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억만장자가 되는 9가지 길
라라 호프만스 외 지음, 조윤정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데 사서가 책 제목을 보고 웃는다. 사서가 책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라 제목을 슬쩍 들여다 봤다. 아,맞다. 제목이 이거였지. 저자 이름만 보고 집어든 책이라 제목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이다. 음, 하긴 내가 봐도 심했다. 백만장자도 요원한 판에 억만 장자라니, 말이 안되긴 하군. '저 ,이 책, 제목 보고 고른거 아니거든요.' 변명이 하고 싶어졌다. '저도 억만장자가 될 생각은 없다구요.' 왜냐면, 전 저를 잘 아니까요....라고 변명을 하려다 주춤한다.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능력이 없는 거겠지... 라는 말이 하늘 저 위 어디에선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래, 나 능력 없다, 어쩔래? 하늘을 한번 째려봐주고.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나 역시 저자가 아니였다면 이 책을 볼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켄 피셔, 요즘 증권에 관심이 가다보니 이 책 저 책 찔러 보고 있는데, 그중 우연히 눈에 뜨인 사람이 바로 그다. 주식이란 분야에 초보중 왕초보라 진짜 내 안목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저자로써 켄 피셔 글을 정말 잘 쓴다. 설득력있고, 분석력 우수한데다, 통찰력있으며, 진솔하고, 주식을 접근하는데 있어 특이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미국 포브스 400대 부자에 자수성가해서 든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던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왜 그가 부자가 될 수밖엔 없었을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야에서건 고수는 비슷하다. 그들의 능력이라는 것이 사장되기엔 너무 뚜렷하다는 것과 그들을 따라하기란 보통 사람들에겐 어렵다는 것, 그만큼 독창적이라는 의미다.
그의 주식 관련 책을 읽기는 했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따라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내가 초짜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가는 모르겠으나, 주식 투자 방식을 알려 준다 해서 현실에 적용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부자가 될 가망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다른 책까지 읽게 된 이유는? 그에게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도 그는 적어도 당신이 혹은 내가 왜 부자가 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만은 알려줄지 모른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제목은 이렇게 읽어도 무방하다.
" 나는 왜 억만장자가 되지 못했나, 그 9가지 길"
이 책에서 저자는 수십 년간 그가 만나 본 부자들을 분석해서 그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 9 가지 길은 창업을 하던가, CEO가 되던가, 유능한 CEO의 사업 파트너가 되거나, 스타가 되서 돈을 벌거나, 투자 대행사를 차리거나, 부자와 결혼을 하거나, 발명가가 되거나, 부동산을 사거나, 저축과 주식투자를 하거나 등이다. 그중 가장 솔깃하고 --얼핏 쉬워 보인다는 점에서--재밌는 분야는 결혼이었다. 음, 억만장자가 되는 본격적인 길에 결혼이 있다니, 이거 좀 진지하지 못한 분석 아니냐 하실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런 방법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있으나 뭐라 하긴 그렇다. 저자 역시 그것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지만 그는 단언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결혼이 쉽다고는 생각하지 말라고,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억만 장자와 결혼한 사람들이 결국 이혼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온 나로써는 그 말에 일리도 있어 보인다. 위자료가 남으니 남는 장사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으나, 뭐 그거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것일 것이고. 쉽게 읽힌다는 장점외에 이 책의 다른 장점을 들라면...
1. 부자가 되는 길은 정말로 어렵다는걸 깨닫게 된다. 하여 당신이 만약 억만장자가 아니라면 그것이 운이 없어서나 사기 치는 재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신념이 모자라거나, 야심이 없거나, 소심하거나, 의지가 없어서 였다는 자각을 얻게 될 것이다. 하니, 이미 그런 자각을 가지신 분들은 굳이 이 책을 통독할 이유가 없겠다.
2.저자는 9 가지 각 분야에서 실제로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추천책을 적어놓고 있었다. 평소 경제 분야에 관심이 없던 탓에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다룬 책들이 나온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별별 책들이 많더라. 켄 피셔의 말에 의하면 다들 괜찮은 책이라고 하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볼만한 목록에 올려 놓으면 좋지 싶었다. 물론 진짜 억만장자가 되고 싶으신 분들에겐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될 것이고.
3. 사기를 쳐서는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부자로 남을 수는 없다는 그의 통찰은 속이 다 시원했다. 우린 대부분의 부자들이 성격이 나빠서 혹은 사기를 쳐서 부자가 되었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은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이 자본주의 사회 구조가 아닌가 한다. 일단 내가 보기에 큰 그림은 그렇다. 나쁜 사람들이 결국엔 득세를 한다더라는 생각은 어쩜 작은 것만을 돋보기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고. 어쨌거나 우리 모두는 착하게 살려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기 위해 애쓰니 말이다.
4.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하면 켄 피셔가 자신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였다. 필립 피셔라는 전설적인 주식 투자자의 아들인 그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나는 왜 어떤 사람들은 투자에 달인이 되고, 나 같은 사람들은 주식 지표를 아무리 봐도 이해를 못하는지 궁금했었다. 그 의문이 그를 통해 풀릴 줄이야, 그가 꺼낸 이야기 속에 뜻밖의 실마리가 숨겨져 있었다.
필립 피셔의 아들인 켄 피셔의 말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는 야스퍼스 증후군이었다고 한다. 야스퍼스 증후군은 숫자와 언어에는 천재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은 선천적으로 읽지 못하는 자폐아의 한 종류다.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지만 그게 실제로 그가 잔인해서라긴 보다는 그것이 타인에게 잔인한 말이라는걸 몰라서 그랬다니, 당장 빌 게이츠나 다른 억만장자들을 떠오르게 하는 단서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은 뇌의 구조 때문인 것일까? 다시 말해 그들은 부자가 될 수 밖엔 없는 뇌 구조를 타고 태어 난 것인 것일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태를 직시할때 별 고통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니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부자를 볼때 감탄하게 되는 능력들이 실은 어떤 능력들의 부재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를 흥분하게 했다 . 적어도 그렇다면 내가 부자가 아닌 것이 전적으로 내 탓만은 아니니 말이다. 그저 운명되어진 것이라라고 봐도 좋은 것일뿐. 마음이 좀 가벼워 지지 않는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던 책이었다. 물론 얄팍하긴 하다. 9가지 길이 있다고는 하나, 부자가 아닌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지고. 그렇다고 제목에서 풍겨대듯이 사이비에 ,사기가 분명한, 읽는다고 해도 남는 것이 없는 책은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주셨음 한다.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어떤 사람에게서든 배울점이 하나씩은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켄 피셔 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겠다. 부자가 되지 못하다고 해도 배울 점이 있다는건 좋은거 아니겠는가. 하니, 제목을 보고 비웃지 마시길...당신이 어떤 깨우침을 얻게 될지는 읽기 전까진 알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