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흔히 개인의 내면, 스스로의 강함을 위한 참선과 담금질?이 주된 이야기였던 에세이와는 다르게, 이 책은 또하나의 주제인 너와 우리에 대한 나름의 시선이 돋보이는 것 같다. 각설하고 파산이라는 생애 최대의 고비를 마신 중년부부가 선택한 1000킬로의 여행길에서, 이에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선택의 주제는 다름아닌 '희망'이라는 단어로 압축되어진다.
또한 그 희망은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에너지의 충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오랜세월 부부로서 살아온 인연에도 불구하고, 새삼 서로의 또 다른 면면을 발견함으로서 느끼는 신선함, 그리고 비로소 나와 너라는 다른 사람이 뜻을 모아 하나의 열정을 피워냈다는 성취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여행이 가져온 순기능을 통하여 저자는 결코 그 여행의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님을 주장 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타인이 엿보아도 충분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자랑 할 만한 시련였다 회상한다.
때문에 책 속의 주인공들은 외롭고 고독한 시련이 아닌, 갈등와 해소 가운데서 서로가 이해하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계속하며, 더군다나 영국의 해안길은 미국의 광활한 사막이나, 산길과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쉽게 드러난다. 실제로 저자는 해안길에서 영국 특유의 무뚝뚝하지만 정과 인정이 많았던 사람들과 더불어, 반대로 외딴 부랑자로 여겨 경계와 불쾌감을 내비친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겪고 또 감내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