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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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년전 쇼핑몰에 놀러 간 십대 자매가 깜쪽같이 사라진다. 그전부터 삐꺽대던 부부는 아이들의 실종으로 부서져 버린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던 남편은 사망하고,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인 아내는 불행을 피해 멕시코로 이민을 간다. 

30년후 쇼핑몰 근처를 지나던 자동차가 미끄러져 사고를 낸다.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듯 보였던 자동차 운전자는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었노라면서 이름을 밝히기를 주저한다. 자신이 오래전 실종된 베이커네 아이라고 밝히자 경찰들은 그녀가 미쳤거나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데...그녀가 기억해내는 정확한 세부 상황에 경찰들은 과거 사건을 다시 파헤쳐 보기로 한다. 실종된 자식 하나가 돌아왔다는 말에 멕시코에 살던 엄마 미리엄은 부랴부랴 돌아오고, 당시 그 사건을 수사하던 쳇은 여자에게 뭔가 수상하다는 것을 직감하는데...  

잠자리에 읽고 잤다가 밤새 꿈자리 뒤숭숭해 혼났다. 이런 책은 환한 대 낮에 읽어야 할 듯.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한번 들으면 끝을 봐야 책을 내려 놓게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마지막 결론을 보고선 좀 김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로는 그럴 듯 했다. 

종종 우리는 깜쪽같이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납치 했을 거라는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단서 하나 남기지 않아서 답답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그런 사건들 배후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탁월한 저자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잠자리에선 읽기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꿈자리가 사나워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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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 The Clas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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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 가르쳐 봐야 알죠, 울화통 터지는거..."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 교실에 카메라를 들이댄 영화다. 실제 교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가 제격이다. 하나, 카르페디엠을 외치던< 죽은 시인의 사회>풍의 감동적인 영화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듯. 실제 상황인 교실 풍경이 그대로  보여지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아직까진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조만간 프랑스 못지 않는 교실 상황이 전개되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된다.  

보면서 결국 한 학생을 퇴학시킬 수밖엔 없던 상황이 안타깝기는 했으나,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서 있다면--학생이건 교사건 간에--그들보다 잘 해결을 해낼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인간적으로는 그 학생의 처지가 안타깝기는 했지만, 다른 수가 과연 있었을까 싶은 것이다. 한 인간을 대하는 것과 한 학급의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하는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 말이다. 도와주고 싶고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과 별로 배울 생각이 없는 아이들의 충돌. 그 아이들이 나중에라도 자신의 선생님이 가르치려 애 썼다는 것을 알기나 하려나 모르겠다.그저 인생을 살아가느라 그런 것들은 잊고 살아가겠지. 어쩜 그것이 인생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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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가 되는 9가지 길
라라 호프만스 외 지음, 조윤정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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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데 사서가  책 제목을 보고 웃는다. 사서가 책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라 제목을 슬쩍 들여다 봤다. 아,맞다. 제목이 이거였지. 저자 이름만 보고 집어든 책이라 제목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이다. 음, 하긴 내가 봐도 심했다.  백만장자도 요원한 판에 억만 장자라니, 말이 안되긴 하군.  '저 ,이 책, 제목 보고 고른거  아니거든요.' 변명이 하고 싶어졌다. '저도 억만장자가 될 생각은 없다구요.' 왜냐면, 전 저를 잘 아니까요....라고 변명을 하려다 주춤한다.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능력이 없는 거겠지... 라는 말이 하늘 저 위 어디에선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래, 나 능력 없다, 어쩔래? 하늘을 한번 째려봐주고.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나 역시 저자가 아니였다면 이 책을 볼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켄 피셔, 요즘 증권에 관심이 가다보니 이 책 저 책 찔러 보고 있는데, 그중 우연히 눈에 뜨인 사람이 바로 그다. 주식이란 분야에 초보중 왕초보라 진짜 내 안목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저자로써 켄 피셔 글을 정말 잘 쓴다. 설득력있고, 분석력 우수한데다, 통찰력있으며, 진솔하고, 주식을 접근하는데 있어 특이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미국 포브스 400대 부자에 자수성가해서 든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던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왜 그가 부자가 될 수밖엔 없었을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야에서건 고수는 비슷하다. 그들의 능력이라는 것이 사장되기엔 너무 뚜렷하다는 것과 그들을 따라하기란 보통 사람들에겐 어렵다는 것, 그만큼 독창적이라는 의미다. 

 

그의 주식 관련 책을 읽기는 했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따라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내가 초짜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가는 모르겠으나, 주식 투자 방식을 알려 준다 해서 현실에 적용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부자가 될 가망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다른 책까지 읽게 된 이유는? 그에게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도 그는 적어도 당신이 혹은 내가 왜 부자가 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만은 알려줄지 모른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제목은 이렇게 읽어도 무방하다.

                   

         " 나는 왜 억만장자가 되지 못했나, 그 9가지 길"

이 책에서 저자는 수십 년간 그가 만나 본 부자들을 분석해서 그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 9 가지 길은 창업을 하던가, CEO가 되던가, 유능한 CEO의 사업 파트너가 되거나, 스타가 되서 돈을 벌거나, 투자 대행사를 차리거나, 부자와 결혼을 하거나, 발명가가 되거나, 부동산을 사거나, 저축과 주식투자를 하거나 등이다. 그중 가장 솔깃하고 --얼핏 쉬워 보인다는 점에서--재밌는 분야는 결혼이었다. 음, 억만장자가 되는 본격적인 길에 결혼이 있다니, 이거 좀 진지하지 못한 분석 아니냐 하실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런 방법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있으나 뭐라 하긴 그렇다. 저자 역시 그것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지만 그는 단언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결혼이 쉽다고는 생각하지 말라고,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억만 장자와 결혼한 사람들이 결국 이혼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온 나로써는 그 말에 일리도 있어 보인다. 위자료가 남으니 남는 장사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으나, 뭐 그거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것일 것이고. 쉽게 읽힌다는 장점외에 이 책의 다른 장점을 들라면...

 

1. 부자가 되는 길은 정말로 어렵다는걸 깨닫게 된다. 하여 당신이 만약 억만장자가 아니라면 그것이 운이 없어서나 사기 치는 재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신념이 모자라거나, 야심이 없거나, 소심하거나, 의지가 없어서 였다는 자각을 얻게 될 것이다. 하니, 이미 그런 자각을 가지신 분들은 굳이 이 책을 통독할 이유가 없겠다. 

 

2.저자는 9 가지 각 분야에서 실제로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추천책을 적어놓고 있었다. 평소 경제 분야에 관심이 없던 탓에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다룬 책들이 나온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별별 책들이 많더라.  켄 피셔의 말에 의하면 다들 괜찮은 책이라고 하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볼만한 목록에 올려 놓으면 좋지 싶었다. 물론 진짜 억만장자가 되고 싶으신 분들에겐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될 것이고. 

 

3.  사기를 쳐서는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부자로 남을 수는 없다는 그의 통찰은 속이 다 시원했다. 우린 대부분의 부자들이 성격이 나빠서 혹은 사기를 쳐서 부자가 되었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은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이 자본주의 사회 구조가 아닌가 한다. 일단 내가 보기에 큰 그림은 그렇다. 나쁜 사람들이 결국엔 득세를 한다더라는 생각은 어쩜 작은 것만을 돋보기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고. 어쨌거나 우리 모두는 착하게 살려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기 위해 애쓰니 말이다.

 

4.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하면 켄 피셔가 자신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였다. 필립 피셔라는 전설적인 주식 투자자의 아들인 그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나는 왜 어떤 사람들은 투자에 달인이 되고, 나 같은 사람들은 주식 지표를 아무리 봐도 이해를 못하는지 궁금했었다. 그 의문이 그를 통해 풀릴 줄이야, 그가 꺼낸 이야기 속에 뜻밖의 실마리가 숨겨져 있었다.

 

필립 피셔의 아들인 켄 피셔의 말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는 야스퍼스 증후군이었다고 한다. 야스퍼스 증후군은 숫자와 언어에는 천재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은 선천적으로 읽지 못하는 자폐아의 한 종류다.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지만 그게 실제로 그가 잔인해서라긴 보다는 그것이 타인에게 잔인한 말이라는걸 몰라서 그랬다니, 당장 빌 게이츠나 다른 억만장자들을 떠오르게 하는 단서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은 뇌의 구조 때문인 것일까? 다시 말해 그들은 부자가 될 수 밖엔 없는 뇌 구조를 타고 태어 난 것인 것일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태를 직시할때 별 고통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니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부자를 볼때 감탄하게 되는 능력들이 실은 어떤 능력들의 부재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를 흥분하게 했다 . 적어도 그렇다면 내가 부자가 아닌 것이 전적으로 내 탓만은 아니니 말이다. 그저 운명되어진 것이라라고 봐도 좋은 것일뿐. 마음이 좀 가벼워 지지 않는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던 책이었다. 물론 얄팍하긴 하다. 9가지 길이 있다고는 하나, 부자가 아닌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지고. 그렇다고 제목에서 풍겨대듯이 사이비에 ,사기가 분명한, 읽는다고 해도 남는 것이 없는 책은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주셨음 한다.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어떤 사람에게서든 배울점이  하나씩은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켄 피셔 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겠다. 부자가 되지 못하다고 해도 배울 점이 있다는건 좋은거 아니겠는가. 하니, 제목을 보고 비웃지 마시길...당신이 어떤 깨우침을 얻게 될지는 읽기 전까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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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냐 추녀냐 -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 지식여행자 3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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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종사하고 있는 분이 아니라면, 읽는 동안 이걸 내가 꼭 읽고 있어야 하나로 몇번은 갈등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던 책. 

저자가 통역사를 하면서 겪은 황당한 실수들과 에피소드들, 그리고 두 나라의 언어를 중개하다보면 피할길 없는 어려들과 특히 순발력과 기억력이 요구되는 동시통역사의 애환들을 적어 내려 가고 있는 책.  

따로 따로 수십년 동안 잊어버릴 만할때마다 하나씩 듣는다면 재밌는 일로 들릴 수도 있을 일화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통에 결국엔 지루해진다는 점이 단점. 거기다 통역사라는 한정된 직업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들이라서 과연 내가 이걸 읽는다고 해서 어떤 보람이나 도움이 될까 저의기 의심스러웠다.--다시 말해 난 통역사가 아니다. 앞으로도 될 생각이 전혀 없고, 가능성도 없으며, 의지도 없다.-- 

단지 통역사에 관한 일화라 재미가 없는 것일까 싶지만, 의사나 요리사들의 직업적 애환을 다룬 책들중에서도 재밋는 것이 있는걸 감안하면 그저 저자의 필력이 그다지 출중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마디로 저자가 이야기를 그렇게 맛깔나게 이어가는 재주는 없는 분이 아니셨는가 싶다.책을 엄청나게 읽으신 분이라고 하던데,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는 재주를 향상시키지는 못한다는걸 보여주는 산 증인이 아닐까 한다. 약간은 고지식하고, 책임감 넘치며, 착하고 성실하며 참한 분인 것은 같지만, 자신에겐 너무도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 남에게는 한없이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건 모르는 듯 하더라.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통역에 관한 일화에 나는 끝내 손을 들고 말았으니 말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일화를 몽땅 쏟아 내겠다는 각오가 아니라, 흥미롭게 들리기 위해 조금은 덜어내고 여유롭게 구성 했으면 이보다는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참. 그래도 제목은 잘 지은 것 같다. 미녀냐 추녀냐가 매춘부와 통역사에는 전혀 상관이 없더라는 뜻에서 지은 뜻인데, 어찌 되었건 능력이 우선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않는가 한다. 뭐, 보는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이 하는 일을 매춘부에 비교하면서 은근히 둘을 다 깔아 뭉개는듯한 뉘앙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말이다. 실제로 매우 능력있는 통역사였다는 저자, 겸양이 지나치면 자만으로 비춰 질수도 있다. 글을 쓸때 지나친 겸양은? 지루함으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쨌거나 유명하다는 일본 여류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처음 읽어 보았는데, 유명세에 비해선 내게 그닥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자신 만만한 여성의 글을 더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지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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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
리처드 르뮤 지음, 김화경 옮김 / 살림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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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책을 받아 들고는 볼까 말까로 망서렸다. 요약한 내용을 읽어 보니 잘 나가던 사장님이었다가 파산을 한 후 거리로 내 몰린 모양이던데, 그저 그렇고 그런 신파조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음에도 읽기 시작한 것은  왜였는지 모르겠다. 미련해서, 아니면 그럼에도 뭔가가  있을 거란 예감이 들어서? 물론 책을 읽기 전에 좋은 책인지 아닌지 판별이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서도, 실은 그런 예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딱 느낌이 좋아 읽어보니 실제로 좋은 책인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 책처럼 별로인게 보장 되는 듯한 포스를 풍겨대도 읽어보면 좋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즉 , 내가 말하려는 것은, 표지란 때론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으니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가는 읽어 보기전까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 책처럼 한 남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쓴 책이라면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 생각할 거릴 던져주는 생생하고 강력한 이야기들에 눈을 돌리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육십을 넘긴 리처드 르뮤는 한때 정말로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다니고, 애인과 함계 세계 여행도 다녔으며 기자에 사장도 해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순간의 파산으로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돈만 잃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지만 모두 떠나가 버린다. 친구도, 애인도, 그리고 가족들마저도... 남은 것은 오로지 그가 키우던 개 윌로우뿐,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었다는 충격과 자식들마저 등을 돌린 현실은 그를 우울증으로 내몬다. 자식과 손자들 이름마저도 잊어버릴 정도였다니 그의 절망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고급 호텔에서 삶을 만끽하던 그가 차 가스비와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고말자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의 자살은 그러나 애완견 윌로우의 존재로 인해 미수에 그치고 만다. 

 

자살소동 이후 그는 이제 윌로우를 위해 다시 살아보기로 한다. 너무 배가 고파 난생 처음 구걸에 나선 그는 무안만 당하고는 쫓겨 나고 만다. 마침 누군가 샐리네로 가면 아침을 줄거라는 말에 주춤대며 가본 그는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누가 봐도 신참 노숙자인 그를 보곤 C라는 사람이 다가와 토닥거린다. 이곳에 있는 사람도 너와 같은 사람이니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듯한 C 덕분에 리처드는 마음을 놓는다. 식사가 끝난 뒤 C는 리처드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노숙자가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을 알려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리처드는 평소라면 전혀 눈여겨 보지 않았을 노숙자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머리를 다친 뒤 버림받은 아줌마, 평생 알콜 중독자로 비틀대며 살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다는 앤디, 집을 가출한 뒤 숲에서 생활을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아줌마들, 명품들을 휘감은 채 샐리네로 오게 된 한 여성, 베트남 출전 병사였던 랜디...한때 자신과는 다른 세계 사람일거라 생각했던 노숙자들이 그저 운이 나쁜 사람들일뿐이라는걸 그는 알아가게 된다. 그는 점차적으로 그들에게 연민과 함께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그가 노숙자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하게 된 것은 C의 도움이 컸다. 단지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평정을 가져 오게 한다는 그는 세상사를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모른 척 한다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는 다른 노숙자들을 섬세하게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리처드는 감화를 받게 된다. 더불어 그간 자신이 좁은 우물속에 살고 있던 개구리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C가 얼마나 탁월한 사람인지 알게 된 리처드는 1년 반동안의 노숙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론 도저히 못 쓸거라는 절망에 던져 버리기도 했으나, 같은 노숙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원고를 완성하게 됐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우선 이 책을 보면서 서구 사회의 냉정함에 놀라고 말았다. 파산을 했다지만 그래도 키워준 아버지인데, 가족들이 멀쩡히 있으면서도 아버지를 노숙자로 내몰았다는 것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저자 자신도 그 충격에 가족들 이름마저 잊어 버렸다니 비단 나만 충격을 받은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게 동물이건 인간이건 간에 감정이 있는 존재는 함부로 버리는게 아니다. 어쨌거나 자살 충동에 시달린 그를 잡아준 것이 애완견 윌로우와 같은 처지의 노숙자들, 그리고 그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던 자선 사업가 분들이었다니, 다행이긴 해도 씁쓸함이 밀려 오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가족들이 사라진 빈 자리를 같은 처지의 노숙자들이 다정하게 메꿔주는 과정들이 아마도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해도 속으로는 울먹이고 있는 그를 향해,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다 살아가기 마련이니 겁 먹지 말고 두려워 말라고 다독이는 사람들 덕분에 그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끊임없이 그를 지치게 하는 우울증과의 사투는 계속되야 했지만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버림받은 노숙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던 저자가 다른 노숙자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에 눈을 뜨는 과정들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던 작품이다.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내려 간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던데, 바닥까지 추락한 인간이 어떻게 희망을 찾게 되었는지를 너무도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어 눈을 떼기 힘들었다. 진부하지도 않고,신파조도 아니며, 세상을 행해 원망이나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는 것도 좋다. 그저 담담히 노숙자들도 인간이고, 그들에게도 귀 기울여 볼만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들려 준다. 물론 그도 자신이 노숙자가 되기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겠지만서도.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균형 감각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력을 견지하던 그가 존경스러웠다. 인간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라는걸 그는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자신을 지켜 낸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닌데 말이다.

 

이 책을 읽기전까진 난 자선이라는 것에 대해 별로 생각을 못했었다. 내가 곤궁해보지 않았기에  힘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랐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서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한 끼의 식사가 주는 위안과 따스함, 그것의 위대함이야말로 이 책의 제목을 <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로 짓게 한 이유가 아닌가 한다. 그의 노숙자 삶엔 애완견 윌로우도 있고, 시인 노숙자인 C도 있었으며, 그를 우울증에서 끌어준 의사와 간호사 목사도 있었지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샐리네 였을테니 말이다.

 

만약 세상을 보다 선한 눈으로 보게 해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 한다면 ,이 책은 단연코 좋은 책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분이나, 인생이 파탄나서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들여다 보심도 좋을 듯. 험난한 고비를 성숙하게 넘긴 어른에게 한 수 배울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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