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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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형사와의 첫 만남. 그에게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한 작품이었지만, 범인이 해리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는 설정은 어딘지 석연잖았음.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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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나무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멜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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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빌이라는 작은 시골 동네에 살고 있는 세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파이크씨네 막내 딸인 제니 로즈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만다. 어떤 부모가 여섯살 난 자식이 죽었을때 제 정신이겠는가 만은, 큰 아들인 사이먼을 유난히 예뻐했던 파이크 부인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식음을 전폐하고 침대속으로 피난을 가버린 파이크 부인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누구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은 좀비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런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파이크씨와 가족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파이크 부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파이크의 장남으로 동생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엄마마저 잃은 것과 다름 없게 되어버린 사이먼은 심각한 외로움이 시달리게 되지만, 아무도 그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사이먼의 사촌으로 몇 해 전부터 그들과 함께 살아온 조앤은 눈길이 가는 곳마다 제니 로즈의 추억이 떠올라 괴롭다. 그런 그녀를 더욱 더 괴롭게 하는 것은 결혼할 생각을 도통 하지 않는 애인인 제임스. 옆집에 사는 그는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결혼은 생각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 제임스의 사정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마냥 그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늘 아프다고 골골대면서 형 제임스의 보살핌과 관심을 차지 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벌이고 다니는 앤슬의 존재는 모두에게 눈에 가싯거리지만, 특히나 조앤은 그를 견딜 수가 없다. 사랑하는 남자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앤슬을 참아주던 조앤은 마침내 자신이 제임스를 기다리는 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폭발하고 만다. 그녀는 결국 짐을 싸서 매달리는 사이먼을 뿌리치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마는데...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앤 타일러의 평소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있던 소설. 수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평작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박한 사람들에게 닥친 끔찍한 비극은 그들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앞으로는 고사하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은 각자의 고통 안에서 괴로워 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 그것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앤 타일러식의 등장인물들--능숙하지 못하고 소외되며 어딘가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출연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그리지 않았는데, 소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스케일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웃 몇 명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전부라고 할만큼. 소소하다. 그나마 이런 등장인물들을 가지고 그래도 읽을만한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은 앤 타일러뿐일 듯. 등장인물들이 대충 하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도 하여간 이야기는 풀려 나가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소통이 어긋나버린 대화들을 주로 나누다 보니, 해석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고, 빨리 빨리 이해가 되지 않는 관계로 종래 지루하단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라니...간간히 생각지도 못하는 장면에서 감동을 던져 주는데는 역시 ~~ 앤 타일러군 했다. 비유를 하자면, 싸구려 재료들을 가지고 썩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할머니를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멍한 순간에 한 방을 제대로 날릴 줄 아시던데, 역시나 노련한 작가는 달라도 뭐가 달르지 했다. 그랬던 그녀가 이젠 나이가 드셔서 예전만큼 멋진 작품을 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날 슬프게 한다. <우연한 여행자> 처럼 깜찍한 매력의 책은 아마 다시 내시기 어렵겠지? 그럼에도 그녀의 책이 예전 것이건 새로운 작품이건 간에 이렇게 꾸준히 나오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내가 아직은 그녀의 작품을 다 읽은게 아니란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무언가 기대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 말이다. 앞으로 나올 그녀의 작품들을 기대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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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
루츠 슈마허 지음, 김태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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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곤 확 낚이고 말았다. 어~~이거 내 이야기잖아 라면서. 토스터기면 토스터기, 전화기면 전화, 선풍기면 선풍기, 그리고 냉장고면 냉장고...그저 그 이름이 걸맞는 단순한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우직하게 생각하는 나는, 지금처럼 여러 가지 기능들로 무장한 신상품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기를 죽이게 하는 것이 한두가지 아니지만서도, 가장 정신이 아득해 지는걸 꼽자면 컴푸터라고나 할까. 지금 이 글도 컴푸터로 쓰고는 있지만, 솔직히 난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다시 말해 무언가 고장이 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 하여간  이렇게 저렇게 현대인들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들에게 치이다 보니 내 평소 맺힌 한이 많다는 것을 디 책 제목보고 알았다. 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내용인지가 짐작이 되면서 나와 동지로구만 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저 제목이야말로 천혜의 제목이렷다! 그리하여 기계를 대하면서 맺힌 짜증을 함께 풀어 보자꾸나 하면서 책을 집어 들은 것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드신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러하셨겠지만서도...그리고 바로 책을 집어든 그 순간, 독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맞이 하게 되는데... 


바로 이 양반의 짜증이 기계의 복잡한 기능보다 더 짜증이 나더라는 것이다. 온갖 기계에 대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불평 불만 짜증이,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지 뭔가. 것도 도무지 공감이 할 수 없는 것들로 말이다. 이건 공상 과학 영화에 혼자 사시는 양반도 아닌 것 같던데, 분명 나라를 달라도 동시대에 사는 것은 마찬가지일 건 같던데, 어쩌면 그렇게도 그의 손에 들어오는 기계들은 한결같이 말썽들인지...공감이 가기 힘들었다. 오히려 하도 그렇게 오도방정을 떨어대면서 난리 난리를 쳐대니까, 이건 짜증나는 기계들보다 더 짜증이 나는건 몇 초 걸리지도 않더라. 그렇다. 모든 기계들에 대한 불평 불만이 이 책 하나에 대한 것보단 나아 보였단 뜻이다.


차라리 내게 토스터도 되면서 전화도 되고, 메일도 가능하며, 우유도 뽑아주고, 아침에 깨워 주기도 하며, 에스프레소를 자동으로 내려주는 기계를 달라. 내 그게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짜증내지 않고 성실하게 이용하려마. 적어도 이 책을 읽는 것보다 그것이 더 낫다. 똑같은 이야기를 변주만 바꾸어서 또하고 또하고 또하는 것 같던데, 그런 의미에서 이 양반 참 대단하다 싶었다. 보통은 그렇게 한바탕 짜증을 내고 나면 신경이 다른 곳으로 쏠리게 마련인데 말이다. 일종의 강박장애가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기계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데, 이건 정신 감정을 받아봐야 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하여 결국 읽다가 집어 던지고 말았다. 


자, 난 그저, 평범하고 단순한 시절이 그리웠던 것일 뿐이다. 이런 저런 부가 서비스가 달리지 않은, 그저 이름에 맞는 한가지 기능만 붙어 있는 그런 것들을 사용하던 시절 말이다. 저자도 그런 것을 그리워 하면서 쓴 글인줄 알았는데...짜증을 덜려다가 짜증을 옴팍 쓴 기분이다. 오히려 짜증나는 기계를 상대하는 것이 더 낫다. 하니, 제발 부탁건데, 이 작가를 시골로 보내달라. 아니면 아프리카나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은 오지로. 그러면 더이상 이런 글을 쓰지 않을테니까. 우리는 자유 국가에 산다지만서도, 이 책 한권으로도 넘친다. 더이상 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누군가 이 작가에게 친절하게 설명 좀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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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미카엘 엥스트룀 지음, 정지인 옮김 / 낭기열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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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알콜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호러 무비에 버금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미크는 형 토니의 보살핌 아래 그럭저럭 하루를 살아낸다. 열 일곱의 토니는 어린 동생을 잘 보살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그 역시도 아직은 어린 나이. 결국 생활의 결핍을 이겨내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길로 빠져 버린다. 늘 정신줄 놓고 살아가는 아빠, 집에 돌아오지 않는 형, 불안과 외로움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이겨내 보려 하던 미크는 아동 복지국에서 나온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고모 집에 보내 진다. 몇 년전 장례식장에서 본 고모는 기억에조차 희미한 존재, 하지만 지금 그를 맡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머나먼 북쪽 , 외진 곳에 방문 간호사로 살고 있는 고모 레나는 찾아간 미크는 의외로 그 생활이 자신에게 맞는다는걸 알게 된다. 괴짜에 고집스럽기 이를데 없지만 마음 만큼은 넉넉한 쌍둥이 할아버지, 그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고모, 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학교 선생님. 그리고 미크 포함 학생이라곤 달랑 13명뿐인 학교, 그렇게 외지고 삭막하며 추운 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싶었던 미크는 난생 처음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언인지 체험하게 된다. 미크가 마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걸 지켜본 고모는 그를 데리고 있고 싶어하나, 결국 그는 돌고 돌아 포스터 가족에게 넘겨지게 된다. 고모와 살 수 없다면 그 가족들이라도 잘 살 생각이었던 미크는 그들이 학대 가족이라는 사실에 경악한다. 학대를 견디다 못한 미크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탈출하기로 마음 먹는데...


이런 책들이 꾸준히 세계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아동 학대는 전세계적인 것인가 보다 싶다. 아직도 왜 연약한 아이들에게 그런 고통을 주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서도, 하여간 이 책에서도 고통 받고 학대 당하는 아이가 나온다. 너무도 비참해서 차마 들여다 보기 힘든 그런 아이가. 그 아이가 다행히도 가정다운 곳에 정착을 하게 되지만 아동 복지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아동의 복지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공무원들에 의해 또다른 고통의 장으로 떠넘겨 지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아이가 고통을 당하는 부분부분에서는 분노의 공분으로 읽어 내려 가기 힘들었지만, 미크가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고모 레나의 고장은 너무도 아름다고 인간적이었다. 단지 그 부분때문이라도 이 작품은 가치가 있을 듯 싶을 정도로 , 아름답고 정겨운 마음을 잘 그려내지 않았는가 한다. 읽다 보면 나도 그 마음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듣기론 북 유럽 사람들이 굉장히 차겁다고 하던데, 모르겠다. 정말 이 작품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 그렇게 인정이 많을까는...정말로 그렇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정감이 넘치는 곳. 그런 장면들을 그려낸 것만으로도 이 작가의 역량은 인정해 줘야 하지 싶다. 그럭저럭 괜찮은 성장 소설을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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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러시아 할머니의 미제 진공청소기 NFF (New Face of Fiction)
메이어 샬레브 지음, 정영문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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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단 왠만한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 것 같다. 그간 나를 지배하고 있던 까탈스러움이 일신상의 문제와 겹쳐서 극을 항해 치닫고 있다고 할까? 그러니까, 예전에는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다고 봐줄만한 책들도 이젠 가차없이 , 초장부터 퇴짜를 받기 일쑤라는 것이 요즘 내가 갖고 있는 고민중의 하나다. 이렇게 나가다간 책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잃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니 말이다. 과연 내가 책에 대한 관심 없이 무슨 낙으로 살아갈지 저의기 절망스럽다고나 할까. 대체할만한 다른 것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 마당에서, 이렇게 책에 대해 흥미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걱정해야 할만한 사안일 것이다. 해서 뭐, 원래 책에 관한 한 너그럽지 못한 성격이었음에도, 앞으로 나갈 리뷰에 대해서는 유난히 친절하지 못한 것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어쩌면, 지금 아닌 다른 때 봤더라면 그래도 이렇게 야박한 평이 내려지진 않았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연막을 미리 쳐놓고 시작하는걸 보니 , 이 책이 별로인갑다 생각하실텐데...실은 그렇진 않다. 그마나 요즘 읽었던 책들 중에서는 잘 쓴 책에 속했으니 말이다. 우선 첫 장을 읽어 내려 가는데, 흠...호감이 들었다. 이 작가 , 이스라엘에서 유명한 원로 작가라고 하던데, 정말 글을 쓰실 줄 아시는군. 이라는게 나의 첫 인상이었다. 이대로만 나간다면 괜찮은 책이 나오겠어 싶은...우선 유머감각에 무엇이 독자들에게 주목을 끌게 하는지 직감적으로 아는 감각, 이야기꾼다운 자연스러운 허풍에, 좋은 작가라면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매력적인 성품까지....왜 내가 기대를 하게 됐을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더군다나 이 작가에겐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이 분에게는 유난히 특별난 가족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자자손손 전설로 이야기를 남긴다고 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기괴하고 유별난 분들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미 이야기가 끝난 것이다. 이야기꾼의 유산이 남아있는데다, 개성 넘치는 인간들이 가족들로 포진을 했다고? 작가에겐 그야말로 천혜의 조건이 아니겠는가. 이런 환경에서 글을 잘 쓰지 못한다면 오히려 바보일 것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느긋해졌다. 오랜만에 읽을만한 작가를 만났구만 하면서...아, 오해는 마시라. 이때의 오랜만이라는 것은 내가 최근에 읽은 두 세너권의 책을 읽은 정도의 시간이니 말이다. 대단히 오랜 시간이 아닌 겨우 이틀에서 삼일 정도? 진짜 오래 가봐야 한달 ,보통은 일 주일...그렇다. 나는 다른건 몰라도 천성적인 엄살장이였던 것이다.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좋은 책 없냐고 징징해면서, 문학을 죽은게 아니냐고 걱정을 해대면서 비극적인 드라마를 써대는. 해서 하여간 내 기준에 의하면 오랜만에 괜찮을 만났는가 보다고 좋아했는데 말이지. 이거 초반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암담해 지기 시작하더란 것이다. 작가의 할머니적부터 시작한 작가의 가족의 가족사가 실제로 작가가 의도한 것보다 지루하게 느껴져서 말이다. 더군다나, 그 놈의 미제 청소기는 또 어찌나 감질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사람 애 간장을 태우는지...결국 중반을 넘어가다 보니 짜증이 나더라. 내가 만약 할머니의 손녀였다면 그냥 확 없애 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순박했지만 순박함 못지 않게 괴상함도 지니고 있던 작가의 할머니 토니야. 그녀는 사별한 연상의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해 험난한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무능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집단 농장에서 농부를 하기엔 무언가 부족함이 있었던 남편을 대신해 토니야는 억척스럽게 자신의 가족을 건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억척스러움은 집안을 청결 그 자체로 하는데 강박적으로 몰두함으로써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듣는 사람 모두를 질리게 할 정도의 청결에 대한 집착은 결국 그녀를 마을 전체를 통틀어 기괴한 할머니라고 여기게 만들었고, 미국에서 온 대단한 미제 청소기가 제 역활을 못하고 40년간 골방에 갖히게 하는 원인이 되고야 만다. 작가는 그의 할머니를 회상하면서 이스라엘에 정착한 러시아 유대인들의 애환과 그들의 역사를 어렵지 않게 풀어나가고 있었다. 뭐, 그건 좋다. 적어도 어렵게 읽히지는 않았으니까. 다만, 간간히 지루해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할머니의 청소 강박증이 불러온 단순한 사건을 너무 늘이고 늘이고 늘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도 지울 수 없었다. 그냥 별로 쓸 말이 없는 이야기를 길게 이어붙였다는 뜻이다. 그건 작가가 그만큼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뜻이기도 할 거이다. 별게 없는 이야기를 그렇게 늘려 놓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진짜로 영리하고 잘 쓰는 작가라면, 중간에 뭔가 다른 흥미로운 것들을 집어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여간 칼럼으로 읽으면 딱 좋았을 듯한 길이의 이야기로 책 하나를 만들어 낸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마무리를 훈훈하게 한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그렇지 않았다면 정말로 사기 당한 기분이 들었을테니 말이다. 적어도 작가가 진심이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야기가 부족했을 뿐. 이 책에서는 기대한만큼의 재미는 얻지 못했지만서도, 그럼에도 요즘 읽은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글을 잘 썼다. 그의 다음 글을 기대해 본다. 기대해도 좋을만한 재능이었으니 말이다.하긴 이렇게 이야기꾼이 범람하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이정도도 쓰지 못한다면 그건 가문의 유산에 먹칠을 하는 것이 되는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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