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들 걷는사람 소설집 4
임성용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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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신파' 소설은 '사회파'... 어쩌면 이제 대한민국의 개성이라할 수 있는 작품의 성격 가운데서, 분명 이 책 역시 그러한 틀 속에서 표현된 하나의 글일 것이 분명하다. 그야말로 해방과 전쟁, 그리고 독재와 성장이라는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휘둘러진 인간 개인의 감정은 비록 부족하겠지만 '한'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을지 모른다. 때문에 이 무수한 단편소설에 표현된 감정은 작게는 등장인물들의 환경과 사건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나름 (크게)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결국 그러한 감정이 표출되고 또 인정할 수 밖게 없게 만드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서, 즉 그 독특한 감정에 공감하는 시대적 인식(또는 지식)이 나에게도 있다고 인정하게 만든다.

아내하고 딸이 사라졌어. 그냥 쓱 사라졌어. 쓰던 물건도 그대로 다 있는데 돌아오지 않았어

공원 조 씨 89쪽

이처럼 위의 '공원 조 씨' 가운데서 가족이 오지 않은 이유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난 탓이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들이닥친 사고와 죽음 가운데서, 그 등장인물과 연관된 비극(사고와의)의 접점은 그 어디에도 없다. '평소에 무언가 잘못을 했나?' '전생에 천벌받을 짓을 한걸까?' 근데 왜 나였지? 혹 이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을 수 있겠는가.

때문에 이 소설에서도 그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부조리의 모습을 통해서, 이에 국가와 사회의 측면에서의 해결책 뿐 만이 아닌 인간으로서 바꿀 수 있는 부분과 그 한계에 대한 질문을 어쩌먼 저자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그러한 감상을 받는다. 이른바 과거 흔히 안정과 질서와 번영을 쫒는 와중에 있어서, 결과적으로 사회는 위법과 부실이라는 당시 압축성장의 그림자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평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그 과거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하나의 주제로서 이 소설에 활용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활용 너머에 많은 독자들과 그 세대들간의 (기억과) 문제의식이 줄어들거나 단절되는 순간. 결국 이 시대의 비극은 이후 또 다른 이름표를 달고, 이후 먼 미래에서도 반복되는 악순환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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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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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때문에 과거의 감상과 오늘날에 느낀 감상... 그것에 대하여, 결국 서서히 변화한 사회와 개인을 돌아보며, 나는 톨스토이가 주장하는 '사랑'이 단순히 그의 희망만이 아니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오늘날의 (대한민국 속) 사회는 보다 선진화되었다. 개인의 권리가 강화되고, 부조리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힘을 싣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유를 배경으로 누릴 수 있는 어느 것은 분명 이전 과거와 비교했을때 더욱 더 그 폭이 넓어지고 또 다양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흐름사이에서 현대 사회가 점차 잃어가는 것이 있다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 그리고 각각의 능력에 따라 더 높은 지위와 재산을 소유할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에 대하여, 이에 비판을 한다는 것은 (나름)올바른 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헌대)독자의 입장에서 이를 비판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면, 결국 이 책은 좌.우로 나누어져 격렬하게 대립하는 대한민국의 이념싸움에 휘말려 그 참뜻이 왜곡되어 버릴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오늘날 "탐욕이 비극을 부른다" 는 이 책의 주제가 이른바 도덕적 올바름과 함께, 자제와 겸손이 미덕으로 인정받던 과거와는 다른... 보다 자유로워진 이 시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가 매우 궁금하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40쪽

각설하고 감상을 표현하자면,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이른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예들 들어 과거 전통적 제도와 신분을 통해서 부여되는 '특권과 격차'가 큰 문제로 지적받았다면, 이에 오늘날에는 그저 자유의 이름아래 부와 권리를 남용하며 형성되어진 '신 자유주의'(또는 개인주의)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다. 이른바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나의 권리와 자유가 제일로 추구되고, 타인의 배려와 사랑이 '선택사항'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현상에 대하여, 어쩌면 이 책은 그러한 그러한 흐름 사이에서 한번쯤 뒤를 돌아볼 쉼표의 역활을 수행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감상을 받는다.

이처럼 이 책은 얼핏 신앙적 관점에 기댄 내용이라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결국 그 내용 속의 '사랑'을 탐구하다보면, 결국 저자가 추구하려 했던 사회적 프로그램, 또는 이상에 대한 나름의 주장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 격차가 핍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목격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탐욕과 욕망이 크게 전쟁과 죽음과 같은 '피의 순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결국 그는 우선적으로 인간의 도덕적 완성을 주문하는 인물이 되어 간 것이라 생각된다. 조금 더 풍요롭게,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를 추구하며 이에 국가와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방향은 결국 어디인가? 이에 혹여 나 또한 그 목표를 통하여 '전쟁 같은 삶'을 살고 또 그에 익숙해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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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걷는사람 에세이 8
홍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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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현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여느 맛이 줄곧 소개되고는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보다 특별하고 개성적인 맛 (맛집)이 추구되고, 또 소비되는 현상이 만들어지게 된 까닭으로 인하여, 이른바 "보다 특별한 것을 먹고 싶다"는 욕망은 현대 외식업 뿐 만이 아니라, 과거와는 다른 식문화를 만들어 낸 시금석이라 이해해도 그리 틀리지 않으리라 여긴다.

그렇기에 이에 과거의 맛을 추억하는 것 또한 생각해보면 '특별하다'는 범위 내에서 나름 그 가치를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의 내용은 오롯이 저자 개인의 과거의 기억에 기대어 완성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마주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주제'를 접하고 또 공감 할 수 있는 기회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내 몸에 축척된 익숙한 것이, 낡아 가는 것이, 무게를 재지 않아도 되는 것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이 순정한 그리움을 키우는 것이리라.

135쪽

 

이에 가장 큰 주제라고 한다면, 옛 영덕의 어촌의 삶을 공유한... 실로 '한 시대에 대한 회상'이다. 그야말로 가난했던 서민으로서의 삶, 그리고 이후에는 한 가정의 자녀로서, 의식주를 소비하며 성장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저자가 표현한 음식 또한 그 대부분이 단순히 과거와 오늘날에 이어 꾸준히 소비되는 단순한 '식재료'와는 결을 달리하게 하는 (특별한) 조미료가 더해진다.

실제로 영덕의 명물로 통하는 음식 뿐 만이 아니라, 토박이라 아니라면 들어보지도 못했을 음식... 그리고 시대의 흐름속에서 귀해진 식재료와 돌아가신 부모님의 손맛 등과 같이 비록 제3자인 나의 입장에서 있어선 저자가 표현한 '바다의 맛'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옛 기억'과 '그리움'의 메시지만큼은 크게 공감 할 수 있었다. 아니! 저마다 고향이 다르고, 삶의 질과 시대가 달랐다 하더라도, 가족의 품안에서 성장하고 또 독립의 과정을 거쳐가는 것은 인간(사회인)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는 과정이기도 하기에, 이에 전해지는 '그리움'만은 분명 내용을 떠나, 다른 많은 독자들의 마음 한 켠을 두들기는 감정의 글로서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 나는 그러한 감상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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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첫사랑 - 문예 세계문학선 046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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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지만, 대신 순간적으로 불타오르는 것과 같이 격렬한 (첫)사랑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로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으로 손꼽히는 그 작품은 흔히 '변치 않는 사랑'을 대표하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이에 낭만을 느끼는 사람들에 의하여 끝임없이 표현되고 또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낭만' 이라는 단어 속에는 결국 이 비극이 가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야말로 리얼한 세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랑과, 낭만 속에 가두어져 성장한 사랑 사이의 거리는 실로 아늑히 멀고 또 다를것이다. 그렇기에 이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비교적 리얼한 세상에 발을 디딘 문학 작품으로서 그 가치를 온전하게 발한다. 과거 근대의 서방화가 진행되어가던 러시아(제국) 속에서, 그리고 흔히 무도회와 중매, 그리고 가문끼리의 결합이라는 옛 결혼관의 상식과는 상관없이! 그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 피어난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와중에 이에 저자는 그 사랑의 완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때 사랑의 계절이 다가오고 또 사라져가는 와중의 찰나를 표현했다.

사랑과 죽음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동일한 것이였다. 순결하고 고상한 사랑이 여자를 멸망으로 이끄는 경로는 투르게네프가 가장 좋아하는 창작의 동기였던 것이다.

해설 290쪽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은 흔히 사교계의 숙녀가 아닌 보다 다양하고도 솔직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들 들어 호감을 드러내는 남성들 사이에 군림하는 '지나이다'에서 그저 한 사내를 향한 맹목적이고 순종적인 사랑을 보여준 '아쿨리나'에 이르기까지... 분명 그 저마다의 모습은 달라도 단 한가지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시 시대가 요구하고 도 제한하는 한계의 벽에 가로막혀 사랑을 완성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적어도 이에 '찰나를 거쳐 성숙해진 남자들?' 과는 다르게, 아니! 그저 현실에 타협하고 납득하고 포기하는 상대들과는 달리, 그녀들은 줄곧 그녀 스스로의 사랑의 감정(마음)을 따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기를 원한다" (오스카 와일드) 각설하고 이 글을 통해 나는 오늘날의 독자들이 과연 어떠한 감상을 받을 지 궁금하다. 분명 시대가 변했고, 각 세대간의 추구하는 사랑의 완성형도 다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옛 이야기에서 '종속'과 '미련'에 집중하여 낙후된 이야기라 정의하는 잘못은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투르게네프가 묘사한 여성의 성격에는 당시 시대에 있어, 최대한의 자유와 진실된 마음이 표현되는 그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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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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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어렵다는 편견 속에서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학문, 그러나 비록 오랜 고전적 철학이라 해도 분명 그 배움의 과정에서의 성과란? 흔히 인간의 삶 아니... 인간 공동체의 삶 속에서 과거와 현재 '가장 올바른 정의'를 가늠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점을 만들어가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국제화가 진행된 세상'에서는 이전의 학문적 경계, 흔히 크게 동.서양으로 나누어지는 특성과 차이점 역시도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저 다르고 또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참고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플라톤의 이데아 즉, 천상 세계를 가르치는 이상주의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주장이 많다.

머리말

그렇기에 이 책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학습하기 위한 교과서가 아닌, 그저 삶이 미숙하거나, 스스로 더 나은 지성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나름의 권장도서의 지위를 가진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에 따라서는 저마다 윤리학과 정치학 등 필요한 분야의 '완역'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적어도 아직 철학을 접하기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나, 바쁜 현대인으로서 쉽사리 시간을 내지 못할 때 이에 '초역'은 그 나름의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초역은 저자 나름의 내용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지식의 깊이가 없다면 그 (책으로서의) 장점이 크게 손상되는 단점이 있다. 그야말로 '원작에서 발췌하다'는 행동을 통해서, 적어도 저자는 그 압축된 내용를 통해서 (스스로) 아리스토텔레스를 해석한 교훈적인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에 나의 감상에 따르자면 이 책은 보다 폭넓은 분야의 내용을 '요약 정리 한' 책으로서는 그 장점이 있지만,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하나의 '책 속의 명언집'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성에 기댄 '실질적인 지침'을 얻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쉽고 또 매력적인 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지성의 본질 더욱이 나 스스로가 지금껏 주장해왔던 '최선의 철학'을 추구한 인물 아리스토텔레스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그저 짧은 가이드북의 역활을 수행 할 뿐이다. 때문에 이에 '나'는 다른 많은 독자들이 이 가이드북에서 멈추지 말고, 스스로의 의지로 철학을 향한 여행을 떠나주기를 바란다. 이에 개인적으로 읽었던 맹자와 공자, 그리고 서양의 소크라테스같은 다양한 철학과, 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표현하는 같음과 다름의 메시지를 (저마다) 이해하고 또 정립하고 순간을 맞이했을때... 나는 비로소 그때가 되어서야 앞서 언급한 스스로의 나만의 정의를 완성하는 또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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