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의 노래 1 - 도도가 들려주는 자연의 생존과 종말 이야기 김영사 모던&클래식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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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에 나오는 멸종된 새 도도 이야기중 하나.

그 새는 얼마나 잡기 쉬운지  한 놈을 잡아놓기만 하면 그놈이 질러 대는 소리를  듣고 다른 도도새들이 동료를 구한다고 우르르 몰려 나오는 것을 줍기만 하면  됐단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 멍청하긴" 하면 하하 겉으로 웃긴 했지만  속으로는 어째 그 새가 날 닮았다는 생각에 은근히 켕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1600년대에 이미 몽조리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는 이 새가 짠하게 다가온다.

나야 그저 인간으로 태어난 이유로 아직 멸종이 안 되었지만, 몇 백년전 모리셔스 섬에서 살찌고 날개도 없으며 깃털이라고는 달랑 장식으로 몇개 달고서  새라고 빡빡 우기는 도도였다면 ,필시 나도 그 우르르중 하나였을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런데 우린 인간은 도도와  다르게 행동을 할까?

만약 어느날 외계인이 우리 가족들을 잡아 가려 한다면 우리도 우르르 달려들지 않겠나 말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멸종이 되가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쓴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재미 없을 것 같지만,이 책의 기묘하고도 엉뚱한 점은 무지하게 재밌다는 것이다.

사실 우린 살아 가는 것만도 벅찬 인생들이라, 다른 종들이 멸종되어 가는 것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게 보통이다.하지만, 생이 좀 뻑뻑하다고 한 들 우리가 이 지구에 혼자만 살 수는 없는거 아니겠는가?

뭔가 멸종 되가고 있다거나,희귀종이 되었다고 하면 관심이 생기면서 "더 열심히 살아봐" 하고 맘속으로 응원 정도는 하는 것이 인지 상정! 감상일 뿐일수도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작가가 발로 세계 여기 저기를 열심히 뛰어 다니고 피나게 공부를 해서 멸종의 메카니즘에 대해 이성적으로 들려주고 있으니 감상뿐인 우리들은 그저 듣기만 하면 된다.

더군다나 이 작가는 얼마나 글을 잘 쓰던지 내가 읽고 있는 것이 멸종에 관한 심각하고 지루하며 복잡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책을 읽은 기념으로 멸종의 메카니즘을 간략히 서술한다면.

멸종이 되는 종들의 90%가 섬에서 산다고 한다.

그들은 개체수도 적지만, 작은 평수에서 복작대며 살다보니 자칫 조그만 충격에도 회복을 못한 채 멸종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그러니 그들이 희귀종이 되기 전에 신경을 써야지 희귀종이 되고 나면 이미 멸종으로 들어섰다고 보면 된단다.

감탄스러운 것은 이 작가는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다윈을 위시해 많은 과학자들과 논문들과 일화들을 시의적절하게 교묘히 접목해 들려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결 같이 재미나고 매혹적이며 흥미 진진하게 풀어내는 통에,어려운 논문이나 ,멸종이 되어 버린 동물을 찾아 오지로 떠난 이야기나, 그가 만난 미친 과학자들이나 다 귀가 솔깃했다.

어디서나 뭔가 흥미롭거나 이면을 것들을 감지하고 잡아 내는 천부적인 저널리스트의 눈을 가진 작가이고 보니 그냥 그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는 편리함이 있었다.

 

재미 있게 읽었다.책장을 덮고 나니 별로 기억이 나는 것이 없긴 했지만, 그건 아마도 (인정하긴 싫지만) 내 탓일 것이다.멸종에 대해 내가 강조를 해봤자 별로 대세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아서 그것에 대해서도 조용히 넘어가겠다.혹시 다양한 동물에 관한 지성적이고 재밌으며 매혹적인 책을 읽고 싶다,라는 충동이 드신다면 한번 읽어 보시길.

1권만 읽으셔도 좋다.2권은 약간 지루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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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노래 - 흑인 노예해방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증언
프레더릭 더글러스 지음, 안유회 옮김 / 모티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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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150년 전만 해도 이런 일들이 있었단 말이지..라는 생각을 하면 읽어 내려갔다.

미국 흑인 노예었다가 자유를 찾아 탈출한 프레드릭 더글라스가 자신의 일생을 구술한 것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뿌리라는 영화는 낭만적인 가짜란 생각이 들 정도로 흑인 노예들이 겪는 고초들은 끔찍했다.

그럼 그렇지.

그 당시에 노예를 인간 대접해줘야 한다는 발상을 할 정도로 깨인 인간들이 얼마나 됐겠어?

습관이나 관례,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들이 얼마나 인간의 이성을 잠재우는지.

인간의 이성 뿐만이 아니라 심성은 다 어디로 실종을 하는 것인지...

잔학하다는 말은 부족하고,짐승을 다루는 것보다 더 혹독하게 흑인 노예를 다루는 농장주와 그에 맞서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노예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쓰여져 있는 책이다.

배운것은 없지만 너무도 예민하고 통찰력있으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힘으로 깨우친 더글라스의 증언을 들으면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인간은 이런 것이다.

노예를 잔인하게 다루는 주인이 있는가하면, 그런 학대에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노예가 있다는 것 말이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그리고 배움의 차이를 떠나 인간의 고귀함은 타고 태어 난다는 내 본래의 지론을 확인하게 된 책이기도 했다.

자유를 찾게 된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도...

좀 잔인해서,비위가 약하신 분들에겐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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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로부터의 비망록 패러독스 12
율리우스 푸치크 지음, 박수현 옮김 / 모티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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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산당원으로 지하 활동을 하다 나찌에게 붙들려 교수형에 처해진 작가가 감옥에 수감이 되고 나서 부터 죽기 직전까지 몰래 남긴 글을 모은 것이다.

제목에서 카프카가 연상이 되어서 기피했던 책인데, 이웃분이 좋다고 해서 보게 되었다.

보고 나서는 왜 진작 보지 않았을까 하고 자책을 했다.

버릴 것이 없는,아름다운 책이었기에...

 

한 고결한 영혼을 지닌 인간의 신념과 그가 목숨을 버려가면서 지켜내고 싶어하던 좋은 세상 ,인간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박혀 있는 감동적인 책이다.

고문을 당하면서 아버지 어머니 왜 절 이렇게 강하게 키우셨나요?라고 말하는 율리를 보면서 짠했다.

강해서 아름다웠던 한 사내의 거짓없는 절절한 독백이 얇은  책 사이 사이로 유려하게 유감없이 서술되고 있다.

서정적이고,군더더기 없이--종이 한장, 연필 한자루 가지고 쓰려니 얼마나 압축을 해서 써내려 갔었겠는가?--여백이 살아있는 생생한 글을 남기고 간 율리.

갑자기 울컥하게 만들고,입을 삐죽대다가 한숨섞인 탄사와 눈물이 흐르게 한다.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란 힘들것이다.원래 그의 글이 그렇다.

 잔혹함이나 찢어지는 슬픔이 없는 절제된 묘사에도 불구하고 ...

이 지구가 이젠 이런 고귀한 인간들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우울하다.

고결하고 이타적이며 인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친  마지막 영웅들의 투쟁기.

감옥에 갖혀 고문을 당한 율리를 위해 종이를 주고 그 글을 모아 이 책을 내도록 해준 감옥의 간수를 보면서,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고 믿고 싶어졌다.

결국 인간적인것이,인간을 배려한다는 것만이 영원히 인간의 마음에 남아 영혼에 새겨질 거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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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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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가 별로여서 ,이 책도 그다지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하지만 이거 왠일이란 말이냐.읽어내려가면서 별 다섯개! 를 외치고 있을만큼  재밌다.
프랑스 소설의 특유의 선량함과 약간의 신랄함,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해결 하려는 태도,장자크 상페의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묘사와 안나 가발다 특유의 아기자기함,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따스한 정들이 넘치는 매력적이 책이었다.
너무도 매력적이라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사실 인생의 낙오자, 실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들은 넘쳐 난다.
그런 의미에서 별로 신선할 것도 없는 소재--세명의 낙오자들이 우연히 한 아파트에서 동거를 하게 되다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에서 신선함과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다니.가발다에게 감사 카드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다.
종종 예기치 않게 이런 책을 만난다는 것이 내겐 뜻밖의 횡재인 동시에 책을 계속 읽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 작가가 한국에 온다고 하면 아마 싸인을 받겠다고 수줍게 서있을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이 마냥 사랑스러웠다.

 천재화가의 재능을 타고 났지만 자신을 파괴하는 선택만을 골라 한 결과 삶을 포기한채 살고 있는 청소부 카미유와 입이 험해서 딱 깡패처럼 보이는 요리사 프랑크,그리고 귀족 가문의 영광스런 과거에 짓눌려 기죽은 채 항우울증약에 의존해 살고 있는 필리베르 세사람은  살아야 겠다는 의미도 상실한 채 그날 그날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우연히 필리베르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그후 그들의 인생에도 변화란 것이 찾아 오는데...과거도 취향도 현재도 다른 세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게 되면서 자신의 가족보다 더한 정을 나누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가는 과정들이 가슴 찡한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다른 장점은 작가가  좋아하는 책이나 그림,음악, 영화등에 대한 생각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상페의 그림을 보면서 상페가 자신이 표현하려는 것들을 너무도 쉽게 묘사한다고 부러워 하는 장면이나 뒤러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을 보는 것은  새로운 지적 자극거리였다.
사실 그녀 역시 어려워 보이지 않는 묘사 몇 개로  삶을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눈앞에 보이는 듯이 묘사해내는 데엔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작가였다.상상력도 대단해서 책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살아서 말하고 움직이는 듯하다.그런 그녀가 그녀만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프랑스의 현재 문화의 모습을 살짝 엿보게 해주었는데,그것을 읽는 것도  만만찮은 재미였다.
다음은 그녀가 상페의 그림을 보면서  묘사한 것인데, 이 글을 보면서 안나 가발다와 상페 둘의 성격을 어느정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 "세월이 흘렀고나는 다른 남자와 인생을 다시 시작했어.하지만 말이야 로베르토,난 당신을잊은 적이 없어."부인은 과자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남자가 갓 구워낸 바라루아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모자였다.
그저 펜촉으로 두세번 살짝 스치듯이 잉크 자국을 냈을 뿐인데, 부인의 속눈썹이 팔락 팔락 움직이는게 보였다.게다가 그 눈에는 옛사랑에 대한 미련에서 오는 나른한 우수가 어려 있었고,자기에게 아직도 성적 매력이 있는 줄 알고 있는 아줌마들,파리 교외의 소읍을 주름 잡으며 스스로를 애바 가드너 쯤으로 여기는 여자들, 흰머리를 염색으로 감추는 나이에 아직도 자기에게 남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의 지독한 태연함이 배여 있었다.>

                                                                                 ---장자크 상페,복잡한 속셈---

 한적함, 보듬어 안는 인간의 정과 따스함이 있는 책이다.그리고 가발다의 인생을 이해하는 마음과 선량한 시선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책이기도 했고.서로를 아끼는 넉넉한 마음들이 이뤄내는 기적을 보고 싶거나, 타인에게 마음의 공간 비워두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통속 소설과 같은 결말이지만, 통속소설에는 없는 격이 있으며, 단문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장면들이 할 말은 다 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지적이며 훌륭한 묘사 역시 압권이다.

여성분들에게 특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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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용경식 옮김 / 청미래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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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가 서른살에 펴낸 첫번째 소설이라는 것이 불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 작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문장력이면 데뷔소설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할거야라고 중얼거리면서.

............

그런데 데뷔작은 데뷔작이었다.

12개의 단편 소설들로 두서없이 묶여진 이 책엔 행복하거나 정상적이거나 극단적이지 않는 사람들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컬트 영화에 등장하는 듯한 장면들과 등장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들은 어지러운 꿈을 꾸는 듯 보기 흉하게 전개 되고 있었다.

물론 가끔 가다 번뜩이는 상상력과 문장력들이 그녀가 나중에 대성할 만한 싹이 있음을 보여 주긴 했지만, 그걸로 이 책이 좋다고 하기엔 무리었다.

난 그녀의 책을 3권을 읽었는데, 그녀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한 4년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놀랐다.

냉소적이고, 도도하며,이기적이고,즉각적이며,세상에 상처를 받느니 믿지를 않겠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의 메마름이 2004년에 나온 그녀의 책에선 말끔히 사라졌으니 말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떤 것이 거짓일까?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타협을 한 것인지--냉소적인 책은 많이 안 팔려!--하면서.

아님 30살에 쓴 그녀의 책이 데뷔를 의식한 자의식 과잉의 책이여서 그런 것일지 궁금했다.

어떤 것이 진짜일까?

아님, 어느정도의 성공을 거두면서 가발다의 세상을 보는 인식이 행복해지고 따뜻해 진 것일까?

그래도 어쨌거나 단 4년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놀랍다.

주로 이렇게 책 내용보단 작가에게 더 관심이 쏠릴 수 밖엔 없는 책이었다.

책 자체에서 별로 감동을 받을 만한 것이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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