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빗 핀처 감독, 앤드류 가필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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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생인 마크는 재수 없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차인 후 복수를 위해 절차부심한다. 객관적으로 봐도 명백하게 재수없게 군 것이 사실임에도 전혀 그것을 인정하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마크는 머리는 천재적이지만 사회성은 제로인 괴짜의 전형처럼 보인다. 그렇게 건방진데다 싸가지 없는 녀석임에도 그가 기죽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하버드의 상류층 자제들의 모임. 간절히 원함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마크는 그들이 자신을 보자고 하자 뛸 듯이 기뻐한다. 알고보니 그들이 보자고 한 이유는 마크의 컴퓨터 재능을 이용하겠다는 것, 가입을 고려해 보겠다는 말에 한없이 황송해진 마크는 그들이 낸 아이디어를 이용해 뚝딱뚝딱 페이스 북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생각지도 않은 대박을 일으킨 것, 별다른 홍보도 없이 대단한 인기 몰이를 시작한 그 싸이트는 순식간에 그를 억만장자로 만들어 준다. 그가 벌어 들이는 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결국 그와 함께 했던 친구들과 그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하버드 동창생들은 그에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들에게 어떤 것도 빚진게 없다고 생각한 마크는 한 푼이라도 안 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소송에 매달린다. 치졸한 소송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도 누구 못지 않게 개자식이 되어야 한다는걸 곧 깨닫게 되는데...


< 당신은 개자식이 아니여요. 하지만 그렇게 되려고 너무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네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크에 대해 이보다 정확한 말은 없을 듯 하다. 언젠가 오프라 쇼에 마크와 그의 친구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 그는 너무도 친근하고 다정하며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그건 다 홍보용이었지 싶다. 오프라 쇼에 나온 마크와 영화속의 그는 너무도 달랐다. 과연 어느 것이 진짜일까 궁금해질 정도로. 아마도 영화속의 그가 실체에 보다 접근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컴퓨터를 잘 몰라서 이 영화를 보고서야 마크가 그렇게 천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전엔 그저 우연히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부자가 된 것인줄로만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페이스 북 창설에 관련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 상상도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 난 페북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건 영화를 보고난 지금도 마찬가지고. 이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상상보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라는걸 알게 됐다. 우린 마크가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사실만 강조하지만, 그 뒷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연 그를 그렇게 부러워 할 수만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인간적으로 너무 고단하고 가혹한 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걸 보니 말이다. 만약 내가 마크 당사자라면 젊은 나이에 그런 일을 겪는 것을 청춘이니까 라고 생각했을지 의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난 나이고, 그는 마킁니 것이겠지. 그리고 보통 사람인 우린 그저 겉으로 드러난 매우 사소한 일부분만을 볼 수 있을 뿐이고, 그들이 정교하게 꾸며놓은 그 이미지에 환장할 뿐이란 생각이 든다. 그 밑에서 어떤 엄청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줄은 짐작도 못한채 말이다. 하여간 우리 같이 둔재들은 그저 천재들의 놀음에 감탄만 하면서 사는게 전부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울적해지네...물론 그들이 해놓은 결과물 덕분에 이렇게 편리하게 살게 된 것도 사실이지만서도 말이다. 

 

천재들의 과팍한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괜찮았으나, 또 그 천재들이란 집단의 인간적이지 않은 면모에는 약간 눈살을 찌프려졌다. 저렇게 싸가지 없는 것들이 천재라니, 세상 참 살맛 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보면 그런 사람들도 필요할 때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서도...

 

나는 페이스 북이 싫다. 블러그 역시 내 사생활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는 범위에서만 활용하고 있는데, 그건 나의 사생활은 나의 것이여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요즘 페이스 북에 자신의 일상을 낱낱히 까발리는 아이들을 보면 좀 걱정이 된다. 미숙한 자신을 그대로 보여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그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가는 모르겠으나 , 나중에 후회할만한 일들을 적어 놓거나 자신의 모든 것을 알려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도 싶다. 어쩌면 페이스 북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인기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을 잘 드러나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만의 관객을 끌어 들이지는 못한다 해도, 인터넷이 없던 세상보다는 적어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점때문에 말이다. 뭐, 대세가 그러하다면, 내가 뭐 어쩌겠는가 만은...

 

그나저나 천재들의 비지니스 적인 고찰은 참으로 대단하더라. 거대 자본 회사들을 물리치고, 단지 자신의 아이디어 만으로 성공하는 모습도 멋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친구를 찾아줬지만 정작 자신을 친구를 잃어버린 마크나, 나르시스트적인 면모가 두드러지긴 했지만 나름 세상이 돌아가는 통찰력을 가진 천재 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진짜 현실의 사람들을 보는 듯 자연스러웠던 것도 좋았다. 마크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나, 숀을 연기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단연 돋보이더라, 저스틴을 보면서 왜 그가 그때까지 배우로 나서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 연기가 능숙해서 놀랐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군더더기 없이 편집한  감독에게 만점을 주고 싶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고 촛점을 잃을 수도 있는데 한번도 그러지 않더라. 빠른 대사가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그걸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장면들엔 속이 다 시원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좀 집중이 되지 싶어서. 하지만, 미국 대학이 저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장에 특히나 여자들에 대한 비하가 놀라울 정도로 수위가 높아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정나미 떨어질 정도로 인간미가 없던지. 소셜 네트워크를 창시한 세대가 그렇게 인간미 없고, 이기적이며, 막장들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 걱정이 되었다. 바라건데, 그것이 하버드 대학의 전부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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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저 댄 픽션
마크 포스터 감독, 매기 길렌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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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직원 해롤드는 메뉴얼의 사나이다. 칫솔질을 하는 숫자부터 넥타이를 매는 시간, 아침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걸음까지 정확하게 세면서 살아가고 있는 그,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과 동지처럼 보일 정도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행동을 일일히 모니터하면서 해설하고, 정의를 내리고, 조롱 하고, 새로운 해석도 해주는 그녀, 그것도 당황스러운데, 그보다 더 경악할만한 것은 바로 그녀가 " 그가 곧 죽을 텐데도 그는 전혀 그것을 모르고 있다" 고 말했다는 것! 그 말을 들은 해롤드는 대로변에서 소리친다. 내가 죽는다구요? 이봐요? 이보라구요? 곧이라니, 곧은 얼마나 곧이죠? 라고 말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해설만 하던 그녀가 대답할 리 만무,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 없던 해롤드는 자신이 언제 죽게 될 것인가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목소리의 임자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고민끝에 해롤드가 찾아간 사람은 문학 교수인 힐버트, 그는 힐버트에게 목소리의 주인공이 소설가이며 그가 그 책의 주인공인 것 같다면서 도와달라고 한다. 이제 문제는 그 여류 작가가 누구이며, 그녀의 소설속 내용이 희극이냐 비극이냐가 되어 버리고 만다. 
(추신--이 영화에서 힐버트의 사무실은 인상적일만큼 멋집니다.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게 아쉬울 정도로.)






10년동안 제대로 된 책을 내지 못한 소설가 캐론, 그녀는 현재 <세금과 죽음>이란 작품을 집필 중이다.  책 속의 주인공인 국세청 직원 해롤드를 그럴 듯하게 죽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간단치많은 않다는 것이 문제. 결국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별별 수단을 다 강구하고 있는 그녀, 병원까지 찾아가 금방 죽는 병에 대해 묻고 다니는 캐론은 과연 해롤드 죽이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런 장면,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해롤드는 용기를 내서 빵집 주인 안나를 찾아간다.멋진 선물을 포장해서 어눌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진실된 맘을 보여 줌으로써 그녀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사랑도 소설속에서 그가 죽기로 예정된 시간을 멈추게 하진 못한다.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의외로 매력적인 영화였다. 줄거리의 참신성과 기발함, 역에 딱 맞는 배우들의 연기,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 전개, 하나같이 개성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다들 한결같이 괴짜였음에도 말이다.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격언을 가지고 이렇게 근사한 영화를 만들어 내다니, 인간의 상상력과 엉뚱함은 때론 이렇게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만다. 고립되어  살아가던 완벽주의자 해롤드가 마음을 열고 삶을 받아 들이는 과정들이 흥미롭던 영화, 시간 나시면 한번 보시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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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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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전도 유망한 대학생이었던 루드빅은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 엽서에 농담 한마디를 적었다가 반동분자로 낙인이 찍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축출된다. 자신이야말로 진실로 당국이 원하는 사상을 지지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 자부하던 루드빅은 조만간 착오인 것을 깨닫고 자신을 불러 들일거라 생각하지만 그의 말은 이제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결국 탄광에 배치된 그는 청춘을 그렇게 속절없이 낭비하고 만다. 그 길고 긴 시간동안 분노와 절망속에 살아가던 그는 잠시나마 구원의 빛이 되어준 루치에를 만나지만, 씁쓸한 오해로 말미암아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세월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을 그렇게 반동으로 몬 제마넥의 아내, 헬레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가 보낸 엽서를 받은 당사자로, 어찌보면 그가 그렇게 몰락하게 되는게 일조한 사람이다. 그가 보낸 엽서를 혼자 간직했더라면 그런 소동이 벌어질 리 없었을테니 말이다. 자신이 몰락의 끝은 어디인가를 찍는 동안 그들은 승승장구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드빅은 복수를 결심한다. 바로 헬레나를 유혹해 제마넥의 자존심을 부셔 버리겠다는 것... 의외로 쉽게 넘어오는 헬레나 때문에 그의 복수계획은 차질없이 진행이 된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제마넥의 애정이 식은지 이미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젊은 제자와 바람이 나있던 그는 루드빅이 헬레나와 바람이 났다고 하자 얼씨구나 한다. 이참에 아예 그녀와 이혼하게 도와달라는 제마넥, 루드빅은 할 말을 잃는다. 이미 늙어 매력이 없는 헬레나와 섹스할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헬레나는 간만에 자신을 원하는 남자가 있자 흥분하고 만다. 최고의 섹스를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헬레나는 하지만 악몽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마는데...


 1965년에 쓰여진 책이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런데 너무 잘 썼다. 왜 이 책이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이 아닌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밀란 쿤데라의 유명하단 책을 다 읽어보긴 했지만서도, 이 책이 제일 맘에 든다. 어디 하나 뺄 구석이 없이 인간의 모순된 모습을 잘 포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는 묘사가 압권이다. 난 전혀 그가 아님에도, 그의 몰락이 가져다준 충격과 그럼에도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 가려 애쓰는 그의 모습에 공감하지 어렵지 않았다.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이렇게도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가다니, 혀를 내두를 수밖엔 없었다. 어찌나 문장 문장 마다 통찰력이 넘치시던지, 처음엔 감동을 받을때마다  옮겨 적다가 곧 그만 두었다. 아무래도 책 전체를 적게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이런 책을 만날때마다 구원을 받은 기분이다. 책을 좋아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랄까.


농담 한마디 잘못했다가 농담처럼 인생이 꼬여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 제목이 농담인걸까? 지적이고 선량한 사람이었던 주인공이 시류에 휩쓸리면서 변해가는 모습은 안스럽고 애잔했다.물론 사회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긴 하지만서도, 그런 경험들이 인생이 망가졌다는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누가 일부러  고생을 택해 살고 싶어하겠는가. 더군다나 그것도 자신의 의지나 선택이 아닌 친구의 배신에 의한 것이었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결국 악에 받쳐 이번엔 내가 복수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그것마저 그의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는걸 보니 얼마나 기가 차던지. 줄곧 자신은 피해자라면서 징징대지만,  여자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남들 못지 않게 나쁜 남자이던 그가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지는 결과를 낳게 될줄 그 누가 알았으리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루드빅이 당한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은 결국 심장이 없는 사람에게 지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어쩜 그것이야말로 농담같은 진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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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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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인간의 손이 발견된다. 인간의 손이 혼자 동물원에 나돌아다닐리 없다고 판단한 형사들은 살인 사건에 촛점을 맞춰서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손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교사인 파울리. 그의 주변을 수사하던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성실한 교사라는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칭 환경보호자로 도시의 모든 정책에 대해 극렬 반대에 앞장을 서던 사람이었다.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동시에 극렬하게 미움을 받는 사람이었던 파울리, 더군다나 파울리가 도로 확장 공사와 관련된 비리를 캐고 있다는걸 알게 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누가 그를 죽였는지를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사건을 파헤치던 피아는 용의자들 중에서 자신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마음이 흔들린다. 한 명은 동물원 원장인 산더와 재벌 2세인 미청년 루카스로, 이혼을 한 뒤 외롭게 살아온 피아는 수사 원칙상 그들을 멀리 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한편 이혼을 한 보덴슈타인 역시 그 여파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루카스의 친구가 자살한 채 발견된다. 처음에도 단순해 보이지 않던 사건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데...


이 작가의 특징들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던 책이다. 형사들의 로맨스가 얽힌 개인적인 사생활이 난무하는 가운데, 냉정하고 이성적이여야 할 형사들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일로 흔들린다. 다행인건 한 사람이 정신줄 놓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 빈자리를 보강해 준다는 것 정도. 이 책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다 미워하는 주인공이 나와 그가 살해되었다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변을 탐문해보면 수상한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고, 수사 방향을 흐리기 위해 형사들을 유혹하는 사람들 역시 넘쳐나게 된다. 수사 방향을 흐트러지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성이라는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피아는 이번에도 열정어린 사랑에 빠지고, 결국 수사는 난항에 돌입하게 된다. 과연 이 사건은 무사히 진범 검거라는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지가 끝까지 읽게 만드는 동력이었는데, 저자의 특징이 클리쉐처럼 한꺼번에 나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인상적인 면모는 없지 않았는가 한다. 틀에 박힌 클리쉐를 사용하는 대신 아마도 그 안에 넣어둘 새로운 개성들을 찾지 못한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이 작가의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가 없다고 판단되어 지는 책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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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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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누스 강력반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 첫번째 작품. 16년간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형사직으로 돌아온 피아는 타우누스 강력반으로 배치를 받는다. 발령받자마자 첫 사건에 배당이 된 그녀는 파트너인 반장 보덴슈타인과 함께 현장으로 나간다. 사건은 강직하기로 정평이 나있었던 부장 검사의 자살사건,그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다. 타살이 아닐까 의심하던 사람들은 모든 것이 자살을 가리키자 자살로 결론을 내리지만, 그럼에도 그가 왜 갑자기 자살을 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자살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동안 다시 젊은 여자의 자살 사건이 접수된다. 이자벨이라는 미모의 젊은 여성이 절벽에서 뛰어 내렸다는 것이다. 현장에 가본 피아는 하지만 왠지 자살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살해된 채 절벽에서 버려졌을 거란 생각을 하던 피아는 이자벨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매력적인 이자벨의 사생활이 창녀보다 난잡했다는걸 알게 된다. 마치 지뢰처럼 그녀가 가는 곳에는 불화와 치정과 배신이 뒤따랐던 것이다. 이 정도의 난잡함이라면 살해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라고 판단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점차 이자벨 주변 사람들을 심문하기 시작한다. 처음 피아의 직감에 의문을 나타내던 보덴슈타인도 점차 그녀를 신뢰하기에 이른 가운데, 피아는 조금씩 과거 형사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형사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사랑 받지 못한 여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너무 사랑받은 나머지(?) 죽임을 당하게 된 여인의 살해 사건을 해결하는 두 형사의 모험을 그린 추리 소설이다. 인간에 대한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다. 나오는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대단하고 말이다. 작가가 이 시리즈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무리도 아니지 싶다. 추리 소설의 기본이라고 할만한 인간간의 갈등을 잘 꿰뚫고 있어 보여 말이다.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냉소적인 피아가 형사직에 복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을 투영해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써내려 갔다는 의미다. 가공의 것이 아닌 마치 일어난 일들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한 기분이 들도록 말이다. 작가의 필력을 인정하는데 무리가 없었던 소설, 여성들이 보기에 더 안성맞춤의 추리 소설이 아닐까 한다.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많으니 말이다. 심하게 말하면 하드 보일드 코지 추리 소설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보니 요즘은 여성작가들도 꽤나 세졌다 싶다. 남자들 못지 않게 잘 쓴다. 물론 그럼에도 여성적인 시선을 잃고 있지 않다는 것 역시 좋다. 꼭 남자와 같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아니, 같을 필요가 아니라, 같을 수가 없는 것이던가? 하여간 괜찮은 여류 추리 소설 작가를 알게 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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