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일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1.예수가 천재라는 것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까?예수가 신의 자식이건 사람의 자식이건 말이다.
그가 인류가 배출해 낸 4대 성인중 한 사람이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주절댄 몇마디 되지 않는 말들이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다는 것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성경을 읽어보면 금방 파악이 안 되나?그가 천재라는 것이?

 2.예수의 서른 세해를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소설들은 많다.
그의 일생이 작가들에게 끊임 없는 영감을 주는 모양인데, 그 상상력이 이 책처럼 처참하게 실패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짜증이 날 정도다.참신한 상상력의 부재가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었다.
예수의 <광야의 40일 시련>을 기본 소재로 한 것이다.
사람이 단식을 할 경우 최대 버틸 수 있는 기간이 30일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뭔가를 얻으러 광야로 갔던 예수가 단식 30일 만에 죽었는데 신의 개입으로 부활 했다는 것.
예수가 기도를 하러 간 광야의 동굴에는 개차반 상인(아내를 무시하고 다른 아내를 강간하는)과 그의 아내, 10년간 아이를 낳지 못해 고민을 하다 개차반의  강간으로 아이를 잉태하는 여자,암에 걸린 사람, 노인, 병어리 행세를 하나 사실은 도둑놈인 사람등이 모이게 된다.
그들은 예수의 죽은 것을 보고 매장한 뒤 헤어지는데, 그 중 개차반 상인이 예수가 부활 해 돌아 다니는 것을 보고는 그를 따라 간다는 것이 줄거리다.
경배 해서가 아니라 예수의 "말"을 파는데 자신이 일조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꿈에 부풀어서...
성경을 재해석해 모독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책이었는데,기독교 신자도 아닌 내가 불쾌할 정도었으니 기독교 국가에선 어떻게 받아 들여 졌을지가 궁금한 부분이다.

즉,예수와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조롱처럼 들리는 책이었다.하지만 그건 뭐 봐줄 수 있다. 내가 독실한 신자도 아니고 말야.
내가 봐줄 수 없는 것은 예수에 대한 몰이해였다.
평범이 작가가 상상하는 예수는 평범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예수를 그저 순진해서  제사장들이 하는 말이라면 다 믿는 꼬마로,그래서 교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로 묘사를 하던데,아이라고 무조건 멍청하다는 자체가 오산이다.
또 단식 중 그에게 음식을 주려는 사람들을 마귀로 모는 등 예수를 정신분열증세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그리는 것도 맘에 안 들었다.

천재들의 내면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길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의 힘이라도 가능하다.신의 힘이 개입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 작가가 몰이해가 우스웠다.
거기에  그는 예수를 무능한 사람이지만,어쩌다 신이 내린 계시를 전달하게된  말 전달자로 전락시킨다.예수가 가진 인간에 대한 사랑은 무시를 한 채...
인간에 대한 사랑은 어디 신만이 가능한 것인가?
인간이 다른 모든 인간들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생각해 내서  전파한다는게 ,그것이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이라는것이 이 작가는 안 믿겨지는 모양이었다.
자신 만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을 상상하는게 그렇게도 어려운가 ? 하는 씁쓸함이 들었다.
예수는 진정한 천재로 ,인간이 대한 사랑의 지평을 넓힌 사람이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가끔씩 인간종들도 그런 인간을 만들어 낸다.신이 아니라도...

 이 책에 대해 역자는 '새로운 시야가 열린 듯한 느낌이었다'고 쓰고 있던데,진짜로 그런 느낌이셨을지 의문이다.
글은 빠르게 읽히고 번역은 우수했다.그것이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죽을 권리를 소망한다
뱅상 욍베르 지음, 최내경 옮김 / 도서출판빗살무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Sea Inside>란 안락사에 대한 영화를 보고서 들여다 본 책이다.

몇년전 이  책이 나왔을 때 '죽을 권리'라는 말이 쓰여진 것을 보고선 "글쎄 ,인간에게 죽을 권리란 없어.그걸 인정할 만큼 인간은 자비롭지 않아"하면서 외면했었다.
실화다.본인이 죽기 전까지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알파벳을 조립해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이 나오기전 죽어 있기를 바라던 한 전신마비 청년의 마지막 인사이자 ,왜 자신이 그렇게 죽기를 바랬는가에 대해 세상에 이해를 구하는 성명서.

 19살 때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뱅상은 이대로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을 하고는 자신을 죽여 달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통령도,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그들에겐 그럴 권리가 없다고 말을 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가 살고 싶었던 삶은 이것이 전혀 아니었다고 하면서...
결국 그를 도와준 것은 그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아들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사람도 그녀였고, 그가 죽기를 원했을 때 결국 그를 도와준  사람도 그녀뿐이였다. 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도 그녀뿐이겠지.

 혈기 왕성한 23살, 무고한 사고로 인해 닥친 인생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내면의 고백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었다.거칠고 감정이 순화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그대로 남아 있는 책이다.
그래서 감동이나 삶의 성찰--가식의 것이라도--을 위해 집어 들었다면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을 것이다.
절규 뿐이다.
상처 받은 영혼이 내지르는...그래서 마음이 안 좋았다.
아, 사랑이여.
그대가 있음에 이 세상은 그래도 견딜만 한 것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언젠가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서 전신 마비 환자가 된다 해도 살아야 하고 자신이 그런 경우를 당한다고 해도 꿋꿋히 살아갈 거라고 말을 하는 여자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난 그때 그녀를 쳐다 보면서 말했다.
"아니, 넌 못해. 단지 네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네가 아직 걸어 다니고 있기 때문이야.
네가 잘나서도, 다른 사람보다 고상해서도, 강해서도,생각이 깊어서도,삶의 대단한 철학이나 애착을 가져서도 아니고.그러니 ,제발 부탁이니,잘난 척은 하지 말아죠."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2차대전 당시 체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책이다.
3대에 걸쳐 연금 생활자를 배출하는 통에 마을의 질투와 원한을 집중적으로 받는 집안의 아들로 짝사랑하는 여자와의 첫 경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자살을 시도 하는 밀로시,젊은 여자의 엉덩이에 철도용 직인을 찍어대는 것으로 불감증을 해소하는 후비치카,진급을 대비해 멋들어진 정복을 준비 해 놓았지만 정작 신경을 쓰는 일이라곤 비둘기를 키우는 것이 다인 역장등이 모여 사는 체코의 작은 마을.독일이 체코를 장악하게 되면서 그 기차역엔 열차가 절대 제시간에 오지 않는 등의 변화가 생기지만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저 묵묵히 일상을 살아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은 '엄중히 감시 받는 열차'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취해보자는 암묵의 모의를 시작하는데...
전쟁으로 인한 비극을 한 마을의 한적한 풍경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책이다.

나찌군에 무기력하게 대응하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폭약이 실린 열차)를 폭발시키는 것으로 끝을 맺는 이 책에서, 희극적이고 엉뚱한 소시민들이 뭉쳐 저항에 나서는 과정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있다.얇고, 어떤 묘사들은 감동적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전쟁에 휘말린 소시민들, 잘 나지도 대단한 성찰을 통해 인생을 발전 시켜 나가려는 소망도 없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저항에 나서는 과정들이 뿌듯하긴 했지만, 어쩐지 그런 일들이 현실 속에선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 뻔해 보여서 말이다.
상상력도, 치밀함도,유머도 ,인간에 대한 통찰력도,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성력도,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35%정도 부족해서 집중해 읽혀지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하는지,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선의의 사람들이 서로를 쏴죽이것들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에 대해 서술한 것들은 칭찬할 만 했지만.그거야 늘상 듣는 이야기 아니던가?
참신성이 부족했다.물론 제목만은 참신했지만서도...

<맛뵈기 밑줄긋기>

우리 바로 옆집에 살던 카라스코바 부인은 1940년에 독일군에게 잡혀 갔다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풀려났다.4년 동안 폐치카르나에 있는 나치 사령부에 감금되어 있었던 그녀는, 그곳에서 사형 집행이 끝난 후 바닥에 고여 있는 피를 닦았다고 했다.그녀는 4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피를 닦았는데,사형 집행관은 그녀에게 그렇게 친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가끔 그녀에게 훈제햄을 가져다 주면서 ,'매혹적인 검은 눈의 아가씨여,왜 울고 있나요?'라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그리고 항상 '부탁합니다.'난 "미안하지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그러다가 어느날 그녀를 풀어 주고는,사과한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까지 보냈다는 것이다.그러나 그때 이미 카라스코바 부인은 그 동안에 겪은 일로 정신이 온전치 않았다.독일군은 그녀에게 조차장 엔진창고에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그곳에서 그녀가 하는 일이란 기름통을 들고 다니면 기름칠을 하고 닦는 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어머니의 책
알베르 코엔 지음, 조광희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에 대한 사랑에 눈 멀어서  보석도 귀한 줄 몰랐다던 어머니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
너만 엄마 있냐? 나도 엄마 있다!

왠지 나르시스트의 전형을 보는 듯한 ,못 볼 것을 본 듯한 거북살스러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부엌 - 노년의 아버지 홀로서기 투쟁기
사하시 게이죠 지음, 엄은옥 옮김 / 지향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자 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홀로서기 과정을 기록한 책.
세째딸의 하사관 교육과 이웃들의 보살핌으로 아버지는 그럭 저럭 혼자 사는 것에 적응해 나가며 오히려 이웃들과 살가운 정을 나누고 살게 된다는 점.일본인 다운 감성들이 다소 이해되지 않는 면에 있었으며, 배울 점이 별로 없다는 점이 심드렁을 유발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