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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관 살인사건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8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강원주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어디까지나 '나'의 눈높이로 보아도, 이웃나라 일본 속 '추리물'에 대한 위치(지위)는 분명 높다고 생각이 된다. 물론 세계적으로 생각해보았을때, 이 고전적인 추리와 탐정(또는 이미지) 그 대부분에게 있어서, 영국(대영제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져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워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소설, 만화, 심지어는 영상물에 이르기까지, 소위 '범죄와 추리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계승되며, 때로는 발전하거나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다. (소수의 막장드라마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이야기에 들어감에 있어서, '나'는 전부터 "이 소설은 어떠한 부류의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궁금증을 가졌다. 그도 그럴것이 그 아무리 최신의 작품이라 해도, 그 나름 정통과 퓨전의 단어에서 드러나듯 결국 그 흐름에는 기존 작품들의 설정이 계승되는 부류가 압도적으로 많지 않은가? 예를 들어 '괴도'라는 단어에서도 흔히 그 나름의 (문화관과) 세대에 따라, 루팡을 떠올릴 수도 있고, 20면상을 떠올릴수도 있고, 심지어는 천사소녀 네티를 떠올릴 수도 있다. 더욱이 범죄의 형태와 탐정의 개성! 그 척도를 가늠하는데 있어서도 분명 순수히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바라는 독자는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홈즈? 포와로? 에도가와 코난? 과연... 이 작품속의 주인공은 어떠한 분위기와 닮아있는 위인이였나?
이에 결과를 풀어놓자면, 적어도 이 소설은 등장인물의 '존재감'으로 먹고 들어가는? 작품은 절대 아니다. 또한 여지껏 알고있는 일본풍 고전추리소설과 비교해도, 그 개성에 있어서만큼은 감히 둘도 없는 독보적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독보적' 이라는 것이 사실상 독자의 입장에 있어서, 오롯이 장점으로 드러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흑사관이라는 묘하게 서양주의적인 장소와 그 배경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탐구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에 그 진실을 발견하려고 하는자, 범죄를 저지르는자, 심지어는 주변인물들조차도, 매우 박학다식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1900년대 저자 스스로가 '독서광'으로서, 스스로 쌓아올린 지식의 개념이 남다른 탓인데, 문제는 그 모든 원인과 해석의 과정에 있어서 '지식을 못 드러내 안달난' 인물들이 우후죽순 표현되어, 정작 본래의 내용을 이해하기조차도 난해해진다는 것이 내가 느낀 감상중 하나였다.
배경, 인물, 수단, 그리고 창의성!
이처럼 그 나름 정통적인 추리소설의 흐름을 떠올리자면 (나름) 위와 그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 흑사관 살인사건은 그 명확한 흐름과는 달리, 저자의 지식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부수적인 내용이 더 주를 이루는 것이 문제이다. 때문에, 그 나름 생각해서 '마치 수학문제를 풀어 나아가듯' 천천히 난해함을 해쳐 나아가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독자가 아니라면, 분명 이 소설은 그 읽어 내려가는 순간에서부터, 큰 난관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 그래서일까? 이미 위에서 언급했던 그대로, 이 소설의 분위기, 내용, 등장인물의 개성에 대한 그 많은 부분에 있어서, 훗날 이를 계승한 또 다른 작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야말로 유일무이! 그야말로 일본 3대 기서로서 이름을 올리며, 독자들을 우롱?하는 난해함의 소설! 혹 이에 머릿속이 멍~ 해져가는 공허감?을 맛보고 싶다면? 나는 감히 이 책을 살포시 권한다.
*참고로 일본에서 읽기 난해한 책 (기괴해서) 베스트3에는 '도구라 마구라' '허무에의 제물' '흑사관 살인사건'이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자'는 '변태' 취급을 받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