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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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일본적인 정서가 묻어나던, 토종 일본인이 주인공이 아니라면 이야기 자체가 불가능한 추리소설. 하여 한국 사람인 나로써는 비웃음만 묻어나던 소설이었다. 내용은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한 경감이 자수를 해옴으로써 시작한다. 아내를 살해하고 이틀간의 행적에 공백이 생긴건 알아챈 경찰들은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추궁하지만 경감은 완강히 진술을 거부한다. 과연 그 이틀동안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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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 당신은 어떤 시간에 살고 있나요?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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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시간에 살고 있나요? 아인슈타인의 꿈이라는 제목에 반해 고른 책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 이름 값도 못하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는 이 책을 좋아할까? 그럴리 없지 않나 싶다.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인슈타인이 전혀 아인슈타인 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동안 아인슈타인에 관심이 많아서 그의 이름이 거명된 책들이나 다큐는 다 봤는데, 가장 아인슈타인 같지 않는 아인슈타인을 등장시키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짝퉁 아인슈타인을 내세워 찍은 광고처럼 한없이 어색했다. 아마도 실제 아인슈타인보단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서 쓴 것이 아닐런지 싶었다.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기본적인 개성조차 파악 못했으니, 통찰력이나 상상력은 대충 없다고 보심 되고, 그왼 시간에 대한 이러저러한 넋두리가 주절주절 이어지는 책이라고 생각하심 되겠다. 공감 가는 구절? 있을 턱이 없었다. 그나마 짧다는게 장점이긴 했다.  다른 독자분들은 나보단 운이 좋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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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의 판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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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차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의 영국, 스무살의 대필작가 토머스 톰슨은 노튼이란 변호사에게서 이상한 제의를 받게 된다. 영국 귀족 형제를 죽인 혐의로 기소중인 마커스 가비를 만나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가비를 만난 톰슨은 왜소하고 발을 저는 그가 살인자라는 말에 의아해 한다. 미심쩍어 하는 톰슨에게 가비는 살인자는 오히려 그 귀족 형제들이었으며 , 자신은 그저 지옥에서 살아나온 죄밖엔 없다고 항변한다. 자신은 살인자가 될 만한 인물이 절대 아니라는 말에 톰슨은 동요하고, 형제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과연 콩고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애초에 윌리엄 리처드 형제의 하인이었던 가비는 둘이 다이아몬드를 찾아 콩고로 떠나자 함께 동행하게 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치 않던 형제, 곧 가비는 그들의 잔혹성에 학을 떼게 된다. 짐꾼인 흑인들을 마치 일회용 배터리마냥 갈아치우는 형제, 하지만 그들의 만행을 하인인 가비는 말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금맥을 발견하고,  그들의 광기는 곧 금을 캐는 것으로 옮겨지게 된다. 정신없이 금을 캐던 그들 앞에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텍특족이 나타나면서 으스스한 분위기는 도를 더한다. 백인보다 더 하얀 피부를 가진, 인간과 닮은 듯 또 다른 그들을 만난 형제는 새로운 동물처럼 그들을 포획한다. 텍특족 여성인 암만을 잡은 윌리엄은 그의 성적 노리개로 그녀를 잡아두고, 그녀의 처지가 안스러운 가비는 점점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텍특족의 보복이 두려운 흑인들이 몽땅 도망간 어느날,  형제와 가비는 지상족과 지하족 사이의 처절한 전투를 치러 내게 된다. 텍특족에게 잡힌 가비는 암만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으나 형제는 그들의 손에 이미 살해된 뒤였다. 가비는 자신의 겪은 일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주장하고, 그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톰슨은 어떻게 해서든 그를 구해내리라 다짐을 하게 된다. 소설을 완성한 톰슨은 가비의 재판정에 갔다가 텍특족 암만인 듯한 여자를 보고는 그 둘의 사랑이 지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특이한 소재를 숨막힐 듯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었다. 1900년대 초기 영국을 그로테스크하게 잘 묘사한 것이나, 콩고와 흑인을 대하는 영국인들의 우월한 자세, 톰슨이란 어리버리 대필 작가의 모험담과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콩고 지하족이라는 텍특 족과의 피할 길 없는 갈등등 허술하게 지어진 소설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전작 <차가운 피>에 비하면 신선함이나 통찰력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이야기 구성도 장황하니 산만해 종종 뭘 이야기 하려는 것인지 아리송했고, 톰슨이란 20살짜리 대필 작가가 보여주는 천재성과 어리버리함이 자연스럽다기보단 억지스럽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살을 찌프리게 되는 것은 여자 주인공때문이었다. 인간과는 다른 괴물같은 외모에, 대화는 되지 않지만 섹스가 불가능하지는 않는 신체 구조, 강간을 당해도 룰루랄라 마냥 행복한 정신세계, 무뇌아 정도의 지능을 가진  자신을 학대하는 남자들에게 순종하는 캐릭터로써의 여자 주인공이 <차가운 피>에 이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불쾌해도 넘어갔지만 두번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사진을 보니 이 책의 저자 멀쩡하게 생겼더만, 어쩌다가 이런 성적 환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인지 가여웠다. 강간이 아니면 섹스가 불가능한 남성에 강간을 당해도 아무렇지도 않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니... 죄책감 방지 차원에서 그런 여자가 필요한가는 모르겠지만 보기 역겹고 민망했다. 강간은 인간으로써의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한다. 즉, 강간을 해도 강간을 당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거란 것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당신을 마구 때려도 당신이 아파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혹 맞으면 행복한가? 아님 때리면서 기쁨을 느끼시나?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은 다소 불편하게 읽힐 수도 있겠다. 막판의 반전이나 상상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나저나, 인간으로써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작가라니...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자질 미달이지 싶다. 글을 쓰기보단 정신과 상담을 먼저 받아 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여성 대용 유사 괴물이 등장하는 그의 소설은 이제 더 이상 읽기 싫으니 말이다. 두 번이면 마이 묵었다 아이가, No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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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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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우리가 광분하는 이유중 하나는 그것이 다른 어느것보다 공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줄이나 인맥, 또는 사기나 협잡이 끼여들 틈이 없는 인간의 재능만으로 승부를 거는 각본없는 드라마의 세계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풍토에도 서서히 자본주의 바람이 끼여들면서 게임의 룰이 달라지게 된다. 즉, 돈이 승부를 좌지우지 하게 된 것이다. 뉴욕 양키즈가 명문 구단이 된 방법? 간단하다. 돈 싸들고 다니면서 스타급 선수들만 스카웃 해 오면 된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구단들은 어떻게 게임에 임해야 하는 것일까? 돈이 없다고 기가 죽어 한쪽 구석에 박혀 있어야 하는 것일까? 돈 없는 우리 서민들이 가진 것이라곤 생명력뿐이란걸 생각해보면 ,가난한 구단들이 가만히 앉아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거라는걸 쉽게 짐작이 되실 것이다. 돈이 없으면 다른 걸 투입하면 된다. 그것이 머리건 재능이건 불굴의 의지건 열정이건 간에... 이 책은 바로 돈으로 굴러가는 야구계의 풍토에 맞서 잔머리와 열정과 기발한 타이밍으로 자신의 구단을 미 플레이 오프 시리즈에 네 번이나 올린 미 오클랜드 어스렌틱스 단장 빌리 빈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가난한 구단을 가지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선수들만 골라모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출루율에 집착해서 일궈낸 , 거의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승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빌리 빈은 해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빌리 빈이 이 책에서 주목받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난 스포츠 선수였던 빌리 빈은 프로 야구계로 진출하면서 생에 처음 실패를 맞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뒤업고 초라한 성적의 마이너리그 선수가 되어버린 빌리 빈은 어느날 단장에게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스카웃터로 일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영락없는 몰락이었지만,  빌리 빈에게 그것은 구원이나 다름 없었다고 한다. 그에겐 야구 선수로써의 열정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카웃터로 나선 그는 비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듯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좋은 선수란 멋진 외모에 장타력에 강속구에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스카웃터와 달리 그는 야구를 다른 식으로 바라보았다. 그에게 좋은 선수란 포장지가 아니라 내용물을 의미했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하드 웨어보단 소프트 웨어에 집중한 것,  뚱뚱한 선수도, 굼뜬 선수도, 약간의 장애가 있는 선수도, 나이가 들어 한물 갔다고 취급받는 선수도 그에겐 대 환영이었다. 장타율보단 출루율이나 사사구가 이기는데 관건이라고 생각한 그는 단장이 된 후 자신의 야구 철학을 현실에 접목하기 시작한다. 돈이 없는 구단이면 어떠랴? 알뜰하게 쓰면 되는 것이지...라는 모토하에 그는 전국에 있는 무명 선수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왜 불려 왔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계약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선수들을 그러모아 그는 뜻밖의 성공을 일궈내기 시작한다. 가장 가난한 구단으로써 꼴찌에서 벗어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연속 4년 포스트 시즌이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면서 그 이유를 캐묻게 된다. 과연 선수단 연봉 최하위의 가장 가난한 구단인 그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빌리 빈의 성공 비결을 알아 내기 위해 그를 취재하던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그의 야구에 대한 접근법이 월 스트리트에서 선물 시장을 개척한 증권 애널리스트들과 비슷하다는걸 알게 된다.  과거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새로운 정보로 무장해 나섰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의 구태의연한 방법만 고집하는 부자 구단을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영리했기 때문에 물량 공세에도 이길 수 있었던 것,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엔 돌팔매질을 잘하는 것 외에도 다른 방법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한없이 불공정하게 치우친 게임을 당당하게 승리로 이끌어 낸 빌리 빈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 주고 있던 책이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우선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니 볼이라는 제목이 야구를 의미한다는 것도, 출루율이 뭘 말하는지도 잘 모르지만서도, 읽는데는 지장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인물을 자유자재로 다뤄대는 저자의 통찰력이 인상적이었다.  괴팍한 빌리 빈이나 다른 현존 구단주와 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까발린다는 인상없이 느낀대로 솔직하게 떠벌리고 있었으니까.  입을 따악 벌리고 들었던 장면들도 많아서, 돈 많고 힘있는 그리고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주눅들지 않은 필력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첨이나 신격화, 마냥 좋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려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구단이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의외로 야구 선수들을 관리하는 구단은 한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비슷했다. 경영 마인드가 필요한 것도, 돈이 없다는 단점을 특출난 경영 방식으로 메꿀 수 있던 것도 그때문이었다. 이 책속에선 선수들을 트레이드 하는 것을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에 비유하던데, 인간적이지 않다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느정도는 그렇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장들은 인간적인지 않느냐고? 자기 구단이 경기를 하면 중계방송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는 빌리 빈, 혹 지고 있는 날이면  방안에서 기물 부시면서 난리를 치고 있다는 빌리 빈, 그러다 이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태연히 방을 빠져 나와 아무일도 없다는 듯 군다는 빌리 빈의 일화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실것이다. 한마디로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흐믓한 표정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하니, 야구를 좋아하시거나, 경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하다. 주워 듣는 정보만으로도 책 값어치는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만서도...


 

      쇼핑의 다섯가지 규칙 --트레이드에 임하는 빌리 빈의 자세.

1. 설령 내가 성공을 거두고 있을 때라도 변화를 추구하라. 영원한 현상 유지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돈이 없는 팀에게 장기적으로 사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오로지 단기적 해결책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늘 나를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추락할 것이다.

2. '지금 반드시 뭔가를 해내야 돼'라는 식의 협상은 죽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나 할 소리다. 또 그런 마음으로 하는 협상은 결코 제대로 될 수 없다. 내가 입단을 성사시키지 못한 선수때문에 받은 충격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지만, 잘못된 가격으로 사들인 선수 때문에 받는 충격은 오랫동안 극복할 수 없다.

3. 모든 선수들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리 가운에 진리다.

4. 원하는지 확실히 결정한 다음 그의 뒤를 쫓아라.( 남이 트레이드 시키는 선수가 누군인지부터 신경 쓰는 일이 없도록하라.)

5. 내가 성사시킨 트레이드는 곧 주관적인 견해들에 의해 공개적인 심사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일  루 거스트너(IBM회장)라면 내가 내린 개인적인 결정 사항들이 신문의 경제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고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 대부분이 PC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 방망이를 한 번만이라도 휘둘러본 사람은 마치 야구 전체를 아는 것처럼 떠들어댄다. 그러므로 나와 같은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신문 따위는 무시해야 한다.--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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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 세상을 바꾼 섬, BBC Books
폴 D. 스튜어트 외 지음, 이성호 옮김 / 궁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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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받자마자 사진들만 먼저 흩어 봤는데, 두근두근 마음이 설레였다. 사진이 상상외로 멋졌기 때문이다. 예전 갈라파고스를 취재한 다큐를 봤을땐 칙칙하니 영 흉물스럽더만,  이 책의 사진속 갈라파고스는 이국적이고 찬란하며 호화롭고 매혹적이었다. 세계를 매혹시킨 섬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정경들이었다. 생물학자들에겐 두말할 것도 없이 천국으로 비춰졌을 것이고.  표지의 이구아나 사진을 넋 놓고 들여다 보다가, 표지를 넘겨보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갈색 펠리컨이 등장한다. 그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찍었길래 펠리컨들을 저리도 다정하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사진사의 솜씨에 감탄했다.  흠. 오랫동안 --끽해야 두달이었지만,--- 책을 기다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라파고스의 동물들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면서 오랜만에 동물 도감을 뒤적이는 흥분에 휩쌓였다. 동물들 사진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단 말이지. 사진 넘 잘 나왔다면서 호들갑을 떨어댔다.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사진만 장황하게 칭찬하는덴 다 이유가 있다. 왜냐면 도킨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문자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의 지리학, 역사학, 동물학, 식물학, 그리고 지형학들을 차례 차례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는데, 어찌나 설명을 못하던지... 상관없는 그를 자꾸 들먹여서 미안하지만 정말 빌 브라이슨을 급파하고 싶었다. 아님 <푸른 항해>의 토니 호위츠나... 그들이 썼다면 훨씬 더 재밌었을텐데 아쉬웠다. 이 책 하나 읽는데 일주일 쯤 걸렸다. 얇은데다 사진이 많다는걸 감안하면 한참 읽은 셈이다. 뭐, 실은 수면용으로 쓰였으니 놀랄 일은 아니지만서도... 사진을 볼땐 반짝반짝 빛나던 내 눈이 문자를 읽기 시작하면 뜨기를 거부하니 별 수 없었다. 책을 수면제로 사용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뭐, 어떻게든 알뜰하게 썼으면 되는거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저자는 글을 못 쓰나?  의문이 드실 것이다. 잘 쓴다고 보여지진 않았지만,  그의 글을 난해하게 만드는데는 번역도 한 몫 하고 있었다.대학생이 번역한 것처럼 읽혔으니 말이다. 분명 열심히 해석을 했는데, 빠트린 문장이나 단어가 없는 것도 확실한데, 나중에 읽어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 되던 내 대학생 시절때의 원서 리포트를 보는 듯 했다.  어쩜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정신 집중해 읽었다면 이해가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수험서도 아니고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하니, 집중력 그닥 우수하다고 자신 못하시는 분들은 그냥 사진만 보셔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일단 시간이 절약된다.

 

그래도 이 책을 보고 난 소득이라면... 

1.갈라파고스는 처음에 봤을땐 칙칙하니 회색의 멋없는 섬처럼 보일 수도 있단다. 하지만 그 아래엔 풍부하고 진귀한 세계 다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동식물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한마디로 생명의 보고라는 말씀. 그래서 처음 섬의 인상에 실망했던 사람들도 곧 반하기 마련이라 하니, 그 섬에 가시는 분들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겠다.

2. 이 섬이 태고적 그대로 아직까지 남아있는데는 고립된 지형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손이 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인간을 본 적 없던 동물들은 얼마나 경계심이 없었는가 하면, 처음 다윈이 그 섬에 도착했을때 가지에 앉아 있는 매를 총신으로 툭툭 건드려 옆으로 가게 했을 정도였단다. 아마 이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다윈--- " 야, 매, 너 때매 안 보이잖아.  옆으로 좀 가봐..." 

     매-- " 아~~ 놔, 왜 조용히 앉아있는 날 갖고 그러는거야? 어?  밀었다 이거지! 윽, 처음이라 이번만 봐주는줄 알아 !" 라고 했을지도... 

3.이 섬에 파충류가 넘쳐 난다는 사실을 눈치채신 분은 혹 있으신지 모르겠다. 의외로 파충류가 온혈 동물보단 적응력이 강해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쉽다고 한다. 음...그렇다면 언젠가 우리 인간이 몽땅 사라졌을때 우주인이 온다면 파충류들만이 남아서 그들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표지의 저 사진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이 지구는 얼마나 이국적이여 보일까?

4. 놀라운 것은 아직도 갈라파고스 섬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멸종되었다고 선언했던 종들이 몇몇 오지의 섬을 탐험하다 발견되곤 한다는 말에 얼마나 기쁘던지... 그래, 너그들은 그렇게 꼭 꼭 숨어 있그래이. 그래야 우리 후손이 너그들의 후손을 만나볼 수 있지 않겄나?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게 잘 숨어 있다가 나중에나 나오거래이. 사람 비스드름 한 것들은 믿지 말고 말이다. 그게 내가 갈라파고스 동물들에게 들려 주고 싶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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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iost 2011-02-17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구입하신 책의 사진과 그림이 선명하고 종았는지요 글자는 선명하나 제가 구입한 책의 그림 사진은 정말 화가 날정도로 실망인데요 뿌였고 흐리고 ..일반 책이나 원서그림과 비교하면...휴...

이네사 2011-02-20 18:50   좋아요 0 | URL
원서 그림과 비교하면 물론 차이가 많이 날거여요.내셔널 지오그라픽에 나오는 사진들에 비하면 뭐, 비교할만한 가치도 있지 않구요. 그래도 글발에 비하면 사진은 볼만했다는 취지에서 쓴 말인데...무척 실망하신 모양이군요. 맞아요. 저도 이 책 보고 무척 실망했더랬죠.
그런데 당시 이 책이 나왔을때는 말이죠. 주변분들이 다들 강추천하는 분위기라서요, 실은 이렇게 쓰는 것도 무척 용기를 내서 쓴 거랍니다. 실은 제가 좀 이상한갑다 싶었다는...다들 좋다는 책이 별로라서 말이죠. 어느정도는 지명도가 있는 분들이 이런 책을 추천하는걸 보면 정말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싶어요. 내가 옳은 건지, 타인이 옳은 건지 말여요. 책 읽다 보면 실망하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기셔요. 좋은 책들은 또 넘쳐나니 말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