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문제점은 오늘날의 도심지와 수도로서의 역활과는 사뭇 다른 '도쿠가와 막부'의 에도는 중세의 도심지로서, 보다 독특한 차이점이 드러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당시 건축술과 소재의 한계가 낳은 목조건물의 밀집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에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화재라는 재해(또는 인재) 에 고통을 받고 또 이를 예방하는 방법(또는 미신을 더한 믿음)을 만들어내었으며, 더욱이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재산(물건)을 축척하지 않는 (대체로 서민들이 택한) 생활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또한 신분간의 차이가 만들어낸 거리와 마을... 그리고 그 와중의 교류와 질서를 만들어낸 일본의 예법은 또 어떠한가? 이처럼 천하의 안정을 낳은 신 막부의 체제 속에서 자리잡고, 또 성장하는 에도와 일본은 과연 과거와는 다른 어떠한 일본인을 만들어 내었을까? 어쩌면 이 책은 그 순간의 시대가 만들어낸 일본인의 단면을 진단하는 하나의 책이 되어줄 것이라는 감상을 만들어내는 내용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이 되어진다.
때문에 안정 속에서 번영하는 도시, 그러나 막상 그 속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에도의 도심지와 그 밖의 지방의 봉토... 중심과 외곽이 만들어낸 차이 뿐만이 아닌, 체제의 한계가 만들어낸 빈곤의 모습 또한 눈에 들어온다. 그 뿐인가? 여느 화려함과 활기를 상징하는 (중앙) 문화의 이면에서, 발생한 '시마바라의 난' 과 같은 대규모 반란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를 따지고 보면, 역시나 도쿠가와 막부가 선택한 '통치'와 '통제'가 어느 사회 공동체에 큰 부담과 불공정함으로 드리웠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어느 체제가 형성되고 또 전통의 이름으로 다져지기까지 에도는 커다란 통치에서 세세한 질서유지에 이르는 많은 부분에서의 '메뉴얼'을 완성시키는 중심이 되어왔다. 여느 영주와 사무라이의 삶의 방식, 백성으로서의 삶의 방식... 그리고 그 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자들이 선택한 전문가로서의 길' 이 만들어낸 의학과 상업 그밖의 다양한 발전사가 눈에 들어오게 되기까지! 이처럼 비록 한 시대의 '에도'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빛과 어둠에 대한 보다 리얼한 역사를 마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나는 이전과 이후의 (역사)서술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