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로 만든 사람들
살바도르 플라센시아 지음, 송은주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가 떠났다.어린 딸을 남겨 두고...
자신의 야뇨증 때문이라 자책을 하면서 남자는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사명을 발견하는데, 토성이(정체는 바로 작가 본인) 인간을 지배하려는 음모에 맞서기 위해 사람들을 규합, 토성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
아내에게 버림 받은 슬픔을 전쟁으로 이겨내기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바쳐 행동에 나선다.
토성의 감시가 어디서나 느껴진다면서 납으로 된 집을 짓는 아빠, 그런 아빠를 지켜 주고 싶어하는 딸 메르세드,아빠가 만든 토성 퇴치 군대의 사령관이 된 프로기,그를 사랑했지만 자신을 학대하는 아버지를 죽인 프로기와 함께 있을 수 없어 떠난 샌드라,천한 이주자 신분에서 헐리웃의 스타로 거듭난 리타 헤이워드,정신 박약아로 태어났으나 예지력을 지닌 아기 노스트라다무스,그리고 언제나 이들을 감시하는 토성인 작가는 실연을 할때마다 작중 인물들에게 복수를 하고,절멸의 위기에서 방황하는 <종이로 만든 사람들>이 차례로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기발하긴 했다.
환상적 사실주의문학인 라틴 아메리카의 계통을 충실히 이으면서,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고, 과거와 현재와 꿈과 망상과 시선들이 중첩되서 어지럽게 서술되고 있었다.
하지만 매혹적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들이 ,혼란스럽게, 그리고 두서없이 진행 되는 통에 정신 사나웠으니까.
작가는 보다 견고하고 집요하게 자신이 봤던 것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을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
작가는 8살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멕시코 이주 노동자의 아들이라 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거짓으로 가득찬 실화여요.>라고 그는 말하는데,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가 믿는 것 만큼 좋은 면만 있는 것일까.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나날의 두려움들과 공포를 견뎌낼 만큼 인간의 정신은 언제나 무쇠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이 책의 아빠처럼 정신이 나가는 사람은 없을까 하고.
이주민들의 아련하고 감당 못할 슬픔과 아픔들을 그저 환상속의 이야기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랑에만 너무 천착을 한점,이야기가 두서 없이 진행 되고, 등장인물들은 일관성이 없어 이야기의 맥을 끊는데다 ,지나치게 장황한 묘사들로 이책을 한 없이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이 작가가 가끔씩 보여주는 통찰력과 구성의 참신함을 고려하면 아까운 일이었다.
우리는 종이로 만는 인간일까?
사랑을 하면 상대를 베고, 상대의 눈물에도 침에도 흔적을 남으며,살로 이뤄진 것이 아니란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늘 다른 인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종족들 말이다.
이 책에서 종이로 만든 인간들은 결국 사랑을 믿지 않게 된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되서.
종이로 만든 인간이란 작가의 무엇에 대한 은유일까?
이주자로써의 백인 주류 사회에 대한 소외감을 나타낸 것일지 ,아님 우리 인간 전반에 대한 통찰일지가 궁금하다.
우린 알고 보면 그렇게 상처를 잘 받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엔 공감을 한다.
물론,인간이 항상 사랑의 상처로 인한 슬픔에 절어서 자신을 와해 시킨다는 설정엔 찬성하고 싶지 않았지만.
살아가는데 어찌 사랑만이 전부랴.
후반부로 갈 수록 지루하고 재미 없으나, 표지는 동화책처럼 예쁘다.
표지에 속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