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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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가 돌아왔다.>

십대 소녀 둘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10년을 살고 나온 토비아스는 형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고향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형편없이 몰락한 집안을 마주한 토비아스는 가슴이 미어진다. 살인자는 떠나라는 고향 사람들의 노골적인 적대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떠나길 거부하는 토비아스, 반항적인 분위기의 십대 소녀 아멜리는 토비의 잘 생긴 얼굴과 과거에 반하고 만다. 마을의 주점에서 알바를 하던 아멜리는 이런 저런 소식을 그러모아 토비에게 전해준다. 11년전의 사건을 뒤쫓던 아멜리는 마을의 유지의 장남이자 자폐아인 티스가 자신에게 그림을 맡기자 어리둥절해한다. 티스가 맡긴 그림을 펼쳐본 아멜리는 토비가 살인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그림 속에는 사건 당시의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토비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하던 아멜리는 실종이 되고, 토비는 다시금 아멜리의 실종에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에도 역시 토비가 술에 취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토비는 어쩜 자신이 진짜 살인범이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한편 피아와 보덴슈타인 형사는 비행장에서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유골을 검시한 결과 주인공은 바로 다름아닌 11년전 살해됐다고 믿고 있던 로라의 시신, 토비가 어디에 묻었는지 알려 주지 않아서 발견하지 못했던 시체중 하나였다.  토비를 심문한 피아는 어쩌면 그가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심스러운 마음에 당시 수사 일지를 검토한 피아는 수상쩍은 부분이 많음에도 그걸 무시한 채 토비를 진범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녀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자 이미 지난 사건에 매달린다면서 다들 그를 무시한다. 하지만 피아는 자신의 직감에 충실해 보기로 한다. 보덴슈타인은 우연히 아내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정신이 나가 버린다. 26년간 행복한 결혼을 해 왔다고 자부해왔던 그에게 충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집중을 못하는 보덴슈타인을 대신해 피아는 종횡무진 활약을 하게 된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의문점만 나올뿐, 정작 사건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데...


가정주부가 쓴 글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 있던 소설이다. 한 마을의 추악한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은페의 추억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가는 형사들의 모험이 흥미로웠다. 거기에 그 비밀에 한 몫 거드는 마을 사람들의 나약한 모습들, 친구라고 여겼던 자들의 배신이나, 끔찍한 사건 때문에 망가지는 사람들과 거만함으로 똘똘 뭉쳐진 유지의 모습들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었지 않나 싶다. 이렇게 기괴한 마을이 있을까 싶지만서도, 놀랍게도 이 소설에 나오는 마을은 실재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이 다들 이 소설의 성공에 축하를 하고 있다는 것. 참. 요즘은 기발한 방법으로도 유명해지기만 한다면 좋아하는 가보다. 이 책의 세계적인 성공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던 잘 만든 추리 소설이 아닌가 한다. 다만,형사들의 연애 행각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 별로였다. 솔직히 그렇게 많이 형사들의 사생활을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말이다.물론 그런 개개인들의 면면이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게 해준다는 점에는 틀림이 없고,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열심히 뛴 덕분에 사건이 풀린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잘 만든 트릭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 한권만 보는데도 질리더라. 어쩜 그리도 사생활에서 복들이 없는지. 형사들은 그렇게 다 불행한 가정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설득력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마플 여사처럼. 그녀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더라. 어쩜 그녀야말로 현대판 마플여사일지도...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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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가 레이가 이젠 할아버지가 되었다. 손자들이 태어나는 것을 지켜 보고 있던 새미와 레이는 손자들을 지키려다 어부들에게 포획되고 만다. 이를 지켜본 새미의 손녀 엘라와 레이의 손자 리키는 할아버지들을 구출하기 위해 따라 나선다. 새미와 레이가 도착한 곳은 세계 최고의 아쿠아리움, 가자마자 탈출 계획부터 세우고 있는 새미와 레이는 그곳 대장이라 할 수 있는 빅 디를 만나게 된다. 탈출은 어림없으니 그저 이곳에 순응해서 살아가라는 빅디, 하지만 새미와 레이는 그럴 생각이 없다. 이제 두 집단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이는데...한편 아쿠아리움 밖에서 할아버지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던 엘라과 리키는 문어 모자를 만나게 된다. 둘은 문어들의 도움을 받아 할아버지들과 아쿠아리움 가족들의 탈출 계획을 돕기로 하는데...


3D 영상이 꽤나 멋졌던 영화였다. 물속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어찌나 잘 그려 놨던지 어른인 나도 손을 몇 번이나 뻗어서 만져 보려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야기가 단순한 것은 흠. 지루하다고 말할 건던지도 없을 만큼 싱거웠다고나 할까. 그럭저럭 보기는 했는데, 나쁘다고 말할 정도는 물론 아니란건 분명한데, 그럼에도 별다르게 인상에 남지 않는 그런 영화였다. 임팩트 있는 주인공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유일하게 개성이 좀 남달랐던 빅디는 더빙이 잘못 되어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대사가 약한거였던가 몰라서 뭐라 하긴 그런데, 약했다. 역에 딱 맞는 그런 목소리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성우가 했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모르겠지만서도, 하여간 좀 어색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악당 역을 맡고 있는 조커 역인데도,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한 듯 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그를 잘 활용했다고 해도 아마 더 확 재밌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다른 캐릭터의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한다. 잘 보긴 했지만 살짝 아쉬움이 남던 영화, 글쎄..3편이 기대되지 않은 2편이었는데 ,모르지, 3편이 나온다면 그래도 열일 제치고 가서 볼 지도...그때 일은 그때 가서 봐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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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 : 음탕한 계집
엘리자베스 워첼 지음, 양지영.손재석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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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얌전하고 음전해야 한다는 편견에 맞서, 음탕하다고 낙인 찍혀진 여자들에 대한 그 열화와 같은 비난에 맞서, 우리 여성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봐달라고 선언하고 있는 책이다.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에서부터 시작해 자의반 타의반 사람들의 구설수와 언론에 오르내리는 여러 여성들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우리네 여성들이 어떻게 오해받고 있으며,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논하고 있는 책이다. 신랄하고 ,도발적이고, 냉소적이며, 까칠하다. 그녀가 그렇게 까칠할 수밖엔 없는 이유는 물론 그녀 성격 자체도 한 몫 했을테지만서도, 그에 앞서 언론에 의해 조작된 여성에 대한 신화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때 누구 못지 않게 성에 탐닉해서 살았던 그녀는 보통 사람들의 성에 대한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것이 편견일지도 모른다고, 당신들이 음탕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사실 그녀가 성에 탐닉하게 된 데는 그녀가 성을 밝히는 여성이라서라기 보다, 우울증의 영향이 컸다. 즉 즐겨서 섹스를 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본인이 정신없이 살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이들, 본인은 고통과 좌절때문에 정신줄 놓고 살았던 것 뿐인데, 사람들은 그녀가 대단히 음탕한 여자로 여긴다는 간격이 그녀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누군가 나서서 말해줘야 하는게 아닐까. 난 전혀 즐기지 못했다고 말이다. 그건 성에 관한 즐거움을 탐닉한게 아니라 좌절에 대응하려는 나의 발악이었을 뿐이라고.


본인이 그런 경험을 했기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많은 여성들을 알아본다. 자신만의 좌절과 고통을 지닌 여성들을, 하지만 엄청나게 오해를 받고 있는 그녀들을. 예를 들어 보자면, 자신의 삼십대 정부의 아내를 총으로  쏘는 바람에 유명해진 십대 소녀 에이미를 들 수 있다. 언론에서는 그 아이를 가리켜 까진 아이라고 한 단어로 일갈하지만서도, 저자가 바라보는 에이미는 그저 사랑받고 싶어하는 멍청한 아이일뿐이다. 그녀가 그렇게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것은 그녀가 진짜로 그렇게 되바라진 아이여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멍청해서 똥인지 된장인지를 구분 못하는 아이였을 뿐이라는 것...정말로 일리있는 견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환상이고, 그런 환상속에서 조강지처를 죽이는 십대 정부는 눈이 번쩍 뜨일만큼 섹시할 뿐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음탕과 섹스의 화신이 되어버린 에이미는 사실 그 자신을 변호할 수 있을만큼 똑똑한 아이가 아니었다. 여기서 저자가 놀라는 것은 에이미야 아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왜 그녀를 보호하려는 어른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였다. 아무도 그 아이가 아직은 미성숙하기 그지 없는 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서서 그녀를 보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저자는 깨닫는다. 에이미가 그런 사건을 저지르게 된 배경에는 그녀 가족들의 무심함이 컸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곤 생각한다. 어쩜 세상에서 말하는 음탕하다고 일컬어지는 모든 여자들은 어렸을때부터 가족내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정한 사랑이었을 뿐인데, 세상이 그녀들에게 돌려 주는 것은 음탕하다는 비난과 섹스의 화신이라는 낙인이라고. 그 어느것도 그녀들의 정체성에 걸맞는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녀들을 그렇게 보길 원한다고. 왜냐면 그게 그녀들을 이용하는 면에서 편리하니까. 그런 낙인이야말로 여성들을 사물화시키며, 그녀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본인들에 대한 자각을 훼손하면서, 그녀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사랑에 대한 갈구를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아~~~ 사랑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들이 그렇게 바람에도 왜 아무도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음탕한 계집이라는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쓰고 있긴 하지만 오로지, 여성들을 변호하고 있는 책이라고 보심 된다. 우리들의 생각, 우리들의 좌절, 우리들만의 예민한 감수성을 드러내놓고 까발리고 있으니 말이다.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일컬던데, 그럴만했다. 이렇게 톡 까놓고 여성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 드무니 말이다. 음탕한 계집이라는 자극적인 제목때문에 성에 대한 음란한 고발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시는 분들은 염려를 접어 놓아시길. 그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성들과 언론에 의한 편견에 맞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실 너희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거든? " 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똑똑하고, 예민하며, 또 한편으로는 순진하고, 낙담했으며, 사랑받지 못해 안달이 난 어린 아이에 불과할 뿐이라고. 너희들이 우리를 안다고 생각하는건 전혀 오해라고 말이다.


가끔, 나 역시도 언론에 나온 기사들을 보면 이건 아닌데 싶을때가 있다. 저건 확실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데, 하지만 편견이란 것을 너무도 강해서 쉽사리 고쳐지질 않는다. 하지만 그게 잘못 된  것이라고 나서서 말하기엔 우리 여성들은 너무 지쳤고, 귀찮고, 나서서 알려 주자니 똑똑한 척을 하는 것 같아 주눅이 든다. 그런 선택적 침묵에 대항해서 내가 할 말을 해야 겠다고 나선 이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찌나 용감하던지, 도발에 가까운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흐믓한 미소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런 여자들을 가리켜 여전사라고 해야 겠지. 아마도 우리 여성들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 이런 여자들의 용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침묵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보였다는 의미에서 .물론  때론 엄청난 통찰력으로 나를 감동시키기도 했지만, 종종 길을 잃고 헤메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건  뭐, 살짝 무시하고 보면 되니 대단한 것이라고 하긴 힘들다. 본문 자체가 워낙에 굉장한 파워를 지닌 문장들이라 그 정도로는 이 책의 가치가 내려가진 못한다. 남성들도 보면야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일단 이 책은 여성들이 먼저 봐야 할 듯 싶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면, 그 누구에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싶어서 말이다.  우리들만의 진실을 찾는 여정이 늘 의미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우리를 알아가는데에 장애물이 너무 많기에, 그저 주저 앉아서 하소연만 하고 있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생각을 해, 그리고 말해~~ 이 작가처럼 말이야!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내려 놓으면서 과연 지금의 시대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진지하고 통찰력 있는 책을 쓸만한 작가가 이 시대에 배출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 왜냐고? 어째 점점 더 세상에 얄팍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30대를 넘어가면서 쓴 글이다. 과연 요즘 시대에 이렇게 자신의 인생을 내어놓고 사는 사람이 있을런지 싶다. 그 시대에나 가능했던 이야기가 아닐런지...아마도 이 책은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완성도면에 있어서야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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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8-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자체가 도발적이네요. 이 책이 이런 내용이라니...제목만 보고 뭐지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한번 읽어 봐야겠네요.

이네사 2012-08-24 23:17   좋아요 0 | URL
이런 내용도 있고,그 외에도 이런 저런 여성들에 대한 편견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는 책이여요.
실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랍니다. 하지만 그걸 다 썼다간 리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아주 아주 대강만 적은 것여요. 책에 대한 인상만 보여 드린다는 생각에서 말이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어떤건 횡설수설 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들어볼만한 이야기가 많아요. 경치게 웃기는 분석들도 많구요. 아하~~~ 하면서 감탄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죠. 아마 보시면 저랑 다른 의미에서 재밋게 보실 수 있을 거여요.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니까. 적어도 지루하진 않을 거라는...^^
 
프로작 네이션 - 우울에 빠진 한 여자의 심리 보고서
엘리자베스 워첼 지음, 김유미 옮김 / 민음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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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로작 , 우울증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알약의 상표명이다. 어떤 이들은 이 약이야말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삶이 개선시키고 생명을 구해낸 기적의 알약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오히려 이젠 이 약의 오남용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마치 만능의 마법약이라도 되는 듯 아무때나 시도때도 없이 주어 삼키고 있지만 과연 이 약을 복용해야 할만큼 우울증이 심각한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프로작이 처방되는 빈도수를 보면 후자의 견해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프로작이 마치 감기약처럼 처방되어지고 있다. 관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프로작은 남용되고 있는가? 아니면 더 심한 우울증의 증상을 겪느니 그 정도의 남용은 눈감아 줘도 좋을 것일까? 거기에 대한 판단은 그 누구도 쉽게 내리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우울증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프로작의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도 좋을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10대 시절부터 20대까지 파란만장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지내온 자이니 말이다. 프로작은 불필요한 약물이며, 제약 회사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우울증이란게 단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해낼 수 없는 병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만 이 작가가 하는 말이 100% 진실이라는 것을 믿어야 할 테지만서도...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말로 이 책이 한 인간의 자서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읽기가 굉장히 버거운 책이라는 점 때문이다. 소설이라면 만들어낸 이야기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건 간에 중화를 시킬 수 있지만서도, 실화는 그게 좀 어렵지 않은가. 본인이 겪었다고 실토하는 일들이 어찌나 난감하던지...식겁하기 딱 알맞았다. 어쩜 이리도 극단적으로 삶을 살아주시던지, 죽지 않고 살아줬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에 못지 않게 제 정신인 저자가, 아니 제 정신이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무척이나 뛰어난 저자가 이렇게 세상을 막 산다는 자체가 믿겨지지 않았었다. 그토록이나 파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게 또 뭐란 말인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하도 심난하게 삶을 살아 주시기에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는 , 전직 우울증 환자의 인생에 대해 들어 보기로 하자.


서로 어울리지 않았던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기억들을 주렁주렁 달고 산다. 신경질적이고, 삶을 버거워 했지만 그럼에도 딸을 최선을 다해 키우려 한 엄마 밑에서 성장기를 보낸 저자는 머리가 좋았던 탓에 명문대에 진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명문대의 진학도 그녀의 우울증을 나아지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10부터 진행된 병이 20대를 들어서면서 심해지기 시작, 결국 그녀는 성격의 변화마저 겪기 시작한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우울증이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보니 생긴 일이었지만 그 파괴력이 엄청 났던 관계로 점차 그녀를 도와주던 친구들마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기에 이른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콜 중독, 마약 중독, 섹스 중독에 탐닉했던 저자는 결국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결국 그녀를 위해 그나마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던 저자의 엄마마저 그녀에게 손을 들기에 이르르는데...


지나치게 솔직한 것도 탈이라고 생각될때가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랬다. 어찌나 솔직하고 적나라 하던지, 그리고 본인의 치부임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어쩜 그리도 피하는 것 없이 일일히 적어 내려 가던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게 용기이건 자만이건 강박이건 간에, 흔치 않은 고백서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듯하다. 섹스에 대한 첫 경험부터,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살았던 시기와 임신 중절등 여자라면 하기 힘든 고백까지 스스럼없이 하는걸 보곤 진짜 센 언니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어느정도는 우울증의 영향 때문이라니, 안스러울 뿐이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것이다. 어떻게 그게 우울증의 영향때문일 수 있어, 그냥 그녀가 헤픈게 아닐까라는...처음엔 나도 그런게 아닐까 싶었지만서도, 그녀의 고백을 들어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진짜로 우울증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저자의 모습은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자신이 편안하지 않으니 모든 인간 관계마저 어그러지게 마련이고, 그런 불안한 인간관계는 그녀의 병을 더욱 더 악화시키기에 이른다. 결국 본인마저도 백기를 들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적절한 약을 복용하게 되면서 점차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그리곤 그 날 이후로 마치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전과자처럼 조심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 다시 재발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우울증이 이렇게 파괴적이구나, 라는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그들이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하게 자신의 삶을 파멸로 몰아가는 과정은 차마 같은 인간으로써 마주하기 힘들 정도였다. 우울증 환자도 환자지만, 그 상황을 지켜보는 가족들이 넌덜머리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되더라. 종국엔 이 저자의 엄마도 딸을 버릴 정도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이었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과연 우울증을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라고 우리는 주문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떠드는 사람들은 한번도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질병이며,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소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나만은 우울증에 대해 그런 편견은 갖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남의 고통은 아프지 않는 법이다 .내가 아픈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의 고통이 별게 아니라고 말해도 된다는 들지 않는다. 왜냐면, 그럴 권리는 내게 없으니 말이다. 난 적어도 내게 그런 권리가 주어진 적이 없으며, 주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을 얕보지 말 지어다.비록 그것으로 인해 내가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울증이 얼마나 끔찍한 질병인지 저자가 숨가쁘게 적어둔 덕분에 그를 상상하기 부족함이 없으니 말이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읽어 보시길. 그들의 인생에 대해 한층 이해를 넓히실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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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스테이트 - 아웃케이스 없음
자크 브라프 감독, 나탈리 포트만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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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온 앤드류는 11년만에 찾은 고향이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색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굳어져 버린 아버지와의 관계, 아버지는 그대로 자식이라고 애써 친한 척을 하지만 앤드류의 마음은 어찌해야 할지 당혹스럽기만 하다. 오래동안 복용하던 정신과 약을 고향에 오면서 버려두고 온 앤드류는 두통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아가게 되고 , 거기서 웃는 모습이 깜찍한 샘을 만나게 된다. 늘 심각하고 우울한 앤드류와는 달리 발랄하기 짝이 없는 샘, 곧 그는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샘을 바래다 주다 그녀의 집까지 가게 된 앤드류는 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간질을 앓아온 그녀에겐  습관적으로 거짓말 병이 있었던 것, 원래 그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겁하겠지만서도, 그 누구보다 어두운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앤드류에겐 그것이 그저 인간에게 벌어질 수 있는, 하지만 적응해 나가야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런 앤드류가 마음이 들은 샘은 며칠 간의 그의 고향방문에 동참하게 된다. 어렸을 적의 친구인 마크와 어울려 다니면서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나본 앤드류는 왜 자신이 그 멀디 먼 타향에서 살아가야 했던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가 고향을 떠나게 된 것은 13살때의 일로, 우울증에 무기력한 엄마에게 화가 난 앤드류는 어느날 그녀를 떠밀게 된다. 별일 아니었던 그 사건은 넘어지던 엄마가 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진짜 엄청난 사건이 되어 버렸고, 이에 아버지는 그를 분노를 억제시킨다는 목적하에 기숙사로 보내 버렸다. 아이를 잠재우는 엄청난 량의 처방전과 함께...그날 이후로 갖가지 약물과 함께 살아온 앤드류는 과연 그것이 자신에게 최선이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과연 그 수밖에는 없었을까. 그저 자신은 어린 아이였을 뿐인데, 엄마에게 화가 난 어린 소년 말이다. 비록 엄청난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서도, 어른들 중에서 아무도 그건 사고였다고 그를 다독인 사람이 없다는 것을 11년 후에 깨달은 앤드류는 그제서야 아버지와 대면을 하기에 이른다. 과연 부자 사이엔 화해가 가능할 것인가? 엉망으로 망가져 버린 듯한 앤드류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샘과의 사랑이 분명해지면 분명해질수록 앤드류의 불안감도 커지만 하는데...과연 그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인가.


<스크럽>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잭 브라프가 주연과 감독, 극본을 맡은 영화다. 처음 감독을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스크럽의 어리버리한 의사역을 하도 잘 해서 몰랐는데, 의외로 다재다능한 듯 싶다. 오랜 만에 고향을 찾아온 소년의 성장기로, 각본도 영리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 싶다 .다만, 중간 중간 넣지 않았어도 좋은 야한 농담을 넣은 것만은 빼도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진지한 톤의 성장 영화에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랄까. 잭 브라프는 코미디 배우로 성공을 해서 그런가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존재하는 것 같던데, 오히려 그런 점을 뺐다면 영화의 완성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깔끔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지만 솔직히 이런 농담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잭 브라프의 다른 작품이 별로 기대되진 않을 것 같다. 한번은 봐줘도 두번은 싫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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