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일본국의 상징적인 지도자, 그러나 한 때에 민족의 신으로까지 추대되고, 존중받았던 그 천황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서, 이에 한국인인 '나'는 조금 복잡한 기분을 맛보고 있다. 실제로 천황제와 천황이라는 호칭은 단순히 이웃나라의 지도자를 칭하는 단어의 틀을 벗어난다. 실제로 양국의 외교에 있어서도, 그리고 일상사회에서 불리우는 호칭과 인식 등에서 불거진 갈등이 '감정'과 '다툼'을 볼러오듯이... 결국 천황이라는 단어 속에는 기나긴 역사에 비추어 그 (위의) 현상을 불러오는 어느 (또 다른) 상징성을 띄게 되었다.
각설하고 오늘날 보여지는 일본 국왕의 모습은 이른바 헌법 아래의 '상징천황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이 상징천황제의 특징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전통적)제도라고 알고 있는데... 이에 굳이 언급하자면 그것은 그리 올바른 인식은 아니다.
우선적으로 헌법에 의한 권위(또는 지위)를 가지는 것을 떠나, 전통적인 천황제에 대한 인식 중 큰 부분은 우선 '실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권을 쥐지 못했던 지도자' 소위 공가와 무가가 분리되어 무가에 실질적 지배권을 부여하면서 연명한 천황의 지위... 물론 큰 틀에서 바라본 천황의 지위는 위와 같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면 이에 드는 궁금증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전국시대' 천황의 지위가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후 막부가 형성되고 또 위의 균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른바 두 세력은 어떠한 관계를 이루어 오늘날까지 이른 것인가?
물론 예들 들면 주변 여러 국가들에서도 이와 같은 때가 있었다. 춘주전국시대의 주나라 천자, 한나라 말의 헌제, 심지어 서양의 교황까지 그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기나긴 역사의 시간동안 존귀한 지위를 이어 내려온 체제의 하나로서, 천황제가 가진 특징은 거의 유일무이하다고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전체적으로 천황제가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전국시대를 중심으로 소위 천황과 무가의 권력을 둘러싼 '균형'의 역사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