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utal Telling (Paperback)
Penny, Louise / Sphere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좋아하는 추리 소설 주인공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대답할 것 같은 이름 가마슈 경감. 요즘 읽을만한 책이 없어 시름 시름 앓던 차에 생각이 났다. 내가 가마슈 경감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의 책들 중에는 아직 안 읽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해서 이참에 좀 격조 있는 추리 소설을 읽어 보자는 생각에 집어들게 된 책이다. 그간 이런 저런 추리 & 스릴러 소설을 꾸준히 읽어 보았지만서도, 어째 읽으면 읽을 수록 사람이 피폐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원래 추리 소설은 나쁜 놈 잡아 들이는 쾌감에 읽는 것이구만, 요즘은 나쁜 놈들에게 치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근래의 작가들이 잘 짜여진 스토리로 승부하는게 아니라 악역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로 승부를 거는 것이 대세여서 그런가는 모르겠으나, 괜찮다는 책을 읽고 나면 심신이 지치고 만다. 해서 이럴때 필요한 것은? 바로 추리 소설의 묘미를 보여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라면서 읽게 된 책, 페니 루이스의 brutal telling이다. 가마슈 경감이 나오는 시리즈로는 네번째로 읽게 된 책. 중간에 약간 지루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음에도 읽는 동안 가마슈 경감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다시 새록새록 기억나서 기분 좋았던 책이 되겠다. 내용을 살짝 살펴 보자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곳 스리 파인즈에 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놀라운 것은 시체가 발견된 곳이 두 게이 커플이 알콩달콩 운영하고 있던 작은 식당이라는 점. 맛난 음식과 더불어 친구처럼 손님을 환대하는 주인들의 개성 덕분에 마을의 사랑방이 되어 있던 비스트로( 작은 음식점을 일컬음)에 시체라니...다들 혼비백산하고 만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시체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 밤 사이에 시체가 배달 된 것으로도 모자라 그가 신원 미상의 존 도우라는 사실에 다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에 본청에서 파견된 가마슈 경감은 그의 충성스런 부하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수상한 것은 그 사내가 시체로 발견되기 전까지 그 마을에서 아무도 그 사람을 본 적조차 없다는 사실. 가마슈 경감은 이래 저래 이 사건이 풀기 어려운 사건이 될 것임을 짐작한다. 마을을 휘저으며 탐문 수사를 하던 경찰은 그 시신이 원래 그 자리에서 살해된 것이 아니며, 다른 곳에서 운반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시체는 누구이며, 어디서 살해되어 온 것인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 비스트로에 옮겨지게 된 것인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가마슈 경감 일행은 행운의 반전으로 숲 속에 숨겨진 작은 오두막을 발견하게 된다. 다량의 피가 곳곳에 산재한 것으로 보아 분명 그곳은 살해가 처음 발생한 장소, 그곳을 면밀하게 살펴보던 가마슈 경감은 뜻밖의 발견에 잠시 호흡을 멈추고야 마는데...


언제나처럼 스리 파인에 다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도무지 이렇게 살인 사건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곳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서도, 그런 면이 이 시리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지 싶다. 살인과는 거리가 먼 듯한 선량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벌어진 잔혹무도한 사건이라는 대비에서 풍겨오는 스산한 긴장감이랄까. 범인을 당최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여간 그간 세 건의(네 건일수도, 내가 안 본 책이 있는 관계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면서 누구보다 스리 파인즈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잘 알게 된 가마슈는 이번에도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말에 고민이다. 그가 아는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건을 조사해 가던 가마슈는 새로운 주민이 이사를 옴으로써 마을에 다소의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시 생활에 지친 나머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스리 파인즈에 들어온 길버트 가족이 그 주인공으로, 그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다 낡아빠진 저택을 스파 겸용 숙박집으로 개조함으로써 갈등의 싹을 틔우게 된다. 그렇게 조그마한 마을에 숙박 시설이 둘이라는 것은 하나가 죽자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이미 작은 B&B를 운영하고 있던 비스트로의 게이 커플에게 그것은 무례이자 도전으로 여겨져 특히 올리비에는 이를 갈면서 길버트 가족들을 미워한다. 문제는 둘의 불화 사이에 시체가 끼여들게 되었다는 사실, 가마슈는 시체를 옮긴 것이 길버트씨와 올리비에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그 후에 밝혀지고야 말았으니... 과연 올리비에는 자신의 지문이 오두막 곳곳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가마슈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마슈는 그가 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가 괴롭기만 한데...


음, 말하지만 나는 초간본이니 뭐, 고대 문서에 난리를 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책에 대한 열정은 넘치지만, 책 자체에 대한 열정은 그다지 넘쳐나지 않기 때문에...해서 이 책 속에 나오는 초판본들에 대해 저자 이하 등장인물들이 흥분하는 것에는 좀처럼 공감을 할 수 없었다. 해서 소설 중간에 피해자가 살해될 수 밖엔 없었던 이유로 지목된 여러 보물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부터 내가 지루함을 느끼게 된 것은 어쩜 당연하다 싶다. 왜냐면 나는 그것들을 가지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럴때 보면 돈이란 것은 참으로 유용한 잣대다. 까짓 오래된 책 내진 바이올린이라고 생각하면 별게 아닌 것 같은데, 그것이 수억이나 수십억이다라고 하면 좀 다르게 보이니 말이다. 하여간 보물에 대한 인지도나 욕망이 없는 관계로 중간부터 그다지 공감하지 않으며 보긴 했지만서도, 그럼에도 가마슈 경감과 그 밖의 등장인물들의 개성으로 인해 재밌게 본 추리 소설이 되겠다. 다만 문제라면...


추리 소설을 읽고 덮으면서 찜찜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왜냐면 잡힌 범인이 절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어딘지 그의 주장이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았는데도 뭔가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 듯한 기분? 어째서 작가가 이렇게 끝을 맺으셨을까 책을 덮으면서 궁금했는데...역시나, 내 생각이 짧았던 것이렸다. 다음 편인 < Bury Your Dead>에서 그 다음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는걸 보면서 말이다. 당장 작가에 대한 평이 바뀌면서, 이렇게 영리한 작가라니..감탄하고야 말았다. 전편에서 미진하게 풀어나간 사건을 다시 다른 사건과 함께 해결한다는 생각을 하다니 이 얼마나 기발한가? 마치 진짜로 가마슈 경감의 경찰 부서가 있는듯한 현실감과 생동감이 느껴졌다. 하여간 루이즈 페니의 여러 진면목--특히나 인간을 바라보는 통찰력에는 고개를 숙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으로, 감동받은 참에 앞으로 내 영원히 루이즈 페니의 팬이 되겠다고 다짐하고야 말았다. 그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작가이니 말이다. 조속히 그녀의 책이 번역되어 나오길 촉구해보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63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63
송도수 글, 서정은 그림 / 서울문화사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다. 나 정말 이거 읽고 싶지 않았다. 아니, 실은 이런 책이 존재하는 지도 몰랐다. 조카가 몇 날 몇 일을 노래를 부르기 전까진 말이다. 작년부터인가 심심찮게 메이플 메이플을 외치길래, 그냥 만화인가보다 라는 정도로 알고 있다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어찌나 열심히 등장인물과 줄거리에 대해 설명을 하는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내가 동화책을 사주겠다고 하자 이 녀석이 멀쩡한 얼굴로 하는 말이...

이왕 사줄 거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사주라는 것이다. 어차피 재밌게 읽는 것은 그것이고, 내가 골라주는 것은 그다지 재미가 없다면서. 녀석의 표정을 통해 내가 읽은 것은, 왜 자신의 취향을 무시하냐, 나도 좋은 것이 있다. 그건 고모가 좋은 것과는 다르다...라는 의미심장한 선언...


하여 나는 주문하고야 말았다. 조카가 보고 싶다는 메이플 스토리...책을 보고 나니 엄마들이 왜 이 책을 그렇게 싫어한다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더라. 내가 어렸을 적 엄마가 그렇게 학을 떼시던 불량식품을 보는 듯한 기분? 하지만 다행인 것은 영양가는 없지만 그렇다고 몸에 해가 되는 독은 없는 듯한 불량식품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피가 되고 살이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이가 아프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해서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하는 수 없다. 조카가 너무도 재밌게 보니까. 이젠 이 녀석, 주말마다 올때 한 권씩 들고와서 내게 읽어준다. 하하하하....자신은 이미 다 읽어서 외울 정도지만, 나를 위해서 한번 더 특별히 읽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대목에선 자신이 왜 이 장면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어떤 장면에선 내가 별로 감흥이 없다는 것에 실망하는 눈치다. 행여나 내가 건성으로 처다 보고 있으면 눈을 부릅뜨고 보게 한다. 이렇게 재밌는 것을 건성으로 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흠... 뭐,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서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서도, 적어도 책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만큼은 제대로 잡아 나가고 있구나 싶다. 무언가에 열정이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내가 조카에게 기대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메이플 스토리~~~ 많은 엄마들의 원성을 뒤로하고 흥하시길...응원 보냅니다. 보다 알찬 내용으로 가득 가득 채워 주시길 바라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읽으신 분들이 30이 넘은 여성이라면 꼭 봐야 한다고 거품을 물길래 어떤가 해서 보게 된 책이다. 수짱 시리즈...공감단을 뽑는다는 말에 얼씨구나 신청을 했지만서도, 일단 어떤 것을 달라고 해야 할지 부터 문제였다. 제목 하나 하나가 다 너무도 공감이 가는 탓에 어느 하나만 고르라고 하니 도무지 선택이 어려웠던 것이다. 수짱 시리즈를 처음 알린 < 지금 이대로 괜찮을 걸까?>는 내가 하루 종일 문득 문득 생각날때마다 쉬지 않고 묻고 있는 질문이었기에 땡겼고, <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 나에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 ' 이라고 손을 번쩍 들고 싶은 마음에 호기심이 생겼으며, <수짱의 연애>는 테러리스트에게 테러를 당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 30대 중반을 넘어선 수짱에게 연애 상대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했다. 도대체 어떤걸 골라야 한단 말이냐~~~라면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 결국 고른 책, 이유는 도무지 작가가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존재하는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어떻게 요리할까 그것이 궁금해서였다.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도 그랬다. 연애나 , 결혼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살아야 할까라는 문제들은 우리가 늘 수다를 떨면서 이런 저런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만서도,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리 이야기를 나누어도 해결책이나 속시원함이 해소되지 않는 그런 느낌이 남는다는 것을 알아서 말이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속을 언제나 갉아먹는 이런 소재를 과연 작가는 어떻게 끄적여 나갔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받아든 책을 읽어본 결과는? 역시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꼭 읽어봐라 하고 하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전혀 과장하지 않고 풀어 나갔음에도 너무도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수짱이 아닌데, 그리고 수짱처럼 까폐 점장도 아니며, 점장으로써 점원 관리를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수짱의 기분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부족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도대체~~~이 작가는 얼마나 능수능란한 것이냐, 라면서 혀를 내두를 수 밖엔 없었다.


하긴 내가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투박한 그림체로, 말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명을 구구절절 애타게 하는 것도 아니며, 임팩트 있게 강력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것도 아닌, 그저 퇴근하고 집에 온 수짱이 한숨을 내쉬는 장면이 전부인데도, 그냥 이해가 되었으니 말이다. 명품 배우들의 절제미가 배인 자연스런 연기 한 자락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지극히 생활에 밀착해서 나온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꼭 내 이야기처럼 들여왔으니 말이다. 작가의 관찰력이 대단하지 싶다. 특히나 내가 놀란 것은 내가 같은 상황을 당한다고 해도 이 작가처럼 설명하긴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과장에 과장을 하고, 분석에 분석을 해도 타인을 미워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 작가는 그걸 단 몇 컷의 그림과 몇 마디 상황을 보여 주는 것으로 다 끝내더라. 정말 대단한 필력 아닌가. 수짱 시리즈의 서평단 이름을 공감단 이라고 붙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정말로 공감 100%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친구의 수다를 곁에서 들은 듯 그렇게 친근한 것이 마음에 든다. 또는 내가 누군가에게 아무래도 싫어지는 사람에 대해 설득력있는 설명을 해 낸듯 자랑스럽기도 하고...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사실 여자들에겐 굉장한 스트레스다. 우리 여자들은 왠만하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선함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사회에 나간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싫어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은...그럴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나 나는 왜 이렇게 모난 사람일까 라는 것을 고민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사람을 변화 시키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둘 다 시도해 봤지만 현실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더라. 현실 속에서는 상대는 변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거나, 한다해도 너무 늦는다. 한 20년 정도의 거리? 죄책감으로 나를 다잡으면서 상대와 잘 지내 보겠다는 것도 일단 혐오감이 자리잡으면 바로 잡기 힘들다. 혐오감이라는 것이 그냥 괜히 생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럴때 여자들은 흔히 딜레마에 빠진다. 내 직감과 본능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착한 여자 신드롬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현명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해야 한다고 할 테지만서도, 문제는 사회라는 현실이 종종 전자를 실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싫어도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은 늘상 생기는 법이고, 이럴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수짱은 어떻게 했을까?


뻔한 답이 아닌, 진짜 수짱이 할만한 답을 내리는 것이 특히 좋았다. 멋진 결말을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수짱이 상대를 개과천선 시키거나, 아니면 복수를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했기를 기다렸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수긍을 했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질 않는가. 명쾌한 해답에 해결이란 왠만하면 보이질 않는다. 그런 면에서 끝까지 현실의 맥을놓치 않는 작가 정신이 돋보이는 만화였지 싶다. 어쨌거나, 얇디 얇은 만화를 보면서도 어찌나 공감을 했던지, 수짱의 다른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 아마도 한번 그녀의 맹한 매력에 빠지면 다들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가보다. 그녀의 친구들과 그녀의 연애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기다려지는 가을이다. 적어도 보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이 가을을 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 뵈스네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중 하나. < 스노우맨> <레오파드>에 이어 세번째로 읽은 작품이다. 뭐, 길게 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서 그냥 대충 감상만 끄적여 본다면...


1.다른 두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어온 전 애인 라켈이 처음 등장한다. 문제는 그간 하도 많이 이야기를 들어서인가, 둘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호기심이 생긴다기 보다는 그순간부터 벌써 지루해진다는 것이 함정. 둘의 첫 만남을 몰랐을때에는 둘의 사랑이 그나마 이해도 되고 연민도 생겼지만, 알고보니 처음부터 심하게 꼬이기만 하던데, 이렇게 장애가 많은 두 사람이 그래도 사랑한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 조금은 이해되지 않았다. 라켈이 해리를 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며, 해리가 라켈을 놓치 못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 아니여 보이더라. 살면서 이렇게 외상성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사태를 몰고 다니는 사람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소설 속 인물이라고는 하나, 내가 라켈이라도, 그리고 아무리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애걸복걸해도 이런 사람 싫을 것 같다. 언제까지 라켈과의 연애담을 질질 끌고 갈지는 모르겠으나, 왠만하면 다른 시리즈에서는 포기하시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연인들 중에서 이런 저런 최악이 있겠지만서도, 지루한 연인도 그 중 하나다.


2. 반세기 전에 시작된 사건을 50여 년이 흐른 뒤에 해결한다는  방식을 전개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산만하다. 이야기도 썩 신빙성 있게 들려오지 않고 말이다. 이렇게 저렇게 짜맞춰서 대충 범인을 만들어 내기는 했는데, 다 보고 나니 속은 느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별다른 흥미없이, 그냥 읽어야 해서 읽었는데, 정말 감흥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더라. 이책에 대한 찬사를 많이 들어서인가 실망이었다. 그럼에도 다음에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기대를 해봐야 하나 고민이다. 일단은 읽어 보겠지만서도, 어째 점점 실망감이 쌓이는 듯한 느낌? 그나마 이 정도의 책을 눈살 찌프림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은 대단한 것이지만서도, 요즘 스릴러 소설에도 기대치가 높아져서 인가, 감동까지 바라게 된다. 완벽한 짜임새와 인간미와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주인공에 매력적인 캐릭터까지...진짜 요즘 작가를 하려면 머리가 빠개져야 되지 않을까 한다. 전쟁이야~~~라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것이 아닐런지...


3.내용?은 다른 리뷰에서 참조 하시길. 별다르게 언급할만한 사항이 없었다. 말했잖아. 감흥없었다고, 사실 그 말만 삐쭉 쓰고 말려고 했는데 길어져 버렸다. 진홍 가슴새에게 미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터 래빗 이야기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13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찰스 산토레 그림, 김영욱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다섯 개의 이야기를 모은 모음집이다. 천상 장난꾸러기에 말썽꾸러기, 그리고 다섯살 남짓한 남자아이들을 보는 듯한 피터 래빗의 이야기를 서두로 해서, 낚시 하러 왔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한 개구리의 이야기를 담은 제레미 피셔 아저씨 이야기, 말썽꾸러기 피터 래빗과 함께 빈 집 구경이 나섰다가 옴팡 고생을 한 벤자민 버니 이야기, 생쥐 두마리가 주인집 인형 공주성에 들어가 난장을 피워대는 나쁜 생쥐 두마리 이야기, 그리고 상추를 포식하고는 잠이 드는 바람에 스프가 될 뻔한 플롭시 버니 사건들을 다루고 있었다.


일단 베아트릭스 포터의 책이라고 하는데, 그림이 좀 예전에 보던 것과는 달라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역시나 포터의 그림이 아니라 찰스 산토레라는 화가의 그림이라고 한다. 포터의 그림이 여성적이고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어 여백이 많은 것이 비해, 산토레의 그림은 꽉 찬 느낌에 따스한 것이 특징이다. 어느 것이 낫다고 묻는다면 산토레 승...원본을 생각하면 포터의 글에 포터의 그림이 정석이겠지만서도, 포터의 그림이 조금 심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그리고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좀 촌스럽고 역동적인 면이 부족하다.--그녀의 책을 보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 해서 처음엔 살짝 원본이 아니라는 점에 기분이 상했지만서도,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그림을 다시 그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싶다. 시대가 하도 빠르게 변하다 보니, 내용은 아이들에게 먹힌다고 해도 그림만은 아이들 주목을 사로 잡기에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산토레의 일러스트가 훨씬 더 나았지 않는가 한다. 자세하고 섬세하고 캐릭터의 특징을 잘 포착해서 말이다. 그림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된다는 점에서 아동용으로 그만이었지 싶다.


그외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서 좋았다. 피터와 플롭시, 그리고 벤자민의 이야기는 늘 아슬아슬하고 긴장감을 주면서도,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산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한 것이 좋다. 어렸을 적에 이런 책을 읽으면, 나는 피터와 플롭시와 벤자민과 제레미와 그 밖에 다른 동물들이 넘치게 살고 있는 포터의 마을이 그렇게 부러웠었다. 마치 그들이 진짜 살아있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졌던 그 느낌이 원가 또렷해서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그래서 포터의 동화책이 시간을 초월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더라. 이 책은 조카를 읽어 주기 위해 선택된 것인데, 정작 읽어주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 이게 재미 없냐고 하니까, 자기는 요즘 만화책에 꽂혀서 그런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메이플 스토리, 엄마들의 웬수 같은 책이라고 하더니만, 그 이유를 알 것 같더라. 어떤 책이건 간에 읽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서도, 그때문에 동화책을 등한시 하는 것은 어른들이 보기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을테니 말이다. 나야, 뭐, 무엇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라서, 재미 없다는 말에 그냥 물러서고 말았지만...진짜로 포터의 책이 영원히 조카에게 먹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은 남는다. 언젠가 갑자기 이 책이 좋아하는 날이 오긴 할까, 아니면 영원히 이 책은 그저 아동용으로 자신에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던 그런 책으로 남게 될까 라는.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조카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포터의 책이 더이상 조카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약간은 실망이었다. 하지만 또 조카의 시각으로 보자면, 재미없어 보이긴 한다. 애니란 애니는 다 보고, 애니 트랜스 포머를 6살때부터 봐 왔으며, 이런 저런 다양한 재밋 거리에 노출이 된 녀석에게 이 책이 성에 찰리 없으니 말이다. 우리 때같이 아무것도 없는 하루 하루가 너무 고통스럽던 지루하던 시절과는 아무래도 다를테니 말이다. 그렇게 보자면 ,결국 포터의 이야기는 다 큰 어른들의 추억을 되살리는데만 이제 유용하게 될까? 그것이 아이들에게 심각한 손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뭐, 시대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묵묵히 따라가는 수밖에...세월의 흐름을 우리가 바꾸어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림도 아름답도, 내용도 좋다. 다만, 내용 자체는 심심하다는 사실은 알아 두시길. 아마도 포터의 책을 한번쯤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헷갈리지 않으실테지만서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