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상 동문선 현대신서 178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동문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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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을 사랑에 대한 분석이라고 했다면 더 정확할 뻔했다.

물론 단상이란 말이 더 멋지게 들린다는 것을 감안해서 제목을 지었겠지만.

사랑의 시작에서 끝까지 심리들을 단계별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롤랑 바토르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가 글 쓰는 방식들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그래도 그의 날카로운 분석엔" 오호...그랬던가"를 연발하며 들여다 보게 된는 힘이 있었다.

정확하고 통찰력있으며 지적이고 다정하며 매섭다.

괴테의 베르테르의 슬픔을 텍스트로 그만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랑이 이렇게 복잡한 것이었던가 하는 걸 새삼 깨달으면서,이렇게 사랑의 과정 전반을 분석해 내야 겠다는 착상은 어떻게 들은 것인지 궁금해졌다.

사랑을 피해갈 인간은 없을 듯 보이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할 듯 보이지만,특히 실연한 사람에게 할 일이 없다면 상처를 후비고 있느니 일독을 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사랑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면에서 ,특히 자신만의 시각안에 갖혀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사람에겐 유용한 정보 창구가 되어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사람이 열린 자세로 자신을 바라볼 마음이 있는가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사랑이 공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우린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 자신의 머리를 굴린다는...

고로 이 세상엔 사랑에 관한한 피해자나 가해자는 없고, 단지 얼마나 성숙한 당신이 있는가 하는 문제만 남는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를 요하실 것은 내가 이 책을 다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신 분들은 직접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당신의 상태에 따라 느낌과 이해가 다르지 않겠나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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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와이브스 - 산파들
크리스 보잘리언 지음, 박미숙 옮김 / 금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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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치던 어느날 한 임산부가 아이를 낳다 죽는다.

임산부가 죽었다고 확신한 산파는 아기라도 살릴 셈으로 산모의 배를 가르고 아이를 꺼내는데,제왕절개를 하지 않았다면 산모가 죽지 않았을 거란 의문이 제기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그  산파의 딸이 자신의 엄마가 겪은 소송을 나중에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 소설은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위험한 것인가라는 논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산파에 대한 이해를 돕자는 면에서는 진지하지 않고, 자신은 좋은 일을 하자고 했다고 오히려 몰매를 맞게되는 희생양으로서의 산파의 입장을 부각하려 하다 뜬금없이 연애소설--엄마가 변호사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분위기를 내지 않나,중구난방에 가까운 정체성이 의심스런 소설이었다.

왜 이 책이 오프라목록에 들게 되엇을지 심히 실망스런 책이었다.

여자에 대한 이야기었기 때문에?하지만 이 책엔 여자에 대한 이해를 더 하게 되는 그런 것은 없었다.그저 산파가 주인공이고,그 산파가 하는 일이 아이 낳는 일을 도와준다는 것이 여자들과 관련이 있을 뿐.멋진 책이 될 수도 있었는데...삼천포로 빠져서는 횡설수설하다 끝이 나버린 듯한 책.

번역도 약간 수상쩍었고...국선 변호인입니다요.공선 변호인이 아니고.

특히 소송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을 적은 것이기 때문에 소송에 대한 것이 많앗는데,어째 재판 과정이 미심쩍었다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켰다.아마도 작가가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님에도 상상에 의존해 책을 써서 그런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자신이 아직은 살아 있는 여자의 배를 갈랐다는 것을 알게된 주인공이 전혀 동요가 없다는 것도 날 경악시켰다.아무리 좋은 의도었고, 그땐 다른 수가 없었다고 해도,나중에 알고 보니 산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 후에도 어쩜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여주인공에게 몰입을 해서 공감을 하기는 어려웠고, 더군다나 그런 여주인공을 영웅시하는 작가의 태도도 맘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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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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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밀실 살인의 고전으로 살인범을 잡고 보니 오랑우탄이었다는 에드가 알란 포의 <모르가그의 살인사건>이 모티브로 나오는 추리 소설이다.

학회에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여들고,얄미운 사람이 등장해 모두의 미움을 사더니 여지없이 살해된다. V 자 형태로 몸을 꺽고 죽은 그의 시신을 최초로 목격한  화자는 살인의 미스테리를 풀고자 동분서주한다.평소 존경하옵던 보르헤스와 함께.

아이처럼 칼잡이와 추리소설과 단도와 미로와 거울을 좋아했던 보르헤스.

그는 모처럼 맞은 살인게임을 풀 기회에 신나 하면서 단서들을 해독하는데,밀실된 방에서 어떻게 살인자는 사라질 수 있었을까를 두고 포의 소설에 등장하는 <불멸의 오랑우탄>을 떠올려 보지만 그곳은 오랑우탄도 침투가 어려운 호텔 7층! 과연 범인은 누구?

 

좀 재밌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본 책인데 별로였다.

보르헤스를 존경해마지 않는 작가에 의해 그의 흔적이나마(가상이지만) 볼 수 있었다는 것과 그를 좋아해서 작품에 넣고 싶어하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은 흐믓했었지만서도. 

추리 소설작가들과 작품들이 대거 등장해서 살인범을 은근히 가리켜주는 소설이었다.-FINGER POINTING--제래요!하고.

많은 독자들은 살인범을 알아내지 못한 것에 헛점을 찔렸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보르헤스가 알아낸 살인범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누구를 지명하건 " 애가 살인범"이라고 하면 그랬었구나 할 수밖엔 없겠다는 허무함이었다.

작가가 상상하는 머리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다음에야 누가 살인범으로 찍힐 지 알겠는가?

아무래도 내가 CSI를 너무 열심히 들여다 본 모양이다.

증거가 아닌 심증과 상상력만으로 범인을 잡는것으론 이젠 성에 안 차니...

심심했고 아귀가 딱딱 맞는 듯한 기분이 안 들었다.

증거를 주세요,내 그럼 믿어 드리리다.

 

<결론--읽거나 안 읽거나 사는덴 전혀 지장이 없는, 지적인 두뇌 플레이를 할 듯 분위기만 잡다 결론은 허무하게  내려지는, 반내림해 삼류인 추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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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최악의 스토리
루이스 세풀베다.마리오 델가도 아파라인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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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림 형제 최악의 스토리라.

모든 책들의 제목이 이렇게 자상하게 자신의 실체를 설명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목대로 최악의 스토리니 말이다.

독일의 그림 형제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르헨티나의 쌍둥이인 두 파르도가(우리나라로 치면 남사당패 정도?)가 죄충우돌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무대에 서기만 하면 야유를 당했음에도 꿋꿋히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나갔다나 뭐라나.

그외도 여러가지 이야길 다뤘다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웃겼다는데 한번도 웃은 적이 없으며,비애와 냉소와 아이러니와 블랙유머를 느낄 수 있다는데 간에 기별도 안 갔다.

단지 황당함만은 무지하게 많이 느꼈다.

이렇게 이야기 연결이 올곧게 안 되는 책이 처음이라서.

쓸데 없이 장황하기만 한데다,주인공의 이야기도 모래사장의 콩알 마냥 등장했다 사라졌다 한다.

어쨌거나,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1. 세풀베다.당신은 보르헤스가 아닙니다.흉내내지 마셔요.

2. 보르헤스는 아무나 하나?

   횡설수설하고 주석이 달리는 책만 많이 등장시킨다고 해서 다 걸작이 되는건 아니다.

   횡설수설하면서도 이야기 아귀가 맞던 보르헤스가 얼마다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

   닫게 해준 책이었다.

3. 제목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자.

4. 세풀베다는 한물 갔다.

5. 단어를 많이 알아도, 글을 너무도 잘 쓴다해도,멋진 지명들과 아이디어가 넘쳐나도...

   이야기가 연결이 안 되면,상상력이 튀기만 해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한눈에 들어오면

   그것은 좋은 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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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를 추억하며 그르니에 선집 2
장 그르니에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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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너무 늦게 손에 든 감이 있다.한 10여년 전 쯤  장 그르니에의 섬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난 그때 일부러 읽지 않았다.남들이 다 읽는 책은 원래 잘 안 읽는 삐딱선 떄문에.

 그 바보같은 편견 때문에 이제서야 이 책 읽고 나선  지금 아스라이 바라보고 있다.

장그르니에, 그가 이토록 한 인간의 영혼을 영롱히 꿰뚫어 볼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니.가슴이 아련하다.

예전 까뮈의 미완성 소설을 읽는 기억이 난다.그는 수줍게 장그르니에에게 고마움을 표했던 구절이 잊혀 지지 않았는데,까뮈가 왜 그런 글을 썼을 지 이 책을 보니 이해가 된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가?

언젠가 동물 다큐멘타리에서 코끼리 집단의 여정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길을 가다 한 코끼리가 죽자, 한참동안 기다려도 회복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을 했는지,석양이 밀려오는 어스름한 저녁쯤, 다른 살아 있는 코끼리가 죽은 코끼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죽은 코끼리의 몸을 코로 천천히 쓰다듬던데,놀랍게도 죽은 코끼리의  몸을 쓰다 듬는 그 코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그 코끼리가 생각 났다.장 그르니에는 코끼리처럼 천천히 까뮈의 영혼을 더듬고 있었다.아마도 그것이 그르니에 방식의 작별 인사 였을 것이다.

 그리고 장 그르니에를 통해 알게된 카뮈의 모든것들은 그의 인상과 적확히 맞아 떨어 졌다.

신비롭고, 어딘지 동 떨어진 듯하며, 통찰력이 있고, 무언가를 아는 듯한...

그는 사실 사람들이 자신을 무엇이나 다 아는 사람인양 자신을 대하자 몹시 불편해 하고 불쾌해 했다고 한다.그것은 그가 그만큼 허영이 없었다는 말이다.아는 척을 하며 여자를 꼬실 수도 있었을 텐데.그의 성격이 그것은 허용하지는 않았었나 보다.남을 이용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가 더 맘에 든다.
그런 까뮈가 자신의 세계를 다 완성하지 못한채 떠나갔다는 것은 정말로 아쉬운 일이다.
그가 구축한 세계를 보는 것 역시 우리에겐 대단한 기쁨이었을 테니까.카뮈도 죽었고,를 이렇게나 아름답고 가슴아프게 서술한 장 그르니에도 죽었다.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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