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나를 미치게 할 때 -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고 아이 마음과 소통하는 법
에다 레샨 지음, 김인숙 옮김 / 푸른육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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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이 시선을 확 잡아끈다. 과장된 어조에 반감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부모를 미치게 할 정도의 극단에 대처할 수 있다면 다른 평범한 행동들은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읽어보니 그 부모를 미치게 한다는 아이들의 행동은 극단이라기보단 흔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대부분이 실은 부모의 몰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놀랄 노자다. 말하자면 내가 아이를 미치게 하니 아이로썬 그렇게 반응할 수밖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미치게 하는 어른들의 행동들엔 무엇이 있을까?



 

" 넌 왜 그렇게 밖엔 못하니, 넌 왜 말을 안 하니, 대체 뭐가 문제니? 하지 말랬지! 퍽퍽퍽!!! 떼 쓰지 말랬지, 너 이젠 안 안아준다고 했지." 조급하게 아이를 닥달하고, 대소변 안 가린다고 화를 내고--실은 못 가리는 것인데--기다려주지 않고, 아이를 마치 어른처럼 대하는등... 육아 전문가의 통역을 통해 아이들을 보니, 좌절한 아이들이 나동그러져서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싶었다. 그렇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육아에 있어서도 경계가 중요하단 것이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boundary) 그려지기 마련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경계는 좁아 지겠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그 경계가 허물어지면 둘 모두에게 대참사가 벌어진다. 일례를 들자면 내 주변엔 30살이 넘은 외 아들이 아직도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같이 자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말하는 분이 있다. 그 아들이 창녀건 여친이건 집으로 데려와 ( 부모와 함께 사는 그 집은 12평이 안 된다.) 자고 가곤 한다는걸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놀라우신가? 그렇다고 그들이 대단히 이상한 사람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단지 그 문제에 관해서만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부모와의 경계를 확고히 하도록 점차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점, 즉 자아가 독립을 하도록 도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성장하도록 돕지 않는 부모들 역시 아동 학대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평생 자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 아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자아건 정신이건 육체건  모두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자신을 미치지 않게 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할 일이다.

 

<밑줄 그은 말>

아이에게 가장 쓸데없는 질문이 바로 "대체 뭐가 문제니? 같은 것이다. 부모인 우리도 아이의 문제를 모르는데 경험도 없고 미숙한 아이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26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이고 작가인 루이스 맴포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사람은 인간다운 감정을 느끼지 못할수록 더욱 흥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진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생기 있게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사람일수록 아무나 붙잡고 자기 이야기를 다 쏟아 붓는다.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지 못해 자포자기 하고 절망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다른 사람들이 침범하도록 내려버두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과 모든 인간관계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의미가 담긴 프라이버시는 건강한 정신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상대의 프라이버시는 지켜 주어야 한다. 그것이 어른이건 아이건 간에...--84

 

부모의 자연스런 본능을 억누르는 이유는 아이의 버릇이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이가 원하는대로 해주면 늘 안아달라고 떼를 쓸까봐 걱정스러운 것이다.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다. 버릇은 필요를 만족시키는 동안에만 지속된다.--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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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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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래로다. 인내심 없이는 볼 수 없는 책. 물론 그건 내용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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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포플러 나무
안네 B. 락데 지음, 손화수 옮김 / 행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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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목은 근사했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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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뜨려는 배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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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흑~~~ 또 다 읽고 말았네...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까지 읽고나니, 마음속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오매, 익숙한 데쟈뷰여! 어째 몇 십년전과 하나도 틀리지 않다냐. 뒤를 이어 압도하는 낯 익은 좌절감과 두려움,( 앞으로 어디서 이런 책을 어떻게 찾지?) 죄책감 (그러게 내가 천천히 읽으랬지!) 그리고 허무함( 재밌는 책을 갑자기 끊게 됐을때 겪는 금단 현상)...아, 도무지 이 팔리 모왓이란 양반은 어떤 사람이길래 쓰는 책마다 이렇게 재밌다냐, 존경스러울 뿐이다. 빌 브라이슨이 재밌다곤 하나, 모왓에 비하면...아기 수준이라고나 할까. 그간 잊고 있었다. 빌 브라이슨 이전에 팔리 모왓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찌보면 그가 잊혀진 것이 당연하다. 1921년 생이시니 빌 브라이슨의 아버지뻘인 사람이고, 이 책 역시 1968년에 쓰여진 것이다. 새 책이 매일 매일 쓰나미처럼 찍혀 나오는 마당에 40년전에 쓰여진 책이 인정받는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말하건대, 이 책이 요즘 책보다 더 새롭고 신선하며 현대적이고 재밌는데다 인간 냄새를 물씬 풍겨댄다. 모르겠다. 내가 요즘 사람이라기보단 그가 살았던 시대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서도. 하여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아무리 내가 연모를 하고 로망을 품어대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40년전의 모험임에도 말이다. 기대에 들뜬 선장 모왓이 바다로 나가려 하면 , 자살하거나 내진 절대 뜨지 않으려 고집을 피웠다는 <해피 어드벤처호>, 그녀를 데리고 팔리 모왓이 했던 흥미진진한 모험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하자. 우선은 그냥 맛 뵈기로만...

 

캐나다에서 농부로 그럭저럭 살고 있던 모왓은 오래전 망한 선박 용구점에서 떨이 경매를 한다는 말에 우연히 들렸다 충동구매를 하고 만다. 쓸데 없는 선박용품을 잔뜩 사버린 그는 순전히 그것을 써야 한다는 검약정신에서 친구와 함께 배를 구입하기로 한다. 억센 사람들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뉴펀들랜드로 간 그는 안개와 비바람과 술기운과 피로에 힘입어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배를 사고 만다. 수리를 하면 좀 나아질거라는 기대는 곧 허무맹랑한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곧 그는 재빠르게 들이붓는 럼주와 낙천성만이 그 배를 물 위에 뜨도록 하는 동력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도 끊임없이 주입 되어야 하는 동력임을 그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아차리게 되는데,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 바로 이 것이다. 그럴때 보면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인지 모르겠다. 미래를 알 수 있었다면 그는 애초에 <해피호>를 포기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희생적인 그의 노력에도 배의 꼬라지는 그의 동업자 잭에겐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되었다고 한다. 배를 타고 여름 휴가를 보낼 꿈에 부풀어 뉴펀드랜드로 온 잭은 배의 상태를 보곤 경악하고 만다. 작은 어뢰정의 선장 출신인 그는 곧장 출항을 위한 군대식 지휘에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뉴펀들랜드 배부른 상인들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굳이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말을 달고 살던 그들은 잭의 주문에 응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저러한 소동끝에 배를 고쳐 시험 운행에 나선 둘은 암초를 향해 달려가다 아예 정지해버린 해피 어드벤처호, 즉 그녀( 영어에선 배를 여자로 표현한다.)에게 망연자실한다. 의기양양하게 나섰음에도 항구조차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모욕적인 항해에도 굴하지 않고 수리를 해 다시 항해에 나선 두 사람,  가까스로 이번엔 용케 바다로 나오긴 했으나 다시 한번 물이 새는 참사를 겪게 되고 만다. 과연 망망대해에서 가라앉는 배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잭과 나는 미친 듯 펌프질을 해 댔다. 그리하며 흘러들어 오는 물을 어쩌지는 못해도 고인 물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펌프질을 했다. 엔진은 천둥소리를 냈고, 우리는 펌프질을 했다. 몇 분이면 되겠다 싶던 게 몇 시간이 됐고, 우리는 펌프질을 했다. 엔진이 으르렁거리며 내뿜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우리는 퍼내는 물만큼이나 많은 땀을 배 밑바닥 칸으로 흘려보냈다. 그래도 우리는 펌프질을 했다. 조류가 잦아들며 우리 가는 길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고, 역시 우리는 펌프질을 했다.---114

 

그렇게 살기 위해 펌프질을 해야 했던 둘은 천신만고끝에 다른 항구에 정박함으로써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책 중반까지도 바다에 나서보지도 못한 <해피호>는, 그 이후부턴 어떻게 그녀가 바다에 나서길 거부했는지, 그것을 어떻게 달래가며 모왓이 항해에 나섰는지에 대한 몇 년에 걸친 이야기가 줄창 이어지고 있었다. 오, 둘은 불굴의 한쌍이었다! 안 뜨려는 배와 어떻게든 뜨게 하려고 노력하는 선장 말이다. 가장 재밌는 일화는 고집불통인 그녀를 위협하기 위해 그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범선을 이용한 것이었다. 말을 안 듣는 범선이 항구에 버려져 곧 장작 신세가 될 것임을 알게 된 모왓은 <해피호>에게 넌지시 그것을 알려 줬고 그 이후로 놀랍게도 그녀는 고분고분 얌전하게 바다를 질주했다고 한다. 모왓 말대로 좀 비열하긴 했지만 그래도 먹혔다니 된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후딱하면 물이 새고, 서쪽으로 가라면 동쪽으로 가는데다, 툭하면 서 버리는 고집불통 엔진등 있는거라곤 사고뿐인 배를 붙들고 나선 항해 일지, 그렇다고 이 책에 배와의 사투만 그려진건 아니었다. 뉴펀들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 넘치는 괴짜 뱃 사람들, 고급 영어를 가르쳐 준다면서 꼬신 미래 그의 아내(그녀는 영어를 쓰는 캐나다 인이었다.), 모왓과 섬 사람들을 묶어주던 술을 향한 집념, 사람보다 영리했다는 개 블랑키, 대게 알레르기로 곤혹을 치른 근엄한 잭, 섬 사람들과 공모해서 벌인 밀주 밀수 사건과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엑스포를 가겠다고 나선 여정등 재밌고 익살맞은 일화들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쉬핑뉴스>를 통해 아련한 향수를 갖게 된 뉴펀들랜드를 다시 만나게 된 것도 보람이었다. 난 정말이지 런던이나 파리, 뉴욕 뭐 이런데는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뉴펀들랜드는 꼭 한번 가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곳이 어찌나 정겹게 느껴지던지, 그동안 잊고 있던 고향을 만난 기분이었다. 하여간 바다에 나서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는걸 행동으로 보여주던 ' 안 ' 뜨려는 배 < 해피어드밴티지호>와의 길고 긴 여정, 고되고 험난하며 시시각각 다가오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기막히게 웃긴데다 감동적이었으니, 이런 모험담은 단지 드문게 아니라 유일하다는게 맞을 거다. 아마도 그래서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읽히겠지만서도, 장담컨대 이 책은 4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읽히고 있을거라 본다. 그나저나 난 어디서 또 이런 책을 구하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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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마리 고양이와 돼지 11마리 고양이 시리즈 3
바바 노보루 지음, 이장선 옮김 / 꿈소담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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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마리 고양이가 나들이에 나섰다. 시골길을 달리던 그들은 마침 버려진 집을 발견하고 그 집에서 기거하기로 한다. 열심히 쓸고 닦은 후 기분이 흐믓해진 그들은 그 집에서 살기로 한다. 그런데 돼지 한마리가  찾아와 자신의 할아버지 집을 찾아 왔다면서 아느냐고 물어본다. 11마리 고양이들은 성급하게 집 앞에 문패를 세운다. 여기는 11마리 고양이네 집이라고, 물론 그 집은 찾아온 돼지의 할아버지 집이 맞았다. 

할아버지 집을 찾지 못한 돼지는 그 옆에 집을 세우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 날 처량맞게 공사를 하는 돼지가 불쌍해진 11마리 고양이는 돼지를 불러 들여서는 도와주기로 결정을 한다. 고양이들의 친절에 감명을 받은 돼지는 그들과 함께 2층집을 완성한다. 11마리 고양이는 그 앞에 "11마리 고양이 새 집"이라는 문패를 단다. 너무 잘 지은 그 집을 돼지에게 주려니 아까웠던 것이다. 결국 할아버지의 옛 집으로 쫓겨난 돼지, 결국 자신의 집을 찾았으니 됐다면서 애써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그만 그 밤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니 폭풍이 치기 시작하는데... 과연 11마리 고양이들과 돼지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막판의 반전이 흥미로운 동화책이다. 일본풍의 11마리 고양이는 어떤 떄는 지나치게 일색이고, 복수를 하는 장면들이 잔인해서 섬뜩했는데, 이 책은 안전선 범위에서 일어날 만한 일이라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아이에게 읽어 주려면 이 정도는 돼야 안심이 되지 않겠는가. 11마리 고양이 마라톤과 더불어 가장 맘에 든 책이 되겠다.  돼지가 별로 귀엽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단점이나 그래도 내용만은 가장 충실하지 않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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