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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s 뷰티 시크릿 - 여자 유진이 말하는 일상의 뷰티 아젠다
유진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의 뇌를 완벽하게 정지하게 만드는 세가지 주제가 있다. 길 찾기, 컴퓨터 그리고 화장...그 세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나의 뇌는 듣긴 하되 입력이 안되는 모드로 재빨리 전환된다. 거의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돌이키려 애를 써도 이미 손쓸 수 없는 경우가 대두분이다.--번역하면 내 탓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내 앞에 앉아서 좋은 일 한답시고 화장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중이라면, 그 앞에 앉아 있는 나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로 고민중이라 보심 된다. 가끔 그다지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초치기용 단순 반복도 하긴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게 입에서 나옴과 동시에 휘발될 것이라는 것을. 이것이 내 일평생동안 나를 뷰티계로 개종시키고 싶어했던 모든 선량한 사람들이 실패한 이유다. 친구들, 선배 언니, 미용사 언니, 후배들, 백화점의 화장품 점원들...그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들의 말을 1%만이라도 들었다면 아직도 여전히 미용실 언니가 나를 개종시키겠다고 나서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이다.
유진은 어떻게 보면 나와는 정 반대에 서 있는 사람이다. 17 살에 연예계에 데뷔한 뒤, 좋건 싫건 간에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된 사람으로써, 화장이나 미용에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아마도 나의 뇌를 완벽하게 잠재우는 화장이란 주제에 대해 유진의 뇌는 정반대로 반응하지 않을까 싶다. 반짝반짝 무슨 정보를 건질까 빛이 날 것이고,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맘에 어떻게서든 변화시켜주고 싶어 안달을 할 것이다.--아. 익숙한 데자뷰여. 아름답고 선량한 여자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면 왠만하면 말리기 힘들다. 내 주변 사람들이 그랬기에 잘 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된 것도 어쩜 유진이가 그들을 생각나게 해서 였을 것이다.-- 또 그래서 그녀가 이런 책도 내게 된 것이고 말이다. 그녀가 자신만의 뷰티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취지에서 낸 책인데, 의외로 열심히 한 티가 났다. 대충 이름만 빌려줘도 됐을텐데, 그녀의 화장대와 쓰고 있는 화장품을 공개하면서까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걸 보면, 아마도 본인에 대해 어느정도는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한다.
그건 그렇고,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 다는데 이 책을 보니, 유진은 연예계 생활 12년만에 화장이라면 도가 튼 듯했다. 왠만한 뷰티 메이커보다 화장을 잘하는 듯 보이니 말이다. 그게 과연 쉬운 것일까? .....물론 절대 안 쉽다. 화장도 일종의 그림 그리는 스킬이고, 손재주다. 왠만한 손 재주나 색조 감각이 없다면 일류가 되기 힘들다. 학교 다닐때 화장을 잘하는 여자들을 보면 미술대 출신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유진이가 로레알이나 패션쇼에 종사하는 유명 메이컵 아티스트처럼 현란한 메이컵을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여자인 내가 보기엔 그녀의 화장은 책을 낼 만치 일류였다.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노력을 했다는 뜻이 아닌가 한다. 그녀의 독립적인 성격이 읽혀지는 부분이다. 화장에 대해선 내가 아는 부분이 없는 만큼 도움이 많이 됐다. 화장 종류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팠었는데, 어느정도는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 외, 그녀는 화장 외에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이 조언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내가 따라할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경락 마사지가 좋다고는 하나, 받으러 다닐 내가 아니고, 요가는 취향에 안 맞으며, 허브티보단 난 커피가 더 좋다. 밤에 짭짤한 야식도 즐겨 먹고, 종종 맥주도 먹는다. 밤중에 배가 고프면 라면도 불사하겠지만 난 라면보다 치킨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아름다워 지는 것과 거리를 두고 사는지 실감이 났다. 무엇보다 난 게으르다. 난 평범한 사람이고, 그녀가 연예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개종시키겠다고 나섰던 모든 사람들을 참패시킨 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는 양심은 있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기분 좋게 하고, 웃음 짓게 한다. 그녀들의 아름다움과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