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기발한 자살 여행>이나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을 재밌게 보았던 독자로 기대를 하고 집어든 책이다.

물론 그의 비교적 초기작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기 문에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런데 읽고 보니 역시 짐작대로였다.

냉소적이고 인간들을 대체로 삐딱하게 보는 시선들은 다른 그의 책들과 다르지 않았지만, 블랙 유머가 빠져 있었다.

블랙 유머가 빠진 파실린나! 자연스럽지 않는 상상력이 중구난방으로 튀기만 하는 파실린나!

연결이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는 장면 장면들까지 합하니,재미가 없는 파실린나가 탄생하더라!

하!

 

내용은 무인도에 비행기가 불시착하면서 48명의 사람들이 살아 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다.물론 나중에 구조가 어쩌다 되긴 한다.

만약 책 읽는 것이 귀찮다하시는 분들은"내가 무인도에 단체로 떨어진다면 "란 주제로 상상을 해보신다 해도 이 책과 대단히 다르진 않을 것이라 본다.

내용면에서가 아니라 재미 면에서...

마지막에 가서 그들 중 몇몇이 고국으로--그러니까 문명의 세계로--가는 것에 반항을 했다고 그걸 뭐 대단한 문명 사회에 대한 거부의 메시지라고 선전을 하던데.

그래서 어쩌라고? 무인도에 가서 살라고? 그런 말에 설득이 될 독자가 과연 몇몇이나 될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닐 것이라 본다.

소설로써는 그다지 추천할 만한 메시지도 줄거리도 상상력도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책이었다.

다음에 나올 파실린나의 책에나 더 기대를 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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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피오의 꿈
이언 피어스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스키피오의 꿈은 세명의 주인공(만리우스, 올리비에,쥘리앵)들을 내세워  남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의 역사적 부침을  켜켜히 씨줄 날줄처럼 촘촘히 엮어간 약간은 골치 아픈 소설입니다.

5세기 로마가 멸망해 가고 있는 시기의 교주(만리우스),14세기 흑사병이 창궐하던 유럽의 시인(올리비에),20세기 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 고전학자(쥘리앵)들은 만리우스가 쓴 책"스키피오의 꿈'을 매개로 시대를 넘어서 연결이 됩니다.

만리우스의 책을 읽은 올리비에는 그를 이해하고,올리비에의 시를 읽은 쥘리앵은 그 둘을 이해하게 되는 방식이죠.

작가는 각각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연인들(소피아,레베카,줄리아)과 친구들과 우정들을 현실속의 사람들처럼 실감나게 보여주면서,읽어가는 독자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란 ?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신이란? 영혼이란? 진실이란,정의란?..."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 작가가 그런 물음에 어느 정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가  들려주는 그 해답들이 제겐 좀 충격적이었읍니다.

제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들을 그는 한발 앞서 결론까지 내리고 있었거든요.

이성과 영혼의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특히나 그랬지만,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인간의 행동에 대한 통찰력, 지성,우정,보다 적은 희생을 위해 사람들이 취하게 되는 계략들,잔인해서가 아닌 필요하기에 할 수 없이 광폭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정 받고자 하는 열의가 오해를 받고, 비열한 저의가 후대에 고결함으로 추앙받는 과정들,사랑의 광기가 몰고 오는 무책임성, 아름다운 사랑이 보여 주는 이해와 희생,알고자 하는 열의가 가져다주는 문명의 이어짐,유대인들과 이교도들에 대한 기독교들의 박해의 역사들등...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그는 천천히 쉬지 않고 길을 걸어가는 당나귀처럼 꿋꿋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쉽게 써내려 가면서도 격을 잃지 않더라는 것에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요.

역사, 철학, 신학,고고학,인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재밌게 보실 수있을 겁니다.

지적이고,줄거리가  중요하다기 보단 한줄 한줄 씌여진 대화들과 문장들을 음미하며 읽어 가야 하는 쉽진 않은 책이란 것도 염두에 두시길.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작가가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여서,결론이 늘 착하고 기독교적이며 낭만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통찰력과 격조에도 불구하고  통속소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듯 보이네요. 살만 루시디와 비교를 한다면 루시디는 절대 안 착해서 걸작을 만들어 내고,이 작가는 착해서 수작에 그치는게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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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등대로 본문보기 2006/11/24 17:20

지은이 버지니아 울프 | 박희진 옮김
출판사
별점

 
 


버지니아 울프가 현대 지금의 시대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녀가 영문학을 전공해 글을 매끄럽게 쓰는 법을 배우고 ,좋은 편집자도 만나고,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책들속에 묻혀 살며,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지식들을 날마다 습득하고,영화와 미디어도 지겹도록 보고,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당찬 여성들을 흔하게 보았더라면 말이다.

 

그랬다면 그녀의 책이 보다 재밌어 지지 않았을까?

법학책보다 더 재미 없고 지루한 책을 이 세상에 양산해 내다 못해 ,아마도 그런 자신이 지겨워 자살을 했을거야 하는 당돌한 추측을 나로 하여금 하게 하는 그녀의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맙소사.

도무지 얼마나 지루하던지.읽다가 졸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아닌 책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날카로운 예지가 간간히 번득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도무지 이렇게 골때리게 정신 사나운 책을 왜 읽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그녀의  편집자였다면 뭉텅 뭉텅 다듬고 잘라내고, 그녀가 잘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를 집중해서 부각을 시키고,이 인물에서 저 인물로 뜬금 없이 묘사가 넘어가는 방식은 집어 치우라고 권고를 해주겠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도 알 수 없는 이런 중구난방 책을 왜 사람들은 좋다고 하는 것일까.

분명 이 책은 완성도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그다지 볼 만한 책이 전혀 아닌데 말이다.

다시 읽으면 알려나 하는 말은 도저히 빈말이라도 나오지 않는다.

울프가 왜 자살을 했는지,필연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지루한 삶을 살았다면 나라도 다른 삶을 꿈꾸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천재였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삶을 무엇으로 채우는 가는 천재의 예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결국 그녀의 책은 어쩜 후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에서 그치는 운명을 타고 난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그녀가 작가인 책이 아니라 그녀가 주제로 나오는 책들이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줄거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내 탓이 아니란 것을 알려 드리는 바다.

뭘 말하려고 한 것인지를 전혀 모르겠어서 쓸 것이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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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아드 - 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
마릴린 로빈슨 지음, 공경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비교적 얇은 책인데도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감동을 삭여가며 쉬엄쉬엄 읽는라 속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답다"라는 것이 책을 처음 읽어 내려가면서 든 인상이었는데,한줄 한줄 심지어는  불탄 교회를 치우려고 모인 신자들이 비를 맞아가며 일하는 광경을 묘사한 것조차 가슴 뭉클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깜부기라는 단어가 문장안에서  적절하고도  매혹적인 말이 되는 것을 보고선 그 단어에 호감이 생기더라는 희한한 경험도 했다.단어들이 인간처럼 살아 있었다는 말이다.(그런 의미에서 역자의 문장력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라고 커버에 쓰여져 있듯이 이 책은 칠순의 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다.

너무도 사랑하지만, 커가는 동안 옆에 있어 주지 못할 것이 분명한 아들에게 ,에임스 목사는 조곤조곤 그가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아들에게 자신이 깨우친 것들을 건네주고 있었다.

미래의 아들을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엔 없는 것은 에임스 목사의 품위과 겸손,사려 깊음과 언제나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 이성과 신학 사이에서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지성,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때문이었다.

책 내내 깃들여 있던 긴장감은 한치도 누그러들지 않았고,유치하거나,나르시즘에 빠지거나,쓸데 없는 주제로 빠지거나,격이 떨어진다 싶은 구절도  없었으며,삶에 대한 관조와 통찰은 놀라웠고 , 문장의 아름다움은 어느 한 구절도 허투루 읽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작위적인 냄새도 전혀 없어서 ,소설이 아니라 실존했던 목사 에임스가 쓴 편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며, 거기다 감동도 옵션이 아니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쓸 수 있다니,그것도 성경 문구를 잔뜩 (하지만 적절하게 ) 인용하면서도 반발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쓸수 있었으니 ,풀리처상을 탄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적인 냄새가 배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경이 한 종교의 경전임에 앞서 랍비들의 삶에 대한 통찰이 들어 있는 책이란 것을 안다면 이 책이 단지 종교를 설파하기 위한 책이 아니란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계기가 생각났다.

대학생때 필수 교양 과목으로 듣게 된 강좌에서--듣기 전에는 엄청나게 투덜댔던- 해방신학을 배우게 되었었는데 ,그때 느꼈던 것들이 바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의 냉소를 잠재우고,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던 그 강의에서 난  종교라는 것이 어쩜 삶을 더 착하고 진지하며 고뇌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걸 배웠고,그것이 내겐 새로운 차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해석의 틀이 되었었다.

이 책은 바로  내가 어디선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인간적인 삶을 산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런 사람을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작가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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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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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선 흡입력이 있다.

일단 읽기 시작하자 지루하거나 딴 곳에 눈 돌릴 새 없이 내처 읽어 내려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작가는 군더더기 없이, 자유 자재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통속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함정들을 용케 빠져나가면서 긴장감있는 소설을 만들어 냈다.

작가가 30살에 쓴 책이라는데 문학신동이란 소릴 듣는 이유를 알것 같다.

심오한 통찰력만 있다면 수작 소리를 들었을 만한 소설이지만,그렇지 않다 해도 30살에 이렇게 세상을 볼 수 있었고 그걸 묘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악소리가 난다.

(하지만 그녀가 아직 젊다는 것이 오히려 다음 작품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궁금했다.이런 무게를 유지하거나 ,아님 성장을 할수 있을련지 아니면, 너무 일찍 성공을 한 탓에 그냥 명성에 묻힐 지 말이다.)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둘러싼 두 가족의 초상을 그려낸 것이다.

어릴적 만난 알마라는 여인에 대한 사랑을 80평생 간직하며 살아가는 레오와 아빠가 돌아 가신뒤 그 빈자리를 메우려 노력하는 알마라는 소녀가 "사랑의 역사"라는 레오가 젊은 날 쓴 책을 매걔로 조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과장이 없어서 부담감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난  한 사람의 인생에서 "섹스 앤 시티" 나오는 사람들처럼 양말 벗어 제끼듯이 여러 사람들을진정으로 사랑을 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감정적으로 불가능하다--여기에 나오는 레오처럼 일생을 한 여인만을 바라보면 살아가는 것을 권장할 만한 사랑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뭐랄까.

사랑이 가벼운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점에선 공감이 되었다.

그래야만 한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

우리 인간이 원래 그런 족속들이라고...난 그렇게 생각하기에.

한번 읽어 보심도 좋을 듯해 줄거리는 일부러 짧게 썼다.

여성 취향이고,조금은 지적이며,대체로 슬픈 톤이고,심오한 철학적인 내용은 아니며,절대 자극적&에로틱한 이야기는 아니니 본인의 취향일듯 하다고 짐작이 되시는 분들은 읽어 보심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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