법 아닌가? 하여간 아무리 봐도 위신이 서지 않은 서열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일단 이야기 자체는 잘 흘러 간 듯하다. 내용은 다들 아실테니, 이 영화의 장점만 꼽아 보자면...


1. 일단 스칼렛 요한슨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 진짜로 섹시하더라. 영웅역에 어울리지 않을거란 반발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가라앉고 말았으니...이젠 앞으로 히어로물에 단골로 출연해 달라고 애걸하고픈 심정이다. 그뿐인가? 그녀가 늙기 전에 어벤져스 시리즈 물을 다 찍어여 할텐데.라고 걱정이 될 지경이었으니... 이 영화는 요한슨을 새롭게 발견한 영화가 되겠다.


2.토르, 멋지다. 근육도 목소리고, 비주얼도, 심지어는 망치와 망치를 치켜드는 손까지도. 하트 뽕뽕이다.


3.우리의 히든카드인 헐크 역의 부르스 배너 박사. 당신이 갑이 될줄 정말로 몰랐어요. 그런데 진짜 당신이 갑이시더군요. 내성적인 자아와 무조건 파괴하고 보는 에고 사이의 그 어마어마한 괴리. 박수를 쳐드리고 싶군요.


4.아~~ 깐족 대마왕 아이언 맨의 스타크 아저씨~! 당신은 정말 웃겼어요. 똑똑한데다 웃기기까지. 거기에 이기적이고, 거만하고, 자신만 알고, 딱 내 스타일이여요. 다행인 건 내가 당신 스타일이 아닐거라는 것이죠! 그래서 더 좋은 우리 사이 좋은 사이~!


5. 전쟁에 있어서는 힘이 다가 아니라는걸 보여주는 좋은 예, 바로 당신이죠. 캡틴 아메리카! 별 힘이 없는 당신을 왜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당신이 미국이 좋아할만한 모든 자질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여요. 깐족 대마왕 스타크조차 명령을 받을만큼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천부적인 리더, 캡틴 아메리카, 당신은 그 성격만으로도 영웅의 칭호를 받을만해요.


6. 그외 <어벤져스>호를 운영하는 다수의 사람들 모두 멋지긴 마찬가지 였다. 이 영화가 흥행대박을 친것도 무리는 아닌듯. 내용은 다들 아실테니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하여간 한번 볼만한 영화긴 했다.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적당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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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살의 건축가 승민은 어느날 자신을 찾아온 묘령의 여인이 자신을 아는척 하자 당황한다. 누구셔요? 라는 물음에 자신보다 더 당황하는 여인, 그녀는 자신을 서연이라고 소개하면서, 어떻게 나를 잊을 수가 있냐고 서운해 한다. 드디어 그녀가 누군지 알아본 승민은 그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묻고, 집을 지어 달라는 말에 난감해 한다. 자신은 아직 누군가의 집을 맘대로 지어줄만한 연대가 되지 못했던 탓이다.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음에도 그가 아니면 싫다고 막무가내로 버티는 서연, 결국 그녀의 바람대로 승민은 제주도에 있는 땅에 그녀의 집을 지어 주기로 결정을 한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졌고, 3년전 의사와 결혼했다고 말하는 그녀, 승민은 그녀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그대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막연한 저항감을 느끼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뜨악해 하는 그와 달리 적극적으로 그와 친한 척을 하는 서연, 둘을 지켜보던 사무실 후배는 묻는다. 두 분 어떤 사이시냐고? 이에 승민은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데...




90년대, 대학 신입생이던 승민은 건축학 개론 시간에 늦게 들어온 여학생에게 눈이 간다. 그녀가 바로 음대생인 서연, 왜 음대생이 건축학개론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던 남학생들은 그럼에도 여자와 함께 강의를 듣는다는 사실에 저의기 만족한다. 교수로부터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탐방하라는 말에 집 주변을 돌아보던 승민은 마찬가지 이유로 동네를 순찰중이던 서연을 만나게 된다. 제주도에서 올라와 그 동네에 살고 있다는 서연은 자신은 이곳을 잘 모르니 숙제를 같이 하자고 승민에게 제안한다.만나자 마자 죽이 잘 맞아 함께 돌아다니던 둘은 어느새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승민은 난생처음 찾아온 사랑에 설레면서도 어떻게 서연이 받아들일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승민의 선배를 짝사랑한다고 말하는 서연, 강남에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승민은 점차 주눅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한 학기가 끝나가는 겨울쯤, 승민은 마침내 고백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의 호기는 그만 술에 취해 선배의 차에서 내리는 서연을 보는 순간 쪼그라 들고 마는데...



   <연애의 달인 납뜩이와 함께.승민이는 지금 연애 상담중...>


그래,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되새기게 하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이 영화가 첫사랑을 소재로 한것이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풋풋할 수 밖에 없는 첫사랑을 오해하거나, 과장하거나, 불쾌하게 비유하거나, 더럽히지 않을까 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각자의 첫사랑이 다들 다른만큼 얼마든지 다른 변주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유아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나 첫사랑을 유린하는 것만큼 불편한게 도 있을까. 그것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기에 이 영화 역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었다. 그런데 보고난 지금 든 생각은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깔끔하게 첫사랑을 그려줘서, 더럽거나 불쾌하거나, 저질로 그린게 아니라, 그럴듯하게 그리고 포장하지 않아도 아름답게 그려줘서 고맙다고 말이다.첫사랑이 때론 불쾌한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은 그들이 아직 세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나이때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승민이 서연을 오해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게 별게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그때, 그래서 승민은 서연의 마음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15년 후 그녀가 나타나 진심을 토로하기 전까진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모두에게 첫사랑은 아픈 사랑으로 남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서로가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이해력을 지닌 연령대라서 말이다. 사회에 대한 것도, 자신에 대한 것도, 상대에 대한 것도...정확한 이해가 불가하기에 결국 사랑함에도 오해로 끝을 맺을 수 밖엔 없었던 관계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해만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사랑했다는 사실은 오래전에 잊어 버리고 말이다.


그렇게, 15년전 오해로 멀어지게 된 두 연인이 드디어 만나 회포를 푼 것에 대해선 반갑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이상하단 생각이 들긴 했다. 서연은 왜 첫사랑에 그처럼 집착하는 것일까 라는...그녀의 인생이 하도 안 풀리다 보니, 잘못 채워진 첫 단추가 생각났던 것일까? 어쩌면 35살이 되도록 첫사랑을 못 잊는다는 자체가 잘못된 인생이 아닐런지...첫사랑은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고, 우리가 첫사랑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게 된 그 순간이 아니겠는가. 첫사랑이 그렇게 깨져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 첫사랑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우리가 자신을 진정으로 알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사랑을 한다는 건 무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첫사랑에 매달리며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안스러운 사람이 아닐런지. 고등학교 시절, 늘 첫사랑 타령을 하던 선생님이 떠오른다.그녀는 50이 넘어서도 그 남자를 잊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 시절이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도 그녀를 그만큼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중년의 선생님을 보면서 짠했던 기억이 난다. 극중이지만 서연이 이제는 첫사랑을 잊을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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