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세어 보아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2
안노 미츠마사 지음 / 마루벌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에게 숫자 감각을 익혀 준다고 해서 고른 책이다. 첫장을 펼치니 0부터 보이길래 만만히 봤다. 글자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0에서 시작하고...딱 아이들 동화책 답구만 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땐 점점 숫자를 더해가면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짐작 못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무것도 없던 마을에 집 한채가 지어진다. 이어 두번째 집이 이사오고, 세번째 교회가 들어온다. 그 이후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집 한채가 늘어나고, 숫자가 하나씩 더해지며, 사람들이나 동물, 나무, 갖가지 것들이 짝을 맞춰 등장한다. 그렇게 한 마을이 생겨 나는 것을 보여주는데, 한마디로 숫자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설명하단 아무래도 어른이 죽을 것 같다는 것이지. 아이들은 물론 무척 좋아한다. 갖가지 풍성한 그림들에 등장인물들, 글자는 하나도 없고, 간간히 등장하는 숫자는 눈에 익히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혹 글자가 없단다고 해서 쉬울거라 생각하진 마시길... 대신 어른이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하니 말이다. 혹시 그림이 한적해 보일까봐, 내진 숫자 감각을 익히지 못할까봐 어찌나 알뜰하게 숫자에 맞춰 그림들을 그려 놓으셨던지... 그 정성이 갸륵하긴 했다. 내게 이 책을 그리랬더라면 아마 대충 하다 말았을텐데...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어른이야 죽건 말건간에 아이가 좋아한다는 것이다. 공부한다는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숫자를 받아 들이게 된다는 것도 좋고... 헥헥대는 어른을 향해  "또 읽어줘"할지도 모르니, 혹 피곤하실땐 절대 이 책을 들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님, 적어도 배를 빵빵하게 하고 읽기를 시작하심이 좋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5
샤를로테 데마톤스 지음 / 마루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글자가 없다고 하길래 만만하게 보고 산 동화책. 내 발에 발등찍은 격이었다. 글자가 없는 대신 장면마다 일일히 설명해줘야 한다는걸 몰랐던 것.  한권 읽는데 보통 글자있는 책보다 오래 걸린다. 읽다가 진 다 빠지는건 물론이며, 몇 페이지 안 되는 두께가 장편보다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거들자면 혹 아가들에게 설명을 잘 못하시는 분들이라면 패닉 상태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심 좋겠다. 한마디로 섣불리 도전했다간 어른이 큰 코 다치는 책 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화책으론 손색이 없었다. 노란 풍선이씨가 여행을 떠났는데, 노란 풍선이씨가 가게 되는 곳은 그야말로 전 세계니 말이다. 사막과 북극과 태평양과 아프리카와 정글과 산악 지대와 도시과 시골... 세상 모든 곳들을 한번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장면마다 등장하는 그림들을 보면서 아,맞아, 세계엔 이런 저런 면들이 있었지 하고 되새기게 된다는 점도 맘에 든다. 어른이 보기에도 혹할만큼 그림이 아기자기 풍성하게 멋졌다. 알차게 그림 채워 넣는 것만으로도 작가에게 점수를 후하게 줘야 할 듯...또 새로운 페이지마다 노란 풍선이씨를 찾는 것도 심심찮은 재미였다. 한마디로  입담과 상상력 넘치는 어른이라면 아이와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화책이라 생각하심 된다. 괜찮은 동화책 없나 검색하시는 분이라면 솔깃하셔도 좋을 듯...물론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우선 살펴 보시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봤을땐 식겁했다. 무슨 죽는데  '800만 가지 방법' 이 있단 말이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날로 복잡하고 험악해져 가는 뉴욕엔 800만의 사람이 살고 있으니 죽는 방법도 800만 가지라는 단순한 뜻이라는걸 내 어찌 알 수 있었겠느뇨. 알고보니 그 말은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의 AAA를 이 잡듯 헤매고 다니는 이 소설의 주인공의 자주 하는 말이었다. 이 빌어먹을 도시엔  800만의 사람이 살고 있으니, 죽는 방법도 800만 가지나 된다고, 하니 오늘 내가 어떤 방법으로든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 아니겠느나고. 하긴 나 역시 이젠 어떻게 죽을까 하는 것이 슬슬 걱정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삶도 물론 중요하지만, 편안하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죽음, 무엇보다 끔직하게 죽지 않는 것도 꽤나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신문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사연으로 죽은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심심찮게 접하게 마련이니, 잘 죽기 위해서란 한가지 이유 만으로도 평소에 선업을 쌓고 싶은 심정이다.

 

 

제목 이야기 하다 옆길로 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줄거리를 들여다 보자면 한 무허가 사설 탐정 매튜 스커더의 이야기다. 전직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 앞에 창녀일을 그만 두고 싶어하는 킴이 찾아온다. 포주 챈스에게 자신이 일을 그만 두려 한다는 것을 알려 달라는 의뢰에 한푼이 아쉬운 매튜는 승낙한다.  어렵사리 포주 챈스를 만난 매튜는 그가 선선히 킴을 놓아주겠다는 말에 한껏 들뜨지만  다음날 그녀가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하자 경악하고 만다. 챈스의 짓이라고 단정한 매튜는 경찰에게 그의 존재를 알려 주지만 , 챈스의 알리바이는 너무 완벽해 경찰로서도 어쩌지 못한다. 분노와 무기력으로 술에 빠진 그는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병원에서 나온 그에게 챈스가 연락을 해온다. 자신은 절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면서  킴의 살인범을 잡아달라고 의뢰하는 챈스, 매튜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챈스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한다. 새 인생을 시작할거라면서 좋아하던 킴, 잔인하게 살해했다는것 외엔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도주한 살인범,  한낱 창녀의 우발적인 죽음일뿐이라며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마당에 경찰도 아닌 그가 살인범을 잡는다는건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는데...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끊임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사립탐정이라... 나약하지만, 또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주인공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던 소설이었다. 비록 추리 소설이란 장르에 어울리는 소설임에도, 살인범을 잡아가는 과정 못지 않게,  알콜중독자의 진지한 넋두리나 다양한 창녀들의 생활, 나름 멋진 인생을 산다고 자부하는 깔끔한 포주등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금주한 날들을 세면서, 시간 날때마다  AAA 를 돌아다니고, 자신이 만취되었을때의 행동을 한없이 부끄럽게 생각하던 그. 자신은 알콜 중독자가 아니라고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하던 그가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알콜중독자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거나, 알콜 중독자들이 왜, 어떻게 알콜 중독자가 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실감나고, 진지하며, 통찰력있고,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직시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얻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인간의 골치아픈 악들을--창녀나 마약,알콜 중독등---위선적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던 것도 마음에 들고....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희망이 싹 튼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무너뜨리게 하는 것은 그 누가 되던지 간에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던 매튜, 산전수전 다 겪은 포주 챈스가 그를 믿을 수밖에는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 없는 아침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4살의 소녀 신시아는 남자친구와 몰래 나갔다 아버지에게 들켜 집으로 끌려온다. 화가 난 신시아는 부모에게 심한 말을 하고 잠이 들어버리고 다음날 잠에서 깬 그녀는 가족들이 몽땅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와 엄마,오빠마저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깜쪽같이 실종된 것.... 갖가지 억측만을 남긴 채 돌아오지 않은 가족, 신시아는 이모와 함께 살면서 가족들을 기다리나 그 이후로 그들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후 25년이 흘러 다정한 남편과 8살짜리 딸을 둔 가정주부가 된 신시아는 여전히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에 괴로워 한다. 보다 못한 남편의 권유로 tv 시사 프로에 나가게 된 신시아는 그 후 < 가족들이 당신들을 용서한답니다.> 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된다. 마치 신시아가 그들의 실종에 모종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듯이 말이다. 미칠 듯한 압박감에 시달리던 신시아는 마침내 사립탐정을 고용하나 그 마저도 살해되고 만다.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자, 견디지 못한 신시아는 딸을 데리고 가출하고 만다. 아내를 찾아  나선 남편 테리는 25년전 신시아의 남자친구였던 빈스를 찾아간다. 빈스에게서 귀중한 정보를 얻은 테리는 뉴욕 주 어딘가에 신시아의 아버지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빈스와 함께 신시아의 가족을 찾아나선 테리, 과연 그는 신시아 가족 실종의 전말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나만 남겨두고 가족들이 몽땅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 외계인이 와서 납치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싹함과 그리움, 공허함과 왜 나만 빼고 사라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아마 제 정신으로 살기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추리 소설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가족의 실종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보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그 가족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새로운 사건들이 충격적인 과거 실종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테리, 소심한 영어 교사인 그가 사건을 파헤쳐 가는 과정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오싹함과 동시에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얼마나 흥미진진했냐면, 오랜만에 미장원에 가기로 한 계획을 아예 접어 버리고 책만 읽어 댔으니 말이다. 한동안 머리가 다소 추례해 머리 들고 다니기 창피하긴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책이 너무 재밌는 바람에 내려 놓기 싫었는걸 말이다. 이런면에서보면 가끔씩은 재미없는 책을 만나는 것도 내 신상에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잘 짜여진 추리 소설을 읽고 싶다시거나, 가족애가 담긴 신선한 소재의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집어 드심도 좋을 듯. 모르긴 몰라도 결말을 알기 전엔 책을 내려 놓기 힘드실거라 장담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부모의 역활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려 주는 책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이지만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인지 아는 부모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쉽게 말해 좋은 부모 메뉴얼은 천부적으로 몸안에 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럴땐 무조건 배우는게 남는 것이다. 이 시형 박사님은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고 하시던데 굳이 독종이 아니라도, 아니 전혀 독종 근처에 갈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이런 책 하나 정도는 읽어 줘야 한다. 무식한건 죄가 아니지만, 무식한걸 알면서도 가만 있는건 무례한 거니까. 적어도 그것이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니겠는가.
 

서론이 길었다. 어릴적에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했냐 하는 것이 그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책으로 목차만 보기만 해도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골자만 살펴보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사회성, 즉 남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능력이며, 부모는 교육보단 그것을 개발시켜 줘야 한다는 것과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한결 같이 민감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것, 자신의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시엔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를 떠올려 보라는 주문--부모는 무의식적으로 어릴적 자신이 받은 대접 그대로 아이에게 물려 준다고 한다.-- 애착 장애란 어떻게 생겨나며, 또 그 증상은 어떻게 되는지,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알려 주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아이를 잘 키우는 요령은 간단하다. 아이와는 무조건 재밌게 놀아라니 말이다. 머리가 나쁘다해도 지키기 어렵지 않은 요령이다. 그냥 노는거야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아이와 잘 논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붙잡고 공부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놀라는 것인데 그것도 어렵다고 불평할 생각이라면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게 나을 것이다.

 

좋은 부모란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재우고, 한글 열심히 깨치고, 알파벳 가르치고 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럼에도 아이와 어딘지 어긋난다고 고민하시는 분들은 한번 들여다 보심도 좋을 것같다. 저자의 말로는 물론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고 반응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하니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어른들이 간과하기 쉬운 사항이다. 그런 세심한 상호작용이 아이가로 하여금 환경 정응력이 뛰어난 어른으로 자라나는데도 도움이 된다니 부모라면 기억해 두어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이런 자녀 교육서 하나 정도는 읽어서 육아에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지만,  너무 바쁘고, 책을 읽을려면 졸음이 온다시는 분들은 단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된다. 아이들과 재밌게 놀자. 즐거움도 교육이다. 아이와 함께 노는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다면 전문가의 도움이라도 받자. 아이가 태어나 가장 원하는 자극이 ' 산다는 것이 그리고 부모와 있는 것' 이 엄청나게 재밌는 것이라는 인식이라니 말이다. 이 아니 쉬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