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빨간 수레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아침독서신문 선정, 동원 책꾸러기 선정 바람그림책 5
레나타 리우스카 글.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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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에게 빨간 수레가 생겼다. 그녀는 이것을 가지고 무어가를 해보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다. 가지고 놀아도 되냐는 루시의 질문에 루시의 엄마는 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오라고 하신다. 심부름하는 것은 싫지만 빨간 수레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집을 나서는 루시, 과연 그녀 앞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나? 수레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친구들과 함께 그녀는 장에 가는 머나먼 여정에 나서게 되는데...


빨간 수레 하나 생겼을 뿐인데, 적어도 하루가 다른 날보단 흥미로웠던 아이의 천진난만한 일상을 그려낸 동화다. 참, 물건에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말을 듣기는 하는데, 종종 이렇게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건 신이 나는 일이란 말이지. 루시 역시 예외는 아니여서 그녀는 자신에게 생긴 빨간 수레가 너무 맘에 든다. 이걸 가지고 어떻게 놀까나, 어떻게 놀아야 온 동네에 소문이 날까나 조바심이다. 하지만 엄마의 요구는 간단하다. 심부름 하라는 것. 해서 그녀는 시장까지의 먼 여정에 수레를 끌고 나서게 된다. 그리고 수레를 끌고 천천이 장으로 향하는 그녀의 여정에 친구들이 함께 한다. 두더지, 청솔 다람쥐, 토끼, 너구리등...친구들은 루시와 함께 장에 가는 모험에 기꺼이 동참한다. 그들은 장에 가는 동안의 비바람과 지형에 얽힌 사고들에 대처하면서 무사히 장에 이르게 되는데...


단순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심부름 가는 길이 얼마나 지루하고 짜증이 났으면 그 가는 길 동안 이렇게 상상력이 필요했을까 싶기도 했지만서도, 아이들의 동심이다보니, 이해가 가는 면도 있기는 했다. 빨간 수례를 마치 우주선처럼, 마차처럼, 기차처럼, 그때그때마다 다양하게 활용하는 루시의 상상력이 압권. 기껏 장에 엄마 심부름 가는 길인데 이렇게 난리 버거지를 피워 대면서 가는 아이의 마음이 귀여웠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동물들은 무슨 종인지 대강 짐작이 되는데, 주인공인 루시는 무슨 동물인지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곰? 여우? 아니면 뭐? 결국 루시가 아니라 루시의 엄마를 보고 루시가 여우이라는걸 알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주인공의 모습을 이리도 애매하게 그렸을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솔직히 곰과 여우 사이에서 난 변종같이 느껴지긴 한다. 뭐, 귀엽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귀엽다고 할 수 있겠지만서도, 종이 헷갈리는건 좀 별로지 싶다.


단순한 이야기가 매력, 하지만 또 그 단순함이 별로기도 했다. 정작 주요 타겟이 아이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뭐, 지네들 이야기니까, 어른인 나보단 더 재밌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어쨌거나 그림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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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가 왜 울어? 노란우산 그림책 13
파울 프리스터 지음, 필립 구센스 그림, 김현좌 옮김 / 노란우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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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들여오는 난데없는 울음 소리에 모든 동물들 귀가 쫑끗해진다. 진원지를 찾아보니 그곳에는 작고 귀여운 아기 부엉이가 울고 있다. 둥지에서 떨여져서 울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고개를 젖는 부엉이, 울고 있는 짐승이 무서운 늑대가 아니라 작고 귀여운 부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동물들은 이제 그 녀석을 어떻게 하면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을까 나름 수를 내어 보게 된다. 조약돌 선물도 해주고,배가 고픈가 싶어 먹을 것도 주고, 야단도 치고, 예쁜 꽂다발 목걸이도 만들어 주고, 그네를 만들어 놀아도 줘봤지만 여전히 울기만 하는 아기 부엉이, 그누구도 아기 부엉이가 왜 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드디어 부엉이의 엄마가 오자 울음을 그치는 아기 부엉이, 엄마 부엉이가 아기에게 " 우리 아가 왜 울어? "라고 묻자 아기 부엉이는 과연 뭐라 대답했을까?


아기를 키우시는 분들이 기장 어려워 하는 부분중 하나가 아이가 영문을 모르는 채 울어 제낄때다. 왜 우니, 뭐가 불편하니? 무얼 해줄까? 둥기둥기 안아도 줘보고, 노래도 불러주고, 업어도 줘보고, 이불 그네도 태워줘 보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먹을 것도 입에 대줘봤는데도, 여전히 집이 떠나가라하고 우는 아이를 때문에 혼이 나간 적이 있는 어른들이 아마 꽤 되실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동화가 나왔으니 바로 이 책이다. 정신없이 울어제끼는 아기 부엉이 , 그런 그를 달래느라 총동원이 된 숲속 동물들. 그들이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고, 그것이 듣지 않아 당황하는 모습이 어찌나 어른들의 모습과 닮았던지...잠시 추억에 잠겼었더랬다. 과연 아기 부엉이는 왜 그렇게 울었었더 것일까? 마지막 장의 아기 부엉이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지 싶다. 그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들여다 보시길...


아기 부엉이는 귀엽고 다양한 동물들이 나오는 점도 좋다. 이야기 자체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점이 장점. 다만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라는 것은 모르겠다. 어쩌면 어른들이 더 좋아할만한 이야기일지도. 왜냐면 자신들의 당혹스러워했던 추억들이 자연스레 떠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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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일기 세미콜론 코믹스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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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수상하다 했는데 알고보니 작가가 자기 자신을 실종시켰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던 만화였다. 일단 도입부부터 나의 흥미를 끌었다. " 이 만화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가능한 한 리얼리즘을 배제한 채로 그리고 있습니다." 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 리얼하면 그리기도 괴롭고 어두워지니까.' 라는 말 풍선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리얼리즘이 거짓이 아니라는 점에서 좋긴 하지만서도, 때로는 그 리얼이라는 것이 직시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니까. 인간에게 유머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 리얼리즘에 일정 수위까지는 면역이나 중화를 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만큼 현실이라는 것이 당사자에게도 버거운 것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바라보기 힘든 것이다. 해서 작가의 재치있는 한 마디에 공감이 갔다. 그리곤 자신의 현실을 리얼리즘을 배제해야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 작가에게 호기심이 들었다. 도무지 어느 정도 길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무지 어느 지경까지 이르렀길래 리얼하면 안된다고 본인 입으로 털어놓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곧 이유가 밝혀진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엉겹결에 만화가가 된 저자는 그 이후 밀려드는 의뢰 원고에 점차 지치게 된다. 작품성은 고사하고 그저 되는대로 쉼없이 원고지를 채워가던 저자는 어느날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본인 말로는 '일하기 싫어 병' , 내가 보기엔 '중증 우울증' 이나 ' 중증 알콜중독' 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었던 저자는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산에 오르게 된다. 술먹고 죽자 했던 계획이 죽지 않음으로써 틀어져버리고, 그는 그 이후 그대로 산에서 야영을 하게 된다. 일명 거지 생활, 보다 고상하게는 백수 생활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고참 만화가에 버젓이 아내도 있는 사람이 돈 하나 없이 거리에 나와서는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추위와 배고픔으로 고생을 하던 저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리 생활에 통달하게 된다. 어디서 먹을 만한 음식 쓰레기가 나오는지 추위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저자는 돈 하나 없이도 그럭저럭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당시 돈이 없어 술을 먹을 수 없었기에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다고 하니, 그의 알콜중독 정도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그렇게 거지 아닌 거지로 살아가던 그는 얼떨결에 노가다판에 들어가게 된다. 힘들것 같았던 육체노동에 어느 정도 이력이 붙었을 즈음, 그는 책임질만한 자리가 되자 또다시 그만두고 만다. 그리곤 본격적인 알콜중독의 세계로 진입하게 되는데...


 어엿한 만화가라는 직업이 있음에도 거리에서 거지로 살았던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본인입으로 리얼리즘을 가급적 배제했다고 하는데도 읽기가 쉽지 않은 것이, 그가 거지로 있을때 먹은 음식이며 잠자리며, 하여간 고행도 그런 고행이 없다 싶게 고생을 한 과정들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런걸 어떻게 먹어 하던 저자가 거리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요령이 늘어나던데, 그것이  한편으론 안도감이 들면서--적어도 쉽게 죽진 않겠구나 싶어서.--한편으론 짠하기 그지 없었다.--어떻게 인간이 저런걸 먹고 사냐?라는--그런 일상들을 본인이 태연하게 증언하는 데 소름이 끼치더라. 그렇게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길거리 생활에 자청해서 돌입했다는 사실도 충격이고, 본인의 치부라고 할만한 사건들을 남 이야기하듯 하는 냉정함에도 놀라서 말이다. 2류였다고는 하나 그래도 오랫동안 직업이 만화가여서 그런가. 진실되게 보이려면 최대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설렁 설렁 하는 듯 보여도 통찰력도 있고, 현실을 파악하는 균형감각도 탁월했고 말이다. 유머집에나 어울릴듯 한 동글동글 귀여운 만화체로 섬뜩한 현실을 들려주는데 그 언발란스가 가히 치명적이다. 이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린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적나라한 만화를 그려낼줄 안다는 점에서 일본 작가들에게 놀랐다. 자신의 인생으로 작품을 만들어 낼 줄 안다는 것이, 그것도 탁월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진짜 프로에게나 가능한 일이라서 말이다. 그가 처한 현실이 처참함도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접하기 힘든 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을 놔버린 과정들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작품성 있는 만화였지 싶다. 마지막 장에서 알콜 중독으로 정신병동에 갖혔던 이야기를 쓰고 있던데, 그가 나중에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 나왔으려는지 궁금해진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에 치여 우울증이 걸리고 나중에는 알콜중독이 되어 , 아예 인생 놔버린 채 살았던 시절에 대한 회고. 진부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왜 어른들이 자식들이 노가다판에 끼여드는것을 그렇게 꺼려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더라. 이 작가에게 한정된 경험일지는 모르겠으나, 제 정신인 사람들이 별로 없어 보여서 말이다. 일도 힘들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것 역시 보통 일이 아니었다. 거리 생활과 알콜 중독을 무사히 이겨내고 이제 만화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작가에게 박수를...그에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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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기 1 - 트리에스테~볼로냐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다비드 베 지음, 임미경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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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태생인 저자가 이탈리아에 2개월 정도 체류하면서 겪은 일들과 생각들을 그려낸 것으로, 그림으로 그린 수필집이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  이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책을 읽은 것이라 정확한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작가의 아내가 이탈리아 태생인 모양이다. 아내와 함께 아내의 모국에 들러 여러 도시들을 어슬렁대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그려낸 것인데, 다른건 몰라도 아내의 할머니가 이탈리아 분이건 맞는 듯하니, 처갓집에 놀러 와서는 주변을 정처없이 둘러보고 들여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위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렇다보니 외국인임에도 비교적 이탈리아 정서와 문학에 친숙한 반면, 그렇다고 온전히 이탈리아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탈리아를 바라본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이 글 대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할만큼 수필적인 성향이 강한데 , 만화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주로 작용한다기 보단 수필처럼 자신이 평소에 하는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다만 특이한 점은 이탈리아를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누구나 다 아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 이탈리아 사람들도 잘 모를 듯한 장면들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작품을 읽은 이탈리아인들조차 " 아니, 나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보는데! 더군다나 나는 이탈리아 인이라고! " 하지 않을까 싶은...작가가 원체 틈새나 비주류, 남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들에 주로 흥미를 느끼는 사람인 듯 했다. 연작이라는데, 1권인 이 책에선 2005년 1월에서 2월까지의 기간동안, 트리에스테에서 볼로냐를 돌아다닌 것을 그린 것이다. 때론 걷거나 때론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머리속에서 자유롭게 흘러가는 생각들을 그려내서 그런가 작가의 생각을 따라잡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 좋다.  어떤 틀이나 사고나 꼭 무슨 말을 해야 겠다는 강박이 아니라, 그저 이탈리아의 어떤 풍경을 보면서,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서 든 생각들을 에피소드처럼 들려주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중 가장 인상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봤던 에피소드는 럭키 루치아노라는 갱단 두목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탈리아 갱단 하면 <대부>의 콜리오네 가문 먼저 생각하는데, 그건 영화 대부의 성공에 힘입은바 큰 것이고, 그들보다 더 잔인하고 특이했던, 그리고 누구보다  이탈리아 갱스터의 대표격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바로 <럭키 루치아노>라고 한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범죄 제국을 세운 미국 이탈리아계 마피아로 후에 국제적인 마약망을 만든 사람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현재의 지구를 이렇게 망쳐 놓은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분이였던 모양이다. 그런 조직력을 발휘한 분임에도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걸 보면 그가 속해있던 곳이 암흑의 뒷세계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보통 지도자가 그 정도로 미쳤다면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야 하는게 정상이니 말이다. 생존 당시 워낙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자라 그런지 이 작가 역시 그에게 호기심을 넘어선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는데,  신속하게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는 자리에 올른 갱스터였다던지--남 시키면 됐음. 얼마나 영리한 자냐?-- 시골에 은둔하면서 성서를 이용해서 지령을 내렸다던지, 평소 허름하고 추레하게 하고 다녀서 다른 갱단들조차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던지 하는 일화들은 그가 얼마나 스타일리쉬하게 독창적으로 미친 사람이었는지 추측하게 한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미친 일화들이 넘쳐난다는 점에서 이 작가가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아마도 프랑스엔 그렇게 날것으로 미친 자들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탈리아에 유독 갱스터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갱스터를 만들어 내는 조건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아일랜드 갱단도 유명하니 말이다. 갑자기 궁금해지네...

 

이탈리아를 거닐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가 배출해낸 최악의 갱스터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 보듯, 작가의 관심이 평범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특징이다. 초현실적인 세계나 중세, 이교, 매음굴, 비적, 유목민등에 관심이 많다던데, 아니나 다를까 화풍 역시 작가를 닮아 그로테스크하다. 물론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그려내기엔 그로테스크가 딱이겠지만서도, 누군가의 악몽에 나올법한 그림체가 설핏 이 작품에 대한 접근을 막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읽어보면 그래도 이야기를 제법 그럴듯하게 주조해내는 작가던데 말이다. 만약 이 작가에게 유쾌한 유머감각이 있다던지,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시선의 그림을 그려냈더라면 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고스틱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작가 자신의 개성이자 트레이드마크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물론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이 그림체가 탁월하긴 했지만서도, 지나치게 탁월한 결과 종종 그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장면도 있다는 점은 그다지 좋은 점은 아니지 싶다. 그걸 보면 확실히 문자보단 그림이 전달력에 있어서 직접적인 듯...충격이 여과없이 전해지니 말이다. 이미 상상이 다 된 채로 나와주다 보니 머리속에서 검열이나 편집이 불가능하단 말이지. 그것이 빠르게 작가의 말을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서도, 때론 머리속에서 안 떨어진다는 점에서 곤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만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프랑스 만화계에서 새로운 만화 경향을 주도하는 주요한 작가중 한 명이라고 한다. 이 작품도 괜찮긴 했는데, 이보단 그의 형이 이야기를 그린 <간질의 승천>이라는 책이 유명하다고...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이탈리아 일기>의 2편과 < 간질의 승천>이 언젠가는 나와주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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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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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철학 교수가 11년간 자신이 키운 늑대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라는 말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내가 호감도 100%의 마음 자세로 책을 집어들었다는 점만큼은 알아주셨음 한다. 진짜로 재밌을 줄 알았다. 흥미로울만한 요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요즘 흔하지 않은 늑대를 주인공으로 한데다--개나 고양이, 부엉이, 앵무새의 이야기가 흔해진지는 이미 오래다.--그 주인이 철학자라니...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더랬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초반 몇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면서 이미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으니...이 책은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면서 알콩달콩 벌어진 일들을 써낸 것이 아니라--이것이 내가 책을 읽기전에 기대했던 이야기--늑대를 키우면서 " 저자 자신" 이 "무슨" 생각을 했는가를 주로 써낸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늑대를 키우면서 사랑과 죽음과 행복을 알게 되었다면서 늑대에게 무한 감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정작 그 늑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에서조차 늑대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인간보단 동물에게 더 애착을 갖고 있던 나로써는--그것이 다만 활자에 한정된 것이라는게 부끄럽긴 하지만서도.--심하게 실망스러울 수밖엔 없었다. 적어도 내가 기대한 것은 이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가 전혀 아니었다. 실제로 기대할만한 내용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도 마지못해( 일단 책을 집어들었으니...) 늑대를 통해 그가 깨닫게되었다는 소위 그의 '늑대 철학' 에 귀를 기울여는 봤으나, 이를 어째? 그것들이 별로 흥미롭지도 공감이 가지도 새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보단 묘하게 성가시단 느낌만 받았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뭐랄까. 뒤를 쫓아 다니면서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 상사나 엄마를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니면 자신이 태생부터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고 잘났으며 언제나 도덕적이라고 주장하는 거만한 귀족을 보는 듯한 느낌? 작가가 직업이 교수다보니 매사에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고 경고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신 것 같던데, 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역설을 해대시는 분이, 자신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열등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시는 것인지가 당최 이해되지 않았다. 왜 그냥 현대에선 보기 힘든--아니 아마도 고대에서도 보기 드물었을 듯---늑대를 키우는 경험을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기는 수준으로 묘사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의 생각을 듣는것보단 그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더만, 교훈도 넘치고 말이다. 저자는 그 재밌는 일화들에 자신의 개똥 철학을 끼워 넣느라 무진장 애를 쓰고 있었다. 덕분에 늑대를 키우면서 순간을 즐기는 그들의 습성에 감명을 받았다는 그가 왜 늑대와 함께 한 순간들을 그저 즐기는게 아니라 교훈을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런 앞 뒤가 맞지 않는듯한 느낌은 책 곳곳에 산재한다. 현대 인간들의 행복 추구 내진 행복 중독증에 대해 마구 비아냥 대더니만, 자신의 늑대 개의 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하는 장면에선 자신이 대단히 박애자인듯 구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둘은 같지 않나? 인간이 바라는 행복이라는 것이 그 늑대가 고통 없이 살기를 바라는 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왜 작가가 원하면 인간적인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면 중독이라는 것인지 그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는 봐주기 힘들었다. 철학자로써는 꽤나 이름이 높은 분일지 모르지만서도, 작가로써는 균형감각에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거기에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과 자신은 무조건 옳다는--아무리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들이민다고 해도--고집씨다운 발언에 살짝 반발감이 든다는 것도 별로였다. 앞 표지 사진을 보니, 그가 키운 늑대가 정말 멋기긴 하던데...이렇게 멋진 늑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2/3를 채우는 것은 또 무슨 나르시즘이란 말이냐...그러면서도 동물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시던데, 왜 그런 것에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조차 갑갑하더라. 적어도 책을 많이 읽는 분은 아니신듯 한 것이, 요즘 동물학 책이나 심리학, 다만 늑대에 관한 책에 관이라도 읽어봤다면 이런 주장으로 지면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몰랐을리 없었을텐데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들이 살짝 빗나갔거나 치우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남들이 이미 상관하지 않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한다던지, 별 것이 아닌데도 호들갑을 떤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적어도 팔리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를 봤다면 어떻게 동물에 관한 책을 써야 하는가에 대해 팁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싶어 아쉬웠다. 하여간 그래도 저자가 주장한 것들 중에서 한가지는 확실히 맞지 싶은 것이 있었다. 작가가 키운 늑대 브레닌이 이 작가보다 훨씬 우월하고 나은 존재라는 사실 말이다. 그것에만은 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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