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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45세의 얻은 외동딸이 눈에 생긴 악성종양으로 죽어가는 과정을 비통한 심정으로 기록한 책.
뉴뉴(계집아이라는 뜻)라는 딸을 낳은 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부부는 아이의 눈이 이상해보인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달려가고, 곧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는다.
딸의 눈 양쪽에 종양이 자라고 있으며 얼마 못살거라는 것.
결국 딸은 생후 1년 반만에 죽고 만다.
자식을 잃어 슬픈 심정들이 철학자라는 아버지의 시각에 속속들이 분석되어 설득력있게 서술되고 있다.
그런 심정들은 아마 다큐나 많은 실화책들에 있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다를게 없기 때문에 그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하게 되던 것은,
1.중국의 의료계의 철저한 낙후였다.인간적인 의사가 그렇게도 없다니,끔찍했다.
아이의 병명을 알려줄때 "어차피 없는 셈치시고 하나 더 낳으셔요"라고 조언해주는 사람들.
만약 이 부부에게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이 가족의 운명이 다른 그림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어서 안타까웠다.
물론 환자 보호자라는 입장에서 상처만 입은 것들만 기억하고, 그들이 올바르게 했던 충고들은 까맣게 기억 저편으로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라도 아직 살 권리가 있는데 그저 망가져버린 사물처럼 대하는 것들을 보자니 안타까웠다.
2.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의 병명을 듣고 난뒤 부부는 의논을 한다.
눈을 적출해서 다만 몇년이라고 더 살릴 것인지. 아니면 그냥 어차피 죽는 다니까 사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지,적출이란 말의 끔찍함 때문에 결국 후자를 택한 부부는 그것을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왜냐면 아이가 암이 퍼져 만신창이가 되고, 고통에 시달릴거라는 걸, 그리고 그것을 보는 것이 끔찍할 거라는 것을 부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자신이 그것을 알았더라면 수술을 했을 것이라며 ,그때서야 병원에 달려가 수술을 해달라고 떼를 쓰지만,이미 늦어서 손을 쓸 수 없었다 한다.
그런데 그 수술을 할건지 말건지 하는 의논을 하는 것을 들은 백일도 안된 아이는 엄마가 어차피 죽을 텐데 수술하지 말자고 하는 말을 듣고서는 며칠간 엄마를 볼때마다 외면을 했다고 한다. 휴,그 말을 읽으니 정말 아이가 가여웠다.
그 아이에게는 소중한 생명인것을,아이가 의사가 빠진 아이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리.
그것을 그 아이도 원했을른지 어떻게 알겠는가?
장님으로 살더라도 세상과 어쩜 맞서 살 수도 있을텐데,하는 생각을 나중에서야 하는 작가를 보면서 그런 안타까움이 더해졌었다.
이 책은 아이가 병에 걸린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그들이 겪을 갈등과 고민들, 후회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작가도 아마 자신의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좋은 충고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기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잃은 뒤,왜 인간의 마음은 돌로 만들어 지지 않느냐고 부부는 절규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혼을 했다고 한다.아마도 서로의 불행을 바라보며 산다는게 생각만큼 쉬운게 아니었었겠지.
심약한 분이거나 최근 부모가 되신 분들에겐 별로 권하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