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인터넷에서 책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뜨인 네 글자는 나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게 했다. 그것은 바로...< 빅. 스. 톤. 갭> 이었다 . 뭐? 빅 스톤 갭? 이라고라...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의 <빅스톤 갭>이 드디어 출간이 되었다는 거야? 이렇게 반가운 일이~~~라면서 흥분의 소름 세레모니를 하던 사이, 나는 빅 스톤 갭 옆에 작은 책방이라는 글이 쓰여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어, 왜 작은 책방이 들어가 있는 거지? 제목을 그렇게 하기로 했나? 빅스톤갭의 약국이라면 모를까(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의 책 < 빅스톤갭>의 주인공 직업은 약사다) 왜 책방인거야? 라면서 고개를 갸웃대던 나는 드디어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대면하게 된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가 아니라 웬디 웰치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경영하는 것은 약국이 아니라 진짜로 책방이라는 것을.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소설 <빅스톤갭>이 번역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건만, 시리즈 전체가 아니라면 1권 만이라도! 이라면서 말이다. 아, 그 책이 아닌가벼, 라면서 좋다 말았네 싶어 얼른 다른 것을 클릭하려다, 그런데 어떻게 제목이 비슷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고야 말았다. 호기심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풀어야 하는 것이 나의 성미, 나는 결국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의 그 빅 스톤 갭이 바로 이 저자가 살고 있는 그 빅 스톤 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얼마나 반갑던지 말이다. 알고보니 빅 스톤갭은 아드리아나의 고향이란다. 그 고장이 애팔레치아 산맥에 위치해 있고, 과거 탄광 마을이었으며, 오래된 미국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그런 곳이라는, 아드리아나가 자신의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는 것에는 더 흥분하고 말았다. 와, 그렇게 정겹고 개성 넘치는 곳이 실재하는 곳이었구나 싶어 부러웠다. 난 막연히 작가가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곳인줄 짐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왜냐면 실재한다고 하기엔 너무 천국같은 곳이라서 그렇다. 책을 읽어내려 가나 그곳을 머리속에 그려 보게 되면  내가 사는 이 곳은 너무도 무미 건조하고 초라해져 짜증일 날 정도로 말이다. 하여간 그런 사정이 있다보니 이 책은 도무지 안 읽을래야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빅 스톤 갭을 그리워 하는 독자로써, 그곳이 외지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 지, 그리고 진짜로 소설속에 나오는 것처럼 매력적인 곳인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읽게 된 <빅 스톤 갭의 작은 책방>....정말로 그곳은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렇게 작은 동네에서 걸출한 작가를 몇 명 배출했다는 것이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지 빅 스톤 갭에 살면서 드는 생각을 쓰기만 해도 매혹적인 글들이 나올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빅 스톤 갭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이 책에서 어떤 말을 하고 있나 들여다 보기로 하자.  

 

직장을 따라 미국에 정착하게 된 이 책의 저자 웬디는 남들에겐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그곳이 자신에겐 지옥으로 가는 문 같다는 생각에 고민하게 된다. 결국 제살 깍아 먹는 하루 하루를 그만 두기로 마음 먹은 그녀는 충동적으로 빅스톤갭에 집을 구매하고는 오랜 동안의 로망이었던 헌책방을 차리기로 한다. 돈도 부족하고, 책 방 운영은 해본 적도 없으며, 더군다나 빅스톤갭이라는 곳이 그들에겐 생면부지 타지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책방을 차리게 된 웬디와 그녀의 남편 잭은 모두의 미쳤냐는 말을 그저 다 농담이려거니 웃어 넘긴다. 그 말에 일만의 진실이 있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절대 시작하지 못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상가인 둘에게도 진실을 대면하는 시간은 반드시 오는 법 , 결국 그들은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외지인들에게 배타적인 빅스톤 갭같은 곳에서랴...인구 5천의 마을에서 최초라 할만한 책방을 내게 된 두 사람은 초반 책방을 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듣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매출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의 유지와 사이가 어긋나 버리면서 웬디는 책방을 접고 포기를 하느냐,아니면 이 고통스런 나날을 이어가느냐 두 갈래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잭과 웬디는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 헤쳐 나갔을까?

 

 5년이 지는 지금 그 고장의 명물이 되어 있다는 그 둘의 책방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인정, 그리고 저자의 기지로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였다. 책방을 내고 경영하는 것이 도무지 무슨 재미가 있겠어 ? 싶었는데, 의외로 재밌다. 책에 관련한 것만 아니고, 빅스톤갭의 주민들과의 소소한 일상들을 진솔하게 서술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는가 한다. 이젠 책방이라기 보다는 문화 센터로써, 그리고 마을의 사랑방으로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있는 잭과 웬디의 책방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유용한 정보였다. 소상인이 살아남는 법을 들려준다고나 할까. 대자본에 맞서서 소상인들이 살아남는 방법이 인간적인 것에 기대는 것밖엔 없다고 하는 저자의 분석은 또다른 생각거릴 제시해 줬다. 인간은 어떻든지 간에 접촉을 하면서 살게 되어 있다는 진리 말이다. 재밌고, 대체로 균형있게 쓰여진 책이다. 전문적인 이야기꾼이라고는 하지만 전문적인 작가는 아니라서 어디선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하면서 봤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잘 썼지 싶다. 딱히 지적하고픈 거슬리는 문장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리뷰가 길어지는 관계로 이 책을 읽고난 단상들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1. 저자의 책방 개점식에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가 실제로 참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마을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작가라면서. 무척 반가웠다. 

2. 책을 읽으면서 가보고 싶게 만드는 도시 중 하나로 늘 손꼽게 되는 빅 스톤 갭.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다짐해 본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 곳은 한번 꼭 가 보리라. 라는...

3. 타인의 취향에 대해 왈가불가 하는것은 시간 낭비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책방을 직접 운영하는 저자가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사항이라고 하는데....그래서 남들에게 이런 책을 좋다고 추천하는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내가 좋다고 해서 남들도 좋은 법이란 없는 것이니까. 책을 많이 읽게되면서 저절로 체득하게 되는 눈치중 하나는 타인의 취향은 존중해줄 수밖엔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남들에게는 나 역시도 남에게는 타인이기에... 하지만 독자로써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중 하나는, 절대로 말이다. 위대한 책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태클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왠만하면 하지 않는게 좋다. 왜냐면 그건 책 탓이 아니라 내 탓일 가능성이 100%이기 때문이다.  해서 저자가 책 끝 말미에 이런 책은 명작 반열에 오르지 말았어야 한다고 꼽은 10개를 봤을때 놀라고 말았다. 이 목록에 <안나 카레리나><모비딕><북회귀선>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와 , 이렇게 용감할 수도 있구나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웬디 여사 대신 내가 부끄러워져서...아~~~웬디 웰치 여사! 이 작품들은 정말로 명작이랍니다. 아무리 무식하고 무대포인 저도 이 책들이 명작이라는 점에서만은 주저하지 않아요. 어떤 근거에서 이 책들을 폄하해도 된다고 그렇게 자신하게 된 것인지 저로써는 알길이 없지만서도,  그런 견해를 표명하는 순간 반대로 당신의 자질이 의심스러워 보였다는 사실을 혹시 짐작이나 하셨는지요.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안나 카레리나를 좋아하라고 그 책을 쓴게  아니랍니다. 도대체 책을 어디로 읽으신 건지, 제대로 읽기나 하신 것인지 의심스럽더군요. 제대로 읽어서 내린 결론이라면 , 걸작과 범작조차 구별해 내지 못하는 당신의 안목과 감식력에 대해 검토를 해보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여요. 안목의 문제지...제발 부탁이니,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신중하게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입모아 걸작이라고 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고, 그걸 당신이 모르겠다고 해서 걸작이 아니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여요. 그 분들이 당신보다 못해서 그 책들을 걸작이라고 칭송하겠나요.  곰곰히 생각해 보셔요. 만약 왜 그것이 걸작인지 모르겠거든, 기다려 보셔요. 살다보면 어느날 , 번개에 맞은 듯이, 어~~ 이 책 정말 걸작이잖아! 왜 내가 이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 도대체 나는 그간 뭘 읽었던거야? 라면서 비명을 지르게 될지 모르니 말여요. 하여간 잘 읽어 내려 가다가 그 부분에서만큼은 식겁했네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완전 무식 모드를 표명할 실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하긴 그런 무식한 부분들이 당신을 지금의 그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르지만 서도요. 하지만 좌절하진 마셔요. 당신의 다른 장점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 단점들이 가려지니 말여요. 책속에서 짐작되는 바로는 당신은 꽤 괜찮은 분 같아 보였거든요. 어쨌든 이 책의 저자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비평가적인 완벽한 안목은 아니니 말여요. 하여간 앞으로도 빅스톤 갭의 책방, 번성 하시길...

4. 소상인들은 아마존을 싫어하더라. 그렇게 보면 이 책을 파는 알라딘이나 예스 24 같은 인터넷 매체도 이 작가는 싫어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싶다. 똑같은 인터넷 매체인데다 중고책까지 커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책방 주인에서 작가가 된 이 책의 저자가 과연 지금은 아마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시려나 궁금하다. 어쩜 대세가 좋긴 하군, 이렇게 생각이 바뀌시진 않으셨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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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1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1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로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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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은퇴를 한 뒤 사립탐정을 하면서 딸과 친해지고 있던 보슈는 다시 형사로 일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해보라는데 마다할 그가 아닌 터, 보슈는 기꺼이 다시 직장에 복귀하게 된다. 그가 이번에 일할 부서는 미해결사건 전담반. 파일로만 기억되는 이른바 <콜드 케이스>들을 파헤쳐 종결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이미 지나간, 그리고 이미 동료 형사들이 한번 파헤쳐 봤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는 것은,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사건을 해결하는데 잇점이진 못할 터, 하지만 콜드 케이스 부서 사람들에게도 기댈만한 구석이 하나쯤 생겼으니 바로 현대 과학의 발전이었다. 과거에는 가능치 않았던 DNA 분석이나 총기 감식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에 접근해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형사 복직 첫날부터 기분이 엄청 좋은 보슈는 자신의 파트너인 키즈와 함께 이번에야말로 사건을 종결시켜볼 것을 다짐한다. 그에게 맡겨진 첫번째 사건은 17년전 발생한 16살 소녀 살인 사건, 요리사인 흑인 아빠와 가정 주부인 백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로 구김살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그녀는 어느날밤 사라져 근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었다. 처음에는 가출로, 시체가 발견된 다음에는 자살로 오인되었던 탓에 그녀의 사건은 초동수사에 헛점이 많았다. 담당 형사들이 나중에 살인 사건임을 알고서 제대로 방향을 잡아 수사를 하긴 했으나 그녀의 사건은 결국 의문점만 남긴 채 미해결 사건 파일로 분류되는 신세가 된다. 무엇보다 형사들을 곤혹스럽게 한 것은 그녀가 집에서 실종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사건 두 달 전에 낙태를 했었다는 시신 부검상의 소견이었다. 친구들이건 부모건, 베키가 낙태를 했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 형사들은 그 아이의 아빠가 살인과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라며 그녀의 애인을 탐문해 보지만 결론은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범인은 잡혀지지 않은 채로 17년이 흘렀고, 사건에는 다시 해결의 한줄기 희망이 비추기 시작한다. 그녀를 살해한 총기에 남아 있던 DNA를 분석한 결과 동네 전과자 하나가 걸려 들었다는 것과 천하의 보슈가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건을 맡을 첫 날부터 과거 상사의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보슈는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쳐 보리라, 그래서 베키의 부모에게 이젠 종결의 평화를 찾아 주리라 다짐을 하는데... 과연 보슈는 17년전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역시나 믿고 보는 마이클 코넬리였다. 아니, 다시 형사직으로 돌아왔다고? 라면서 미심쩍어 하던 것도 잠시, 거기에 과거의 사건을 다시 조명한다는 것에 재미없지 않을까 우려한 것도 잠시, 다른 것도 아니고 1990년대의 흑백갈등에 촛점을 둔 것이라는 걸 안 순간의 식상함도 잠시, 결국 보슈의 이야기 속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뭐, 이런 이야기 가지고 재밌겠어? 싶은 것도 마이클 코넬리가 하면 재밌다는걸 다시금 알게 해주었던 책으로, 그의 책을 완역된 것은 다 읽어서 그런가, 이젠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다 낯설지 않다는 것이 또 이 책의 묘미기도 했다. 이 작가는 다른건 몰라도 자신이 창조한 등장인물이나 아는 작가등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지 싶다. <보이드 문>의 히로인인 캐시와 그녀의 보호 관찰관 셀마가 마치 카메오처럼 슬쩍 지나가질 않나, 동료 작가인  제임스 엘로이를 지나가는 말처럼 등장시키는걸 보고 말이다. 언젠가는 자기 자신을 법원출입 기자로 등장시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람 머리속에서는 자신이 쓰는 책들의 모든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돌아다니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다른 책들의 주인공들이 서로 만나서 반목하고, 돕고, 이해타산을 따져가며 의심하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되고,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질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주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마이클 코넬리의 책들은 다 하나의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싶었다. 알고보면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이 다른 곳에서는 조연이고, 또 지나가는 행인 1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니 말이다. 하여간 그렇게 등장인물들을 하나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이 마이클 코넬리만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한다.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아는 사람을 찾아내는 반가움 내지는 과거 봤던 책을 상기하는 효과가 쏠쏠하니 말이다.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미해결 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태도, 그리고 보슈의 영리한 진도지휘 아래 범인의 윤곽을 찾아가는 것을 따라가는 것은 추리 소설의 묘미라고 할만했다. 거기에 마이클 코넬리만의 통찰력이라고 해야 할까? 보슈를 믿고 따라가게 만드는 그의 듬직함이라든지 세상사에 초연한 것들이 참 공감이 갔다. 예를 들자면 바로 이런 문장들...


" 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벌로언은 보슈에게 신앙의 힘으로 새 삶을 찾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슈는 신앙에 대해 가장 많이 떠벌리는 사람이 실제로는 신앙이 가장 약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238


이런 통찰력. 내가 마이클 코넬리의 책이 나왔다고 하면 일단 주저하지 않고 보게 만드는 그만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뒷편에 나온 그의 책 목록을 살펴 보았더니, 그의 책들 중에서 내가 안 읽은 책이 하나도 없더라. 결국 그래서 난 또 출판사에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빨리 코널리의 다음 책을 출간해 주셔요. 라고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번역되지 않은 책이 있다면...이렇게 부지런히 다작을 하시는 분이니 아마도 남겨진 것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확신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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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드라이빙 - 만리장성부터 공장지대까지 자동차로 달린 7.000마일 중국 여행기
피터 헤슬러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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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이 저자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현대 중국에 대해 가장 통찰력 있는 서구 작가'라는 별칭을 선사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겠다. 이 작가에 대해 이보다 더 적확한 말은 없을 듯 하니 말이다. 과거 '리버 타운'이라는 책 속에서 중국에 대한 맛깔난 체류서 내진 기행서를 적어 내려 갔던 그가 이번에는 중국 전역을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면서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들을 푸짐하게 늘어놓는다. 만리장성에서부터 시작해서 남부 지역의 공장지대와 베이징 변두리 마을까지 구석구석 중국을 섭렵하면서, 그는 중국인들에게는 물론이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까지 보여지지 않은 중국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가 이 글을 쓸 당시만해도 중국에는 그다지 흔하지 않았다는 렌트 카를 이용해서, 그는 절대 가면 안된다는 곳까지 경찰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용케 중국 전반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책의 묘미였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풍경과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중국이라는 외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일상들을 적나라하게, 하지만 남세스럽지 않은 정겨움으로 묘사해 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요즘 하도 읽을 것이 없어 아무 생각없이 집어 들었던 책인데, 초반부터 어찌나 구성지게 중국을 그려내고 있던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의례 예상함직한 퀄리티를 월등하게 넘어서는 문장력이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작가가 누구야? 라면서 다시 저자를 들여다 보니, 피터 헤슬러...오래전 재미있게 읽었던 <리버 타운>의 저자라는 말에 그가 아직도 중국에 살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여전히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는 더 놀랐으며, 게다가 이젠 어느 중국 사람들보다 중국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는 것에서도 놀랐다.7년간의 중국에서의 체류가 그에겐 전혀 허수로 보낸 세월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나 알차게 중국이란 나라를 음미하고 있던지, 부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작가에게 가장 놀란 점은 중국이라는 지극히 모순되고 이해가 불가한 나라를 바라보는 그의 완벽하고도 믿음이 가는 통찰력과 이해도였다. 외국인이 타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어느정도는 편견이나 부족한 오해, 내진 그릇된 시각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외국어를 자국어처럼 구사하기 어려운 것처럼, 타국을 자국처럼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어쩌면 더 그것을 어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들을 함께 겪지 않았기에 피상적으로만 본다면 이해가 안 가는 기괴한 일들이 비일비재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피상을 넘어서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외국인들이야말로 그 나라를 평가하는데 있어 가장 최적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된다. 객관적인 동시에 주관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라면 그 두가지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 기행문이나 체류 보고서들이 별로 재미가 없는 것이나 흥미를 넘어서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 두가지를 가뿐하게 뛰어 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이 재밌는 것은 물론이요, 현재의 중국을 바라보는 공정한 시선을 제공해 주고, 더불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줬다는 여러가지 장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단 한권으로 현재의 중국을 들여다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더군다나 그것이 읽는데 고통스럽지도 않고 ,마냥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기행문이라면 말이다. 이런 책은 독자로 하여금 저자에게 무조건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올려야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하니 아직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신다는 분들은 꼭 한번 들어 보시길. 특히나 중국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한다.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면서, 저자는 중국의 미래 나아갈 방향까지 그려내 본다. 그것이 바깥에서 보기엔 한없이 극적이고 극단적이며 기괴한 것일지라도, 실은 그것이 중국민족 개개인들의 일상이 모여서 된 것이라는 점을 저자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더라. 흥미로운 통찰이었으며, 어떤 작가보다 더 설득력 있는 시선이었지 않는가 한다. 하여간 중국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흥미롭게 읽혀질만큼 작품성 높았던 책, 좀 진지하게 읽을만한 거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다정하고 인간적이며 편견없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미소를 짓지 않기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진 않게 되더라도 적어도 수긍의 고개짓은 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분명 논픽션인데도 소설처럼 읽힌다. 렌터차 직원들과의 실갱이나 베이징 변두리 농부들과의 부대끼며 살았던 일상, 그리고 신흥 공장 지대를 밀도 있게 심층 보도한 것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거기에 종종 잔잔한 감동마저 선사하니 이런 기행문에서 기대할만한 퀄리티가 아니라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아마도 이런  수작은 앞으로도 나오기 매우 어렵지 않을까 한다.알고보니 저자의 중국 삼부작중 마지막 작품이란다. <리버 타운>과 이 책을 읽었으니, 2편에 해당하는 <오라클 본즈>도 빨리 나와주길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다행이다. 이 책을 읽어 내려 가는 동안 페이지가 달랑달랑 하는 것이 어찌나 심란하던지,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그래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는 것. 책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기를 정말로 바랐는데 말이다. 하여간 아직도 저자의 안 읽은 중국 관련 책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내게 그래도 좀 희망을 준다. 저자는 이제 중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아마도 이 책이 저자의 마지막 중국 기행문이 될 것이다. 아쉽다. 그의 중국 기행이 계속되었음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책을 남겨 주셨다는 것만으로 나는 넘치게 그에게 고마워 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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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 쓸데없는 것에 나를 빼앗기지 않을 자유
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고빛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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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0대의 나이에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 것이 없는 안정적인 성취를 올리고 있던 저자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직업에서의 성공은 경제적인 안정은 물론이고, 자부심도 주었지만 문제는 그 안에 꿈틀꿈틀 자라나고 있던 우울과 불안,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무가치해 보인다는 허무함. 다들 그런 감정들을 느끼면서도 무시하면서 사는 것이 보통인 반면, 저자는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리가 끔찍하게 매달려 사는 모든 것들이 어쩜 다 허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우리는 너무 많이 가지기 위해 정작 우리 자신을 돌 볼만한 여유를 남겨 놓지 않는다는걸 알게 된 것이다. 해서 엄마의 유품을 자선 단체에 다 기부한 뒤, 저자는 자신의 주변 역시 정리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 치고, 물건들을 정리한 뒤 꼭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로만 심플하게 그렇게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극단의 미니멀 라이프, 많은 것은 좋은 것이다, 라는 미국 자본주의의 캐치프레이즈에 따르면 그의 삶은 비참하고 불안정하며 불행해야 맞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모든 것을 놓아버린 그 시점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이 책은 저자 자신이 미니멀 라이프를 자신의 삶 속에서 구현해 나가게 된 과정과 그 성과를 적어 놓은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 뭐, 취지는 좋다. 간략하게 살다보니 , 중요한 것에 집중도 되고, 부가적인 것에 신경도 덜 쓰게 되어 훨씬 더 행복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도 한다. 문제는 이게 한 권 짜리 책으로 낼만한 분량도 쓸만한 말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신문 컬럼 한면 정도에 특집 기사 정도가 알맞지 않았는가 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신다면서도 정작 자신의 글은 미니멀 라이프가 되지 않으셨던 모양...소설가가 되기 위해 직장을 때려 치셨고, 지금도 열심히 글을 쓰신다고 하는데, 솔직히 모든 사람들이 그를 따라 하는 것에는 반대다. 왜냐면 글은 재능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자기 만족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그 일에 매달린다고 해서 좋은 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이 저자가 지금은 젊고 힘도 넘치며 젊은 날의 성공이 마냥 쉬워 보였기에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는가는 모르겠으나, 뭐, 어딘가에 꿍쳐둔 유산도 좀 있고 말이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예술적인 분야에서 성공을 할 수 있는건 아니라는걸 어쩌면 힘 다 빠지고 늙어서 깨닫게 될지 모른다. 그때에도 물론 미니멀 라이프라면 사는데는 별 지장은 없겠지만서도, 그건 그의 삶이기에 그렇게 살아볼 수 있는 것이고. 다른 분들에게는 잘 나가는 직장 때려 치고 열정을 찾아 가시라 이런 말은 이젠 난 못하겠다. 단지 미니멀 라이프, 좀 덜고 줄이고 간단하게 살아간다는 취지에 대해선 공감한다. 그걸 내가 따라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지만서도. 공감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살 생각이 있는가하는건 별개의 것이니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로 살아보니 정말 좋더라, 이런 말만 주주장창 하고 있으시던데, 솔깃하긴 했으나 강력한 설득력은 없었다. 정말로 그렇게 행복하시다고? 흠...이 나이만큼 살아보니 말이다. 다른건 몰라도 정말 행복하다고 떠드는 사람들의 말에는 신중하게 됐다. 그들이 5년후 내진 10년 후에 어떤 말을 하게 될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지금 행복하다고 해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꿨더니 정말 행복하다고 떠든다고 해서, 나의 삶도 그렇게 바꾸면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하기엔 나는 너무 많이 살아왔다는 뜻이다. 유연함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온 삶의 경험이 이제는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삶인가 정도는 가려낼 줄 아는 듯하다. 이 얼마나 쌈박한 해결책이냐? 적어도 이젠 이런 저런 말에 귀기울이며 헤매다 시간을 마냥 낭비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그러게 오래 사는 것에도 나름 장점이 있다니까. 그거 정말이니까 잘 생각해 보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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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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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새로운 에도시대물이 출간되었다는 말에, 아니 저 표지만 보고도 난 흥분을 해버렸다. 제목이 무엇이건, 소재로 무엇을 다루셨건 간에 일단 읽어봐야 해!!! 먼저 읽어본 리뷰어들이 어쩌고 어쩌고 해도 내 귀에는 들여오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 하건간에 좋아고 하건 간에 아니건 간에 이미 읽어야 한다는 마음이 굳건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읽은 <진상>은 이번에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 이 저자 양반은 도무지 이야기 보따리가 얼마나 크신지 퍼내고 퍼내고 또 퍼내고 마르지 않는 듯하다. 멀고도 가깝다는 나라 일본 작가이지만서도, 부럽기 이를데 없었다. 이 작가가 우리나라 작가라면 정말로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우리나라 작가가 아니란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던지...하여간 국적을 변경해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을만큼 이야기꾼인 작가,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명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아니 조금이라도 맛보셨던 분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그런 책이 되겠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번 작품이야말로 에도 시대물에서 가장 수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대체로 미미 여사의 책은 믿고 보는 편이지만서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이야기전개에, 여러 등장인물을 다루는 매끄러운 태도, 그리고 행동을 해석해내는 통찰력있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 책 속에서 절묘하게 녹아들어 빛을 발하고 있는데,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뚝딱뚝딱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 내시는지...감탄스러웠다. 이런 작가들을 보면 아무리 내 사시눈을 뜨고 책을 본다고 해도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대단한 역량이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게 만들던 완벽한 작품이 아니었는가 한다. 이쯤해서 이 책에 대한 거품은 그만 품기로 하고...내용을 요약해서 들려 드리자면...


다리에서 살해된 걸인이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다들 싱숭생숭해한다. 강도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걸인의 초라한 행색은 과연 누가 왜 이 자를 죽였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몽타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돌려 봐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수사는 난국에 처한 상황에 비슷한 수법으로 사람이 살해된 사건이 다시금 발생한다.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 죽은 자는 <왕진고>라는 약을 만들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약국이 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바로 다름 아닌 자신의 집 침실에서 살해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둘의 시체를 검안한 노거사가 같은 사람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단언을 하자 헤이시로를 비롯한 경찰 사람들은 어떻게 이 둘이 연관이 된 것인지 알길이 없어 전전긍긍하게 된다. 마침 먼저 죽은 걸인의 신원이 확인이 되고, 두 사람이 과거 20년전 한 약국에서 일하던 사이임이 밝혀지자 둘의 과거 인연이 도마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에 과거 둘과 함께 한 약국에서 일했던 사람이 앞에 나타나 실은 셋이 20년전에 살인을 한적이 있다고 고백을 하게 된다. 그 셋이 살인을 하게 된 이유가 더더군다나 <왕진고>의 비법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게 된 헤이시로를 비롯한 경찰들은 과거의 업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다만 문제라면 누가 그들의 범행을 알았을 것이며, 범행을 알게 되었다면 왜 이제서야 복수에 나서게 된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그 둘을 살해한 자는 누구인 것일까? 그것은 과거의 살인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연 약국의 약사는 밀실에서 어떻게 살해된 것일까? 관리들은 이리저리 이야기를 짜맞추며 누가 범인인지 잡으려 애를 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야기는 꼬여져 가기만 한다. 이때 헤이시로의 조카인 신노스케가 자신이 범인을 알아냈다면서 사람을 불러 모으는데...


이야기꾼으로써의 미먀이 미유키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던 소설이었다. 일본의 에도 시대를 어찌나 친숙하고 정감있게 그려냈던지, 내가 그 시대를 지금 살아온 것마냥 그렇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실은 나는 일본사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에도 시대가 우리나라의 어느쯤인지, 내진 그 시대가 어땠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음에도 이거 읽는데는 하나도 지장이 없더라 그 말이다. 이거 대단한거 아닌가. 아무도 모르는 타인을 이렇게 쉽게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것임에도, 타국 사람을 이렇게 쉽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을 보면 역시나 미미 여사라는 탄식을 할 수밖엔 없었다. 이 정도면 세계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나라 사람을 설득하는거야 뭐, 간혹가다보면 그럴 수 있다지만서도, 타국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 문화를 한번에 이해시킨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어째 내용을 이야기 해야 하는 순간에도 미미 여사에 대한 찬사만 잔뜩 늘어놓게 되는데, 문제는 이게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쓰다보니 미미 여사에 대한 찬사가 안 멈춰진다는 것이지. 놀랍지 않은가. 그지? 왠만한 책에는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내가 이 책만큼은 홀딱 반했다는 사실이...재밌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렇다. 원래 독서가들의 재미란 것이 재미난 책을 만나서 반하는거, 그것이니 말이다. 하여간 독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이야기, 등장인물들이 200년전 사람이건 일본 사람이건간에 오늘날 한국 사람으로써도 공감하기 어렵지 않던 정감 넘치던 책,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사회를 바라보는 미미 여사의 단면적인 시선에 조금은 공감하게 되어 보게 된 책이 되겠다. 여자들의 미모만이 아니라 남성들의 미모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심도있게 고찰하면서, 그들 역시 우리만큼 고민하고 억울해 하고 있겠구나 라는걸 생각해 보게 만들던 책. 무엇보다 미미 여사가 여자라서 그런가, 미녀들에게 빠지는 남성들의 한심한 작태에 대해 멋진 똥침을 날리는 것을 통쾌하게 음미할 수 있었던 책이 되겠다. 그렇다. 우리는 남자건 여자건 간에 외모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면 아마 대단한 수행자이거나, 내진 뚝심이 강한 사람이 되겠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만인 외모라는 조건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쩜 외모라는 조건에 반드시 흔들리지 말아야 할 필요는 없지 싶다. 단지 내가 바라는건 그것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진 말 것이라는 단서가 아닐까. 인간이라면 다른 인간을 좋아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일 것이고, 우리가 타인을 좋아할때 바라마지 않는 것은 그저 우리 눈에 허상이 끼이지 않기를, 간혹 허상이 끼였다고 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가 있기를 바라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실수는 해도 되는 것이지만 인생 전체를 망칠 필요는 없은 것이니까. 하여간 미미 여사의 작품을 만나 마음껏 즐겨본 책이 되겠다. 에도 시대를 그려낸 이 책은 6년만에 나온 장편이라고 하던데, 내 기다리련다. 6년이 되었건 16년이 되었건 간에, 미미 여사의 에도물을...바라건데 다음번에는 6년보다는 짧은 시간안에 내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즐거운 독서는 언제나 환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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