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파쿠와 여름방학을(2disc)
하라 케이치 감독 / 아트서비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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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코이치는 비오는 날 우연히 화석같은 돌을 줍게 된다. 깨끗이 씻어서 보관할 생각이던 그는 돌맹이인줄 알았던 것에서 살아있는 생명체가 나타나자 비명을 지른다. 그것의 정체는 전설속에 등장하는 갓파쿠! 코이치와 가족들은 갓파쿠가 실재한다는 사실에 마냥 신기해한다. 한편 지진에 의해 매장당한지 100년쯤 뒤에 깨어난 갓파쿠는 현대가 낯설기만 하다. 긴 동면 기간 끝에 깨어난 그는 연약하기만 하다. 흐느적대면서 걸어다니는 갓파쿠를 성심성의껏 돌보는 코이치, 어느새 갓파쿠와 그는 친한 친구가 되어 버린다.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도, 새로운 가족들이 생긴 것도 좋긴 하지만서도, 동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갓파쿠는 자신이 묻혀 있던 주변을 살펴 보지만 그곳은 이미 개발이 다 끝난 상태다. 아무리 둘러 봐도 동족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자 갓파쿠는 실망한다. 하는 수없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갓파쿠 마을로도 찾아가도 보지만 역시나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결국 이 세상에 자신만 남은 것인가 라면서 서글퍼하는 갓파쿠, 그런 와중에 갓파쿠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 지면서 난리가 난다. 처음엔 그냥 지나가고 말겠지 하던 소동이 점차 커지면서, 갓파쿠는 자신때문에 고초를 겪는 코이치네 가족들에게 미안해진다. 집을 나가겠다는 말을 하는 갓파쿠, 하지만 이 세상 천지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갓파쿠가 도무지 어딜 가겠는가. 가족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운데, 갓파쿠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날라 오는데...

일본 전설속에 나오는 요괴 갓파쿠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만화 영화다. 처음엔 흉칙한 개구리 같은 갓파쿠가 영 맘에 들지 않더니만, 조금씩 적응이 되니까 귀여워 보이더라. 역시나 눈이라는건 적응하기 마련인가 보다. 전설속에서만 존재했던 갓파쿠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코이치네 가족들과 그 외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는 동물들, 다른 요괴들의 등장으로 환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점이 장점. 단점이라면 전개 자체가 느려 터져서 조금 지루하다는 것,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감동만은 진짜였다. 아끼는 친구를 떠나 보내면서 그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걱정하던 소년 코이치의 마음에 뭉클해지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테니 말이다. 일본 문화에 조금 익숙하신 분들에겐 재밌는 영화가 될지도...이야기를 무리없이 이끌고 나가고는 있어서 딱히 못 만든 애니라고 하긴 그랬으나, 일본색이 다른 애니에 비해서 짙었다는 점이나, 지루하다는 점은 별로이지 않았는가 한다. 애니긴 하지만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영화일 수도. 아니면 조금 충격을 받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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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중독자 - 사람들은 왜 돈 성공 관계에 목숨을 거는가
올리버 버크먼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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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있는 모든 자기 계발서에 대해 딴지를 걸고 있는 책이다.' 이보게,그런거 읽어봤자 인생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네...그런데 왜 시간 낭비를 하나, 그럴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세 '...핵심만 정리해 보자면 바로 이렇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주야장천 계발서가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꼼꼼하게 모니터 해서는 왜 그게 말이 안 되고, 그걸 믿는 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게 아니냐고 일갈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이 세상 누구보다 계발서를 많이 읽으신 분이 아마도 이 저자분이실지도...반박을 하기 위해서라지만서도, 이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빠삭하니 꿰뚫고 있으시니 말이다. 한마디로 계발서 딴지를 걸기 위해 계발서 전문가가 되실 분이랄까. 그래서인지 말투도 어딘가 모르게 계발서풍을 띄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흉보면서 닮는다고 하더니만, 바로 이 저자가 그런 예인 듯 하다. 그렇다면 계발서를 믿지 않으면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 


"이것만 알면 성공한다."" 아침 인간형으로 개조하는법" " 내 안의 거인을 깨워라." ' 7일안에 깨쳐라" "당신을 성공시키는 7가지 계명" " 행복을 위한 어쩌고 저쩌고...." 아마도 이런 류의 책들은 무궁무진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근래에 가장 성공한 책인 "시크릿"도 마찬가지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책이고 말이다. 이런 책들을 볼때마다, 그리고 그들이 성공이나 행복, 그리고 부가 바로 당신의 눈 앞에 펼쳐질 수 있다고 자신있는 어조로 강조를 할때마다 나는 괴롭다. 그들이 아무리 자신있게 보장을 해줘도 나는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내어 놓은 해결책 조차 따라하지 못하는 나는 루저가 되어도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고, 결국 그 책을 읽기전보다 더 우울해지고 자괴감에 빠지며 불행해 질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는 나보다 더 나아가, 도무지 그들의 말은 신빙성이 없다고 일갈을 한다. 한마디로 들어줄만한 말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인간적이지도, 또 그들 자체가 인간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시도를 하건 아니건 간에 실패할 것이 뻔하다는 것. 오히려 그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넌 혹시 바보 아냐 ? 라고...


아마도 그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이고 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런 저런 사이비 같은 말들이 솔깃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확신에 차서 이야기를 하면 믿는 경향이 있다. 왠만큼 신념이 있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옳다고 믿지 않고서는 저런 말을 하지 못할 거라고 믿기때문이다. 왜냐면 우리 보통 사람들은 그러니까. 오히려 옳은 것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사는게 다반사니까. 해서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약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렇게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신념에 대해 조금의 불신도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들이 사기꾼에 싸이코 패스에,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속고 있는데도 속는 줄 모른다는 것...그걸 답답하게 여긴 저자가 그건 아니라네를 알려 주고 있던 책이 바로 이 것이다. 신랄하고 냉소적이고, 삐딱하고, 그럼에도 솔솔 글이 잘 읽히는 것은 유머감각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읽고 나면 별로 남는게 없다는 것 정도. 계발서에 딴지를 거는 책이니, 계발서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에겐 그야말로 계발서 못지 않게 의미가 없는 책이 되겠다. 거기에 길게 논평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론이 하나 아닌가. 계발서에 목숨 걸지 마시라는...그저 당신의 인생을 사시라는. 인생을 알차고 행복하게 사는데 어떤 메뉴얼이 있는게 아니라는 내용이니 말이다. 이렇게 썼음에도 아직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은 책을 읽어 보심도. 칼럼용으로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읽는데부담이 없다는 점도 장점. 거기에 세상 모든 것에 딴지를 거는 저자의 유들유들한 유머감각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당신이 계발서의 저자가 아니라면 적어도 웃으면서 책을 읽으실 수는 있을 듯...


추신--책 표지 뒷면에 보니 <무조건 행복할 것>의 저자인 그레첸 루빈의 헌사가 쓰여져 있다. 옮겨 보자면 이렇다. 

" 페이지마다 독자들을 키득거리게 하면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날카로운 통찰이 숨어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누구든 매우 행복해질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든 생각은 하나뿐이다. 뻥치고 있네... 그레첸 루빈님이 자신의 책에 무슨 말을 썼는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가지는 알겠다. 이렇게 맘에도 없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의 책이라면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정신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찌되었던, 올리버 버크먼님, 나 제대로 읽은 건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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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D] 용의자 X의 헌신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 시바사키 코우 외 출연 / 대경DVD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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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탐정 갈릴레오>의 인기를 등에 업고 만들어진 영화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그대로 같은 인물로 나오는 가운데 사건만 용의자 x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 해서 탐정 갈릴레요를 재밌게 보셨던 분들은 더 흥미를 가지고 보실지도 모르나, 또 한편으론 식상하단 느낌을 받으실지도...영화라고 해서 특별하게 더 신경을 쓴 듯한 장면은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물론 배역을 맡으신 분들이 더 긴장을 하시는 듯은 보였지만서도, 내용이 다른 편에 비해 우울하고 심심했던 관계로 영화 전반에 걸쳐 음울한 기운이 든다는 점은 별로였다. 원래 이 시리즈의 특징이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탐정 자신의 담백함에 있었는데, 사건의 범인과 탐정이 아는 사이여서 그런가 질척질척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촛점이 흐려지는 느낌이랄까. 건조하고 냉정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맛에 이 시리즈를 좋아했는데, 감정이 섞인 갈릴레오는 아무래도 본인의 매력이 약해지는 느낌이었다. 

서두가 길었다. 내용은 이렇다. 발가벗은 남자의 뭉개진 시체가 발견되자 경찰은 긴장을 한다. 한 눈에 봐도 살인 사건, 하지만 누가 왜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를 해야만 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시체의 신원을 확인해 본 경찰은 그가 토가시라는 사람이며 별다른 일 없이 여자를 등쳐먹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사의 방향은 곧 그의 전처에게 쏠리지만, 심증은 있는데, 너무도 완벽한 알리바이 덕분에 도무지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 미궁에 빠진 형사는 갈릴레오에게 도움을 청하고, 풀지 못하는 사건은 없다고 생각한 갈릴레오는 그녀의 집에 가보기로 한다. 그리곤 그녀 옆 집에 자신이 인정한 유일한 수학 천재인 동창생이 살고 있다는걸 알게 된다. 반가워 하는 것도 잠시, 그의 천재적인 두뇌를 알고 있던 갈릴레오는 그가 모종의 개입을 했을 거란 추측을 하게 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천재로 우울하게 살아가던 수학 교사가 자신에게 삶을 찾아준 모녀에게 보은을 한다는 그런 이야기. 처음엔 그의 도움이 좀 지나치다 싶었었는데, 나중에 보니 지나치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줄어들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그냥 자수를 하게 두었으면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서도, 그랬더라면 범인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알라바이를 조작해주는 수학 교사의 천재적인 두뇌는 인정해줘야 할 듯...정말 이 정도의 트릭이라면 갈릴레오가 아니었다면 풀기 힘들었을 듯 싶었다. 영화 자체로는 좀 우울한 톤이 별로고, 주인공 후쿠야마 마하사루의 깜찍함이 여기에선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점수를 깍아먹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후루야마는 진지한 역보다는 귀엽게 촐싹 거리는 씬에 훨씬 더 어울리는 듯...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귀엽게 방방 뜰 수 있는 사람인데, 이 영화에선 그럴만한 장면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여러모로 아쉬웠던 작품이지만, 갈릴레오 탐정을 좋아하셨단 매니아들이라면 그래도 충분히 즐거우시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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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킹 우드스탁
엘리엇 타이버.톰 몬테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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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바햐흐로 1969년,  당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어떻게 촌동네인 뉴욕주 베델에서 열리게 되었는지 들려 주던 책이다. 굳이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우드스탁 개최하기 ' 정도의 뉘앙스라고 할까. 이 책의 저자인 엘리엇은 우드스탁이 열리던 당시 암울한 삶을 살고 있던 범상치 않은 게이 청년이었다. 딱따구리처럼 잔소리만 해대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묵묵히 감당하며 살아가는 아빠. 그 둘이 환상적으로 말아먹고 있던 모텔을 구하기 위해 인생과 돈과 열정을 바치고 있던 엘리엇은 근처 우드스탁에서 열리기로 한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 허가가 취소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은 어디선가 자신을 향해 구원이 손길이 올거라는 허황된 망상으로 막막한 삶을 버티고 살던 엘리엇에게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메시지 그 자체였다. 곧바로 우드스탁 운영진에게 전화를 건 엘리엇은 자신에게 페스티벌을 열고도 남은 공간은 물론이요, 개최 허가권까지 내줄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그 소식에 그간 우드스탁을 준비해오던 마이클 랭 이하 운영진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가 알려준 베델이라는 촌동네로 내려온다. 엘리엇의 친구 목장을 본 운영진은 그곳이 천혜의 음향 효과를 가진 무대가 될 것임을 알아보는데... 


그리하여 우드스탁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페스티벌은 베델이라는 관광객이라고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곳에서 열리게 되는데, 아루 아침에 예약율 0%에서 100% 초과 달성을 경험하게 된 엘리엇의 가족들은 넘쳐나는 사람들과 밀려 오는 돈다발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엘리엇을 흥분하게 한 것은 우드스탁 공연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의 자유분방함과 유연한 사고들이었다. 게이라는 성정체성을 부끄럽게 숨기고 살았던 그는 평생 처음으로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괜찮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데...


우드스탁이 어떻게 베델에서 열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당시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들려 주던 책이다. 우드스탁에 대한 신화가 아니라, 그것을 주최한 당사자로써 당시를 회상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누구보다 열렬히 우드스탁을 지지하던 한 청년의 신나는 모험기 정도로 봐주시면 되지 싶다.누구보다 그 자신이 우드스탁을 통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일종의 성장기 정도?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도 달라지게 한 것을 보면 당시의 에너지가 대단하긴 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정체되고 보수적이며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사회 분위기에 엿을 먹이고, 자신들만의 자유스럽고 자유분방함을 드러냈다는 점이 젊은 세대들에게 먹힌 것이 아닌지...사랑이 없는 가족에 보수적인 마을 분위기에서 비밀을 갖고 살고 있던 게이 청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놓고 말 할 수있는 용기를 내도록 만들었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이었지 않나 한다. 이 저자에겐 정말로 하늘에서 내려전 구원이 동아줄이 아니었을런지...


이 책을 보면서 게이에 대해 안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렸을때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생각했다는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섹스에 몰두하게 된다. 본인은 좋아서 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찌나 심난하던지...나중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본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우드스탁에 대해 알까 해서 보게 된 책인데, 설핏 게이에 대해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 그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섹스에 대한 묘사가 좀 거슬려서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정체를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만큼 끔찍한 형벌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회가 자신에 대해 침묵하도록 개인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그건 사회 잘못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그렇게나 고통을 당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가치한 생각들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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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펭귄클래식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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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기차에 탄 남녀가 결혼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랑없는 결혼을 시켜놓고 잘 살라고 하는건 말도 안 된다는 여자의 말에 남자가 반박을 한다.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사랑이란 감정을 가지고 결혼을 좌지부지 한다는 것 역시 말 안 되는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들의 말싸움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한 사내는 그들이 나가고 난 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결혼은 절대 해선 안 되는 것이라는 전제를 달아... 과연 그는 어떤 사연을 지녔길래 결혼을 반대한다는 것일까? 오싹하리만큼 논리적인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난 톨스토이가  '크로이체르 소나타' 라는 베토벤의 낭만적인 곡을 제목으로 해서 이렇게 냉소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역시 거장에겐 보통 사람들은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창조력이 있는 모양이다. 거장다운 톨스토이의 면모를 새로이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얇은 분량임에도 다른 작가의 방대한 작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완벽했다. 이 정도의 완벽함이라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영원한 남편>이나 카프카의 < 변신>, 카뮈의 <이방인>에 버금가는 수준인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 왜 유명하지 않은지 궁금할 정도였다.

 

내용은 간단하다. "야, 이보게 이 사람아, 결혼을 왜 하나, 그냥 혼자 살아! " 라는 내용이니 말이다. 결혼이란 소재를 놓고 이렇게 신랄하게 까발리다니... 더군다나 그는 바로 다름아닌 톨스토이다. 다른 사람들도 아닌 그가 진지하게 " 도대체 왜 결혼을 하냐고 , 너 바보 아냐?" 라고 묻는데 충격이 만만찮았다. 한 방 독하게 먹고 완전히 넉다운 된 기분이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이 입을 열면 세상이 곤란해진다니까. 통찰력있는 사람들은 입을 열어도 진실만을 말하니 말이다. 것도 우리가 왠만해서는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은 진실만을 말이다. 하니, 평범한 독자들이여... 두려워해야 할 지니라! 톨스토이가 작정하고 까발릴 때는 멀리 있는게 상책일수도 있다는 것을. 낭만적인 사고로 무장한 분들은 아예 이 책을 들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무서워,무서워 하면서 책을 내려 놓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냉정하고 신랄하며 빙퉁맞고, 무엇보다 자신이 결혼생활 내내 괴로웠던 것들을 한치도 숨김없이 내뱉는데 그만 헉하고 말았다. 이렇게 모든 것을 가감없이 통찰하고 사는 양반과 살아야 했던 그의 아내가 가엾어질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톨스토이의 아내를 가리켜 악처 버금가는 못된 여자로 치부하던데, 안타까워 하실 필요 없다. 이 책을 보아하니 톨스토이도 그다지 만만한 양반은 아니셨던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가 어떤 대접을 받았던지간에 절대로 무너지거나, 마냥 당하고만  살았을 분은 아니다. 그게 진실인지 어떤지는 이젠 알 길이 없지만서도, 적어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절대 아니셨을 듯... 하여간 그가 말하는 결혼의 실체는 바로 이렇다. 

 

귀족 가문의 자제로 흥청망청 바람둥이를 자처하며 살고 있던 주인공은 청순한 소녀를 만나 결혼을 한다. 소위 폭풍같은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되어 결혼에 이른, 아내의 가난이나 지위 따위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순수한 사랑만으로 이루어진 결혼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그는 사랑을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후 순식간에 사랑이 식으면서 그는 왜 자신이 결혼을 했을까 후회를 하게 된다. 그녀를 사랑 하는 순간에도 그녀와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신혼 여행을 가면서부터 땅을 치고 가슴을 움켜쥔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정서 불통이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그의 실망감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둔한 아내는 연이은 출산으로 그를 더 식겁하게 만들고, 이에 백만광년만큼이나 벌어진 둘의 관계는 남편으로 하여금 아내를 점점 경멸하도록 부추긴다. 결국 아내는 자신의 불만을 외간남자와 바람 피우는 것으로 해소하려하고,  질투에 눈이 먼 남편은 아내를 죽이고 만다. 정상참작을 받아 풀러난 그는 기차에 탄 사람에게 제발, 결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건 인간이 절대 행복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서...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한 결혼 보고서다. 물론 이렇게 살면 절대로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아서...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인 여전히 이런 결혼 생활을 하며 살고 있을지, 안봐도 비디오란 생각에 씁쓸하기만 했다. 하니 톨스토이의 책을 읽으신 분들은 들으라. 그의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시라. 요즘 같은 시대에 바람난 아내를 죽였다간, 죄책감은 물론이고 감옥에 가야 하니 말이다. 귀족도, 불륜에 대한 정방방위도 사라진 이 시대에 정상참작은 고사하고, 아이의 엄마를 죽였다는 비난이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그나마 자신의 경험을 토로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이 귀족은 시대를 잘 만났다고 해야 한다. 지금이라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내려졌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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