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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아웃케이스 없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나츠카와 유이 외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그 해 여름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는 문구에 솔깃해서 본 영화다. 물론 그보다 더 솔깃했던 추천으로 영화 평론가 이동진님이 2009년 최고의 영화라는데 있었지만서도. 이야기는 단순하다. 장남의 기일에 맞춰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의사인 아버지는 평생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 줄로만 아는 고지식한 양반, 남들에겐 한없이 친절하지만 가족들에게 그렇지도 못했다. 자신이 그런줄도 모른 채 여전히 홀로 고독하게 고고하신 아버지를 가족들은 이제 부담스러워 한다.
그런 아버지를 받들어 모시고 산 엄마, 의사 아내로 고고하게만 살았을 것 같은 그녀는 오히려 남편보다 현실적이다. 오래전에 학을 떼버린 남편을 적당히 갈구면서, 죽은 자식을 그리워 하고, 아직 죽지 않은 자식들의 미욱함에 또 한번 속을 쓸어 내리는 엄마, 그녀는 한없이 미련한 아이 하나 구하겠다고 자신의 목숨을 버린 장남이 안타까울 뿐이다.
장남보다 처진 차남으로 성장한 그는 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장남이 되었다는게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마지못해 아내와 함께 부모님 집에 얼굴을 들이민 차남은 얼른 이 시간이 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한 공간에 부모와 함께 있는건 언제나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 재혼한 아내를 은근히 무시하는 부모에게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다.
오빠 대신 집을 차지하고 픈 고명딸은 분위기 메이커로 나서보지만 출가 외인이란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게 네 가족이 죽은 사람을 위해 모인 어느 여름, 과연 그들에게 진정한 화해란 가능할 것인가?
가족이란...저런 것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잔잔한 드라마다. 드라마틱하지 않게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 것이 장점. 마치 우리네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듯 자연스럽다. 물론 그 이야기 자체는 일본인다운 시각이 있기에 가능할 듯. 하지만 의사라는 이유로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여기나 거기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구 시대의 유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짠한 생각과 연민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시대 착오적인 생각이지 않나. 좋은 가족을 만든다는건 결국 구성원 각자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