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정원
존 베런트 지음, 정영문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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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먼저 봤는데,이 책의 매력을 다 살리진  못한 듯하다.

미국 남부의 서배너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 홀려 그곳에 터를 잡고 8년을 살았던 양키 작가가 쓴 '서배너 이야기'이다.미국 남부 도시의 끈끈하고  퇴폐적이며 패쇄적이고 오만한 정취를 읽는 동안 감지가 될 정도로  유려하고 매끈하게 잘 쓴 책이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 눈엔 아름다운 마을에 불과했을 서배너를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보이게 만든 이 작가의 글솜씨는 가히 눈여겨 볼만했다.

 제목이 거창해서 무슨 아담과 이브의 원죄를 들먹어야 할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지만 사실은 다른 도시와 담을 쌓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아가는 한 작은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만하고 퍠쇄적이라 우리끼리만으로도 잘 산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살아가는 미국 남부의 작은 도시 서배너, 그곳에서 작가가 만난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가 남창 애인을 쏴죽이고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재판을 받는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긴 하지만 재판 과정 보다는 이 재판을 둘러싼 인물들의 면면들이 화려하고 통찰력있게 다루어져 있다.
서배너라는 도시의 특성이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곳과는 완연히 달랐다.마치 19세기의 남부 소설속에서나 나올듯한 시대 착오적인 사람들 투성이라고나 할까.
시대 착오적이지만,매력적이고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할만큼 매혹적이었다.소설속의 허구의 인물들이라고 해도 대단하다고 할텐데, 다 살아 있는 인물들이라니...


게다가 마치 자신이 걸어다니는 곳곳의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흡인하는 듯한 작가의 예민함과 특유의 다정함도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해 주는 요인이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으로의 은밀한 여행이라고 책 표지에 나와있지만 ,그 보단 다양하고 매혹적인 ,그러나 이젠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사람들이 실제로 출연하는 연극처럼 보여진다.철저한 사기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변호사 아저씨,과거의 영화에 사로잡혀 사는 부호의 아내,스트립쇼를 하는 여장 남자, 저렴한 가격으로 저주를 내려주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는 부두교 여사제,70이 넘은 나이에도 음악이 필요하단 곳이라면 어디나 가서 피아노를 쳐주는 할머니, 거만하고 패쇄적인 백인 상류층의 위선과 우스꽝스런 작태들이 유연하게,하지만 신랄하게 묘사되어 있는 이 책을 보면서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바로 이 모든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고 지을 것이건 간에 그들이 바탕은 선한 사람이라는 것과 미워할 수 없을 만치 매력적이라는 것을 작가가 잘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벽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세세하게 잘 포착이 되어 있는 것과 도덕이나 윤리를 내세우기에 앞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작가의 시선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매우 유쾌하고 재밌으며 모순이 없이 잘 쓰여진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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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개
캐롤린 파크허스트 지음, 공경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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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자 때문에 고른 책이었다.공경희 님이 번역한 책은 대체로 읽을 만 했기에.그런데 알고보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더라 ,툭 하고.

 줄거리는 언어학자인 남편이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을 본 유일한 목격자 개 로렐라이에게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가를 물어 보려고 언어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1년동안 휴직을 한 그는 개를 가르치면서 아내와의 결혼 생활을 되집어 보는데,과연 아내의 죽음은 사고사였을까?
아내가 어쩌다 죽었는지 ,아마도 자살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개한테 밖엔 물어볼 수 없는 남편의 비애가 안타까워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단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병적인 징후가 뚜렷한 아내를 그냥 두고 보았고, 그런 성격을 의심하기 보단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참으면 어떻게 되겠지 하다 아내가 자살하는 것을 겪게 되고,그 후에 가슴을 치면서 뭐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하고 고민하는 이 남자가 미련해 보였다.
지루하고, 설득력도 없으며, 이야기는 산만하고,쓸데 없는 군더더기 투성이고,정작 들어줄 말은 별로 없다.아니 거의 없다.
소통의 부재를 그렸다고 선전을 하는 것 같은데...
그보단 부부가 같이 산다해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가 하는 것에 대한 보고서라고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지만, 서로를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쓸쓸한 이야기였다.
사람들 간에 사랑이 중요한 것일까 아님, 이해가 더 중요한 것일까.
사랑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그것이 상대를 알기 전에 그저 사랑에 빠지는 것만을 좋아해서 그런 것일까,아님 다른 이를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대체로 지난한 것이기에 구조상 그럴 수 밖엔 없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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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 - 상
메리언 키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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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완벽한 로맨스 소설이다. 흠잡을 데가 없다.

아일랜드에 잡지를 창간하기 위해 급조된 사람들이 벌이는 연애담이자 살아가는 이야기인데,처음에는 싸가지 없거나 ,푼수처럼 보이거나, 바람둥이 처럼 보이거나 ,완벽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흥미로움을 더해가는 재밌는 책이다.

올해 나온 로맨스 소설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인물들 모두 매력적이고, 과장이 없으며, 인물 하나 하나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데에도 모순이 없고 ,마치 아는 사람들인것처럼 설득적이며, 착한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가고, 불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끝을 맺는 구조도 맘에 든다.
물론 현실에서야 어디 그런가? 만은 소설속에서라도 그래야 잠자리가 편한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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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불났어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한기욱 옮김 / 창비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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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하는 작가인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그의 책을 몇몇권 읽었던 기억이 난다.아~~~! 그 작가!

책 뒤편을 보니 그에 대한 호평들이 넘쳐난다.
심지어는 살만 루시디까지 나서서.(이해가 안 되는 것은   살만 루시디는 다른 이들의 책에 대해선 늘 평이 후하다는 것이다.그의 책에서 보여지는 그의 날카로운 지성이 어디로 실종이 된 것인지 ,아니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성격이 알고보면  여려서인지,그도 아니면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 평가해서인지,아님 다른 작가들의 책이 자신의 책보단 형편없다는 것에 저의기 안심이 되어서인지 ,자신의 책에 대한 가혹한 처사에 상처를 받아 너그러워지기로 한것인지,그를 만나면 묻고 싶은 질문중 하나다.)

어쨌거나,..지난번 그의 책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 느낌이다.
평이 부풀려 졌다는 것.
그는 네루다도,도스토예프스키도 될 수 없다.(여긴 그렇다고 써있다.)
막힘 없이 주르르 굴러가는 듯이 글을 잘 쓴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인간미가 없다.
인간을 통찰하는 면도 부족해서 그가 그려내는 사람들이나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질 않았다.
인간의 극악과 선함을 어중띠게 바라보고 있으며,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힘이 모자라고,등장 인물들도 어설프고 설득력이 떨어진다.한마디로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내용은 칠레의 군사정권 시대의 암울함을 그려낸 단편들인데,이 책을 읽으면서 임철우의 붉은 방이 자연스레 떠오르더라.차라리 그의 책이  낫던데...
그런데 왜 우린  임 철우에게  세계적이란 수식어를 붙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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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코 -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동물들의 신비한 생존전략!
크누트 슈미트 닐센 지음, 이한중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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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생리학분야에서 전설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다는 저자의 회고담이다.

노르웨이 태생으로 자신의 호기심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데 평생을 보낸 저자가 그의 업적과 사생활을 알기 쉽고 유머스러우며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지금은 상식처럼 알려진 것들이 그를 비롯한 동료 과학자들이 20세기에 들어서 하나 하나 흔치 않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밝혀낸 사실이란 것이 신기했다.

가령 오징어가 기분에 따라 순식간에 색깔을 바꾸는 경로라던지,낙타가 사막에서 물 없이도 잘 버티는 것,황제 펭귄이 남극에서 안 먹고 100일동안 새끼를 돌 볼수 있는 것 ,바다새들이 바닷물을 먹고도 죽지 않는 까닭등이 모두 이 분들이 연구해서 알아낸 결과라고 한다.

 그러한 과학적인 성과도 재밌지만 ,다른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2차대전 때 ,유명한 닐스 보어가 머리가 너무 커서 맞는 헤드폰이 없었단 것과 그래서 폭격기를 타고 도망 가던 중,산소공급 스위치를 켜라는 말을 못들어서 기절을 했다는 것과(머리가 커서 이런 낭패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긴 처음 듣는다.) 서명이 너무 엉망이라 본명을 쓰나 가명을 쓰나 (심지어는 자신도 )못 알아 봤다는 이야기, 연합국에서 그를 도피시키려고 가명을 쓰고 보디 가드를 붙여주며 난리 버거지를 피우고 있는 동안 그는 내내 가방에 커다랗게 닐스 보어라고 쓰고는 돌아 다녔더란 이야기는 자자손손 들려줘도 재밌을 것 같다.

2차대전때 과학자들이 레지스탕스의 일을 도왔다던 이야기도 처음 들었는데, 그들은 동료 학자가 "그 일때문에"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하면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냥 내주었다고 한다.
만약 지금 전쟁이 나면 그런 일들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좀 안타까운 것은 그의 사생활과 그의 업적이 섞여 있어서 뭐가 중점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사생활? --미안한 말이지만 ,별거 없다.
그의 과학적 업적?--미안한 말이지만 ,자세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잘 쓴 책이긴 한데,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냥 시간이 나시고,동물을 좋아하시며,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좀 알고 싶으시다면  한번 보셔도 좋을 듯한 책이다.

심각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
참!이 분이 젊었을때 인도에서 점쟁이를 만났는데, 84세에 심장마비로 죽을 것이라고 했단다.흠,그 예언이 맞았는지 알아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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