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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오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웃긴다고 해서 봤다. 웃긴다고 하지 않았어도 작가때문에 봤을 것이다. 이 작가의 전작인--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책인--<시티즌 빈스>를 너무 재밌게 봤었기에 , 그의 다른 책은 번역되지 않나요?라면서 오매불망 기다려 왔었다. 우연히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기뻤던지...거기다가 타임지 선정 10대 소설에 들었다지 닉 혼비를 비롯한 작가들이 좋다고들 하지, 난 정말로 굉장히 좋은 소설책을 만나게 될 줄 알고 흥분에 날뛰었다니까.
그런데 지금의 심정은? 중고 책이 이렇게 대량으로 나온 것이 이해 되고도 남는다는 정도? 한마디로 재미 없다. 교훈도 없고, 그렇다고 설득력이 있나. 재치가 있나, 그럴듯이라도 한가, 참으로 이해 안되는 주인공의 동분서주 소동에 어이 없기만 했다. 심지어는 이 책을 작가가 작정하고 코디미 물로 쓰려다 실패한 것인지, 어쩌다 보니 어정쩡한 코믹 소설이 된 것인지도 구분이 안 됐다. 정색하고 쓴 책 치고는 주인공등 설정이 어색하고, 그렇다고 코믹물로 쓰려던 것이라고 하기엔 코믹이 모자라니 말이다. (한숨을 쉬면서)도무지 이 작가가 시티즌 빈스의 작가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선선함은 어디 갔나요? 등장인물들의 개성은요? 개성이 없다면 적어도 신빙성만은 있어줘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 어리버리한 주인공 맥은 기자 출신이라는 설정이 믿겨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기자를 하려면 어느정도는 글발이 있어야 하고, 적어도 사회를 보는 눈은 있을 거 아닌가? 이렇게 대책없이 현실 감각 없는 전직 기자라니...그것도 본인 입으로 괜찮은 기자라고 떠들면서 말이다. 도무지 앞 뒤가 맞지 않은 설정이었다. 하여간 나로 하여금 심하게 실망하게 하는 바람에 작가 이름이 뭐였는지도 잊어 먹게 만든 <시인들의 어쩌고 저쩌고>를 분석해 보자면 이렇다.
전직 신문기자인 맷은 자신이 빚더미에 앉아 있고, 해고되었으며, 수주 내로 집에서 쫓겨날 처지라는 사실을 아내에게 알리지 못한다. 더군다나 과소비를 종교처럼 떠받들며 사는 아내는 고등학교 동창과 바람이 난 상태, 그는 이 괴로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그저 그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던 그는 한밤중에 편의점에 갔다가 마리화나를 건네 받고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걱정 없이 지내던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면서 감격의 눈물을 짓던 그는 마리화나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고급회되었다면서 소량을 구매하기에 이른다. 잠시의 일탈의 목적으로 산 마리화나를 우연히 주변 사람들에게 팔게 된 그는 곧 이것이 수지맞는 장사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가진 돈을 몽땅 털어 마리화나를 사기로 한 그는 마약상 집단에게 끌려 가게 된다.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간 마리화나 재배단지에서 그는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골치가 아파서 마약상을 못해 먹겠으니, 마리화나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사가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은 돈이 없다면서 펄쩍 뛰지만, 의외로 순진한 마약상들은 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마약상의 제안에 놀란 그는 경찰이 자신을 잡아 들이자 한층 더 놀라게 되는데... 과연 그의 막장 인생은 어디까지 흘러가게 될 것인가?
사람들은 주인공이 순진하다고 하는데, 이건 순진한게 아니다. 멍청한 것이지.전직 기자라는 사내의 멍청한 일지를 보는 것이 과연 얼마나 재미 있을까 라는 것은 독자 개개인의 성향에 달린 것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시간 낭비 같아 보이더라. 하여간 모든 것이 어정쩡하던 소설, 기자라고 하기엔 멍청한 주인공에, 도무지 남편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드는 아내와 이런 마약상이 있을까 의아하게 만들던 어리버리 마약상들에 그에 못지 않게 멍청한 마약 단속반 형사들까지...모기지 론에 따른 미국 중상층의 심각한 경제 이탈을 보여준다고 하던데, 도무지 아무것도 상관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동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공감이라도 돼야 하는데 말이다. 이렇게 따지자면 작가로써는 실패한 책을 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단 한가지, 모기지론이 어떻게 실패하게 된 것인지를 그나마 꼼꼼하게 조사해서 풀어놓은 점은 높이 사고 싶다. 적어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귀를 열어놓고 있다는 뜻이니까.그렇다고 모기지론에 따른 미국 경제 상황을 알기 위해 이 책을 보실 필요는 없다. 다른 책이나 뉴스를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정보였으니까. 하여간 웃긴다고 하는데 전혀 한번도 웃지 못했다. 이거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왜냐면 난 결사적으로 웃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결사적으로 웃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한번도 웃음을 주지 못한 책은 ... 아무리 좋게 봐줘도 좋은 책이라고는 할 수 없지 싶다.아, 제스 월터, 나를 이렇게 실망시키시나요? 그래도 다음번을 기약하고 있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