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뒷마당의 제국 - 자급자족에 도전하는 뉴요커의 리얼 생태 서바이벌
매니 하워드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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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나가는 아내를 둔 매니 하워드는 잡지사에 기고하는 것으로 먹고 사는,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하고 있던 반쯤 백수인 사내다. 마흔이 넘어 무언가 제대로 된 일이 하고 싶어진 그에게 출판사로부터 제안이 들어온다. 내용인 즉슨,  도시에서 자급자족하는 농부로 살아갈 수 있는 하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맡아달라는 것. 귀가 솔깃해진 그는 대충 아내와 상의를 한 뒤 뒷마당에 텃밭을 만들고 동물을 키워 먹고 사는 생활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진흙으로 된 마당을 뒤업고 좋은 흙은 깔아 밭을 만들고, 토끼와 닭과 오리를 들여온 그는 마침내 자신의 농장을 일궜다면서 자랑스러워 하는데... 과연 도시에서 자기 손으로 기른 것만으로 먹고 살겠다는 그의 시도는 성공할 것인가.

 

미국에 어쩌다 보니 이런 전통이 생겨났는가는 모르겠으나, 이상하게도 유별나게 & 유난스럽게 호들갑스러운 작가들이 미국에는 넘쳐나는 듯하다. 아마도 빌 브라이슨의 깜찍한 호들갑이 성공을 한 이후 다들 그를 롤 모델로 삼아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내 아무리 빌 브라이슨의 광팬이라고 해도, 이젠 정말로 말리고 싶다. 빌 브라이슨은 그나마 깜찍하다! 그러나 그외 다른 양반들은 잘해봐야 처참할 정도로 유치해 보일 뿐이라는걸 모르는게 아닐까 싶다. 다 큰 어른이, 것도 아이 둘 달린 마흔 넘은 아저씨가, 뒷마당에 텃밭 하나 만들겠다고 별별 소동을 다 부리는데, 읽다 보니 짜증이 난다. 아무리 잘 하는게 없는 바보 캐릭터가 귀여워 보인다고 해도 말이지. 이 정도면 화가 날 정도다. 읽어 가다 보면, 그렇게도 잘 났다는 매니의 아내가 왜 그를 버리고 달아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더라. 이래뵈도 착하다,  남들에게 설명을 하더만은. 도무지 미덥지 않은 행동만 골라서 하고, 그 덕분에 여러 사람 골탕 먹이고, 그걸 자랑스럽게 써대는 사람과 화내지 않고 살아갈 수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그의 아내에게 묻고 싶었다. 인내심일까? 사랑? 눈이 아주 아주 먼 위대한 사랑?


 하여간, 호듭갑이 지나치다. 농장을 만드는데 무슨 핵폭탄 제조하는 것마냥 난리 법썩을 떤다. 아무리 초보에 평생 도시에 살았다지만, 그래도 요리 칼럼니스트라는데 농장에 심을 야채 하나 떠올리지 못한다는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누굴 웃길 생각이라면 정직하게 웃기라는 것이지. 얼렁뚱딴 바보 행세 하지 말고 말이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법석을 떤 후에 그가 다른 사람과 영 차원이 다른 바보이며, 그럼에도 손수 몸을 움직여 만든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았노라 하는 점을 강조하던데, 이런 책 안 읽어도 그런 것 쯤은 추론 가능하다. 해서 결론은 이런 책을 읽는건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제목만은 근사했는데 말이지....제목을 지은 출판사 관계자분들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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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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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리타, 집을 장만하다> 라는 니노미야 카즈나리 주연의 드라마 원작이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프리타 족 세이지의 모습이 너무 리얼하길래 굳이 찾아서 본 책. 역시 일본은 드라마를 참 잘 만드는 구나를 생각하게 했던 책이다. 무미건조한 원본을 가지고 그렇게 맛깔나게 요리를 하다니, 일본이 각색진 하나는 세계 최상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원래 그 나라가 원본을 화려하게 각색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민족 아니던가. 드라마 부분에서 특히 그 진가가 발휘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줄거리는 이렇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단 2개월만에 해치운 뒤 백수를 전전하며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던 프리타 족 세이지는 엄마의 갑작스런 우울증 발병으로 정신이 번쩍든다. 늘 자신을 지지해주던 엄마의 우울증, 오늘도 죽지 못했습니다, 를 반복하며 몸을 앞 뒤로 흔드는 엄마를 본 세이지는 기필코 엄마를 본래 상태대로 돌려 놓겠노라고 다짐한다. 엄마의 발병 이유가 이웃들의 집단 따돌림에 기인한 것이라는걸 알게 된 그는 스트레스를 줄이지 않는 한 병이 나아지긴 힘들거라는 의사의 말에 고민을 한다. 이사를 가자는 세이지의 말에 돈 든다면서 반대하는 아버지, 세이지는 이기적인 아버지를 믿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집을 사기 위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시급이 좋다는 이유로 공사판 알바를 시작한 그는 노가다를 뛰는 아저씨들과 말을 트면서 점차 그들과 동화되어 간다. 아버지를 이해 못하는 세이지를 다독이는 노가다판 아저씨들, 세이지는 곧 그들과 친해지고, 결국 공사판 현장 소장의 눈에 들게 된다.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싶어한 소장은 자신의 회사에 세이지가 들어오길 바라는데....

 

이야기 전재 자체로는 흥미롭다고 할 수도 있겠다. 드라마로 만들 정도니 이야기로써의 설득력은 있다고 봐도 좋으니 말이다. 문젠, 소설이라고 하기엔 뼈대만 앙상하다는 점이다. 골자만 서술해 놓은 듯한 이야기 전개, 아무래도 소설로써의 품위나 무게, 내진 이걸 소설이라고 봐도 좋을까라는 회의가 들게 할만큼 깊이가 전무하다. 쉽게 말해 길게 쓴 시놉시스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복잡하지 않은 인물 전개나, --그보단 복잡할리 없는 인물 전개라고 해야 하나?--무리 없이 흘러 가는 이야기 흐름은 괜찮았지만서도, 너무 단순하다. 흥미 위주로 집어 들었다면 불만은 없겠지만서도, 다 읽고 나면 뭔가 석연치 않은 사기를 당한 듯 허전한 느낌이 들거나, 이보단 뭐가 더 있어야 하지 않아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지도...

 

그럼에도 읽은 만은 하다.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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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숏 Big Short -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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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라이어스 포커>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의 신작. 2008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살까 말까 망설이다 서둘러 보고 싶다는 충동을 자제한 채 도서관에서 구입해주기만을 기다렸는데, 결과적으로 충동을 자제한 것이 옳았음을 알게 됐다. <라이어스 포커>를 쓴지 20년지 지났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마이클 루이스의 글발은 나아지지 않는 듯하다. <라이어스 포커>에서 보여준 인간에 대한 통찰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그걸 설득력있게 설명해주던 명징함이 이 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실망이었다. 작가가 쓰는 책마다 대박을 터뜨린다는건 사실 무리이고,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둘러싼 문제들이 워낙 복잡하고 기괴하다보니 그걸 말끔하게 정리한다는게 불가능하긴 했겠다 싶지만서도... 그런 생각들이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걸 보니 내가 이 작가를 꽤나 편애하긴 하는가 보다. 뭐,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그만의 통찰력이 가끔씩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긴 했었으니, 책은 아예 안 읽는 것보단 낫겟지 싶다.

 

2. 자신의 저작인 <라이어스 포커>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모하며 이기적인가를  화끈하게 폭로했던 저자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금융 시장이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한탄한다. 별다른 조치나 반성이 전무했던 것이다. 이러다 조만간 금융 시장의 붕괴가 벌어지지... 하면서 지켜보던 그는 서프라임 사태로 인해 미국 금융 시장에 혼란이 벌어지자 아니나 달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곤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추측했거나 예언했던 소수의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을 만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시장의 붕괴를 기다려온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마이클 루이스는 자신이 들은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어떻게 측발이 된 것일까? 

 

2. 지나고 보니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심각성이나 명백함을 아무도 못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랐다고 한다. 아마도 <블랙 스완>의 효과라고 할 수 있겠지? 모두들 보고 듣기는 했으나 설마~~ 라면서 부인하던 시절 말이다. 이 책에서 내가 흥미를 가진 것은 마이클 루이스가 지적한대로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니라, 모두들 알아차리지 못한 가운데 그것을 알아채고 경종을 울려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 시각에서 보자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사태를 이끌고 가는 금융계 사람들이 이해 안 가겠지만서도, 세상 기준으로 보면 그들이 이단아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사태의 도래를 맨처음 골방에서 알아차렸다는 마이클의 경우는 더 그랬다. 특히나 그가  <야스퍼스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이상하게도 주식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야스퍼스 증후군 사람들이 꽤 된다. 그들에겐 자아를 방해하는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독불 장군이라는 뜻--집중력이 대단해서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하면 끝장을 본다고 한다. 맘만 먹으면 남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는 천 페이지에 달하는 계약서도 읽어내려 가는 능력이 된다는 뜻이다.  결국 , 부자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로구나 싶기도 하다.  충동성과 집중력의 극과 극이 만나는 곳이 바로 주식 시장이라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곳에서 마지막에 성공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야스퍼스 증후군 환자란 사실은 흥미롭다. 왜냐면 그들은 사회 능력이 떨어지므로 심리전에 흔들리지 않고, 단지 분석에 의해서만 그리고 옳다는 확신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그렇단다. 말하자면 주식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야스퍼스 증후군 환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고나 할까. 하여간 그런 분석력과 집중력, 그리고 분석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재밌었다. 솔직히 부러운 마음도 있었지만서도, 그들이 그런 능력을 지닌 만큼 사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걸 생각해보면 균형이 어느정도 맞는 듯...


그렇게 서프라임 사태를 예측했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촉발 되었으며, 그 당시가 얼마나 급박했었는지, 그리고 서프라임 사태의 예측을 바탕으로 거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럭저럭 볼만은 하다. 지루한 면이 많긴 했지만서도, 뭐...인간의 이야기는 어느정도는 매혹적인 점이 있으니 말이다. 뭘 기대하시건간에 한 가지 정도는 배우실 듯...


그나저나 나는 말이지, 마이클 루이스의 새 책을 기다리련다. 제발 제발, 마이클 루이스님, 과거의 글발을 되찾아 주셔요!!! 한국의 광팬이 기다립니다요. 당신의 빛나는 통찰력과 유머 감각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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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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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수필을 잘 읽지 않는데, 그건 관성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 쉽사리 만나지지도 않아서 그렇다. 그럼에도 혹시나 해서 든 책인데, 의외로 참 대단한 작가를 만난 기분이었다. 동양 여성들의 수필은 더더군다나 그 순종적이고 하염없이 인생을 찬양하는 태도에 질려서 왠만하면 안 드는데 , 이 책은 그완 달랐다. 여성이라는 시선을 넘어 인간을 관조하는데 그만 반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진실들을 바라보고 통찰하며 쓸 수 있는 여류 작가는 별로 만나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놀랐다. 동양에 이런 여류 작가가 존재한다는 것에.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중국에서 왜 그리도 인기가 있다는지 이해가 갔다.  이 정도의 깊이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다시 한번 중국 민족의 문화적 저력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랄까. 고개를 숙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깊이는 동양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아니면 발견하기 힘들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걸 넘어서 통찰하는 시선 말이다. 어떤 이데올로기나 관습, 사상, 배운 것들, 부모가 심어준 갖가지 심리적 제약을 넘어서 인간으로써 홀로이 자신의 생각을 발전해 나가는 모습들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생각할 줄 아는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역시나 거대 대륙 중국의 힘은 함부로 볼 게 못 된다. 전혀 관습적이지 않은 신선하기 그지 없는 고찰들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아마도 인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닐런지... 그런면에서 정신의 부패를 막는 방부제를 한움쿰씩 들고 있는 듯한 중국 사람들을 보면 감동적이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사상들을 키워 내는 걸 보면 말이다. 경제, 정치적으로 보면 아직은 개발중인 나라지만서도, 문화에 있어서만큼은 그 저력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문화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그런 것인가 보다.  그렇게 보자면 우리나란 과연 어떤 저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대중적인 면에서는 그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긴 한데, 과연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자 자신의 일상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물 흘러 가는 듯 적어놓고 있는 수필집이다. 저자가 중년을 넘어서 쓴 글이라서, 인생에 대한 본인 자신의 진지한 통찰이 곳곳에서 보인다는 점이 장점이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아들과의 대화,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관계, 부모 자식간의 관계의 의미, 인생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등이 적혀져 있었다. 날카롭고 예민하며 현명한데다, 군더더기 없고 담백한 인간적인 시선이 좋다. 남이 뭐라 하건 상관없이 자기가 생각한 것들을 나열 한 것도 그렇고. 타인의 시선에 별로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겠지.또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고 말이다. 다만 조금은 쓸쓸한 톤이라는 점이 별로다. 인간이 중년을 넘기고 나면 조금은 쓸쓸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보다. 그나저나 수필은 내용이 요약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러니 정 궁금하시다면 그저 책을 읽어 보시길...

 

팁으로 나를 사로잡던 그녀의 혜안들을 옮겨 보기로 한다.

 

※ '너희들은 절대로 순수한 사랑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 지속되려면 두 사람 사이에 ' 상호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랑은 결코 지속되지 않는다. "  ---33

 

우체통을 열어보니 멀리서 온 편지가 있었다.

  불과 십년 전까지 , 저는 서서히 죽어가는 아버지를 지켜 보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반신불수가 되신 지 팔년 째 되던 날, 들이마신 숨을 뱉지 못하고 그대로 떠나셨습니다. 팔년 동안 저는 아버지의 몸을 닦아 드리고 대소변을 받아내면서, 썩어 들어가는 육신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 사랑' 클럽을 생각해냈습니다. 자신의 삶을 더 이상 지속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리스트를 만들면 회원들이 서로 집행해 주는 클럽입니다. 회원 한 명이 떠날 경우에만 새로운 회원을 받습니다. 그렇습니다. 일종의 비밀 결사압니다. 그러나 우리 클럽은 의사나 변화사 등도 확보하고 있어서, 여러분이 살인죄로 기소되지 않도록 보장합니다. 게다가 대사를 그르칠 수도있게 때문에 가족에게는 비밀로 합니다.

 

나는 곧바로 답신을 썼다.

신청서 양식을 보내주세요.---112

 

나는 천천히 , 아주 천천히 이해해 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처 멀어져 가는 서로의 뒷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 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은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가 없다고.--18

 

그는 알 것이다. 현자라면 누구나 아는 가슴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을. 어떤 일은 혼자서 해내야 하고 어떤 고비는 혼자서 넘어야 하는 것처럼, 어떤 길은 온전히 홀로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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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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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라는 책이 재밌다고 하길래 언젠가는 읽어야지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이 도서관에 꽂혀 있는걸 보게 됐다. 책  제목중 " 잘린 머리" 만 기억하고 있었기에--그건 왠만하면 잊기 힘든 단어니까.-- 바로 그 책인줄 알고 가지고 온 책, 물론 살짝 제목이 이랬던가?라는 의문이 설핏 스치긴 했으나 비슷한 다른 책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로 다 읽는 내내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이 이 책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던 것은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언제 알았느냐고? 지금 리뷰를 쓰려고 잘린 머리를 검색했을 때...이쯤 되면 무심한 것도 좀 심하지 싶다. 그나저나 간신히 잘린 머리 하나를 읽었더니 다음에 또 잘린 머리를 읽어야 하는 것인가 쓴웃음이 난다. 아무리 추리 소설이라고는 하나, 머리를 댕강댕강 잘라내는 연쇄 살인을 읽는게 썩 기분이 좋을 리 없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불만은 없다. 다른 아류 작이라는 것을 모른 채 의심없이 읽었을 정도로 재밌었으니 말이다. 재미가 없었더라면 진작에 왜 이게 재밌다는 거야? 라면서 찾아봤겠지. 진짜 이 책 맞아 하면서.

 

내용은 제목 그래로다. 한 마을에서 대를 이어서 잘린 머리들이 나뒹구는 불길한 사건들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머리가 잘려 죽은 원혼들이 떠돈다는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지사, 거기에 지주 가문에는 남자아이만 낳으면 제대로 크지 못한다는 흉사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대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늘 대가 끊어질 걱정에 사로잡혀 살던 가문에 쌍둥이 남매가 태어난다. 장손의 무사 성장을 기원하는 13 년 제례를 올리기 전날, 남매중 여자 아이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특히나 여자 아이의 머리가 잘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민심은 흉흉해지기 시작한다.그리고 세월이 흘러 드디어 남자 아이가 23살이 되던 년에 다시 머리가 잘린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거기에 잘 자라고 있다고 믿었던 장손이 사라지면서 마음을 다시 떠들썩해지는데...

 

그럭저럭 재밋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나 깊이 같은 것이 있다는 말은 아니고, 그저 그런 것은 없음에도 쉴새없이 터져주는 사건들때문에 정신을 못차리는 구조인 것에는 틀림없다. 추리 소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긴박함이나 상황을 종잡을 수 없는 사건 전개,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 전개 등으로 숨 돌릴 사이 없이 읽어 치우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죽어나간 사람들이 다 목이 잘린 채 발견된다는 것은 좀 지나친 발상이 아닌가 한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위해 지나치게 극한으로 몰고 간 듯한 인상이랄까. 하여 거의 종반으로 이를 정도가 되면 좀 질려 버리는게 흠이다. 거기에 일본의 다른 추리 소설들을 연상시키게 한다는 점도 별로. 작가 특유의 신선함은 부족한 듯 했다.  범인이 누구인가 마지막에 설명해주긴 하지만서도, 하도 이야기를 늘려 놓아서인지 맥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별로였고. 하지만 추리 소설로 이 정도의 흡입력이라면 성공작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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