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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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줌파 라히리의 < 그저 좋은 사람> 를 보면서 인도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 못지 않게 명문대에 의사, 박사, 변호사에 집착하는 것에 실소한 적이 있다. 능력이 있어 명문대 가는걸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부모의 기대나 명예 때문에 목숨 걸고 가야 한다는건 아무래도 시대 착오 같아 보인다. 다중 지능 시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시키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전문가가 떠드는 요즘에도 여전히 간판이 대세라고 외치는 그들, 왜 그들은 그렇게도 명문대에 목숨 거는걸까 생각해 보니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영국인, 인도인, 일본인, 한국인, 모두 계급사회의 잔향이 남아있는 나라들이다. 밟지 않으면 밟힌다는 생각이 여전히 위세를 자랑하는... 그에 비한다면 프랑스는 다를거라 생각되는게, 한때 귀족들의 나라였으나, 못살겠다면서 민중들이 아예 귀족들을 참수해버린 혁명의 나라니 말이다. 아마도 프랑스에선 포도주를 만드는 장인이나 맛난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 예술가나 배우, 미장이나 의사가 다들 그 재능만큼의 대우를 받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인간도 다른 인간 위에 서 있지 않다는 것, 그걸 부인하는 사람은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생각 잘 해서 행동하라는걸 몸으로 보여준 선조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는 불평등 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보르헤스가 자신의 시대 사람들 대부분이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고백했듯이, 우리 역시 평등주의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린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심하게 불평등한 나라의 실상을 보면서 우리 자신안에 숨겨져 있는 악습의 잔재를 뒤돌아 볼 수도 있을테니까. 단지 비참함을 목도하면서 그런 나라에 살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것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균형이란 것에 한번쯤 숙고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시다시피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가 존재하는 나라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순장하고, 지참금이 적다고 신부를 태워 죽이는 나라. 그가 어떤 영혼을 지닌 사람이건 간에 수드라 출신이면 버러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나라. 부당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불가한 부조리한 나라에서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면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 작가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자.

오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한 남편과 결혼한 디나는 그가 3년만에 죽자 망연자실한다. 재혼하라는 오빠의 성화에도 재봉사로 독립된  삶을 꾸려가던 그녀는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지자 생활이 곤란해진다. 죽어도 오빠에게 기대긴 싫은 디나는 혼자 살던 자신의 아파트에 동창생의 대학생 아들 미넥을 하숙생으로 들인다. 재봉사 둘도 구해 영세 자영업자의 길을 걷게 되는 디나,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우연히 한 아파트에 모인 네 사람, 미넥디나, 그리고 불가촉 천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온 이시바와 그의 조카 옴프라카시는 좁은 공간에서 복작대게 된다. 아파트는 곧 서로를 불신하고 경계하는 불만의 장이 되 버린다. 머물 곳이 없었던 이시바옴프라카시는 무허가 판자촌에 방을 마련하나, 일에서 돌아와보니 철거되고 없자 황망해 한다. 그들의 딱한 처지를 불쌍히 여긴 미넥디나에게 며칠만이라도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나 거절당한다. 약국 옆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던 두 사람은 <거지 박멸 프로그램>에 걸려 공사장으로 끌려 간다. 거지 왕에게 뇌물을 주고 나서야 간신히 풀려난  두 사람, 사정을 들은 디나는 마침내 그들을 아파트에 살게 한다. 천민에 빈털털이인 자신들을 거두어준 디나가 무한정 고마운 이시바옴프라카시는 최대한 그녀에게 잘 하려 노력한다. 그렇다보니 몇 달 전만해도 전혀 남남이었던 네 사람은 전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친구가 되어 있었다. 동갑인 미넥옴프라카시가 친하게 지내는걸 흐믓하게 바라보던 이시바는 이제 안정된 직장도 있겠다 남은 거라곤 조카인 옴프라카시를 결혼시키는 것이라면서 설쳐대기 시작한다. 어렵게 맛 보는 인간다운 생활에 만족한 조카의 항변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적당한 신부를 골라 놨다는 편지에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는 이시바와 옴프라카시, 행복한 신혼 부부의 귀환을 기다리던 디나는 그들에게서 몇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배신감에 치를 떠는데...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쩌면 이렇게 이야기를 잘 할까 싶을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꾼의 책이었다. 숨가쁘게 이어지는 사건과 사고들. 인상적인 것은 보통 이 정도의 장편에 끼여들기 마련인 지루하고 어색하며 잘못 끼워진 듯한 문장들을 이 책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875페이지의 장편이라는걸 감안하면, 대단히 공을 들인 책이지 싶다. 물론 필력이 좋아서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단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은 흔적이란 느낌이다.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 있는 문장, 흔하게 들을 수 없는 역동적이고 현란한 이야기들, 너무 끔찍해서 믿기 힘든 현실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전까진 도무지 궁금해서 책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그건 무엇보다 등장인물들때문에도 그랬을 것이다. 홀로 인생을 꾸리느라 사람을 경계하고 불신하게 된 새침떼기 디나, 착한 심성으로 카스트라는 관습에서 자유로웠던 미넥, 단지 바라는 것은 조카의 행복뿐이었던 순박한 이시바, 혁명가인 아빠의 피를 이어받아 늘 피가 끓는 옴프라카시. 그들이 어쩌다 한 공간에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부당하게 대우받던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이 드디어 자신들의 진가를 인정받으며 마음편하게 사는 것을 보니 그들이 불행하게 될까 마음을 졸이느라 책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내려 놓는다고 결론이 달라질리도 없는데 말이다. 아마도 그랬기에 그들의 소박한 삶을 짓밟는 브라만들의 횡포에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왜 언제나 더 많이 가진 자들은 적게 가진 자들의 마지막 사탕까지 빼앗아 먹는 것일까. 그러지 않아도 사는덴 지장 없을텐데 말이다. 인간을 개 취급만도 안 하는 인도의 카스트를 보면서 인도에서 업이란 개념이 생겨난 것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단 생각이 들었다. 후생이나 업이 아니라면 불가천촉민들의 억울함을 그 누가 풀어주겠는가.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생각하는 한, 그것이 절대 불변의 것이라 믿는 한, 인도라는 나라의 정신병적 증상은 여전하지 않겠나 싶다. 그것이 고쳐지지도 완화될 수도 없는 인도의 고질병이라면, 과연 과연 그 끔찍한 실상을 아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들었다.


 

그 순간, 작가는 반전처럼 희망을 들이민다.


 

작가가 들이민 희망은 어찌나 희미하고 소박하며 보잘 것 없던지 자칫 못 알아볼 뻔 했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 애써 찾지도 않는 그런 것들. 하지만 울림에 있어서만은 보잘 것 없지도 작지도 않는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의 온기였다. 그것이야말로 부정의와 불평등, 비참함과 끊이질 않는 불행 속에서도 인도인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카스트라는 저질 관습도 망가뜨리지 못하는 인간의 마지막 보류, 인간애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인가. (모두에게 평등하고) 적절한 균형? 어쩜 그건 우리들의 이상에 불과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온기는 이상이 아니다. 현실이다. 짐작컨대, 아마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자질 역시 우리의 온기가 아닐까 한다. 두꺼운 페이지로 독자를 압박하면서 지독하게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불친절한 책이지만 그럼에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건 바로 그걸 짚어내는 작가의 혜안 때문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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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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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지구엔 벨리즈 같이 지상의 낙원 같은 곳이 남아 있는줄 몰랐다. 남미 한쪽 구석 어딘가에 오랫동안 식민지 지배로 있다 잊혀진 탓에 훼손되지 않고 자연 그래도 남아 있다는 벨리즈. 지명 수배자라거나 채무자라거나 쫓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 들어갈 생각을 못한다는 벨리즈, 그곳에 개성이 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여인 미국여인 샤론이 정착을 한다. 어릴때부터 제랄드 더럴의 <나의 특별한 동물 이야기>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그녀는 더렐처럼 벨리즈에 동물원을 세우기로 마음을 먹는다. 버려진 동물 10 남짓으로 시작된 그녀의 동물원은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녀의 명성 만큼이나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것에는 벨리즈란 곳에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희귀한 동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선 멸종이 되버린 동물들이 오손도손 잘  살아가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는 그녀는 벨리즈의 동물을 잘 보살피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결심은 개발을 앞세운 정부 관료들의 등살에 시달리게 되는데...동물원 옆에 쓰레기 매립지를 설립한다거나, 주홍마코 앵무새가 살고 있는 강변에 댐을 건설한다거나... 할 수없이 나라의 거반을 집안 끼리끼리 다 해 먹고 산다는 권력집중주의의 대명사 벨리즈 관료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데... 과연 힘 없는 개인인 그녀의 투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가 책을 쓰게 된 의도나 샤론이 펼쳐가는 투쟁사는 말할 것도 없이 선하고 흥미롭다. 단지 그 이야기를 다 읽어 내려 간다는 것이 별로 흥미롭지 못했다. 지루하고 지루했으며 또 지루했다. 그리고 또 지루했으며 반짝 흥미롭다 다시 지루했다.......가끔 보이는 역자의 무지도 웃기긴 했지만 반복되니 거슬린다. 다윈의 비글이란 개가 아니다. 그가 갈라파고스를 여행했을때의 배 이름이지. 그런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번역을 햇다는게 책의 신빙성을 확 줄여놓고 있었다. & 폴 써루는 미국 작가가 아닐껄? 그나마 여행작가인걸 아는 것이 어딜까 싶었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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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영] Russell's Christmas Magic (Paperback + CD 1장) [베오영] 베스트셀링 오디오 영어동화 41
롭 스코튼 지음 / HarperCollins (UK)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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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고양이 스플랫을 하도 좋아하길래 , 그 시리즈를 만든 롭 스캇튼에게  다른 책이 있나 알아 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그를 유명하게 해 준 책은 양 러셀 시리즈로 오히려 외국에선 스플랫보다  더 유명하다고 하는게 아닌가. 왜 그 책들이 먼저 우리나라에 나오지 않았을지 궁금해졌다. 별로 재미가 없어서 일까? 호기심 반에 노파심 반으로 우선 < 양 러셀은 잠이 안 와요!>와 < 보물 찾는 양 러셀>을 주문했다. 책을 받아 들자마자 왜 그가 유명해 졌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앙징맞고 개성 넘치는 그림, 익살맞은 표정에 장난꾸러기 같은 행동들, 새로우면서도 유치하지 않는 이야기, 파스텔톤조의 아름다운 그림들, 딱 아이를 보듯 호기심 많은  양 러셀과 그의 단짝 개구리 프랭키, 정성들여 배치한 티가 나는 깜찍한 뒷 배경들에 그럴 듯한 주변 등장인물들까지... 누가 봐도 홀딱 반할만한 그런 책이었다. 조카는 물론이고 나 역시 순식간에 반해버렸다. 다름아닌 양 러셀에게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스플랫보다 좋은 것은 그림이 편안하다는 것이다.--스플랫 시리즈는 색상이 지나치게 선명해서 계속 보긴 부담스럽다.--게다가 양 러셀 ~~~~ 확실히 고양이보다 양이 더 귀엽다. 더군다나 이 러셀은 얼마나 에지있는 양인지 말이야, 길쭉한 얼굴에 통통한 몸매, 딱 내 이상형이다.귀여운데다 호기심 많고 배려 넘치는 양이 주인공이라... 만약 이런 동화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이 이상한 성격일 것이다. 어딜봐도 딱 매력 그 자체의 캐릭터니 말이다.

하여 양 러셀에 반한 김에 그의 시리즈가 더 있는지 알아 보았다. 아쉽게도 스캇튼은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닌 모양이다. 남은 것이 겨우 이 책 하나 밖엔 없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양 러셀 시리즈는 달랑 세 권이다.) 이 정도의 귀염성에 , 창작성이라면 일년에 한 세 권 정도 내놓으심 딱 좋겠구만서도. ..설마 이젠 인세로도 먹고 살만해서 책을 안 만드시는건 아니겠지? 걱정이 된다. 이런 책은 꾸준히 나와 줘야 아이들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데 말이다.  

내가 원래 반하면 좀 호들갑 스러워진다. 좀 심하게 말하면 극성 맞다고 표현해도 좋고. 간신히 이상형을 만났는데, 그걸 다 안 본다면 내가 아니지 싶은 마음에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이 책을 주문했다. 이름하야, <러셀의 크리스마스 매직! > 주문하면서도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고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기우였다. 상상외로 너무너무 근사했기 때문이다. 실은 이제껏 내가 본 동화책중 최고였다!

내용은 심오하다! 모두가 곯아 떨어져 조용한 크리스마스 전날 밤, 양 러셀이 나무에 마지막 랜턴을 달고 있을 즈음 건너 숲에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호기심에 소리가 난 곳을 따라간 양 러셀은 썰매와 눈속에  파묻혀 있는 산타를 발견한다. 산타다! 반가운 양 러셀, 하지만 산타는 썰매가 고장 나 떨어지는 바람에, 마법이 깨졌다면서 울상이다. 썰매가 망가졌으니 배달을 못하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여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해줄 수 없다면서 아무래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취소해야 겠다고 말하는 산타, 이에 양 러셀은 자신이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 나서는데... 과연 양 러셀은 어떻게 산타를 돕겠다는 것일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연약한 양 러셀이 크리스마스가 취소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건 어떤 것일까?

아, 환상적인 그림이다. 너무도 아름답고 멋지고, 근사해서 조카 읽어주는 내내 나도 같이 동화속으로 빠져 버렸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마법을 눈 앞에서 보는 듯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동안 내 그렇게 많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양 러셀의 이야기는 신선하고 참신했다. 가슴을 근사하게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롭 스캇튼의 창작 능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열중해서 읽어주는데  조카가 산타의 마법 주문은 뭐야? 라고 묻는다. 응 ,그건 하루동안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각자 하나씩 나눠주기 위해 크리스마스에만 걸리는 마법이야,라고 설명해줬다. 녀석 표정을 보니 아~~~! 하며 확실히 이해한 표정이다. 순진한 녀석, 그걸 그렇게 쉽게 믿다니 아직 아이가 맞긴 한가보다.  올 크리스마스 무렵엔 산타는 없는거라며?  라며 다 안 다는 표정을 짓지 않을까 했는데, 아마도 앞으로 한 3년간은 크리스마스에 대해 잡다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맞아,  조카, 그건 다 마법이란다! 네가 어른이 된다고 해도, 크리스마스의 마법만은 꼭 기억하렴.

아이를 둔 모든 부모들에게 추천! 돈이 아깝지 않은 동화책이다. 그나저나 출판사들은 뭐하나? 이런 책 번역해서 출간하지 않고 말이다. 원서로만 보려니 정말 아깝던데, 왜 여지껏 이 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은 멋진 동화책이던데...하니 올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꼭 번역이 되어 나왔주었음 좋겠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또하나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될테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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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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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을 쫓던 쌍둥이 형 션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자 잭은 의문에 잠긴다. 사랑하는 아내를 둔 그가 절대 자살할 리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자살이 분명하다고 말하는 션의 동료 경찰들, 기자인 잭은 하는수 없이 자신이 나서서 사건을 조사해 보기로 한다. 

단서를 찾아가던 잭은 다른 경찰관의 자살 사건과 형의 사건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달리던 경찰관의 뜻밖의 자살, 자살 노트에 남겨진 에드거 알랜 포의 시 귀절, 연관성을 찾아낸 잭은 그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간다. FBI의 프로파일러인 레이첼을 만난 잭은 동일한 패턴으로 자살한 경찰관 6을 찾아낸다. 연쇄 살인범인을 직감한 경찰들은 공조 수사에 나서게 된다. 배경 살인 사건이 주로 아이들과 연관이 있다는걸 알게 된 경찰들은 아동성범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압축해 가는데...  

사건 자체는 뭐, 새롭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풀어가는 솜씨는 그저 그렇다. 연쇄 살인범이 소아 성범죄라라던가, 기타등등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식상하다. 아마도 요즘 TV에서 성범죄 수사물을 너무 많이 본 탓이리라. 두껍다. 좀 더 얇았더라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들 만큼. 말하자면 쓸데없이 장황햇단 말씀. 군더더기 없이도 잘 쓰는 추리 작가들도 많던데, 요즘 작가들은 무조건 양으로, 수다로 질을 메우려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게 그다지 좋은 방식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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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사중주 : 클레어 펭귄클래식 68
로렌스 더럴 지음, 권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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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마지막 편으로 선한 영혼의 소유자인 클레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2차대전이 진행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반역죄로 재산을 다 뺐기고 가택 연금 상태이던 네심은 달리에게 편지를 보낸다. 오랫동안 고대해온 편지를 받은 달리를 네심의 아이를 데리고 그리운 알렉산드리아로 오게 된다. 아이를 반기는 네심이 고마운 달리는 잘못된 과거를 잊기로 마음 먹는다. 네심의 저택에서 저스틴을 만난 달리는 그녀의 광기가 도를 넘었음을 알게 된다. 달리에게 그를 이용한 것을 사죄하는 저스틴, 달리는 한때 자신이 그녀를 그렇게 사랑했었다는 것이 낯설기만 하다. 여전히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저스틴네심뒤로 하고 달리는 다른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전쟁이 지나가는 동안 친구들의 운도 많이 바뀌었다. 부쩍 늙어버린 발타자르와 사랑에 빠진 퐁발, 사랑을 찾아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아르밀... 마침내 클레어를 만난 달리는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던 나로우즈의 저주가 그 둘 사이를 막아 서는데...

 

<결론> 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얼개만 본다면 화자인 달리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매혹적인 저스틴에게 빠져 헤롱대던 순진한 청년(1부) 달리는 2부를 통해 자신이 단순히 저스틴의 이용물이었음에 알게 된다. 사랑에 속았던 자신이 한없이 바보같던 그는 3부에서 진정한 네심 부부의 실체를 보고는 경악한다. 그들에 비해 그는 얼마나 소심하고 한심한 청년에 불과했던가. 친구들의 증언과 편지, 고발을 통해 비로서 자신이 겪어낸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그는 용감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과오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이란 자신이 생각하거나 본 것보다 더 거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순진한 청년 달리가 한 사건을 겪어 나가면서 정치를, 인생을 ,역사를 ,인간을 아우르는 성장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작가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네심이나 요부인 저스틴, 냉소적인 발타자르, 착한 클레어가 아닌 숙맥에 불과한 3류 작가 달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일 것이다. 그는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열려 있는 자였기 때문에 성장이 가능했다.

 

작가는 그것을 3부에서 맬라니와 퍼스워드의 대화를 통해 설명해 낸다. 퍼스워드의 손금을 봐주던 맬라니는 퍼스워드는 사랑할 수 없기는 닫힌 마음을 가졌기에  곧 죽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에 비해 달리의 세계는 넓게 열려 있는데, 그건 그가 여전히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난 그 문장을 꼽고 싶다. 어리버리해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도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던 달리,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던 낭만적인 그가 그렇게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여전히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런지...  예술과 정치와 인간에 대해 고뇌하던 작가가 내린 사랑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아닐까 한다. 덧붙여 사랑에서 진실을 찾기란 지극히 어렵기 때문에 상처받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있고, 결국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다시 사랑할 수있다는 것도...

 

독특한 활기가 넘쳐나는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개성적인 사람들이 그들만의 사랑과 운명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던 소설로, 한마디로 유연하게 흘러가는 잘 쓰여진 대하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앞 편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언급되던 등장인물이 뒷 편에서 중요 인물로 떠오르는 것이나 각 편을 더해하면서 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해 지는 것, 뒤로 가면 갈수록 층이 넓어지고 시야가 트이며, 작가가 대담하게 이야기의 살이 붙어 나가는걸 보는데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해낼 수 있는 것인지, 난 위대한 예술가가 될 거라고 호언 장담하던 로렌스의 자신감이 이해되던 순간이었다. 그외 객관적으로 진실한 사랑이란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 사랑에 빠진 우리들은 늘 상대방과 동상이몽을 꿀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라는회의도 들었다.  뭐, 그것이두려운 사람들은 사랑에 안 빠지면 되는 것이겠지...

 

아무튼, 알렉산드리아의 특유의 복잡한 정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거나 영웅이 되기 위해 노력하던 인간들의 욕망과 좌절과 우정과 사랑 이야기,  읽는 묘미가 있는, 잘 짜여진 소설을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근사한만큼 다소 복잡한 소설이라 좀 더 신경 써서 잘 쓰고 싶지만 지금은 피곤하고 할 일도 있어 아무래도 그건 포기해야 할 듯 싶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분들의 멋진 리뷰를 기다릴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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