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월터 컨 지음, 김환 옮김 / 예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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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지 클루니의 매력이 유감없이 보여지던 동명 영화의 원제다. 영화를 그럭저럭 재밌게 봐서 원작은 어떨까 궁금해서 본 책인데, 뜻밖에도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달랐다. 백만 마일리지를 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해고 전문가 라이언 빙햄이 주인공이라는 것 외엔 주인공의 개성도, 줄거리 전개도, 주인공의 가족들도, 그리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마저도 공통점이 없었다. 처음 초반을 읽을 무렵엔, 책이 워낙 신선하게 느껴져서 왜 책 그대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원서의 라이언 빙햄과 영화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닮지 않았다. 시니컬하고 강박적인 꼼꼼함을 지닌, 자신 주위에 경계선을 그어놓고 사람들을 들이지 않던 깔끔한 조지 클루니의 라이언 빙햄과는 달리, 책속의 그는 그렇게 강박적이지도,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강한 성격이지도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내였다. 단지 둘의 공통점이라면 백만 마일리지에 대한 집착이었는데, 그 마저도 느낌이 좀 다르다. 초반을 읽어 내려갔을땐 원작의 라이언 빙햄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서 왜 이대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지 어리둥절했다. 아마도 조지 클루니라는 배우에 맞는 역으로 바꾸기 위해 성격마저 개조한 모양이다, 내진 같은 배역이라도 조지 클루니가 맡으니 다르게 느껴지는가 보다 했다. 그 생각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왜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지 이해하게 됐다. 한마디로 몽땅 바꾸지 않는다면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못한 운명을 지닌 원작이었던 것이다.  

초반은 좋다. 신선하고 개성 넘치며, 해고 전문가의 마지막 출장에서 그가 생각하는 공중 세계에 대한 단상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공중세계가 그렇게 좁은 세상이었을지 누가 알았으리요. 하늘을 짤짤 거리고 다녔던 빙햄은 왠만한 스튜디어스와 장거리 출장자들과 곳곳의 까페 테리아와 호텔과 랜트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옆좌석에 앉은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우연처럼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는 자신과 같은 세계에 속해 있다는 생각에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뒷 담화를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듣게 되면서 실망한다 .그들도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중반을 지나서다. 작가는 도무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 시켜나가야 할지, 왜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인지, 내진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지 갈피를 못 잡는 눈치였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도. 그렇다 보니 횡설수설 엄청 해맨다. 자신이 잃어버리지도 않은 가방이 돌아오고, 보내지 않은 선물이 배달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자신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해킹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빙햄...까지는 좋다.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 그걸 어떻게 풀어 갈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들이 연결점 없이 각각 표류한다. 남해안의 외따로 떠 있는 각각의 섬들처럼 빙햄이 겪은 일화들이 그렇게 따로 따로 놀다보니 내가 과연 무엇을 읽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과연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걸 알고 있기는 하나? 

하여 어느것이 더 나을까, 초반에만해도 원작이 더 낫네, 평범한 이야기가 더 공감이 가기 쉬운데 왜 이걸 바꿨을까? 생각하던 것들이 후반에 이르러서는 영화가 훨씬 더 낫군, 그리고 적어도 헐리웃 제작자들이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한마디로 몽땅 바꾸지 않고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원작이었던 것이다. 작가 입장에서도, 제목과 라이언 빙햄이라는 해고 전문가만 빌려 주고--아이디어만 빌려 주고--돈을 받았을테니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었겠지 싶다. 

하여간, 영화의 감동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잡지 마시라. 횡설수설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도...이렇게 후반부에 밀리는 책들을 보면 안타깝다.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편집자들이 다시 한번 천천히 써보면 어떻겠는가 라고 권유만 했더라면...그래도 시간을 초월하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이런 작품을 볼때마다 깨닫게 된다. 완벽한 작품을 쓴다는건 쉽지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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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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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의 비교적 초기작, 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조롱끼가 다분하다. 신랄한 목소리로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인상으로는 그다지 세련되지 못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봐도 보네거트는 후기 작이 더 나은 듯...제 5 도살장만 빼고 말이다. 

리뷰 길게 쓰기 싫어 내용은 패스함.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자신의 엄마의 자살이 보네거트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거란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엄마의 자살과 다른 가정적인 비극을 홀로 감당하며 사셨던 보네거트, 그가 견뎌낸 세월에 존경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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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방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0
앤절라 카터 지음, 이귀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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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을 기억하시는가? 그 전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책이다. 도입 자체는 괜찮았지만, 17살에 흡혈귀에게 팔려 가면서도 사랑을 운운하는 여자의 멍청함을 설명한 것도 괜찮았지만...결말이 어색하다. 입맛만 버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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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침묵 열린책들 세계문학 13
베르코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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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는가 보다. 어떻게 과거에 본 책이란걸 까맣게 모를 수가 있단 말이냐, 어딘지 낯 익어,라면서 데자뷰 현상을 의심하던 나는 중반을 넘어가서야 대학생때 읽은 책이란걸 깨달아 버렸다. 세상에나...네가 뭘 읽었는지도 모르냐? 라면서 꾸짖은 책이 되겠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내가 읽은 책이 다시 새로운 책으로 번역이 되 나오는걸 보면 말이다. 한바퀴 돌았다는 말 아니겠는가.이러다 보면 정말로 새로운게 하나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책이 궁금해? 그럼 그냥 봐... 

참, 오래전 읽었을때와 달리 별 감흥이 없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늙었을 뿐만 아니라 감성도 무뎌졌는가 보다. 솔직히 이런 책에 무뎌졌다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쁘진 않더라. 왜냐고? 너무 감상적인 톤이란 것이 이번엔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감상에 감격할 이유가 이젠 없다. 무뎌져셔라기 보다는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해석하겠다. 실제로도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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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텐
후지타 요시나가 지음, 오유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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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장이에게 쫓기고 있던 주인공은 도코를 같이 산책해주면 백만엔을 주겠다는 그에게 솔깃한다. 아내를 죽이고 왔다는 그는 자수하러 가는 길에 동경을 산책해보고 싶다고 제안하는데... 

전개 자체는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이 불우했던 주인공이 스트립 댄서에게 빠져 허우적대다, 빚을 받으러 온 아저씨와 도쿄를 거닐면서 이런 저런 사건을 겪게 된다는 설정말이다. 하지만 어딘지 석연찮다. 왠지 속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과연 이런 사람들의 소동을 흥미롭게 지켜봐도 되는 것일까, 라는 것 말이다. 일본 작가들의 책을 보다보면 윤리의식 약간 애매한 사시를 한 듯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들만의 특징일까? 범죄와 섹스 산업과 깡패들에 너무도 너그러운 그들...웃자고 쓴 글에 죽자고 대들기 그래서 넘어가지만 껄쩍지근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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