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기도
레이첼 나오미 리멘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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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적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삶의 충만함에 대해 서술한 책.할아버지의 유산이라고 해야 할까?

축복과 인내,사랑과 보이지 않는 힘을 신뢰하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저자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한다.
소아과 의사로,그리고는 정신과 의사로 암을 앓는 사람들와 정신이 병들어 버린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본인이 알게된 인생의 신비 역시 들려 주고.
그런데 본인이 소위 기적이나 인간의 사랑이 보여주는 치유력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할지 아니면 자신이 본 대로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린 이제 이성적이거나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이 아닌 것들을 더 이상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 작가가 말하듯이 그런 기적들은 분명히 있지만,영혼을 말하는 것이 금기이듯,기적을 말하는 것도 네가 아무리 그걸 겪었다해도 말하지 말라는 것,아니 말해도들어 줄 순 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는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 분위기다.
그래서 ,기적을 자신이 겪는다 해도 인정하기도,발설하기도 힘든게 아닌가 한다.고로 의사로써 작가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영혼을 믿고 기적과 축복을 믿는 순진한 아줌마의 경험담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많았음에도 이런 글을 쓴 작가가 대단해 보인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아닌가는 개인에게 달린 문제다.나 역시 그런 문제에 대해선 공식적,객관적으로 물음표를 표할 뿐이다.

하지만,이런 책을 읽는다고 사람들의 인생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 작가에게 미안한 기분이 내내 들었다.누군가의 절실한 진실도 남들에게 그렇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에...소박하고 따스한 이야기가 다정하단 것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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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혜원세계문학 18
단테 / 혜원출판사 / 199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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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읽어가는 내내 했다.

어떤 인간이기에 자신이 평생 지켜 본 사람들을 분류해서 체계적으로 지옥과 연옥,그리고천국으로 보내 버리자는 생각을 한 것일까.

평소 자신이 하고픈대로 하고 살았던 사람들을 향한 이 얼마나 통쾌하고 교묘한 복수란 말이냐.너 두고 보자며 이를 갈다가 이렇게 영원히 문학사에 남을 책에 그가 저지른 악행과 더불어 지옥으로 그것도 처절한 응징을 당하고 있는 모습으로 남겼으니 말이다.

읽으면서 나도 한번 따라 하고픈 충동이 일던데 그러면 정말 신 날것 같았다.

 

어쨌거나 1300년대의 사람이 쓴 책이라고해서 오랫동안 꺼린 책이었는데 ,읽어보니 그다지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시공을 초월해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면 고개가 끄덕여 지는 통찰력이 살아 있는 격조가 있는 책이었다.

이런 책을 잘 안 읽는다는 것에 알려주고 싶은 맘에 생길 정도로 말이다.

 

줄거리는 단테가 존경해 마지 않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전생에 지은 죄에 따라 지옥과 연옥의 층계별로  분류해 들어가 있는 영혼들을 찾아 간다는 것이다.(베르길리우스는 천국에는 방문이 허용되지 않아 그때부터는 단테의 천상의 연인 베아트리아체가 나서서 안내를 맏는다,그런데 이렇게 적고 보니 단테는 주로 베씨를 좋아했구만.)

지옥과 연옥에 가 있는 영혼들의 사연들을 보면서 과거의 인간들도 현재의 인간들 못지 않게 잔인한 면에서는 창의력이 있었구나 하는 것들을 알 수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잔인,탐욕,무지,그리고 욕망,무절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엄격하다는 것도 --어찌 보면 더 엄격하단 생각이 든다--역시 놀라운 일이었다.

인간의 본성이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인간이라면 목을 마를때 물을 원하듯이 지식을 갈구 한다는 말처럼,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염원들도 변하지 않는 성질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단테는 현재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순진하고 진지하며 뛰어난 지성과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그가 현대에 살았다면 그가 그려낸 지옥과 연옥의 모습이 덜 잔인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마도 구성원들의 멤버도 좀 다르게 구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통찰력있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려 준다.

단지 좀 장황하고,쓸 데 없는 잔 말이 많고,지옥이나 연옥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이젠 누구도 성경에 새겨진 글을 다 옳다고 여기진 않으니까--성경과 신화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며,구태의연한 점들도 눈에 뜨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이탈리아가 자랑하고 사랑해 마지 않는 이 천재의 숨을 고백록을 한번 들여다 보시는 것도 좋지 않겠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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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 시그마 북스 024 시그마 북스 24
대쉴 해미트 지음, 김희균 옮김 / 시공사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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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선정 영미 소설 100안에 들어 있길래 호기심에 읽어 보았다.

몰타의 매.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있는 제목.

하지만 읽어 보니 대략 실망이었다.

중세의 보물인 몰타의 매라는 조각상을 차지 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미모의 여인과 갱단의 두목,그리고 그 사이에서 머리를 열심히 굴리는 바람둥이 사립 탐정의 이야기.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땐 신선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젠 넘쳐나는 탐정물 속에서 식상하게 느껴지는 인물들과 전개방식들로 시시하게 느껴졌다.

몰타의 매라는 조각상을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갖고 싶어한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없었고.

아무 이유 없이 연쇄 살인을 했다더라 해야 겨우 눈길이  가는 세상이니.

조각상 하나때문에 점잖게 총들고 설쳐대는 걸로는 약발도 안 먹힌다.

그래도,제목만은 여전히 근사하다.

" THE MALTESE FALCON " 불후의 제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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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 루시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유혜경 옮김, 아순 발솔라 그림 / 책씨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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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를 산다는 벼룩의 일족인 루시카는 자신의 천분이 발레리나란 것을 출생 즉시 알아 채곤 모든 벼룩들이 춤꾼이라는 러시아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여행을 나선다.

그런 그녀(?)의 지난한(?)여정을 그린 책이다.

벼룩을 폄하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폄하하고픈 생각은 무지 많기 때문에 여기서 리뷰를 그치려 한다.

이런 책만 계속 읽어대다간 내 성질이 조만간 확실하게 버리겠단 생각에 두려워졌다는 말만 하고 넘어 가겠다.

누군가는 벼룩주제에 자신의 천분을 찾겠다면서 이렇게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린 인간도 자신의 천분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역자말로는 숨겨지 자아를 발견하고,새로운 희망이 용솟음 치는걸 느낄며, 우리 자신을 위해 박수를 칠 생각이 들거라구 하던데 ,아마도 우리가 같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지 싶다.

<35세 이상이 된 사람은 읽지 마시오.>라는 딱지를 체계화하면 어떨까?

이 책처럼 때론 그런 경고도 유용할 때가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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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네야 테르시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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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어느날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와 대화가 그리운 고등학교 1학년인 가브리엘은 언제나 자신의 굳건한 친구가 되어주었던  그에게 편지를 쓴다.어디로 부쳐야 하는지도 딱히 알지 못한채...

 

아버지의 갑작스런 자살,그의 자살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 엄마는 아들에게 정직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해줄 수가 없어 집안은 어색한 침묵으로 채워진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과 여자친구와의 애정전선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문제들로 그렇잖아도 혼란 스러운 가브리엘,그는 그런 고민을 일기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에 풀어 놓지만 어디서도 해답을 오지 않는데...

 

결혼 생활 내내 바람을 피우다 아내의 결별 선언에 자살을 해버린 아빠, 그것이 자신의 책임이라 굳게 믿는 엄마는 마음을 닫아 버리고, 그 와중에서 사랑하는 아빠를 영문도 모른채 잃었다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이 결국 진실을 알아내고 엄마를 위로한다는 줄거리의 책이다.

이 책이 별로 였던 이유는 ...

1.바람을 피다 이혼을 당하게 되자 자살을 했다는 사람의  이야기.

나이가 들어도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저리치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물이 날 정도로 들어서 굳이 하나 더 알아야 필요를 못 느꼈다.

그걸 몽땅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엄마를 보면서도 짜증이 났고.좀 더 현명할 순 없을까.

남편이 바람을 피는 것도,자살을 하는 것도 다 아내 탓이란 말이지...

유럽에서도 아직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2.가브리엘이란 소년이 그럴 듯하지 않았다.

노벨상을 받은 마르께스를 이해하고 좋아할 정도의 고등학생이라면 감수성이나 행동 면에서 이 아이보단 더 빠릿빠릿해야 이치에 닿는다. 이렇게 둔한 아이가 마르께스를 이해한다고?

NO WAY!

3.엄마의 죄책감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이 여잔 바본거야?) 즉각적으로 그건 엄마 탓이 아니여요라면서 어른들을 다독거리는 아들 역시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한숨이 나왔다.

좀 그럴 듯하면 어디가 덧나나?

4.지루하고 뻔하며 감동을 우려 내기 위한 어설픈 전개. 이렇게 치밀하지 못한 책을 보면 요즘은 사기를 당한 듯하 기분이 든다.

 

가브리엘은 자신의 모습을 찾았을까? 

전혀 궁금하지 않다.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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