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데이비드 디살보 지음, 이은진 옮김 / 모멘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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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이따위로 풀려 나간 것에 대해 한없이 실망하고 있을 때 읽게 된 책. 뇌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것에 호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던 책이 되겠다. 알고보니 내 인생에 이렇게 망조가 든 것은 다 뇌때문이더라...한마디로 요즘 유행어로 말하자면 뇌가 잘못한 것인 것! 물론 나는 잘 하려 노력을 했지만서도 말이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목차만 읽어 드린다면 <뇌는 발전적일 것이라는 착각><뇌는 치밀할 것이라는 오해><뇌는 성실할 것이라는 기대><뇌는 주도적일 것이라는 믿음><뇌는 스마트할 것이라는 환상>이다. 그러니까, 나는 발전적이고 치밀하며 성실하고, 주도적이며 스마트 하게 살고 싶어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바로 다 뇌때문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의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믿음과는 달리 뇌는 발전적이지도 치밀하지몬 성실하지도 주도적이지도 스마트하지도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대신 뇌는 게으르고 멍청하며 반성할 줄 모르며, 집중해야 할 순간에 딴짓을 하고, 고민해야 할때에 무시를 하며, 내가 무엇을 지시하건 무시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핑계를 대는 것도, 중독에 쉽게 빠지는 것도, 당당하고 싶을때 소심해 지는 것도, 만족해야 할때 만족할 줄 모르는 것도,노력해야 할때 삽질을 하는 것도 다 뇌라고 하니...아니, 이런 뇌를 머리에 달고 살면서 그래도 용케 아직까지 거지로 살고 있지 않지 싶다. 그런점에서 뇌에 지지않고 살아가는 오늘의 나에게 박수를 쳐줘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한데, 어쩜 그건 나의 뇌가 현재의 순간을 진지하게 직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회로를 작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뇌가 이렇게 못된 놈이었어? 믿을 놈이 하나도 없군~~~! 이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으로써, 왜 내가 항상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논거를 얻게 된 것이 좋았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바로 이런 뇌의 특성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개발서를 읽고 무언가 잘 해 보려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던데, 뭐, 반박을 하고 싶어도 내 경험상 딱히 틀린 말을 하고 있지 않아 보이니 말이다. 그래, 늘 결심만 하느라 인생의 절반을 다 보내시는 분들에겐 무척 유용한 책이 되실 것이다. 뇌는 막강할 것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분들에겐 특히 다소 충격적인 소식일지도...적어도 나는 처음엔 그랬으니 말이다. 뇌가 이렇게 헛점 투성이에 하는 일 없는 놈이었어 라면서 흥분하면서 읽어갔는데, 중반 정도 되니까 적응이 되서 인지 별로 흥분하지 않게 되더라. 그런면에서 그 어떤 것을 결심해도 달라지지 않으니 결심하지 말라는 이 책의 주문 역시 소용이 없는게 아닐까 싶다.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 개발서는 필요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 역시 읽고 난 즉시 결심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니 말이다.


그러니, 책 제목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말 지어다. 우리가 그 무엇을 결심하건 간에, 우리의 멍청하고 게으르며 안하무인인 뇌는 중얼거릴 테니 말이다. 난 너의 주인이로다...너는 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지어니, 우하하하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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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 슈퍼마켓 점원이 된 신부님과 어쭈구리들의 달콤 쌉쌀한 인생 블루스
사이먼 파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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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신부로 일해온 사이먼 파크는 어느날 자신이 천직이라고 믿었던 성직을 때려치고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나이 쉰인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전직 신부라는 특이한 이력뿐. 20년간의 전직 경력으로 사람에 대해서는 알만큼 안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 갑작스럽게 사회의 찬바람속에 서있게 된 후 그는 자신이 사회를 오판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절망하던 그는 경제난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하게 된다. 다행히도 그런 그 앞에 구원의 동아줄이 떨어졌으니, 슈퍼마켓 점원 자리에 채용된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슈퍼마켓에서 3년간 일한 경험을 토대로 써온 일지를 묶은 것으로, 누구나 우러러 보는 성직보다는 상품 진열대를 묵묵히 채우는 그 시간이 더 편하고 소중하고 말하는 솔직한 입담에 뜻하지 않은 감동을 받게 되던 책이었다.  이 책을 든 것은 전적으로 호기심때문이었는데, 그런 호기심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진솔하기 그지없는 작가의 이야기에 오히려 감명받을 수밖엔 없었다.  전직 신부가 수퍼마켓 점원이 되었다는 선정적인 (?) 소재에 귀가 쫑끗했던 나로써는 그의 진심에 고개가 숙여지고 말았으니... 그나마 이런 호기심이 다행이라고 생각되는건 그 덕분에 이런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일 것이다. 성직과 점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나의 낯뜨거운 편견을 보기 좋게 부셔버린 작품으로 , 가벼운 신변잡기인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그만 한없이 진지하게 읽고 말았다. 작가가 워낙 들어줄만한 이야기를 흔연스럽게 떠들어 놓으셔서 말이다. 도무지 누가 알았으리요. 슈퍼마켓 점원 입에서 이런 주옥같은 이야기가 술술 흘러 나올 것이라고 말이다. 하여간 재밌기도 하지만 공감도 많이 되고 배울 것도 많아서 반가웠던 책이었다. 무엇보다 성실하게 20년동안 신부란 직업에 종사한 분답게 인간에 대한 현실적인 통찰력이 넘친다는 것이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그가 신부직을 그만 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어질 정도였다. 왜냐면 이런 분이, 이렇게 똑똑하고 양심적인 분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 채 제도권에 함몰되어 버렸더라면, 이런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야긴 들을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수퍼마켓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자잘한 일상들을 전직 신부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

이 책을 읽고 스쳐 지나간 생각들 몇 개를 적어 보자면...


1. 성직은 영적인 능력과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 이 작가가 어느순간 깨달았듯이, 성직 역시 단순한 직업일뿐이며, 그 직업을 잘 수행하는 것은 신앙심이나 영적 재능이나 능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오히려 깊이 생각하는 능력은 평화로운 성직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주 가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분들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손님은 아닐지라도 진상 손님은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그들을 보다 가깝게 느껴지도록 만들더라. 한번도 대화를 진지하게 나눠 본 적이 없어서 그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저자가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알려 줘서 말이다. 슈퍼마켓 직원들을 이름 모를 직원들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게 해준 점이 특히 좋았다. 우리가 타인을 사물화하게 되는데는 어느 정도는 무지도 한 몫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3. 신부라는 옷이 비록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았다고 그는 말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신부스러웠던 사이먼을 보면서 세상이란 것이 어쩜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이라는 것은 그나 그녀를 나타낼 수는 없는 것이며, 우리가 그를 안다고 하려면 옷이 아닌 그 내면의 것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런면에서 사이먼 파크, 수퍼마켓 점원 옷을 입고 있는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멋진 성직자였다. 결코 성직이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지만 직장에 딱 달라붙어 있는 관계로 승진을 하고 그 자리에 주어지는 존경을 받는 성직자들을 종종 보게 되는 나로써는 사이먼 파크야 말로 신성한 충격이었다. 그의 용기와 지혜에 박수를...


<밑줄 그은 말들>

"겉으로 보기엔 그것은 일종의 선택으로 보였을 것이다. 많은 사람의 눈에는 충격적인 선택이자 직무 태만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르지만 내 결정의 근간에는 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존재가 되기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향한 분노. 사회에서 개개인의 역활은 타인의 삶에 질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역활을 바꾸거나 등한시하면서 , 내적 혼돈을 가까스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허약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자신만의 내적 기둥이 없는 사람은 다른 이가 자신을 위한 기둥 역활을 해주길 바란다. 사임한 신부가 그런 이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지 않는가.--15

 

내적으로 보면 그것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집에 불이 난다면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취해야 하는 행동이다. 나는 교회와 안전함과 집과 소유물을 떠나 윈스턴과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에서 선반 채우는 일자리를 잡았다. 그 일 말고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을지 모르지만 , 행복한 일이기도 했다. 단순한 마음에 무슨 장애물이 있겠는가.--16

 

천재성이란 하루가 당신을 힘겹게 만들 때 오히려 희망을 거머쥐는 능력에 있다. 그것도 가능한 즉시.-34

 

"신뢰란 내가 하겠다고 맘먹어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주는 거야."

사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생전처음 듣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종종 신뢰라는 것이 열망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도 되는 양, 또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도덕심을 그러 모으기라도 해야 하는 듯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신뢰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누군가 삶에 크나큰 은혜를 베풀때 우리는 그를 신뢰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했던 무언가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다. 저인망 어선이 갈매기를 불러 모으듯 그들의 선의가 우리에게 신뢰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 교대 조원들 사이에서느껴지던 것이었다. 물론 어제까지만.--68

 

'그냥 장난이라니까' 라는 말은 암울한 만트라 주문이다. 남에게 상처를 줄 의도이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주문이란 뜻이다. 그러한 주문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오히려 희생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운다. 이 모든 것이 상황을 잘못 이해한 피해자의 탓이라는 듯 말이다.

"난 그저 장난친 거라니까~!"

도대체 로즈메리는 왜 아이에게 행복한 마음만 주는 것을 그리도 힘들어 할까? 내 생각에 그 심리는 별로 복잡하지 않은 것 같다. 말하자면 그녀도 어린 시절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빼앗겼던 것을 어른이 된 후 다른 사람에게서 빼앗고 싶어한다. 더구나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은 절대 줄 수 없다.--75

 

<좋은 부모의 조건>

1. 몇 명의 독립적인 인간을 거의 20년 동안 이끌어갈 만큼 충분히 강하다.

2. 아직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한 아이의 욕구에 늘 주의를 기울인다.

3. 사람과 사회의 활동에 관심이 많다.

4.스스로 헤쳐가는 삶의 모험에 관심이 많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스스로 이해하며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보길 기원한다.

5. 주변 사람들에게 늘 함께하길 독려하고 모험심을 장려한다.

6.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속에서 살아간다.

7. 좋은 시절이든 안 좋은 시절이든 곧 지나갈 것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좋지 않은 부모>

1.자신의 재미, 우정, 힘 , 통제력등 스스로의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아이를 이용하려 든다.

2.아이를 겁주고 조종하는 데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힘을 이용하려 든다.

3.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존재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4.잘못된 일만 강조하거나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식의 주장만 하는 부정적인 존재다.

5.다른 영혼에게 여유를 베풀기에는 해결되지 않은 분노가 슬픔으로 가득차 있다.

6.자신이 모두가 시키는 해야 하는 심부름꾼 같다고 느끼며, 피곤해하고 짜증 부리고 분노하는 데 극도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7.늘 기분에 따라 행동하며 아이를 대하는 데 일관성이 없다.

물론 나는 14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7가지를 더 선호한다.--174

 

어릴적 우리를 대하던 어머니의 태도는 우리의 인격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그러한 영향력에 고마움을 느끼는지는 어디까지나 별개의 문제다. 사실 어떤 이는 어머니에게서 독립한 뒤 나머지 일생 전부를 그 영향에서 회복하는 데 소비해버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종종 심리치료사들은 상담 중인 고객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부모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자신에게 전혀 솔직하지 못한 그들의 무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왜 계속해서 그의 기분을 맟줘주었느냐고 물었을때, (제인의 아버지는 딸을 근친상간하는 자였음.)제인은 " 그래도 부모니까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던 거죠."라고 대답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치료사에게 부모와의 사이에서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럼으로써 끝장나는 것은 자신의 남은 인생뿐인데, 뭐, 그리 대수겠는가.

 

성직에 있을때 늘 어머니날이면 곤혹스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어떤 이들은 진정으로 어머니에게 따스한 애정을 품고 있었지만, 어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질식할 듯한 부적절하고 전통적인 정서를 부담스러워 하는 성인도 많아서 그들을 정기적으로 상담해야만 했다.--285

 

일반적으로 생존을 위협받을 경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다시 말해 부모를 기쁘게 할 지 자신을 기쁘게 할지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이면 부모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억누르고 거짓 자아를 만들어 성인으로 성장해야 한다. 아이가 어리든 성인이든 간에 부모라는 존재를 아이가 마지막까지 맞서 싸워야만 할 전투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녀는 그 전투 이전에도 수많은 싸움에 참가해야 한다. 확실히 스타브는 바로 그 특별한 전쟁의 어디쯤인가에 도달한 듯했다-311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정말로 쉽게 하는 말이 아니었기에 그의 말에 반박했다.

"나도 정말 힘든 시기가 있었어. 내 말을 믿어, 절망에 빠져서 절벽에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고, 악몽을 꾸며 흐느껴 울던 밤도 얼마나 많았었는데. 그렇지만 무슨 일이 닥치든 간에 결국에는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어. 왜냐면 이야기의 끝이라는건 없거든. 그게 내가 발견한 사실이야. 이야기는 바뀌는 거야. 내 경우에는 확실히 그랬어. 결코 끝나지는 않아. 그리고 네 것도 아주 좋은 거라고. 캐스파. 이제 막 시작한 이야기거든."327

 

하늘 아래 있는 모든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왔던 20년이라는 세월 이후, 마침내 말을 잃은 것이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었다. 대신 신도들이 나를 축복했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와서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러니 살면서 배웠듯이 떠날 때가 다가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328

 

그러니 만약 그곳에 행복을 끌어들인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반면 절망을 불러들인다면 절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의 선반을 자신의 경험에 투사하고, 그 점은 슈퍼마켓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분노하고 좌절하거나 타산적이 된다면 우리의 쇼핑 경험도 그렇게 될 것이다.-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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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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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고 존경해 마지 않은 폴 콜린스의 신작. 그가 어떤 책을 출간하시건 간에, 나오는 책은 나오는 족족 읽으리라 오래전에 결심했기 때문에 읽기로 결정하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책이 되겠다. 다시 말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읽겠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안에 담긴 내용은 상관없이 그저 작가의 이름만으로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용이 좀 의아하긴 했다. 신문사 간에 타블로이드 전쟁을 읽으키게 한 결정적인 사건을 조명한 것이라니... 아니, 이렇게 문장을 쓰고 보니 어쩜 의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지금까지 써 왔던 책들을 주로 살펴보면, 과거의 흥미로운 사건을, 잊혀진 사건들을 새롭게 조명한 것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비유해보자면  <신비한 책 서프라이즈>라고 나 할까. 물론 단순히 호기심꺼리만을 조망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생각해볼 거리까지 찾는다는 점에서 tv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격이 다르지만서도. 하여간 이 작가가 주로 하는 일이 과거를 탐구하는 일이라는 점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빌 브라이슨이 여행작가라고 하면 이 작가는 과거를 여행하는 작가라고나 할까.


이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늘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인 정말 어려운 것인가보다 싶다는 것이다. 왜냐고? 왜냐면 이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책을 읽고, 날마다 이런 저런 기사를 읽고, 또 칼럼을 읽지만서도, 이 작가처럼 쉽게 쉽게 일목 요연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내가 그가 어떤 내용에 관해 글을 쓰건간에 그의 책이라면 당장에 달려들어 읽는 이유다. 읽기가 쉽고 편하니 말이다. 읽기가 쉽다고 해서 그렇게 쓰는 것이 쉬울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말로 이 작가처럼 쓰는 작가는 별로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사람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쓰는 것이 실은 굉장한 달인급의 글쓰기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랑가 모르겠다. 이 작가가 지금 포클랜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그 학생들은 운이 좋지 싶다. 어떻게 해야 읽기 좋은 글을 쓰는지 확실하게 배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배우는 것과 실제로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지만서도... 이렇게 달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지 싶은 것은 나만의 생각인 것일까? 하여간 어떤 내용을 쓰시건 간에 늘 글 잘 쓴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 작가, 폴 콜린스, 그가 이번에 파헤친 과거는 어떤 것일까?


아직 미국에  CSI란 기관이 생겨 나기 전, 지문이 수사에 유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웃음거리로 치부되고, 인간의 혈액인지조차 감별해 내기 어렵던 19세기 말 뉴욕, 더운 나머지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혼미하던 여름 어느날  곳곳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된다. 처음엔 의대생들의 장난으로 여겨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들은 곧 이것이 살인 사건임을 알아보곤 경악한다. 시체의 훼손에 끔찍스러워 하던 사람들은 머리가 발견되지 않자 의문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누가 과연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그리고 살해된 것도 모자가 토막나서 강 곳곳에 버려진 이 자는 누구인가? 곧 자신의 주변에 누군가가 없어졌다면서 찾아온 사람들이 검시소에 성황을 이루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체의 주인은 곧바로 찾아지지 않는다. 신문 부수를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당시 신문사들은 회사의 운을 걸고 사건을 취재하라는 사주의 엄명에 길거리를 누비고 다니기 시작한다. 경찰들보다 더 기민하게 그리고 거칠것 없이 거리를 누비고 다니던 기자들은 술집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런 이야기들중에서 드디어 시체의 주인공을 찾기에 이르고, 결국 토막사건의 범인을 잡기에 이른다. 하지만 범인들을 잡은 것은 이 소동의 시작에 불과했으니... 희대의 경악할만한 범죄가 일어나자 젊은 백만장자 허스트가 주도하는 <뉴욕 저널>과 늙은 플리처가 이끌던 <뉴욕 월드>는 부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건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한다. 과도한 경쟁이 늘 그러하듯, 그들의 경쟁은 언뜻 본질을 벗어나고, 사건을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는데... 황색전쟁의 시초라고 불리는 그들의 전쟁은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떻게 끝이 났을까?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 역시나 살인사건만큼 인간의 흥미를 끄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없었구나 라는걸 알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인간은 늘 잔인했었다는 것도... 과거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소박하고 인간적이었다고 과연 누가 말을 하리요. 그들도 우리들만큼이나 다를바 없는 사람들이었다는것이 과거의 신문을 통해 번연히 드러나는게 말이다. 어쩌면 시대가 변해도 인간만큼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일지도...과거의 한 사건을 조명해서 그 시대를 투명하게 들여다 본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재밌다. 흥미롭기도 하다. 읽는데 전혀 고통이 없을만큼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는 점이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려나? 그 정도도 보장못하는 것이 보통의 책임을 감안하면 그것도 대단한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갈래 갈래 정신사나운 이야기를 전혀 혼란스럽지 않게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 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내가 폴 콜린스에게 감탄한 부분도 바로 그 부분이고 말이다. 어쩜 이 양반은 그렇게 방대한 자료들을 가지고 이렇게 깔끔한 보고서를 만들어 내냔 말이다. 부럽고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어쩜 바로 그 부분에서 이 작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양반이니, 다른 굉장한 소재를 준다면 얼마나 잘 쓸까 라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다. 눈이 확하고 튀어 나올 정도로 굉장한 책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적어도 이 책이 그럴만큼 대단한 소재는 아니었지 않았는가 한다. 그저 바라건대, 이 책이 그의 걸작을 향한 길에 맛보게 된 애피타이저이기를...하지만 그가 어떤 소재로 글을 써내건 간에 그를 향한 내 애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다짐하면서, 빨리 그의 다음 작이 나와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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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의 하드웨이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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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은근 중독성 있는 잭 리처 시리즈중 한 편이다. 재밌다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별로라고 타박을 하면서도 꾸준히 읽게 하는 힘이 아마도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듯...왠만하면 한번 데인 책에는 손이 가질 않는데도, 욕을 하면서도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하면 읽게 만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읽기 쉽고, 대중적이라는 말이겠지. 하여간 매번 잭 리처 시리즈를 만날때마다 궁금하다. 이번에 엄지 손가락을 쳐들까 아니면 또 구박을 바가지로 퍼붓게 될까 라는 의구심때문에...이 책은 그런면에서는 어느정도는 합격점을 줘도 좋을만했다. 일단 재미는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재밌었다고 박수를 치는 이면에 어딘지 매끄럽지 못하다고 하는 껄쩍지근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이 마냥 환호를 하게 만들지 않았다. 뭐, 그런 껄쩍지근한 마음은 잭 리처 시리즈를 볼때마다 어느정도는 예상을 하고 있는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젠 알지만서도...단지 그 정도가  심하다와 그래도 이 정도면 봐줄 수 있지 사이를 오락가락 하고 있을 뿐...


책에 대한 애꿋은 타박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커피에 대해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잭은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커피를 먹고는 그곳을 다시 찾게 된다. 평화롭고 한가하게 커피를 즐길 생각이던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약 24시간전에 그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려줄 수 있냐고 묻는다. 당연하게도 정확하게 그 일을 기억하고 있던 잭은 그 질문을 한 당사자인 레인을 만나러 가게 된다. 용병 파견 사업으로 거부가 된 레인이 난생 처음 보는 잭에게 그런 질문을 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와 딸이 납치되었기 때문이다. 잭이 목격한 것이 우연찮게도 레인이 납치범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납치범의 모습과 신상에 대한 정보를 알려 달라는 레인의 요구에 잭은 아예 사건을 맡기로 한다. 부녀자를 납치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분노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처음 잭에 대해 미심쩍어하던 레인은 잭의 능력을 보고는 점차 믿음을 가지기 시작하고, 납치범을 찾기 위한 잭의 수사는 잭의 귀신같은 직감을 바탕으로 진행되게 된다. 하지만 점차 사건을 수사해갈수록 잭은 어딘지 이 납치가 수상쩍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은 채 세상 모든 부정의를 해결하고 다니는 잭 리처의 활약이 두드러지던 납치 수사극이다. 납치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겠지만서도, 잭의 반응이 어찌나 LTE급인지 잭의 동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찰 지경이라는 점이 장점. 하여간 다른건 몰라도 신의 경지라 일컬어도 될만한 잭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지 싶다. 너무 능력이 출중한 결과 종종 그가 핵심을 빗겨 나간다거나, 실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만한 능력이라면 도무지 실수를 할만한 여지가 없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말이다. 너무도 완벽해서 짜증이 나는 잭의 능력에 그의 타협하지 않는 정의 관념이 어찌되었건 통쾌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고 있지 않는다 한다. 다시 말해 아무 생각없이 읽기엔 딱 좋은 소설이라는 뜻이다. 깊게 파고 들지 않고 읽어 내려 가기엔 흥미진진하기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하여간 심심풀이 소설을 구하시는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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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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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너무 많이 했었는가 본데..'라는 말을 첫 페이지를 열면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중얼대며 보게 된 책이다. 내가 본 미우라 시온의 책 중에서 가장 별로였던 책,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이 내가 본 그녀의 책 중에서 읽기전 기대치가 가장 높았던 책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잘 알지 못하는 작가에서 호감이 가는 작가로, 그리곤 어느 순간 믿어도 되는 작가로 등극한 미우라 시온, 그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읽게 된 첫번째 책인데, 오히려 그 기대를 배반하고 말았다니, 무척 실망이었다. 아무리 재미가 없다해도, 어느정도까지는 미우라 시온만의 매력이 온전히 살아있을거라 짐작했건만,  글쎄, 그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출판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임에도, 그다지 매력적이지조차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실망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다.  더군다나 등장인물들 간의 앙상블도 그저 평면적이란 점은 아쉽기만 했다. 원래 이 작가가 제일 잘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아, 물론 여기서도 잘 살기는 한다. 다만 그다지 흥미롭지가 않았다는 것이지... 하여간 내용을 간단하게 축약해 보자면 괴짜 같아 보이는 사전 편찬자가 알고보니 사전에 관한한 열정이 대단한 자였다더라....뭐, 이런 찬양에 대한 다수의 사람들의 증언이 중언부언 이어지다, 결국 사전을 완성해 냈더라는 것이다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15년에 걸친 대사전 편찬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책인데, 그다지 재밌지 못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인상이다. 언어를 중시하는 작가로써는 그것이 대단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그건 지극히 일본스러운 , 일본에서만 재밌을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한다.  일본스러운 장인에 대한 존경이나,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집착하는 호들갑스러운 태도나,  더불어 일련의 소동들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말이다. 일본 작가가 쓴 것이라고 해도 비교적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편인데--재밌기만 하면 된다는 뜻--아무리 봐도 이 책은 일본 사람에게나 더 공감이 갈 듯한 책이지 않는가 한다. 재미없었다는 뜻이다. 그나저나 이 책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때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로 영화에 대한 흥미가 현저히 떨어져 버렸다. 일본에서 비교적 흥행에 성공을 했다고 하는데, 뭐, 탄탄한 배우진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서도, 이런 내용으로 용케 수작을 만들었지 싶다. 읽다보니  어떻게 영상화했을지 대강 눈에 보이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대단하다 싶다. 일본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적어서 뭐라 한마디로 하긴 그렇지만서도, 일본 사람들 다른건 몰라도 엉성한 원작을 가지고도 멀쩡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데는 일가견이 있지 싶다. 배우들의 상상력과 연기가 출중한 것인지--원작에서도 희미하기까지한 캐릭터를 용케 잡아서 보여준다는 점에서--각본가와 연출자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 셋 다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이런 작품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아도 좋을 것이다. 뭐, 원작에서 많이 실망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나중에 상영이 되면 꼭 보러 갈 생각이다. 원작에 대한 실망과는 별개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서 말이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궁금하고...아마도 원작과는 다른 아우라를 뿜어내지 않을까 다시 한번 기대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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