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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오스카 - 어느 평범한 고양이의 아주 특별한 능력
데이비드 도사 지음, 이지혜 옮김 / 이레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치매 노인을 모시는 요양원의 애완묘인 오스카는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별로 친절하지 않은 고양이일 뿐이다. 하지만 곧 간호원들과 간호조무사들은 그가 죽음을 맞이한 노인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간호사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데이비드 도사 교수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웃어 넘긴다. 그러나 곧 운명이 임박한 노인의 침실을 지키는 오스카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면서 그 역시도 반신반의 하게 되는데...치매에 걸린 가족을 모시고 있는 분들은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치매가 인간을 얼마나 황폐하기 하는지 불평하고 하소연하는게 다인 치매를 다룬 다른 책들과는 달리 배울 게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이 악화되는걸 바라보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현실을 받아 들이고 삶을 지속내 나갈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우아하고 품위있게 대처하기도 한다. 메리는 치매인 어머니를 모시면서도 언제나 생기 넘쳤던 어떤 아들의 이야기를 늘 들려 주곤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 아, 저는 오래전에 우리 엄마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어요. 지금은 이 귀여운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고요!"
보통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고난도의 대응 능력이었다. 죄책감이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또는 치매가 서서히 불러 일으키는 퇴행을 지켜보는 비통함 때문인지 몰라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쓰려지면 마치 자기 자신의 생이 다한 듯 자취를 감추려 한다."-- 32
이런 문장들을 보면 책을 읽는 보람을 느낀다. 주위를 둘러보면 늘 배울 점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고. 고양이 오스카의 능력이 우연인지 아니면 실재하는 것인지, 그것이 만약 실재하는 것이라면 어디서 온 것인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삶을 마감하는 많은 노인들이 그의 배웅을 받았다는 것이며, 부모를 잃은 지옥같은 충격과 슬픔을 이겨내도록 그가 가족들 곁에 있어 주었다는 점이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신비스런 능력을 가진 고양이에 대해 읽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그보다는 오스카라는 존재가 주는 위안에 흠뻑 빠지게 됐다. 평소에는 불친절하지만, 삶에서 죽음에 이르는 불가해하고 두려운 시기에 내 곁으로 와서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 주는 친구라. 인간이 죽음 앞에 얼마나 비겁한 존재인지 혹 아시는가? 내 죽음이건 가족의 죽임이건 간에 말이다. 이별이라는 주제에 인간보다 더 서툰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면에서 죽음에 대처하는 면에선 인간보다 나은 능력을 지닌 고양이 오스카를 보면서 어쩜 이 지구상에 인간만 남게 된다면 그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겠다 싶었다. 인간이 대단하다고? 참으로 무지스런 발언이로다...
술술 읽힌다. 너무도 특이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는 점이나, 군더더기 없이 골자만 골라 서술한 태도도 마음에 든다. 혹 이거 아시는가. 아무리 환자들을 많이 치료한 의사라고 해도 자신의 틀을 깨는 하나의 사실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난 진심으로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의 소소한 발견이야말로 세상을 진보시키는 작은 발걸음이라고. 왜냐고?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시작이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우리 자신마저도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 아니겠는가. 그런면에서 작지만 흔치 않은 지혜를 나눠주신 저자와 고양이 오스카에게 감사를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