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세계문학의 천재들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해럴드 블룸 지음, 손태수 옮김 / 들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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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일 대학교 강의실에서 해롤드 블룸의 강의를 직접 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던 책이다. 이런 정도의 분량이면 두 학기 특강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역대 천재 작가 100명에 대한 간략하다면 간략하고, 심오하다면 심오한 보고서. C.S. 루이스나 기타 여성 작가들에 대한 몇 몇 문장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었지만,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게 된 책이지 않았는가 한다. 글로 읽는 강의임에도 저자의 깐깐하고 완고한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걸 보면, 아마도 강의실 안에서도 그는 이런 톤으로 강의를 하시지 않을까 짐작이 되었다. 두께의 압박감때문에 기가 질려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럴 필요는 없지 싶다. 외관에 비하면 의외로 말랑말랑한 구석이 있으니 말이다. 책에서 풍겨 나오는 무시무시한 아우라에 비해선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아마도 예일 대학교 1학년생이 되어서 교양 문학 강좌를 듣는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더라. 그렇게 보자면 책으로 강의 두 학기 분량을 읽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리포트를 쓰지 않아도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이 글로 판단컨데, 블룸에게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얼마나 정성 들인 리포트를 써내야 할까 아득해진다. 아마 리포트만 써대다가 1년이 지나갔다고 불평하지 않을런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내 놀라지 않으련다. 그런걸 감안하자면 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좋은 강의를 들으면서도 평가 받는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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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탐하다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4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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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상처럼 떠받들던 아버지가 연방 보안관인 동시에 살인 청부업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살한 뒤, 7년간 전국을 떠돌며 지내왔던 프랭크 템플 3세는 아버지를 배신한 동료가 고향 토마호크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귀향하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어린 시절부터 철두철미하게 살인자 교육을 받았던 그는 아버지를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넣게 한 장본인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이름은 데빈 매트슨, 플로리다 갱단의 넘버 2인 그는 이루말할 수 없는 악행을 평생 저질러온 악당이었다. 굳이 아버지의 이름을 끼워넣지 않는다고 해도 그를 죽인다는 것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쪽에 가까울 터...그를 반드시 살해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솟아 오르는 가운데, 마음 한 구석에는 진짜 자신이 그를 죽일 수 있을까 프랭크는 회의한다. 그런 복잡한 심정으로 도로를 질주하던 그는 플로리다 번호판을 단 렉서스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한적한 시골 도로에 그렇게 고급 차량이 다닐리 없다고 생각한 프랭크는 그가 바로 데빈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차를 가까이 붙이던 프랭크는 그만 렉서스를 들이받고 만다. 다행히도 아무도 크게 다치지는 않은 가운데, 프랭크는 렉서스 주인이 데빈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런데 문제는 분명 프랭크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인데도, 렉서스 주인이 한사코 경찰을 부르길 꺼린다는 것. 급히 가봐야 할 데가 있다면서 조용히 해결할 것을 주장하던 그는 정비소에 차를 맡긴 뒤 거액을 현찰로 지급하고 떠나 버린다. 여러가지 미심쩍은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렉서스 주인의 표정이 하도 절박했던지라 그냥 넘어갔던 프랭크와 정비소 여주인 노라는 그 후에 렉서스 주인을 찾으며 방문한 남자때문에 혼비백산한다. 차 주인의 행방을 물으면서 폭행을 가해오는 난폭한 남자는 결국 정비소의 유일한 정비공인 제리를 살해하고 만다. 그저 수상한 차 하나를 눈딱감고 받아줬을 뿐인데, 자신은 폭행당해 직원은 살해당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노라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을 지켜준 프랭크란 남자의 정체를 당최 알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FBI 요원은 그가 여기에 들어온 후 그런 일들이 줄줄이 벌어진 것이 과연 우연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노라를 압박한다. 프랭크 역시 왜 7년만에 자신이 돌아오자 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리 차일드가 쓴 것이 아님에도, 그가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던 스릴러 소설이다. 마이클 코리타, 그의 데뷔작인< 오늘 밤 안녕을>에서 모든 스릴러 대가들의 모방작처럼 느껴지게 하더니만, 이번 작품에서는 리 차일드의 흉내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비슷했다는 이야긴데, 그럼에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정말 리 차일드가 썼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만약 리 차일드가 썼다면 그의 대표작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쯤되면 비슷하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보단 완성도에 더 주목하게 되니 말이다. 하여간 비슷하긴 한데, 그럼에도 놀라운 집중력과 흡인력으로 리 차일드의 소설보다 재밌게 본 책이 되겠다. 독자들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것이 장점으로, 우연히 교통 사고를 냈다가 그 일이 점차 커겨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스릴이 만점이다. 영문을 모르고 당하는 노라와 프랭크의 심정에 감정 이입되면서, 과연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이며, 그것이 프랭크 자신과 과연 아무 연관도 없는 것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트릭이 만점이다. 프랭크는 20대에 군대에 있지 않았더라면 이러고 돌아다녔겠었다 싶을만치 영 버전의 잭 리처 였는데, 의외로 그런 그를 보는 매력이 쏠쏠했다. 뭐, 분위기가 닮았건 비슷하건 간에, 마이클 코리타가 읽어볼만한 스릴러 소설을 썼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한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만약 읽으실 생각이라면 주말이나 휴가때 읽으시길...궁금해서 다 읽고 나야 직성이 풀이실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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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 폭식하는 알바트로스와 히치하이커 애벌레
제럴드 더럴 지음, 김석희 옮김 / 우리학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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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처없이 아무 생각없이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제목~~! 어, 이 책 절판인데, 설마 재간되었나 ? 부랴 부랴 떨리는 손으로 알아보니, 진짜로 재간이 되었네 그려. 어찌나 반갑던지...몇 년 전 이 책이 너무 맘이 든 나는 좋은 책이라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주고서는 정작 나는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사야지 라고 주문하려는 순간 절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얼마나 낙담을 했던지...그렇게 빨리 절판이 될 줄은 몰랐었으니 말이다. 아니 왜 그렇게 재밌는 책이 더 안 나온다는 거야? 라면서 분노를 터뜨렸지만서도, 출판계가 그렇더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독자들이 사서 읽지 않으며 절판시킬 수 밖엔 없다는 것을.  해서 당시 아쉬운 마음에 하는 수 없이 제랄드 더렐의 원서만 잔뜩 사서 보고는 말았는데,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가셔지질 않았다. 아~~알고보니, 더렐의 책 중에선 이 책이 그의 최고의 책이더라. 물론 다른 책도 엄청나게 재밌었고, 여전하게 다른 작가들은 따라오지도 못하게 독창적이면서 다정하고 개성 넘치는 분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서도, 그래도 내가 읽었던 더렐의 책 중에선 이 책이 제일 낫더라. 뭐, 어찌보면 놀라운 일도 아닌 것이, 이렇게 뛰어나게 잘 쓰기도 쉽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뭐 그게 그렇게 대단하겠어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확률적으로 그렇다. 이 작가처럼 글을 잘 쓰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이런 풍부하고 풍성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말이다. 아마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제랄드 더렐이 유일할 것이고, 그래서 아마 이 책이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졌었나보다. 하여간 이래 저래 나에겐 특별할 수 밖엔 없었던 책.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제목에 그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펄썩 뛰고 말았다. 아니 이런 기쁜 일이~! 라면서... 


 이 책은 과부가 된 제랄드 더렐의 엄마가 네 아이를 끌고 영국에서 그리스 코르퓨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단지 보다 많은 햇빛을 찾아서, 물론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한 결정이긴 했으나, 남편 없이 사내 아이 넷을 키우는 엄마가 단순히 그런 생각으로 이런 결단을 내렸다는 것에서 보듯, 더렐 가문의 사람들은 다들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엄마에 그 아들들... 서커스 유랑단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는 그 험난한 이주 여정을 마친 더렐네는 드디어 그리스의 아름다운 낙원 코르푸에 정착을 한다. 다른 가족들도 물론 그곳을 사랑했지만, 다른 누구보다 코르푸를 반긴 사람은 바로 이 책의 저자 제랄드다. 가족의 막내로, 못말리는 호기심과 주체할 수 없는 동물에 대한 사랑을 지닌 이 소년은 마치 제 세상을 만난듯 온 섬을 자신의 관찰 무대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그가 날마다 들로 산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면서 그 어떤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동물들에 대한 관찰을 시작한 것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의 어린 시절을 채워준 특별한 동물들에 대한 헌사라고나 할까. 덕분에 정규 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한 배움들로 어린 시절을 한가득 채우던 제랄드의 모습은 얼마나 부럽고 정겹던지. 물론 그 덕분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서도 말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독특한 꼬마의 모험담을 들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우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의 정서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자체로 너무도 사랑스런 소년이여서 말이다. 그가 코르퓨에서 만난 특별한 동물 친구들과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정말로 특별한 가족들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던 특별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읽은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본 동물 관련 책들 중에서 가장 최고의 책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건 동물에 대한 이야기건간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각인되어 있는 책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고, 기발하고, 놀라울 정도로 깜찍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웠기 때문에...개성적인 매력과 다정함으로 치면 인간의 이상형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근사했던 한 인간을 만날 기회, 이번에는 꼭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었음 하고 바라본다.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서도, 이런 책이야말로 시간을 거스를는 책이란 말이지. 위에서 썼듯, 이 책을 쓴 뒤나, 아니면 미래 어느 시점에도 이렇게 쓸 수 있는 작가를 배출해 낸다는 것을 불가능할 터니이 말이다. 부처나 예수만큼이나 유일무이한 아저씨, 기적을 만들어 내는 사나이, 제랄드 더렐을 꼭 만나 보시라고 추천한다.


1. 오래전 읽은 것을 바탕으로 쓴 리뷰라 세부적인 것에서는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림.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말입니다. (머쓱~~)

2. 제랄드 더렐을 보면 과연 정규 교육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는 정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지만 그 누구보다 교양이 넘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3. 이 작가가 여기서 소개한 코르푸라는 곳은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휴가지로 명성이 얻었다고 한다.  국제법에서 2차대전때 지뢰가 터진 곳으로만 알고 있었던 코르푸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기괴하던지...하여간 책을 읽으면서 왠만하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그랬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코르퓨로 몰려 간 것은 놀랍지도 않은 일. 그의 책을 읽고 나면 그곳에 한번 꼭 가고 싶어지니 말이다. 그런걸 보면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것들을 느끼고 사는 듯...국적에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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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친절 - 친절의 가면 뒤에 숨은 위선과 뒤틀린 애정
바버라 오클리 지음, 박은영 옮김 / 열대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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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전자>의 저자 바버라 오클리의 신작이다. 나쁜 유전자에서 태생적으로 악하게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를 자신의 가정사와 연계해서 책으로 낸 저자가 이번에는 왜 어떤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가 대해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런 주제에 걸맞은 사례를 찾고 있던 저자는 자신이 찾고 있던 딱 맞는 사건을 뉴스에서 보게 된다. 유타주의 평범한 가정 주부가 남편의 학대에 못 이겨 총기 살해를 한 것이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그 둘이 알게 된 계기가 남편이 감옥에 가 있을때 펜팔을 통해 연인이 되었다는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바바라 오클리는 그 가정주부인 캐럴 앨든이야말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성향때문에 인생 종친 그런 여자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짐작을 하고 만다. 그 길로 캐럴이 수감중인 교도소로 직행해 그녀와 면담을 시작하게 된 바버라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만다. 그녀가 생각하던 순진해서 학대를 받고 살았던 폭행 피해자상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언니가 경계성 인격장애였던 관계로 누구보다 정상적이라고 하기 힘든 사람들에 대한 촉이 발달해있던 저자는 곧바로 뉴스에서 봤던 것이 실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것인지가 궁금했던 저자는 캐럴 앨던의 주변을 탐색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알아보기로 한다. 그리곤 주변의 증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들 캐럴의 남편이 비록 전과자였지만 다정한 사람이었고, 절대 폭력을 행사할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캐럴의 친정 가족들마저 캐럴이 꾸민 짓일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증언을 하자 저자의 직감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간다. 해서 처음엔 학대받는 여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쓸 생각이던 저자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맞아 나쁜 여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엔 없었던 한 사건을 조명해 보게 되는데...


정말 배우자를 잘 만나야 겠구나, 그리고 여자라고 해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싸이코패스급은 아니지만, 이렇게 추잡스럽게 악할 수가 있을까? 도무지 이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살길래,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 났길래, 지겹단 이유로 남편을 살해하고, 그것을 남편 탓으로 몰고, 아이들마저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놀라울뿐이었다. 악녀에 대한 심심하지 않은 보고서. 이것이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 더 경악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가상의 것이 아닌. 실제로 누군가 살해된 것이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되니 말이다. 정당방위를 주장했던 캐럴은 자신이 지은 죄보단 짧은 형기를 마치고 나올 것이다. 과연 자유의 몸이 된 그녀가 어떤 짓을 저지르고 다닐지 벌써부터 모골이 송연한 기분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노고를 가상했지만 원래 의도했던 주제와 벗어난 사건 때문에 이야기가 조금 산만하게 전개된 다는 것이 단점이다. 나쁜 여자가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가 정도의 보고서로 보자면 나쁘지 않았지만, 저자의 논리를 위한 완벽한 사례는 될 수 없었기에 어딘지 삼천포로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달까? 저자로썬,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게 아닐까 싶었다. 논리를 따르느냐, 아니면 우연히 발견한 엽기적인 사건을 터뜨리느냐 하는 것. 결국 저자는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 보였지만서도, 어쨌거나 흥미로운 사례를 알게 된 것만은 괜찮았지 싶다. 하지만 나쁜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다 보니 질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참 용케도 이런 여자랑 살면서 살해 되는가 싶더라. 그런거 보면 여자들 못지 않게 남자들도 둔하지 싶다. 아니, 둔한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일지도...그러니, 조심할 지어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못된 사람에게 걸리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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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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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정의라면 사죽을 못썼지만 지금은 정규직이 소원일 뿐인 가장 켄지. 그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현재의 보안업체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기만은 바라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과거로부터 마음의 빚을 청산하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12년전 그가 찾아준 아만다란 소녀가 다시 실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도 납치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집을 나간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켄지는 마뜩해 하면서도 남는 시간에 쉬엄쉬엄 찾아 주기로 한다. 납치된 아이를 찾아주었음에도 그가 아내나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당시 아만다를 납치한 이유가 아이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원하는 친척들의 공모였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진짜 집다운 집에서 아이답게 키워지고 있던 아만다는 켄지의 활약으로 말미암아 세상 말종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모에게 되돌아 가야 했다. 아이가 생모에게 돌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켄지와 아이를 위해서 모른 척 하는게 나았다고 생각하는 켄지의 아내 제나로. 같은 동네에서 자라나 평생 같은 모험을 공유해온 동업자 탐정이었음에도, 딱 한번 그 사건만은 둘의 의견이 달랐고, 실제로 사이도 나빠졌었다. 그 일을 뒤로하고 이제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룬 둘에게 과거를 기억나게 하는 사건이 다시 터진 것이었다. 당당하게 자신은 옳은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던 켄지는 그가 잊고 살았을뿐, 아만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곤 경악스럽게도 자신이 손수 데려다 준 생모의 집이 예상처럼 아이가 제대로 자라기엔 적당한 환경이 아니었음에 분노한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인생을 살도록 되돌려 놔야 겠다고 생각한 켄지는 아만다를 열심히 찾아 다니지만, 쫓아 다니면 다닐 수록 사건이 커지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들 그녀가 천재였다고 말하고, 켄지는 이제 그녀가 단순히 실종된 연약한 소녀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괴물이 되어 있는건지 의아하게 된다. 과연 켄지는 과거의 빚을 다 청산할 수 있을까? 아만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켄지는 그녀가 12년전의 그 아이가 아니란 생각에 괴롭기만 한데...


< 가라, 아이야 , 가라>의 후속작이었다. 전작을 읽었음에도 내용이 당최 기억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책을 읽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켄지와 제나로...두 연인 탐정이 드디어 결혼을 하고 딸을 두었다니 뭐랄까. 내 친척이 그러한듯 흐믓한 기분이었으며,  더군다나 켄지가 제대로 가장 노릇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조금은 낯설기만 했다. 언제 철들려나, 철이 들기는 하려나 싶었는데, 그래도 이 양반이 정착을 하더니만 역시나 진짜 배기셨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중년의 된 그가 , 이제 더이상은 방황을 해서는 안 되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하는 일이 탐정 일인 그가, 과거 자신의 실수(?)로 인생이 망가져 버린 아이를 되찾는 미션에 도전하게 된다. 뭐랄까. 이런 정의에 관한 문제는 늘 말썽이란 말이지. 어떤걸 선택해도 후회가 남으니 말이다. 과연 그때 켄지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만다를 모른척 하는것이 나았을까? 사람들은 그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옳은 일을 위해 생모에게 데려다 준다. 그것이 현재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생모라는 여자가 전혀 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가 납치되는 상황에 이르도록 한 끔찍한 육아 환경을 바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살았다는 것이 12년 후에 드러난다면 과연 우리는 , 옳은 일을 했다고 발 쭉 뻗고 잤던 우리는 후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런 딜레마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관점이었던 것 같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게 하고, 주인공 탐정들을 잘 아는 이웃 친척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친근함에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에서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대거 출연해서 여태까지의 근황을 전해주는 것이 좋았다. 알고보니 이 책이 켄지와 제나로가 출연하는 마지막 시리즈라고 한다. 작가는 아마도 그들에게 정상적인 가족과 평범한 생활을 주고 은퇴를 시킨 모양....이 시리즈를 만든 작가다운 다정함이 아닐까 싶다. 뭐,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켄지와 제나로가 멋진 삶을 영위하기를...비록 가끔 보고 싶기는 하겠지만서도, 그래도 그들이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누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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