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존 고든 지음, 김소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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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망해가고 있는 수프 회사의 CEO가 된 낸시는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제대로 해 보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으니 해고 시켜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무엇이건 해봐야 겠다는, 하지만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에 시달릴 때쯤 그녀는 우연히 뉴욕 뒷골목 수프가게에 들어가게 된다. 아무 기대 없이 주문한 수프는 그녀에게 인생 최고의 수프 맛을 알게 해 주었고, 뜻밖의 맛에 감동을 하고 만 그녀는 가게 주인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가게 주인인 다이앤과 그녀의 아들 빌을 만나게 된 낸시는 그 둘이 수프 가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비결을 물어보게 된다. 그리곤 자신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간과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다이앤에게 조언을 듣게 되는데...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를 수프 가게 할머니로부터 전수받는다는 , 약간은 동화같은 개발서다. 수프를 휘저을때 에너지를 집어 넣어라. 수프는 문화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집어 넣어라. 비관주의자를 몰아내라. 낙관을 전염시켜라. 소통해라. 언제나 솔직해라. 신뢰를 쌓아라. 비전을 전파해라. 참여하는 관계를 만들어라. 열정을 보여줘라.감사의 인사를 잊지 마라. 권한을 분산시켜라. 그리고 하나 되기...등등의 항목이 수프가게 할머니가 들려주신 운영 철학이다. 언뜻 듣기엔 쉬워 보인다. 그녀의 말대로만 하면 대박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절로 솟는다고나 할까. 실제로 책 속에서 낸시는 자신의 어려움들을 하나 하나 극복하고 회사를 제 궤도에 올려 놓는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말이지. 읽을때는 신이 나서 그래 ,이렇게만 하면 진짜 성공할 것 같은데? 이런 레시피가 있어서 성공을 했구만, 이라면서 감탄을 했지만서도, 책을 내려 놓으니 의심쩍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것이 현실 사회 속에서 적용이 가능한 것일까? 라는...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적용을 한다는게 어려워서 모두들 그렇게 실패를 하고 있는건 아닐까. 즉, 이상에 불과한 말장난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일례로 소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게 쉽지 않으니까, 회사가 망하기도 하고 하는 거겠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쉽지 않아서 말이다. 리더쉽이라는 것만큼 정의내리기도 애매하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파고 파고 또 파도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한다. 한마디로 이거다 하는 메뉴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해 가는 자야말로 진짜 리더쉽의 달인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 유기체 같은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기본을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은 집어 드심도 좋을 듯. 쉽게 이해하도록 쓰여 있어서 쉽게 읽히고 이해도 어렵지 않다. 그냥 동화책 읽듯 읽으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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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쉐프 SE (2disc) : 디지팩
오키타 슈이치 감독, 사카이 마사토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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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진 곳, 1년이라는 기한, 달랑 8명뿐인 인간들, 귀여운동물이라고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남극. 거긴 무엇이 있는데요? 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오로라>라는 대답도 제때 하지 못하는 지극히 단순한 남자 아저씨들이 모여 사는 남극 돔 기지. 그곳에서 1년간 먹고 일하고 장난치고 술 마시고, 페쇄 공포증도 겪고, 실연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라면에 대한 집착등을 자연스럽게 그려낸 영화다.


다운받아 놓은지 거반 6개월만에 본 영화, 속이 다 시원하다. 드디어 삭제를 할 수 있게 되서 말이다. 전형적인 일본 영화라고나 할까. 잘 차려진 음식이 나오고, 그걸 정말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나오고,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과장없이 전개되는 그런 영화였다. 지루하다고도 볼 수 있고, 봐 봤자 남는거 없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잘 차려진 음식을 보면서 침을 질질 흘리는 사람들이라면 굉장히 남는거 많은 영화라고 하겠지만서도. 맛있어 보이긴 했지만서도, 글쎄...오히려 남극에서 먹는 음식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산해진미들이 동원되기는 하는데, 장소가 장소다 보니 그닥 땡기지는 않더군. 역시나 먹는 장소도 중요한 것인가 보다.


 

심각하게 눈살을 찌프릴 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다행이긴 했으나 역시나 남는게 없다는 것이 단점. 하긴 남극에서 무슨 극적인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만은 말이다. 지나치게 잔잔하고 평이하며 온순하게 흘러가는 남극에서의 일상이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말이지. 1년을 액기스만 모았는데도 그렇게 지루하고 단조로우며 아무것도 없는데, 거기서 1년을 산 사람들은 오죽 갑갑하겠는가. 그들이 남극을 탈출하고 싶어서 난리 부르스를 피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일본 드라마를 자주 본 탓인지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이제 낯이 익다. 심지어는 반갑기조차 하더라. 어~ 저 아저씨 여기에도 나오네 하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주인공으로 사카이 마사토,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선 어떻게 표정이 매번 한가지인지 불만이었다. 그게 연기를 잘 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더란 말이다.  나올때마다 한결같은 표정이니 안 그렇겠는가.  심지어는 다른 영화속에서도 짓고 있는 표정이 하나였는데,  분위기가 다른 배우들과 조금 차별되는 것만 뺀다면 도무지 뭐가 다른지 구별을 못하겠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면서...왜냐고? 분위기는 딱 내 스타일 이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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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좋다 2012-08-3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영화가 있군요. 그럼 책대신 영화로 봐버릴까요?

이네사 2012-08-31 19:52   좋아요 0 | URL
책보단 영화가 훨씬 더 좋습니다. 책은 영....덜 떨어졌다는 표현을 쓰는게 좋을 듯한 책이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영화가 재밌다는 말은 아니니 오핸 마시길.
정 볼게 없으면! 그리고 넘 궁금해서 죽을 것 같다는 심정이실때...보신다면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으실듯...
 
부모가 먼저 버려라
가토 다이조 지음, 김은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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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는 책이다. 쉽게 쉽게 쓰여져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 장점. 그렇다면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양육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가토 다이조 님의 책을 몇 권 읽어 보았지만, 특징이라면 아이들 입장에서 서술하신다는 것에 있다. 그건 정말로 든든하다. 어른들 입장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더군다나 본인 자신도 어린 시절 사랑 받지 못하고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셔서 그런가 그런 점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하시다. 본인이 잘 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말이다. 전문가들 중에서 어린 시절에 학대 당하다시피 키워진 사람들이 나중에 나서서 이렇게 귀중한 경험을 들려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겐 대단한 자산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잘못된 양육 방식들이 옳은 것인양 여전히 선전되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잘못된 믿음들이 너무도 많아서 실은 이 사회의 모든 문제들의 뿌리는 바로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잘못된 양육 방식이 불행한 어른을 키워 내고, 또 그들이 결혼을 해서 불행한 부부 생활의 서막을 알려 오고, 그런 부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 역시나 혼란과 상처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고...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런 악순환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현세대의 진지하고 단호한 결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일 것이다. 자각을 해야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고,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 적어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고민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실천이 남았으니 말이다. 어쩜 이렇게 많은 양육서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양육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가 행동 속에 실천이 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몸에 배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몸에 배이지 못한 양육 정보는 결국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제자리에서 자신이 뭔가 배웠다는 생각만 들 뿐, 현실에는 별 쓸모가 없었다는 뜻이겠지.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될지 하는건 나도 모르겠다. 쉽게 쓰여져 있어서 그냥 선생님이 하시라는 대로만 하면 될 것도 같은데, 과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사람은 이미 이런 책이 필요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가 단호하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는 말을 할때였다. 진짜 그렇다. 설마 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으실텐데, 아니, 정말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존재한다. 왜 부모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 불행해서 아이가 난동을 피우는데도 그걸 보곤 왜 자신은 자식 복도 없는가 라면서 한탄하는 사람들...일일히 열거하는 것도 벅찰 정도로 그런 어른들은 쎄고 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도 설마, 진짜로 자기 아이를 미워 하는건 아닐꺼야. 라고 나는 생각했었는데, 이 분은 단호하시다. 그런 사람들이 진짜로 있다고 말하신다. 속이 다 후련했다. 더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서 말이다. 아이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그렇게 연약하게 태어났을때는 오로지 부모만 믿고 나온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왜 이 아이가 나를 피곤하게 하고, 나를 불편하게 하며, 나를 귀찮게 하는지 그게 불만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분풀이를 한다. 말도 못하고, 제대로 표현할 줄도 모르며, 행동도 어눌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본인이 재난 지대가 되어 버린다. 어떻게 해도 야단을 맞는건 기본이고, 야단을 맞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봐야 하며, 사고를 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하니 말이다. 그런 아이들이 그나마 무사히 유년 시절을 보내고 나면 , 그래서 청소년이 되고 나면 왕따의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건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런 불행한 에너지를 그대로 안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은 나도 모르겠다. 아마 이 책의 저자 역시 그걸 모르긴 마찬가지실 거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단지 몰라서 아이를 방치하고 학대하고 오해는 것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배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세심하게 관찰하라. 아이를 마음을 읽어주라. 아이의 감정을 잘 파악하라.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도록 하라. 아이의 기를 살려 주라. 아이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조련하거나 학대하지 마라. 아이를 배려하라. 유연하게 아이를 대하라.아이의 말을 귀 담아 들어줘라. 아이와 함께 놀아주라. 아이와 스킨쉽을 하라...물론 이때의 스킨쉽은 잘했다고 토닥토닥 정도이지, 성 학대를 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이런 정도의 메뉴얼...어려울까? 아마 아이를 사랑하시는 부모님들이라면 별로 어렵지 않은 사항일 것이다. 이 저자, " 문명의 대가는 불행이다."라고 한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신다. 핵가족이 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아이들의 행복도는 낮아지셨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놀랍지 않은가. 요즘이야말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듯한 분위기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왕따같은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사라지지 않는걸 보면, 무언가 우리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어른이라면,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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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 길예르모 프란셀라 외 출연 / 블루키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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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처럼 평범하게 사건 현장에 들어선 검사보 벤야민은 참담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만다. 마지막까지 저항을 한 흔적이 뚜렷한 여인의 처참한 시신을 보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강간 살인, 분노한 벤야민과 수사를 위해 나와있던 사람들은 다들 숙연해진 마음에 발끝으로 걸어다닌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의 남편은 부들부들 떨면서 꼭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아침에 벌어진 일임에도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고, 단서가 나타나지 않자 조급해진 경찰은 그곳을 얼쩡대던 남자 셋을 잡아 들여 고문을 하기 시작한다. 70년대 독재국가 아르헨티나에선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었고, 옳지 않은 일이라는걸 알면서도 다들 쉬쉬하면서 살았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자백을 했다는 말에 벤야민은 하는수 없이 가서 그들을 풀어준다. 고문이 시킨 말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이고,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엉뚱한 사람을 잡아 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편,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온 신입 검사 이레네를 본 벤야민은 마음이 설렌다. 똑똑한 것은 물론이고 아름답기까지 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란 어렵다.하지만 학력차, 집안 차를 고려해보면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상책, 더군다나 약혼자가 있다는 말에 그는 한 발 뒤로 물러선다.

 강간범을 잡기 위해 조그만 실마리라도 찾으려 애를 쓰던 벤야민은 살해된 여인의 옛 사진속에서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직감 하나 믿고 벤야민은 어렵사리 그를 잡아들이지만, 다들 왜소한 그가 범인일 수 있을까 의심을 한다. 하지만 이레네의 기지로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 낸 수사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범인은 종신형에 처해진다. 그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생각한 벤야민은 우연히 TV를 보다가 그가 석방되었음을 알게 된다. 정부가 반게릴라 소탕 작전에 쓰기 위해 그를 내보낸 것이었다. 이제 정부의 고위직이 된 강간범은 일당들을 이끌고 벤야민을 습격한다. 이에 기겁한 이레네는 그를 멀리 떠나 보내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뒤, 과거의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있던 벤야민은 이레네를 찾아간다.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서 물어본다는 취지였지만, 오랜만에 이레네를 만난다는 것 역시 무시못할 이유였을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던 둘은 잃어버린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궁금한 것을 풀어 보려 사건을 캐고 다니던 벤야민은 자신이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첫 장면, 남자를 기차에 태워 보내는 여자의 눈길이 심상치 않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끝까지 인상적인 영화였다. 간만에 보는 집중력 넘치는 영화. 우선 이야기 자체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전개 자체도 개연성 넘치고 흥미진진한 덕분에 집중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궁금해서 뒤의 장면들이 기다려 졌던데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전개 역시 마음에 든다. 특히나 두 주연 배우들의 사랑이 참 공감이 되더라. 사랑을 놓친 뒤 공허함을 견디면서 사는 모습이나, 놓쳐 버린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이나, 둘 다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자신의 아내를 강간 살해한 범인을 잡아 자신이 만든 사설 감옥에 집어 넣을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그 기고 만장하던 강간 살인범이 25년 만에 만난 벤야민에게 처음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제발, 저 사람에게 말 좀 붙이라고 하셔요. '라고... 그렇게 비열하고 잔인한 녀석도 애걸복걸 할때가 있다니, 침묵도 무서운 고문이구나 싶다. 어렸을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를 강간할 때는 자신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애원하는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잡히고 난 뒤에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던 악당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장면의 섬뜩함은 그렇다치고, 과연 그것이 신빙성이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동네 친구를 그렇게 잔인하게 강간해서 죽일 정도로  타인과 공감능력이 부족한 강간범에게 단지 갇히고 무시당한다는 것으로 그의 기를 꺽어 놓을 수 있을까? 그를 고문한다는 것은 우리의 상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고통이란 적어도 보통 정도 상식은 있는 인간이여야지나 누릴 수 있는 사치인 것은 아닐까.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가 그렇게 비루해진 것에 대해 통쾌하게 느꼈었지만서도... 흥미롭지 않나. 그게 불법이라는 것을 뻔연히 알면서도, 그것이 한 인간에게 내려진 가장 잔인한 형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정의가 실현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말이다. 단지 그것이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바쳐 내린 형벌이라는 점이 안타까웠지만서도. 하지만 사랑이 아니라면...자신의 인생을 바친다 해도 아깝지 않다고 결심한 진실하고 지독한 사랑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그에게 그런 정의의 심판을 내리려 했겠는가 싶다. 아마도 살해된 여인의 남편이 그랬던 것은, 아내가 죽던 순간 자신의 인생도 끝나 버렸다는 생각을 해서가 아닐런지. 실제로도 그랬고 말이다. 

 

잘 만든 영화다. 특히나 나는 두렵다--te mo--라고 썼던 글자에 a 를 적어 넣은 뒤,( teamo)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가던 주인공이 너무 멋졌다. 이해가 가는 설정 아닌가.  맞다. 사랑이 제일 두렵다. 두려움이야말로 사랑을 막아서는 최악의 방해물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드디어 사랑을 찾아 가던 벤야민과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언제나 당당하던 이레네란 캐릭터가 눈길을 잡아끌던 영화, 어린 아이들의 유치한 사랑 놀음이 아니라 깊이 있고, 배려 하는, 사려 깊고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 마음에 더 와 닿지 않았는가 한다.  이런 어른스런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지 싶다. 투박하지만 진솔하고, 마음을 울리는 이런 영화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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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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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을 읽는 노인>로 유명한 작가 세풀베다의 단편 소설 2개를 묶은 것이다. 첫번째 편인 <감상적 킬러의 고백>은 제목에서 짐작되다시피 냉정한 프로 킬러가 주인공이다. 킬러로써나 연인으로써나 완벽하다고 자신하던 그는 어느날 애인에게서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일방적인 통고를 받는다. 쿨하게 넘기려 했지만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자존심 상해하는 킬러, 그런 영향때문인지 암살을 위해 터키로 날아가나 어이없게 표적을 놓치고 만다. 실수 한번에 클라이언트는 그를 해고하고, 졸지에 실업자가 된 그는 "한번 표적은 영원한 표적" 이란 기치아래 표적을 쫓아 멕시코로 날아간다 .표적의 집에 침입한  킬러는 예기치 않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외 <악어>는 세계적인 피혁회사 임원이었던 사람이 사망하자 보험회사는 그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살인지를 알아내려 직원을 파견한다. 경찰에서 자연사라고 발표가 날 즈음 죽은 자의 딸이 나타나 아버지는 타살된 것이며 피혁회사의 임원들 몇이 같은 방식으로 살해되었다고 알려 준다.단서를 찾아가던 보험회사 직원은 그 피혁회사가 아마존의 희귀 악어인 '야카레'를 밀렵 가공해 왔으며 임원들의 죽음이 그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어떻게 그들이 살해된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데...

 

제목만 들여다 봤을 땐 <감상적...>이 뭔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서도 ,읽어보니 쓸데없이 야한 단어들과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통에 그다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히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단편 <no comebacks>과 주인공 성격이나 분위기, 결말이 비슷해서 기분이 나빴었는데, 두 작가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마도 조금은 영향을 받은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보자면 두번째 <악어>가 작품성적이 면에서 더 나아 보였는데, 아마 <악어>가 아니었다면 추천작으로 올리기 애매했을 것이다. <악어>는 아마존의 밀림을 훼손하는 이기적인 기업가와 그를 처단하기 위해 나선 연약하기 그지 없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분노와 처절함이 잘 그려진 소설로 새롭고 신선했다. 물론 읽고 나서는 이미 사라진 아마존의 풍부한 자산들에 대해 아쉬워할 수밖엔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긴 했지만서도. 더불어 환경을 보호하자는 작가의 시선이 어떤 식으로든 표출이 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던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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